[젠틀 매드니스] / N.A. 바스베인스






 

일단, 책한권 값이 거의 오만원이었다.  두번째, 1000페이지가 넘는 두께라서 호기심에 덜컥 샀다간, 다 읽지도 못하고 그 두께에 가위 눌릴지도 모른단 생각이 퍼뜩 들었다. 이럴때 쓰는 아주 좋은 방법!!  도서관에 구입신청을 했다. 

 근 두달여만에 책이 들어오면서, 도서구입 신청자한테 주는 '대출 개시'라는 특혜 메일이 왔는데, 이사때문에 너무 바빠서 걸어서 오분이면 갈 수 있는 도서관엘 못들러서 대출 기회를 놓쳐버렸다. 책이 서가로 나오자마자 내 짐작에 '젠틀 매드니스'의 한명일꺼라 짐작되는 어떤 사람이 그 책을 업어가버렸다. 흑.

그 책의 존재를 몰랐으면 아무도 예약신청을 안할테니 내가 이런저런 편법을 써서 1000페이지 이상 되는 그 책을 어쩌면 이어서 끝까지 볼 수도 있었을텐데, 이미 기회는 물건너갔다.

 그럼 두번째 방법을 써야한다. 예약 신청.내가 예약을 걸어놓으면 그 사람은 대출연기를 못하고 일주일만에 책을 갖다줘야한다. 그러저러한 우여곡절끝에 책이 내손에 들어왔다. 지난주에.

대출해주는 사서가 막 웃으며, 

"왜 첫번째로 안가져가셨어요. 이사하느라구요? 그런데 연장은 못하세요. 처음 대출하신분이 반납하면서 예약 걸어놓으셨어요. 책을 아주 좋아하시는 남자분이시거든요."
"아..그래요? 그럼 일주일간 열심히 읽고 칼같이 갖다놓을께요.^^"
(헉..젠틀 매드니스..맞다니까..-_-)

 집에 들고와서 나름대로 열심히 읽었지만,십분의 일도 못읽었다. 쫌 바빴다..포스트잍으로 페이지 표시를 하고 반납을 하면서 나도 질세라 예약신청을 바로했다. 천페이지가 넘는책을 얼굴도 모르는 그남자랑 일주일씩 번갈아가며 읽게 생겼다. 다행히, 그 사람은 젠틀 매드니스답게, 연체를 하거나, 책에 어떤 표시를 하거나, 귀를 접거나, 이물질을 묻히는 따위의 짓은 하지 않는것 같다. 그 점은 마음에 든다. 누가 더 먼저 끝내나 내기하게 생겼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하고.

 누워서 책보는걸 좋아하는 내가 그 책을 낑낑대며 이불에 기대고 읽고있자 룸메이트가 참견을 한다.

"대체 그런 책은 어디서 구해왔니."
"아..몰라. 무거우니까 말시키지 마. -_-"

 사건의 전말을 들은 우리 열혈여아.

"나도 읽고 싶은데, 그냥 한 권 사면 안돼?"
"당연히 안되지. 일단 그사람보다 먼저 다 읽고나서 생각해보마. -_-"

 

흠..아주 새로운  형태의 책읽기다.

 

2006. 04.25

 

덧1.
이 책은 그당시 얼마 지나지 않아서 구입했다. '책에 대한 책'은 나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매우 좋아하는 아이템이지 않을까싶다. 요즘 [바람의 그림자], [책도둑] 이런책 읽다가 갑자기 생각났다. 가을을 맞이하여 다시 읽어볼까나?

덧2.
'책뒤로 숨기'는  나의 주특기인데, 요즘 그러고 있다.
몇년전에 C님이 그러셨다. '거의 광적인 책읽기'라고..그러던 참에 이책이 출간됐었다. 여기서의 젠틀한 매드니스들은 책을 수집하는 쪽이지만, 나는 수집이나 소장하는것에는 그닥 관심없고 '읽는것'으로 '수집'을 대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C님은 요즘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계실까 갑자기 궁금하다.

덧3.
카테고리 변경하면서 옛날 글을 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