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뉴얼]

매뉴얼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롤라 제이 (그책,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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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며칠 어떤사람의 블로그를 드나들면서 그가 읽은 책들을 따라읽고 있었다. 그 블로그에서 재밌게 읽었다던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갔다가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매뉴얼].


매뉴얼. 원래 좋아한다. 뭔가 사면 거기에 들어있는 그 사용설명서들을 읽는게 작은 습관 중 하나다. 그리고 매뉴얼들을 모아놓기도 한다. 서랍을 정리하다가 몇년전에 이미 없애버린 가전제품의 매뉴얼들을 한꺼번에 버린적도 여러번니까. 그리고 이 책이 신간으로 나왔을때 소설의 제목이 [매뉴얼]인걸 알고 관심이 갔고, 어린딸에게 죽은 아빠가 남겨준 [매뉴얼]이란 것을 알고 '더' 관심을 가졌었는데, 서른살까지의 매뉴얼이란 말에 약간 실망하고 잊어버렸던것 같다.


아무튼. 우연찮게 내손에 들어온 소설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스물여섯살까지 읽자, 주인공인 루이스에게 심한 질투를 하고 있는 내자신을 느겼다. 나도! 나도!! 아빠의 매뉴얼이 필요한 아이였다. 열살도 안된 나이에 친아빠의 존재를 알게되고, 그러면서 집안에서 모래알처럼 굴기 시작했고, 적어도 '아빠가 죽은건 아니다'는 걸 알게된 후로는 간절히 만나기를 바래고 또 바랬으나 결국에는 절대로 만나고 싶지않다고 생각한 '스무살'에 나를 찾아왔던 아빠.


남자형제도 없고 아빠의 보살핌따윈 없이, 지긋지긋하다고 반항하던 의붓아버지를 멀리하며 사는게 내인생의 최대목표였던적도 있으니까. 그러니 나에게 '남자'의 제대로된 모델도 있을리 없었고, 그렇다는 사실조차도 난 감지하지 못한채 나이만 스무살짜리였었다. 그후로 내게 일어났던 그 여러가지 일들..세월이 지났으니까 몇년쯤은 '뭐..그땐 그러기도 했었지..'라고 한줄 요약도 가능해졌지만 내가 실제로 어떤 남자한테 끌리는지를 정리한건 불과 몇년안됐다. 다행히도 나는, 나의 취향을  그닥 잘 알지못하면서도 내룸메이트를 만나 결혼도 했고, 나이차이가 별반없으면서도 언제나, 모든면에서, 어른스럽게(아빠처럼)구는 그를 만나는 행운을 얻었달까.


내안에 있는 '아빠가 절실히 필요했던 아이'가 이 책을 읽는동안 다시 고개를 들고있다..난 이제 '늙어가는 어른'인데도 말이다.


나의 개인적인 성장경험때문에 이책이 내마음 언저리를 건드리고는 있지만, 이 책만을 말한다면 가벼운 소설이다.
오래된 감정들을 내게서 끄집어내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