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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13 칠월, 어느 토요일에. 6

칠월, 어느 토요일에.





잠깐 방심한 사이에 열어놓은 창문으로 비가 잔뜩 들이쳤다. 새로 깔아놓은 마루가 물에 약해서 신경쓰고 있었는데. 별수없이 마른 걸레를 들고 돌아다니며 빗물을 닦기 시작했는데, 그러다가 그만, 미뤄놓은 마루걸레질 모드로 돌입해버렸다. 이러려던 건 아니었는데..-_-



지난 목요일에 1박 2일짜리 제사지내러 충북에 다녀왔고, 오던 날 세타임 연속으로 6시간 수업을 하고 완전 그로기상태였는데. 그래서 청소고 뭐시고 다 눈딱감고 미뤄놨었는데. 그노무 비땜에. 한번 닦기 시작하자 이거야 뭐..프링글스도 아닌데 멈출수가 없었다. 두시간동안 여기저기 닦고 정리하고 치우고. 시간이 아까웠지만 그래도 뽀송뽀송해진 마루바닥에서 약간의 쾌감을 느끼자 내친김에 이번에 별이 목욕까지 오늘로 끝내야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뭐 이런데서 쓰잘데기 없는 오기가 발동하는건지. 등이 아파서 진통제를 먹은게 약효를 발휘한걸까?



시골가서 일만하고오면 등쪽에 담이 들린다. 쉬어줘야하는데..뭐 요즘 상황이..미국에서 고딩들이 방학을 해서 들어와선 여름방학 시즌 특강도 있고하여 오늘도 아침 9시에 가볍게 수업 한 개 하고 어쩌고저쩌다보니 토요일의 반이 지나가버렸다. 뭔가 좀 아쉬웠는데, 오후가 되면서 비가 쏟아진다. 잠깐씩 잦아들면서도 제법 쏟아지고 있다. 토요일에 비가 오니까 기분이 살짝 좋아진다.



장마비랑 어울리는 느낌은 안들지만 <수학의 눈을 찾아라>라는 책을 집어들고 읽기 시작했는데, 전개방식이 <수학귀신>이랑 비슷하고, 표지안쪽에 붙어있는 초딩부터 고딩까지의 수학체계표는 나름 유용할것 같다. 물론, 그걸 직접 만든 애들은 훨씬 더 효과적이겠지만, 그래도 안보는것보담이야 벽에 붙여놓고 심심할때 들여다보면 꽤 도움이 될것같다.



뉴욕에서 온 학생이 하드커버로 된 <CALCULUS>를 한권 턱하니 들고와선(가져온다던 교과서가 이걸 말하는거였다), 그 책을 위한 준비학습을 해달라고해서 나름대로 10-나, 수1, 수2에 이르는 단원에서 목차를 정리해서 두달짜리 커리큘럼을 만들었다. 어차피 시간이 부족해서 여러문제를 다 다루지는 못하겠지만 일단 연결되는 고리들이랑 개념에 대한 설명과 기본 문제풀이등을 해주기로했다.



그러면서 책을 몇권샀는데 그 중 <이야기로 쉽게 배우는 미적분>이 있다. 재밌다. 이 시리즈로 <대수학>이랑 <삼각함수>도 샀다. 세 권 모두 흥미롭다. 예전에 우리도 이런 책을 접할 수 있었다면 내 인생이 지금과는 달라져있을지도 모른다. 난 옛날엔 소설책만 읽었다. 수필이랑 시집도 가끔 섞어주긴했지만.



그때의 독서습관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수학책도 이야기로 되어있으면 좋다. 아니, 뭐가됐든 '스토리'를 가지면 흥미로워지고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다는게 내 견해이기도 하다. 수학개념도 공식만 딸랑 설명하는것보담은 뭔가 길게길게 풀어서 얘기해주었을때 아이들이 더 잘 집중하는걸보면 과히 틀리지않은 생각인듯. 그 길고긴 설명을 위해 이런 책들을 읽는다. 호호. 핑계다. 책읽고 싶어서 읽고, 수업할때 써먹는게 더 맞는 얘기다.



낮에 잠을 잔건 아닌데 빗소리들으며 라디오를 켜놓고 좀 뒹굴거렸더니 그게 휴식이 되어주었나보다. 잠도 오지않고..별수없이  미적분이나 '이야기로 듣고', 대체 '수학의 눈'을 어떻게 찾는지 알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