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常茶飯事'에 해당되는 글 125

  1. 2020.04.27 무려, 6년만에...
  2. 2014.12.07 이런저런, 온갖 상념들.
  3. 2014.11.30 날짜 세는 법. 4
  4. 2014.02.10 연습2...식빵 4
  5. 2014.02.09 연습1...비스코티 6
  6. 2014.02.06 봄을 기다림. 2
  7. 2013.12.11 뜬금없이, 팥죽 한그릇. 8
  8. 2013.04.20 뜨거운 커피가 필요해. 9
  9. 2013.04.11 사소한 하루, 소소한 생각들. 6
  10. 2013.03.30 외출 4
  11. 2013.03.26 낮잠. 6
  12. 2012.11.14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17
  13. 2012.11.12 겨울나그네 9
  14. 2012.08.24 두번째에는. 8
  15. 2012.08.23 한심하고 사소하고.
  16. 2012.07.08 <두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7
  17. 2012.07.08 잡담. 2
  18. 2012.07.05 허세 4
  19. 2012.04.20 外傳, 내 영혼의 닭고기 스프. 11
  20. 2012.04.18 새벽 아차산. 8
  21. 2012.04.09 <내가 전부터 말했잖아> 10
  22. 2012.04.02 오른쪽여자 6
  23. 2012.03.29 경찰서에 간 아기 코끼리 6
  24. 2012.03.29 記憶의 片鱗 2
  25. 2012.03.19 세상에 불만있어요. 4
  26. 2012.03.12 실패지점 4
  27. 2012.03.11 일요일 아침의 수다 2
  28. 2012.03.09 Nina 2
  29. 2012.03.05 딸의 남자친구에 대처하는 아빠들의 자세. 2
  30. 2012.03.05 代案

무려, 6년만에...

6년만에 좀 한가하다.

그리고 간신히 블로그 비밀번호를 찾았다.

 

그래서 글쓰기를 누르고 글자를 하나하나 입력해본다.

자꾸 오타가 난다.

진.짜. 낯설다.

 

낯선데,

새롭고 그립다. 

 

어떤일이든 기록하는 타입이었는데

6년동안 메뉴판 수정할때만 뭔가를 적었다.

 

살다보면 이렇게도 되는거구나...

 

 

이런저런, 온갖 상념들.

 

 

보통은 정말 태연하고 그럭저럭 잘 지낸다. 진짜다.

 

 

다만, 아주 가끔씩 견딜수 없이 조바심나고 불안하여 남편은 제외하고 누구라도 붙들고 아무 얘기라도 하고 싶어지는 순간들이 있다. 그게 이런 오밤중이면 참 난감하다. 온라인상으로도 누군가를 소환해 까똑으로라도 말시킬수가 없으니... 그냥 견뎌야한다. 이럴때 쓰라고 블로그가 있는건가?

 

 

낮에는 부동산엘 두군데나 돌아다녔다.

딱히 당장 뭔가를 할 생각이 없는건 맞는데, 불안감때문인지 이거저거 알아보게 된다.

 

 

가게를 두 개 봤고, 한번 발동이 걸리자 인터넷을 샅샅이 뒤지며 로스팅기계를 새것과 중고를 멀미가 날때까지 찾아보고 비교해봤다. 그러면서 아주 현실적인 벽에 부딪혔는데, 난 원래 카페를 열 생각이 별로 없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난 그저 커피콩을 볶고싶었을  뿐이다. 그게 돈이 될 방법을 찾아본 적이 없었다.

 

 

가게는 콩만 볶아서는 될 일이 아니다. 온갖 음료메뉴가 있어야하고 에스프레소를 기본으로하는 내가 거의 마시지않는 라떼, 카푸치노, 마끼아또등등의 기타 커피메뉴가 있어야한다. 심지어 마실거말고 씹을거리도 있어야한다. 와플이라든지 쿠키라든지..빵나부랭이 같은거?

 

 

 

머리를 식힐겸 <소문의 여자>를 다 읽고, 며칠전 오대산 근처를 돌아다니며 놀때 읽던 <아주 사적인 독서>도 더 읽고,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집어들곤 읽다가 내려놨다. 낮에  '사전의료 지시서' 얘기를 남편과 나눴었고 그 영향으로 사놓기만하고  아직 펼쳐보지도 않던 셸리 케이건의 책을 집어들게 된거같다. 당연한 주제임에도 왠지 집중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할것만 같은 주제라서...역시 무겁다.

 

 

티비를 켜니 무료로 볼 수 있는 영화중 호아킨 피닉스의<HER>와 조니뎁의 <Transcendence>가 있길래 영화관에서 봤던 <HER>를 켜놓고 딴짓을 하다가 다시 조니뎁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아니..그냥 켜놨다. 조니뎁이 죽어가고있다. 머리카락을 다 밀고.. 살아있는 동안 가장 두려웠던게 상실감이라고 말하고있다. 영화속 모니터안에서 조니뎁이 살아나고 있다.

 

 

 

아무튼, 잠도 오지않는 밤이다.

 

 

 

 

 

 

 

 

 

 

 

 

 

 

 

날짜 세는 법.

 

가끔,

시간이 평소보다 느리게 흘러간다고 느낄때 내가 날짜를 세는 방법은 이렇다.

 

하루, 이틀...

일주일...

열흘...

두주일...

그리고 한 달.

 

한달쯤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상황에 제법 적응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때가 많다.

 

일단 한 달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연습2...식빵

 

 호두식빵. 통밀과 호두.

 

집에서 빵만드는 사람들이 한번쯤 기록하는 닭가슴살처럼 찢어지는 식빵 인증샷.

 

 

 

드물게 만드는 첨가물없는 식빵. 꿀과 백밀가루.

오븐에 들어가기 직전.

이정도의 볼륨감을 가지면 다음사진의 식빵이 나온다.

 

벌꿀을 넣으면 빵색깔이 먹음직스러워진다.

 

 

흑임자식빵. 우리밀 통밀.

호두를 전처리 해놓은게 없어서 흑임자만으로 만든 빵

 

 

 

 

P.S.

딸아이가 여러번 시도끝에 완성해낸 푸딩.

캬라멜시럽의 색깔이며 그닥 달지않은 환상적인 맛을 구현해냄♥♥♥

 

 

연습1...비스코티

 

비스코티 만들기 삼일째.

버터가 아닌 올리브유를 쓰기때문에 냉장고에서 숙성시키는 시간없이 반죽하자마자 바로굽고, 대신 식힌뒤 썰어서 한번 더 굽는다. 비스코티가 두번굽기의 의미라는걸 책보고 알았다. 그동안 비스켓의 다른 이름인줄 알고 먹었었는데.

 

책만 보고 비스코티 만들기를 시도한 첫날은 소심하게 레시피대로 했으나 요령이 없어서 울퉁불퉁한 쿠키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맛은 비스코티맛.

 

 

 


 

두번째날엔 오트밀을 좀 넣으면 안돼? 라는 말에 오트밀도 넣고, 시나몬도 넣고, 아몬드도 갈아서 듬뿍넣고, 그외 기타등등을 넣고, 넣었더니, 시리얼바 같은 느낌의 과자가 만들어졌다. 큰애가 얼핏보고 닭튀김으로 오해해버린 비주얼의 비스코티. 낮에 놀러온 동생이랑 제부가 좋아하는 맛의 강정이라며 커피랑 맛있게 먹더니 나머지도 몽땅 싸갖고갔다.

 

 

 


오늘, 세번째 시도.
초코는 빼고, 아몬드는 많이 갈아넣고, 통아몬드도 분량대로..단거는 반으로 줄이고, 그동안의 실패를 거울삼아 모양도 나름 잘 잡아서 구워냈다. 1차로 구운후에 저녁먹느라 너무 식힌탓인지 2차로 굽기위해 1cm간격으로 자르는데 끝쪽이 부스러지려는걸 조심조심 썰어서 드디어 비스코티처럼 보이는 쿠키를 완성.

 

 

 

 


좀 더 길죽하게 예쁘게 만들어지면 쿠키용 상자도 사서 선물용으로 써야겠다.^^

커피랑 잘어울리는 쿠키♥

 

 

 

 

 

 



봄을 기다림.

 

도저히 밖에 나갈 수가 없다. 너무 춥다.

1월이 지나면 좀 나아지려니 했는데 2월도 반쯤 보내야 추위가 좀 가시려나보다.

 

명절이 지나갔고,

명절 음식 준비하느라 손놓고있던 홈베이킹을 다시 시작하여 여전히 식빵을 만들고있고,

어제는 오트밀을 넣은 쿠키도 좀 구워봤다.

 

아들아이가 없으니 별로 먹는 사람이 없어서 빵만들고 과자구워서 엄마네 가져가기 바쁘다.

 

빵을 만들려면 토탈 4시간쯤 여유시간을 잡아놓고, 중간중간 10~20분씩 빵반죽을 만지작거려며 이렇게저렇게 발효를 시키는 과정이 있어서 오히려 기다리며 책읽을 시간이 충분히 확보가 된다. 쿠키도 반죽해서 냉장고에서 굳힌뒤에 다시 꺼내서 썰어서 실제 오븐에선 15분만 구우면 되니까 역시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해서 베이킹하면 책은 실컷 읽는다.

 

 

                                                                      <연휴때 읽은 책>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재밌었다. 마법사가 등장하는 기나긴 소설을 읽고싶다. 해리포터같은 류의 새로운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어슐러 르귄의 책도 오래전에 이미 다 읽어버렸고, 또 누가 있더라? (아시는 분은 제보 바람. 후사하겠음^^)

 

 

 

 

 

모든 일상이 집안에서 이루어진다.

 

수업도 아래층에 내려가기만 하면 되니까 건물 밖으로 나갈일도 없구..

그야말로 내가 집요정 도비가 된 기분이다.

 

도비보다는 내가 주름이 좀 적고 키가 크다는게 차이점?

 

주인님이 옷을 줘야 도비는 자유로워질 수 있는데...옷도 없구. (뭐래니..-_-)

 

 

근래 새로 생긴 취미인, 번역가 따라서 책읽기 일환으로 승욱이가 번역한 책을 검색해봤는데, 엄청나게 많다.

승욱인 어떻게 살고 있을까.. 승욱이를 마지막으로 만났을때 책나왔다고 건네준 책이 <인간은 미래를 어떻게 상상해왔는가>였으니까 98년에 본게 마지막인거같다. 채식을 하고있다며 엄청 말랐었는데...고1때 교실에서 처음 만난이후 난 얘가 천재라고 생각했고, 그 이후로도 그 생각은 별로 변하지않았다.

 

<리딩>, <논쟁>, <신은 위대하지않다>, <침대위의 신>...그리고 <플랜 B>

 

이 책들부터 읽을 생각이다. 다 읽고나면 봄이 오겠지?

 

 

 

 

 

 

 

 

 

뜬금없이, 팥죽 한그릇.

 

 

1.

문제가 뭔지는 모르겠는데, 며칠전부터 마음이 가지런해지지가 않는다.

심호흡, 가만히 눈감고있기, 어제아침까지 몰입했던 책 마저읽기, 탄수화물섭취,...기타등등. 그러나 백방이 무효한 느낌? 커다란 쓰레기봉투를 놓고 이것저것 버리기시작한다. 좀 나아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일단 좀 더 버리고 와야겠다..

 

2.

오전 내내 주방을 뒤집어 엎고, 뭔가를 많이 버리고, 매직블럭으로 여기저기 닦고, 냉동실에서 팥을 꺼내 삶고있다. 마음이 가지런하지 않은것과 팥죽을 끓이는 것의 상관관계는 모르겠으나 뜬금없이 팥죽을 끓이고 싶어졌고, 새알심넣은 팥죽을 먹고나면 기운을 내서 옷장정리를 할 생각이다. 마음을 다스리는데 몸쓰는 일만한 게 없다싶어진다. 마음따위 헝클어지거나말거나 점점 무뎌지는 기분.

묵은 먼지를 닦아내고, 양념병과 그릇들을 가지런히 놓고나니 가만히 있는것보다 좀 낫다. 나처럼 뭐든 미련없이 잘 버리는 사람도  매번 버릴게 몇봉지씩 생겨나니 얼마나 많은 쓸데없는 것들을 부둥켜안고 살아가고 있는건지..쯧.

 

3.

팥죽이 다 됐다. 일단 팥죽 한그릇 먹고.

 

 

4.

생각해보니, 그냥 냉동실에서 보물찾듯 팥봉다리를 발견해서 팥을 삶은건 아니었다.

며칠전부터 맛있는 팥빵이 먹고싶었다. 지난주에 병원 가기전에 팥빵으로 유명한 성북동 나폴레옹 제과점에도 들렀었다. 단지 팥빵을 사기위해. 오후 4시쯤이었는데 그날의 팥빵은 다 나가고 없었다. 이틀뒤에 병원에서 나와 집에 오는 길에 워커힐 더 델리에도 들렀었다. 여기도 팥빵이 아주 맛있다. 그런데 못샀다. 팥빵이 다 팔렸다. 할수없이 집근처 파리바게트에 차를 세웠으나, '웬수같은' 팥빵이 없었다. 쳇. 안 먹고 만다....라고 생각하고 접었던 기억이 남아있었던 듯.

흥. 팥빵따위.

 

5.

남편은 지나치다싶게 바른생활 사나이인편인데, 그나마 같이 술마시러 다니며 풀어진 모습이나 말이 많아진 모습을 대할 수 있어서 바른생활에 대한 거부감에서 좀 비껴갈 수 있었는데...이번 검사로 인해 술을 완전 끊었다. 더이상 그남자의 흐트러진 모습을 볼 수 없다는게 내마음에 갑갑증을 일으키며 엉클어졌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클났다. 완전 맨정신으로만 살아야한다. 흑.

 

6.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취하면 된다. 예이~

 

 

 

 

 

 

 

뜨거운 커피가 필요해.

 

내가 뜨거운 음식을 훨씬 좋아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차갑거나 미지근한 음식들을 먹어야하는데..정말이지 짜증이..-_-;;

 

그러고보니 난 밥상을 차려놓으면 빨리 와서 먹으라고 성화를 댄다. 그리고 뜨거운 찌개나 국물을 먹는걸 좋아해서 입천장을 수시로 데여서 허물이 벗어지곤 한다.그야말로 저번에 딸애가 보여준, 밥먹어~ 소리에 식탁에 갔더니 밥상이 반도 안차려진 웹툰이 내얘기였다.

 

 주부들이 대개 그렇긴한데..그동안엔 막연히, 별솜씨도 없는 음식이라 온도라도 맞을때 먹어야 맛있을거라는 강박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내가 뜨거운 음식을 좋아하니까 남들에게도 뜨거운 음식을 먹이고 싶었던것일 수도 있다. 암튼.

 

지난 수요일, 단지 치아 두 개를 상실한 상태인데 난 뭔지모를 허전함에 마실것들을 계속 마셔대서 오히려 체중이 약간 늘었다.ㅠㅠ 누가 한 십키로쯤 빠진다고도 했던것같은데.. 정말 무서운 치과치료에 용기를 낸 게, 체중감량에 대한 기대감이 전혀 없었다곤 할 수 없는데.. 빵빵하게 부어있다. 흑흑.

 

치료를 한 부위는 오히려 그냥그런데 이틀동안 몸살을 되게 앓았다. 지레 겁먹고 몸에 너무 힘을 준탓이든가 아님 입을 최대한 벌리고 한시간 반동안 있는게 의외로 중노동이든가 그럴것이다.아무튼 난 지금도 뜨거운 커피를 못마셔서 좀 심통이 나있는 상태다.

 

어제는 금요일인데도 나가서 맥주를 마실수도, 뭔가를 사먹을수도 없어서 집에 있다가 처음으로 먹거리 X파일을 본방사수하게 되었는데 마침 커피에 대한거였다.

 

연남동에 있는 커피리브레.

 

서필훈 대표가 직접 산지로 원두를 사러다니고 꼼꼼히 로스팅을 하고 로스팅상태가 아니다싶으면 폐기시키기도 하는데 얼마전엔 200kg을 버린적도 있다고했다. 나도..로스팅이 잘못된 커피가 어떤맛을 내는지 안다. 커피에 어울리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으나 미친맛을 낸다.아무리아무리 참으려해도 도저히 끝까지 마실수없는 커피인데..가끔 사먹을때 그런 커피를 주는데가 있으면 너무 어이가 없다. 내가 자가 로스팅을 망설이는 이유중 하나이기도 하다. 매일 몇키로씩 볶아대는 로스터의 그 감각을 따라갈 재주도 자신도 없기때문.

 

스타벅스에서 온도가 안맞는 커피를 주었을때 하도 어이가없어서 이거 몇도에서 내렸냐고 묻자 바리스타인지 알바생인지가 좀 더 나은 원두 다시 갈고 장착해서 제대로 내린 커피 해 준 적 있다. 성의없는 커피는 그 근래에 있던 나의 모든 불만을 끓어넘치게하는 비등점이 될 수 있는 위험한 요소다. 물론 조용히 물어봤다. 내 등뒤에서 분노의 불꽃을 읽었는지는 모르겠다만.

 

커피 리브레의 쥔장이 모토로 삼는건 <얼굴있는 커피>였다. 생산자의 얼굴을 알 수 있는 커피, 생산자가 그 생두가 팔릴지 안팔릴지 걱정하지않고 오직 커피재배에만 온신경을 써주는 커피를 파는게 자기의 목표라고했다. 지금도 그러는것 같았다.

 

커피 리브레의 향좋고 신선한 커피를, 뜨겁게!!!  마시고 싶다는 열망에 시달린 밤이었다. 티비속이지만 머신에서 흘러내리던 신선한 에스프레소의 그 색감과 농도가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린다.오늘, 그 뜨거운 커피를 마시러 마포까지 가고싶은걸 눌러참고..다음부턴 그곳에서 원두 주문할려고 맘먹고있다.

 

한가하고 심심한 오후..커피도 못마시는 오후..날씨가 요따윈데 얼음 넣은 커피 마셔야하는 슬픈 오후..-_-

 

 

<참고자료^^>

 

 

 

사소한 하루, 소소한 생각들.

 

봄인데, 여기저기서 눈소식이나 들려오고..요즘 일정이 좀 일찍 끝나는 편이라서 강변을 걸을만도 한데, 나갈 생각을 하면 '춥다..'는 느낌이 나를 온통 지배하는 지라 나가기가 너무 어렵다. 오늘은 예방접종을 해서 운동을 삼가하라는 커다란 핑계를 대며 집에 눌러앉았다.

 

오늘 아침에는 작년 가을 건강검진에서 6개월 뒤 추적검사를 해야한다고 예약해 놓은것이 있어서 초음파를 하러갔다. 미끈거리는 걸 바르고 초음파 기계가 내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는데 갑자기 간지럽다는 생각이 들면서 웃음이 비집고 나오기 시작했다. 어두컴컴한 방에서 이나이의 여자가 간지럽다고 웃으면 미쳤다그럴까봐 간신히 간신히 이악물고 참았다. 간지럼타는데도 어린 나이가 필요한건가 싶어 약간 슬펐다. 나이들면 할 수 없는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흑.

 

날이 추워서 그런지 오차즈케가 먹고싶었다. 심심하게 만든 우메보시 얹어서 쌉싸름한 녹차의 따뜻한 국물이랑 김가루 많이 얹은 잘만든 오차즈케. 나도 아내가 있으면 좋은데..

 

협동조합 다음책은 <비즈니스 모델의 탄생>.

전문적인 책이라서 부담감 만땅이라 책은 보이는데에 꺼내놓고, 정작 읽는책들은  만만한 소설이나 산문들.

오늘 내 손에 걸려든 책은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

마치, 작은 탁자에 잘 차려진 한끼 식사같지 않은가.. 하루치 식사처럼 하루에 다 읽을 수 있으면 좋은데..택도없다. 산만한 생각이 산만한 독서를 불러온다. 책을 읽음에 일관성이 없다. 친구가 읽으면 따라읽다가..책속의 책 찾아 읽다가..뭐, 이렇게 살다 죽으련다.  

고마녀님의 책을 전엔 좋아했는데, 신문에 연재한거라 호흡이 짧아서 그런지 너무 계몽적이고 살짝 전투적이다. 요즘은 뭔가 열심히해보라고 부추기는 부류들이 영..피곤하다. 사는데 대해서 내가 좀 성의가 없나보다. 봄탓.

 

 

사랑이 어떻게 `안`변하니? 사람도변하고 사랑도 변한다. (p.76)

 

 

........(중략)......... 하여, 우정이 얼마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지, 얼마나 존재의 심연을 뒤흔들 수 있는지를 감히 짐작조차 하지못한다. (p.81) 

 

 

# 더 읽고 싶은 책

<홍루몽>

 

외출

 

엊그제 독서회에서 <노인과 바다>로 많은 얘기를 나누었고, 혼자 읽고 끝냈을 때랑은 비교도 안되게 많은 느낌이 남았다. 그리고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라는 말을 지나가며 했는데, 요즘 내게 딱 필요한 조언이었다. 그래서 어제부터 그냥 문을 열고 걸어나와 걷기시작했다. 별이도 데리고걷고, 밤에는 혼자도 걷고..

 

오늘은 북진(bookzine)을 뒤적거리다 안나 가발다의 책이 한권 소개된걸보고 걸어나와 도서관으로 가서 책을 빌렸다. 갈때는 강변으로걷고, 올때는 워커힐로 돌아서..나무들은 봄이 될 준비를 다 마쳤다. 한껏 물이 올라있었다.

 

외출해서 찍은것중 제일 맘에드는 사진. 햇살이 따사롭게 교각을 비춰주었다.

 

 

 

같이 사진을 몇장 더 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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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

 

 

 

<나미야잡화점의 기적>을 읽고나서 누군가에게 상담편지를 보내고 싶어졌는지도 모르겠다.

상담편지를 보낼 잡화점은 내게 없고, 그냥 손에 잡히는대로 집어든 책 한 권.

<안녕, 누구나의 인생>

 

삼분의 일쯤 읽는데,`네거티브 스페이스' 란 표현이 있었다.

물감이 너무 많이 들어 간 그림은 작품의 찬란함과 어둠, 색상, 빛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작품이 된다고 표현했다. 네거티브 스페이스가 필요하단 얘기다.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않은채로 이 책을 읽고 있었는데, 요즘 내 생활이 그렇단 생각이 들더라.

 

여백이라곤 없다. 아니, 실은 여백으로 쓸 시간은 많다. 그런데 마음이 한갓지지가 못했다. 항상 신경이 곤두선채로 예민해져있어서 잠도 잘 못자고 일도 제대로 못한다. 뭐하고 살고있는건가 싶은 생각이 들자 우울했다.

 

좀 더 제대로 살고싶은데, 현실은 안드로메다...내가 정말 원하는게 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있다. 나이가 몇갠데.

 

 

 

그.

리.

고.

 

이틀이 지난 지금, 따뜻한 봄볕에 산책을 하고, 아침일찍 침대시트를 빨아 봄볕에 말려서 다시 세팅을 하고, ebook으로 <은교>를 좀 읽어내려가자니, 아직은 그닥 늙지않았음에 작게나마 위안을 느끼게 되었다. 낮잠을 좀 자고나서 느끼는 만족감일수도 있다. 아. 봄맞이 베란다 물청소를 한 탓일까. 이도저도 아니면 그냥 문을 열고 외출을 했기때문일 수도 있다.

 

좀 나아지고있다. 약간의 휴식이 스스로에게 관대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어떤 블로그에서 남자친구와 헤어지는데 이별하는 기간이 두달쯤 있었는데 그 시간이 자신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얘기를 읽었다. 이미 이별할것을 나나 상대나 다 알고있다해도 그것을 몸과 마음이 받아들이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이라는게 있는모양이다. 내 친한 친구가 갑작스런 이별에 당황해하고 슬퍼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때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 천천히 헤어졌어야 했는데..

 

만남은 갑작스러울수가 없다. 서로에 대해 서서히 조심조심, 기껏해야 한발자국 내딛거나 나같은 나노마인드 소유자는 반발자국씩 주춤거리며 상대방을 알아간다. 백만년전에 짧은 연애를 할때조차 그러했고 친구를 만들어가는 과정도 별반 다르지않았다. 한번 만나고 시간을 두고 서로의 느낌이 호감인지 단지 호기심인지 조심스레 살펴봤다.

 

그러니, 첫눈에 반하는 일은 거의 없고 그러다보니, 한번 알고 지내기 시작하면 십년쯤은 그까이꺼 훌쩍 넘길수있는 지인들이 내곁에 있다. 그래도 그러다가 내가 변심을 했든 상대방이 바뀌었든 헤어질수있다. 상황상 자연스럽게 멀어질수도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젠 그만 봐야하나..이러면서 헤어지기도 하고. 어떤 과정을 거치든 결과가 '이별'이라면 그건 가슴 아픈일이다.

 

 그럴때 시간이 필요한 이유는 아마도, 사람들이 감정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그 어떤 것들이 어쩌면 그 이별을 해야하는 특정 상대에 대해 내몸이 적응했던 시간, 즉 상대에게 할애했던 시간의 양만큼 그에 맞춰 바뀌었던 특정 호르몬들이 무뎌지고 덤덤해질 그 기간이 필요한 것일지도.. 인체에서 가장 예민한게 '호르몬'들이라고 생각하므로.

 

내몸의 호르몬이 특정 상대에게 반응하고 연대감을 갖기 시작해 내 감정을 컨트롤하여 '호감'을 만들어냈다면 그것을 한가닥씩 천천히 끊어낼 그만큼의 시간들. 열가닥을 끊어낼 시간과 만가닥을 한개씩 끊어내야하는데는 당연히 시간차가 있을것이다. 갑작스런 이별이 극심하게 고통스러운 이유는 만가닥의 유대감이 단칼에 잘라지면 거기에 비명지르는 호르몬들을 나혼자 고스란히 감내해내야하기때문이 아닐까..

 

★ 며칠이나 지나고도 계속 이어가자면,

 

건강검진이후에 결과지를 보고 뭐라뭐라 하더니 비타민을 몇가지 처방해줬다. 체내 미네랄 불균형으로 사소한 증상들이 있는데, 감정의 기복이 심한것도 포함시키고 크롬, 마그네슘외 두종류를 더 줬다. 흠..약먹고도 변덕부리면 원래 성격이 진상인건가? 미네랄불균형이면 호르몬도 따라서 춤을 추는건지..요즘 마음다스리기 만만찮다.

 

사람사이에서 균형잡기도 참 만만찮고, 체내 미네랄 균형잡기도 만만찮다. 열심히 고민하고 뭔가 더 노력하고 나이에 걸맞는 성숙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밥도 균형있게 먹고(?) 약도 열심히 먹어서 몸맘의 균형잡기에 힘써봐야지.

 

결론 참... 뜬금없다. -_-;

 

 

 

 

 

 

 

겨울나그네

 

 

창밖으로 바람이 심하게 불고있다.

오래전에 봤던 영화가 떠오른다.

겨울이 오고, 눈이 내리고, 낙엽이 모두 눈속에 묻혀버렸으면 좋겠다.

 

 

 

우리중 그 누구도 타인의 비애를 알지 못한다..고 슈베르트는 말하고있다.

 

 

 

 

 

 

 

두번째에는.

 

작은애가 다시 시카고로 돌아갔다.

리나가 아이가 도착하는 날짜를 확인하고 저녁을 준비하려고 그러는거라는 메일에 작은애도 미국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느낌을 받고 나도 뭔가 안심되는 기분이 들었었다. 이메일 말미엔 from..리나, 페니, 쉘비, 케일리, 등등 같이 사는 동물들을 다 열거해서 아주 많은 가족들이 기다리는듯한 느낌도 들게해줘서 더 좋았고.

 

작은애가 떠나기 이틀전이던가 작은애는 외출중이었고 큰애에게 맛있는 백도를 깍아주는데, 큰애가 한개를 집어먹더니,

[엄마. 혹시 충환이 깍아 주려고 사 온 과일있으면 빼놓지말고 다 깍아주도록하세요]

[^^;;;;]

 

작년에 있었던 <망고고문사건> 얘기다.

작년에 작은애가 가기전에 작은애가 좋아하는 망고를 아주 잘 익고 커다란것을 사다놓고 아이를 보내고 집에와서 냉장고에 뜯지도 않고 그대로 있는걸 발견하고는 내가 철철 울며 그걸 깍아서 큰애를 준 적이 있었다. 같이 먹자고 해도 난 먹히지도않고 눈물만 나고...큰애는 그걸 안먹을 수도 없고 하여, 아주 무거운 분위기에서 망고 한접시를 다 먹어야했던 적이 있었다. 그얘길 하면서 날 놀려먹고는, 자긴 실은 망고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그거 먹느라 곤욕이었다고. 엄마는 울지..동생은 없지..남길수도없지..

이번엔 빼먹은거없이 다 먹여보내고 챙겨보냈다. 두번째라 좀 더 잘한건가?

그래도 집도 허전하고 마음도 허전하다.

 

큰애가 또 그런 얘기도 한다.

작년에 동생보내고 엄마가 얼마나 이상하게 굴었는지 엄만 모르지?

처음엔 하루종일 전화옆에 붙어서 전화를 기다리느라 아무것도 안하더니 삼개월쯤 지나자 아예 밖으로만 나가더라고. 평소 가족중 누군가가 집에 있으면 난 거의 외출을 안하고 그냥 각자의 공간에서 책보고 뒹굴며 시간을 보내다가 일할 시간이 되면 아래층으로 내려가는게 다였는데, 작년 가을엔 엄마를 볼 수가 없었다고. 그래서 동생이 가기전에도 좀 외로웠는데, 동생이 가고 난 후엔 좀 더 외로웠다고..흠...-_-;

이번엔 작은애 보내놓고 큰애가 소외감 느끼지않게 예전에 원래 내가 하던대로 집안에 같이 있는중이다. 무기력증에 시달리느라 그런것만은 아니고. 또 책을 너무 안읽어서 마음이 공허해진걸 메우기도할겸, 겸사겸사. 두번째니까..두번째라 한번 했던 실수는 최대한 피해보려고..

그러니까 인생도 두번쯤 살게 해주면 참 좋을텐데.

 

어제부터 소파옆에 책을 예닐곱권쯤 쌓아놓고 집히는 대로 읽고있다.

 

 

막장드라마같은 책도 한권 후딱 읽어내고, 옵니버스 영화같은 책도 뒤적뒤적 앞뒤로 왔다갔다하며 읽었다. 어제는 원래 수업이 세 개였는데 마지막수업이 일요일로 바꿔지고 나니 초저녁부터 시간이 남아돌아서 가열차게 두 권을 읽을 수 있었는데 그러고나자 왠지 갈증이 좀 가시는 느낌이 든다.

<포맷하시겠습니까?>는 나도 오래전에 포스트제목으로 쓴적이 있었다. 그래서 저 표현은 내껀데...라는 쓰잘데기없는 생각도 좀 하고..하긴, '처음처럼'을 97년도에 작은잡지 제목으로 내가 썼는데 그거 상표등록할껄하고 후회한적도 있다.

소파랑 한몸이 될까 저어되어 일어나니 블로그도 열게되고..뭐..

 

그러니까..인생을 두번쯤 살게 해주면 내 비록 그 두번째도 별반 다르지 않게 지낼 확률이 높긴해도, 쫌 다른 기분일꺼라니까.

 

 

 

 

 

 

한심하고 사소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계속 잠자고있는 상태였으면 좋겠다.

잠을 설핏 자고 눈을 떠도 몸을 움직이고 싶지 않다.

그대로 다시 잠들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꼼짝도 않고 그 자세를 유지해본다.

심각하게 피곤함을 느낀다싶더니 온몸 여기저기에 알러지 반응이 나타났다. 의사가 음식때문은 아니라고했다.

그래도 배는 고프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뭔가를 먹고싶지않다. 배고프니 잠이 안와서 식빵을 조금 뜯어먹고 약을 먹고 보리차를 마셨다.

다시 누워서 잠을 잤다.

 

오후가 되었다.

큰애가 내 상태를 보더니 뭔가를 시켜먹자고 제안을 해온다.

뭔가를 시키는건 환영. 저녁때까지 가족들 먹을 거 안만들어놔도 되니까.

 

오후엔 수업도 많다.

수업을 취소할까 잠시 고민해본다. 문제를 설명 할 수있을까? 수학문제 풀 수있을까...?

나같은 일을 하는 사람은 수업을 두세번쯤 취소하면 자동으로 실업자가 될 수있다.

더 이상 학생을 맡기지 않을 것이기때문에.

수업을 취소한다는건 일을 계속할지말지를 결정하는 문제이므로 계속 망설망설 생각만 하게된다.

그러다가 시간이 되면 자동인형처럼 일어나 서재로 가서 수업을 하고 시간이 지나가고 그렇게 하루가 지나간다.

 

가끔 있는 일이다.

달라진 점이라면 이제 철이 좀 들어서 블로그를 닫지않고 여기에대고 주절주절 떠들어대고,

이번주만 이렇게 보내고 다음주부턴 운동도해보겠다고 생각 한다는거?

많이 달라지긴 했네.

 

이유없는 무기력증은 아니다.

내자신이 가지가지로 마뜩찮아서이다.

자존감도 낮은데..상황은 모든게 안좋고 싫다.

 

누워서 잠을 기다리며 티비 영화 한 편을 보게되었다.

<로맨틱 크라운>

톰 행크스와 줄리아 로버츠가 나왔다.

몇년도 영화인지 모르겠으나 톰행크스가 많이 늙었다. 로맨틱하기엔 할아버지같다.

나를 보는것 같다. 나도 요즘 부쩍 늙어버렸다.

줄리아로버츠는 톰 행크스에 비하면 그여자만 세월이 비껴갔나 싶을정도로 여전하다. 마르고 예쁘고.

영화에 집중을 못하고 그런 생각을 하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둘이 키스하고 있었다. 쳇.

 

그런 날이다.

무기력증과 씨름하다 일어나 블로깅을 하는, 그런 날.

 

생각할 수록 한심하다.  난 어쩜 이렇게 사소한 인생을 살게 된 거니.

 

 

 

 

 

 

 

 

 

 

 

 

 

 

 

<두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캔디가  <내 아내의 모든것>을 본 얘기를 해주며 극중 카사노바가 여성들을 사로잡는 비결은 다른게 아니고 뽀샵처리된 거울을 그녀에게 비춰주며 그녀자신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존재인지를 새롭게 깨닫게 해주는 거라고 느꼈다며 사랑이란 자기애의 또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해줬다.

 

그러면서 얘기가 흘러가서 첫사랑에 대해, 남자들은 첫사랑을 못잊고 세월이 지나서도 꼭 다시한번 만나보고싶은 로망을 가지는 반면, 여자들은 대부분 첫사랑의 그를 추억속에 가둬놓고 절대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를 얘기하다가..

 

남자들은 여자들의 실물을 보는게 아니라 자신이 보고싶은걸 보는 편인 것 같은데, 그래서 첫사랑을 만나도 엄청나게 변한 현재의 그녀속에서 십대 이십대 시절의 자신만의 그녀를 찾아내서 보고싶은 대로 보기때문에 다시 만나고싶다고 생각하는거고, 여자들은...음..여자들도 역시!!!  첫사랑의 그녀를 너무나 잘 기억하고 있기때문에 과거의 첫사랑에게 현재의 자신을 절대로 보여줄 수가 없는 걸 꺼라고. (이 결론을 내려놓고 둘이 엄청 좋아했다. 이거 진리라고.^^;)

 

캔디와 가뭄속의 폭우같은 폭풍수다를 하고, 큰애에게 내가 좀 더 너그럽게 굴어야한다는 준엄한 충고를 많이많이 듣고 난 뒤, 집에 와서 큰애 방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이런 저런 얘기들을 건네다가 오랜만에 의기투합해서 뮤지컬<라카지>를 같이 보기위해 예매도 하고, 다음날밤엔 둘만 나가서 영화도 한편봤다.

 

처음엔 <내아내의 모든것>을 보려했으나 상영시간이 안맞아서, 큰애가 혼자 보러 가려 했던 <두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을 같이 보러갔다. <두결한장>은 제목에서 바로 알수 있을만큼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을 연상시키는데, 난 이영화 여러번 봤다. 젊은 휴그랜트가 초어리버리하게 나와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내용도 물론 좋아했고.

 

두결한장은 퀴어영화다. 큰애가 설명을 해주며 엄마 괜찮겠냐고..누가 나오냐고 묻자, 엄마가 알만한 배우는 아닌데 게이커플로 나온 두명이 아주 잘생겼어. 그리고.. 그럼 됐어.^^ 잘생긴 청년이 둘이나 나온대는데 뭐.. 보러가자~! ^____^

 

영화는 내가 잘모르는 분야라서 그런지 나는 신선했고, 큰애는 기대를 많이 했었는지 생각보단 별로였다고 평했고, 그리고 둘 다 느낀건, 전반적으로 참 슬픈 영화라는 거. 가슴이 아린. 눈물이 간간이 배어나오는.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우울하거나 그러진 않은. 주인공 두 남자는 잘생겨서 보기좋았고 여자주인공은 담백해서 내가 좋아하는 타입이어서 또 좋았고.

 

귀여운 내 딸래미. 영화중간에 어찌나 우는지..

(나는 원래부터 동성애에 대한 편견은 없다. 그치만 큰애가 좀 과하게 슬퍼하는거 같아 영화 끝나고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너..여자한테 끌리거나 뭐 혹시 그런...@#$%&* 어버어버...큰애가 깔깔대며 웃더니, 엄마는 내 방에 잔뜩 붙어있는 저 많은 남자사진들을 뭐라고 생각하는거야? 나, 남자가 좋아요. ㅋㅋㅋㅋ.....아니, 그게,  나보다 몇배는 더 슬퍼하길래..-_-)

 

얘랑 같이 울면서 본 마지막 영화는 배트맨 다크나이트였다. 히스레저가 그렇게 유명을 달리한 뒤 개봉한 영화라서 조커가 나올때마다 우리는 히스레저를 애도하며 펑펑울며 그영화를 봤었지. 너무 오래됐네.. 캔디의 충고대로 딸에게 너그럽기로 작정하고나니 이 아이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아가씨인지가 새삼 더 이모저모 보인다. 요즈음 나 얘랑 권태기였거든.

 

사랑해, 딸. 네가 내곁에 와준게 내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너랑 지지고 볶다가 자꾸 까먹는다. 이 바보엄마가. -_-;;

그리고 캔디야, 네가 있어 내가 좀 더 나은 인생을 살기위해 노력하게 되는 거 같아. 고마워, 친구 ^^

 

 

 

덧. 두결한장은 박희정의 만화다. <호텔 아프리카>의 박희정♡

 

 

 

 

 

 

 

 

 

 

 

잡담.

 

 

#1.

어제 아침 남편이 일어나더니,

 

 

/지난밤에 귀신이 곡할 노릇이 있었어.

/뭔데?

/내가 회식끝나고 집에 들어오면서 아사히 캔을 하나 사가지고왔거든.

/응.

/씻고나서 마실려고 거실 탁자위에 놔둔것 같은데..나와보니 감쪽같이 없어진거야.

/딴데 뒀나부지. 시원하게 마실려구 냉동실이나 뭐 냉장고 윗칸?

/그래서 샅샅이 찾아보고 연실이에게도 물어봤는데 걔는 내가 술마시고 들어오면 하도 승질을 내서..

/나보다 따님이 더 싫어하잖아. 아빠 취한거.

/어젠 많이 안취했어. 오면서 깨기도 했구.

/암튼 그래서?

/찾다가 못찾아서 못마셨어..ㅠㅠ

/뭐..잘됐네. 근데 아사히 어디갔지?

 

 

오후에,

 

 

/연실아. 아빠가 아침에 일어나더니 지난밤에 아빠의 아사히캔이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하시던데?

/응..내가 치웠어. 아빠가 들어오신거 같아서 나와보니까 거실에 맥주가 있길래, 아빠 더 마시는거 싫어서.

/근데 어디다 뒀어? 아빠가 다 찾아봤는데 못찾았대. 니가 마셔버렸니?

/아니. 냉장고에 두부뒤에 잘 눕혀놨지. 아빠가 절대 못찾을 줄 알았어.ㅋㅋ

 

냉장고를 열고 두부를 살짝 치워보니 아사히 캔 하나가 얌전히 누워있었다. ^^

 

 

 

#2.

 

작은애가 큰애한테

 

/누나. 누나는 연애 안해?

/나? 난 요즘 남자가 싫어. 귀찮아.

/그래? 좋겠다..난 여자가 언제쯤 싫어질까?

/여자가 그렇게 좋냐?

/응. 난 여자가 개좋아. ^_____^

 

으이그..들.

 

 

 

#3.

 

그렇지만 작은애도 여자친구가 없다. 지금은 딱히 사귈 형편도 아니라고 생각하며 동창이나 그냥 여자사람 친구들하고 가끔 얼굴보며 지내는것 같긴한데, 어제 들어오더니,

 

/엄마. 동영이(친구) 아는 누나가 내 사진보더니 소개시켜 달라그랬대.

/그래? 이쁘대? 누나면 몇살 윈데?

/근데, 동영이가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안된다 그랬대.

/왜? 동영이가 좋아하는 앤가?

/아니. 얘(작은애) 공부해야되서 지금 여친 사귈 수 없다 그랬대.

/하하..동영이가 니 인생 매니저야? ^^;

 

 

재밌는 녀석들.

 

 

 

 

 

 

 

 

 

 

허세

 

 

1.

시험기간이 정신없이 바쁘기도하지만 그기간중엔 수업이 한개도 없이 오롯이 내게 떨어지는 그런 하루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 통째로 비어버린 하루를 친구들과의 약속으로 아침부터 채워놨지만 한 친구의 사정으로 약속이 취소되고 새로운 일정도 없이 빈둥거릴 수 있는 뜻밖의 시간들. 대충 미뤄놓았던 종이신문들을 뒤적거리며 분리수거를 하던 중 읽고 싶은 책 두 권을 목록에  올려놓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도 한다.

 

노라 에프런 감독의 타계로 일괄정리하는 한 지면에서 그녀의 에세이집을 소개받는다. <철들면 버려야 할 판타지에 대하여 ( I Remember Nothing )>. 로맨틱 코메디 영화를 좋아하는데, 특히 좋아했던 <유브갓 메일>의 감독이 쓴 마지막책. 나이드는것은 남녀를 불문하고 생각할꺼리를 많이 주는 주제이지만 특히 여자에게는 나이들어서의 중후함따위는 전혀 장점이 아니므로 세간의 농담으로 십대부터 칠십대까지 모두가 좋아한다는 '이십대여자' 시기가 지나고나면 나이..를 생각하면 묻어오는 쓸쓸함과 서글픔이 여자들에게는 아쉬움, 자포자기 기타등등과 공존한다.

 

나이들어도 괜찮다는 자신감 넘치는 얘기는 내게는 별로. 나이들면서 알게된 새로운 많은것들을 말해주는 시선이 필요했는데, 지면상 소개된 것만으로도 이 책이 내가 찾던 책이다.

 

그리고 강신주교수가 소개해주는 책. 에릭 오르세나의 <오래오래> 한권 더. 사랑에 관한 얘기라고 한다. 소재보다는 주제에 집중하고싶은 내용들.

 

죽을때까지 모르고 지나갔을지도 모를 책 두권이 오늘 한가한 내게 걸려들었다. 책을 선택하고 그 책을 수중에 넣고 그리고 끝까지 읽어내는것과는 별개로 읽고싶은 책을 발견했다는 뿌듯함. 내가 가진 허세 중 한가지임을 인정.

 

큰 애 방에서 본 <하우 투 리드 라캉>을 찾으러 들어갔는데 오늘 들고나갔는지 눈에 띄질 않는다. 먹고싶은 거 바로먹는 심정으로 읽고싶었으나 그러지못한 보상으로 바로 주문들어간다.

 

 

2.

큰애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요즘 이 아가씨는 연극과 뮤지컬에 빠져있다. 직접 연극무대에 서고 싶어하는것도 배고픈 생활을 어느정도 각오해야한다고 생각해왔는데, 그연극을 관람하는데 빠져드는것도 배고픈 생활을 하기는 매한가지다. <M.버터플라이>에 빠져 그동안의 저축을 탕진하는 기미가 보이더니 얼마전엔 <맨오브라만차>를 보고와선 헤롱헤롱. 매달 타쓰는 알량한 용돈과 시급을 받는 커피전문점에서의 몇시간 알바로 그 세계에 발을 들여놨으니 생활고에 허덕이는 건 당연지사.

 

그러다보니 큰애는 일단, 집에서 나갈땐 밥과 고기를 든든히 먹고 나간다. 알바시간이 끝나고 나올때 그곳에선 시급보다 비싼 커피 한잔을 가격에 상관없이 '한 잔' 제공받을 수 있다는데, 커피는 그걸로 연명. 물론 집에서 진하게 에스프레소 내려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오전용 커피는 자체제공하고. 그리고 어쩌다 연극을 예매한 날이면 보러 가는 시간까지 시간이 남아서 강남 교보문고에 가서 책을 읽는다. 이틀에 어떤책(제목을 말해줘으나 까먹음)을 다 읽을수있어서 책 한 권값 굳었다고 좋아라한다.

 

가끔 저녁값을 아낄 방책으로 알바끝날 시간즈음에 머핀을 '실수로' 태울까? 하는 궁리도 한다. 야단 한번 맞고, 망친거 저녁으로 먹을 요량으로. 헐.. 하긴, 그런 말들은 나 있는데서 나 들으라고 일부러 흘리는 대사들이다. 그러면 엄마가 불쌍한 딸에게 티켓 한 장 사주진 않나 간보느라고. 난..도시락을 싸주겠다고 맞선다. 직접 싸가든지. 냉장고의 재료는 맘껏 써도 된다고 아량을 베풀며.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연극이나 뮤지컬에 심취하는것도 일종의 허세..라고 생각하므로.

 

비평을 전공하고싶어하니 그 모든 공연 관람뒤에 제대로 된 글을 써서 어딘가 응모할 궁리도 하나보다. 혹시라도 운좋게 당선되면 티켓값을 확보할 수 있다나뭐라나.

 

나를 끌어들이려 부단한 노력을 하는중. 같이 보는 티켓값은 내가 지불할테니말이다. 그치만 난 어쩌다 한번이면 된다. 흥.

 

 

 

 

 

 

 

 

外傳, 내 영혼의 닭고기 스프.

 

 

 

유학가면 할 일이 공부랑 운동밖에 없다더니, 우리 작은애도 운동에 심취해서 드디어 본인이 직접 닭가슴살을 사다가 삶아먹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여기선 아무것도 해본적이 없는 아이니 닭가슴살을 고르는것부터 시작해서 삶는거 보관하는거에 대한 조언을 구하느라 전화를 열번쯤했나 싶은데.

 

[엄마. 냉장육을 사요, 냉동육을 사요?]

[가능하면 냉장육을 사면 좋지.]

[엄마. 12달러에 세조각이 들어있는데 비싼거에요?]

[글쎄..한조각 무게에 따라 다른건데..똑같으면 좀 더 비싼걸로 그냥 사..]

[엄마. 한조각이 350g정도 되는거 같은데, 그럼 이걸로 두번 먹을 수 있는데 다 삶아요?]

[한조각만 삶고, 냉동실에 넣어도 되고. 고기칸에 둘꺼면 냉장실에 둬도 돼]

[엄마. 두번 먹고 다시 삶을려고 꺼냈는데 고기가 냉동실에서 붙어버렸어요..ㅠ.ㅠ]

[고기 사이에 랩을 넣어서 얼렸어야지..이번엔 걍 두개 다 녹여서 삶아서 네번 먹으렴]

[엄마. 조금 덜 녹았는데 그냥 삶아도 돼요?]

[응. 그냥 삶아 -_-;;]

[엄마. 고기가 익은지는 어떻게 알아요?]

[찔러보면 감이 오는데..넌 모를테니까 꺼내서 식힌뒤에 잘라봐서 속까지 익었으면 돼]

[엄마..속이 생살 같이보여..]

[더 삶아...-_-;;]

 

그렇게 고기를 삶으면서 통화가 이어졌는데..다시 전화가 왔다.

 

[엄마...내 닭가슴살이..ㅋㅋㅋㅋ...치킨 스프가 되고있어..ㅋㅋㅋㅋ]

[뭔말이야..]

 

 

작은애의 하숙집 아줌마는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라서 그거때문에 아들아이가 좀 더 안정적이게 맛있는 요리를 얻어먹고 사는데.. 작은애가 닭을 삶고 있으니 와서 그게 뭐냐고 묻더란다.

 

닮가슴살 삶는거라고 대답했더니 뭘 넣고 삶고 있냐고, 맹물에 삶는거라고..그럼 그 닭을 어떻게 먹을 거냐고..다 익으면 건져서 그냥 먹는거라고..그럼 너무 맛이 없을 거라고 걱정..괜찮다고 하는 아들아이 말에, 그럼 그 국물은 어떡할꺼냐고..버릴꺼라고..이쯤에서 갑자기 아줌마가 그 아까운 국물을 왜버리냐고 하더니..비켜보라고..내가 맛있게 해서 주겠다며 온갖 야채를 썰어넣고 닭고기 스프를 끓이기 시작.

 

다이이트를 위해 무염의 닭가슴살을 먹어야한다고 설명을 했는데도, 시끄럽다고..넌 지금도 말랐다고, 여자애들처럼 젓가락이 되고 싶은거냐고...그러면서 꿋꿋하게 닭고기 스프를 끓이고 있는데, 엄마, 정말 맛있는 냄새가 나요..ㅋㅋㅋ

 

우리 아들은 다음 날 아침 닭고기 스프에 햇반을 데워 밥말아서 든든히 먹고 학교갔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리나..고마워요.

닭고기 스프는, 먹는 아들 말고도 그 아들의 엄마의 영혼까지도 따뜻하게 해주는 요리네요..^^

 

 

 

 

 

 

 

 

 

새벽 아차산.

 

원래 나의 로망은 새벽에 강변에서 조깅을 하는거였는데 몇번 못해봤다. 이유는..게을러서. 잠꾸러기라서...

 

이런저런 계기로 새벽 아차산에 도전했는데, 도우미가 옆에 있어서, 새벽에 깨워주고, 산밑에 딱 내려줘서, 삼일째 무사히 다녀왔다. 첫날엔 많이 캄캄해서 좀 무서웠다. 그러나 초입을 지나 조금 오르자  금방 환해졌다. 가끔씩 가면 내가 다니던 길이 있어서 그쪽으로 가기 시작했는데 이번엔 인적이 너무 드물어서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둘째날에도 아무생각없이 그쪽으로 갔는데 더 무서워서 오늘은 방향을 완전히 바꿔서 남들 가는길로 갔더니 훨씬 좋았다.

 

5시 20분쯤 산입구에서 출발해서 집까지 걸어오면 1시간 40분. 집으로 오는 중간에 픽업당하면 1시간 20분. 처음부터 집에서 걸어가면 두시간짜리니까 본격적인 산행은 1시간 20분 정도? 새벽운동을 해 본적이 없는 나로선 일기를 쓰기에 마땅한 사건이다.

 

작심삼일을 통과한 시점에서 앞으로의 화이팅을 위한 기록 & 다짐 포스팅.^^

 

특히, 오늘 아침 하산길에 본 금빛 한강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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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월 19일 일기^^

날이 흐렸다. 구름이 잔뜩 끼어있어서 해돋이는 못 볼꺼라 생각했는데 햇님이 구름 사이로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

햇님, 굿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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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전부터 말했잖아>

 

블로그에 대한 정보는 약간의 전염성이 있다. 나는 친구로부터 내취향일거라고 판단된 블로그를 소개받고 그 블로그의 독자가 되어 거기에 등장하는 책들을 소개받기도하고(물론, 나 혼자), 나와 같은 책을 읽고 다른 느낌일때 다시 한번 생각하기도하는데 이런경우엔 나와 동갑이거나 비슷한 연배가 운영하는 블로그일때가 많다.

 

간혹, 나는 우리 아이들의 연애(를 한다면)상황을 이해할만한 정보를 주는 <감친연>같은 블로그를 친구에게 소개하기도 하는데 드문일이긴하다. 그 블로그는 그 친구 주변에 널리 전파되었다고 들었다.

 

남의 블로그에 대해 길게 주절대며 떠든 이유는 <내가 전부터 말했잖아>를 어떤 분의 블로그에서 소개받았기때문이다. 누차 말하지만, 독후에 블로깅한것을 내가 읽으면 난 '소개받았다'는 표현을 쓰는거다.

 

<내가 전부터 말했잖아>는 위트넘치고 재밌다. 내 생각이다. 어떤 사람은 이런 내용에 전혀 공감을 못할수도있다. 가령,

 

작가는 냉장고에 '보쉬'라는 이름을 붙이고 대화도 나눈다. <오디세우스>를 냉동칸에 넣어주고 며칠뒤엔 카뮈의 <시지프의 신화>도 빌려준다. 책에 대해서도 당연히 이야기도 나눈다.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다고 징징대는 작가에게 '맥주만 축내는 울보!'라고 일갈하며 자기가 맥주를 간신히 차갑게 만들어 놓으면 누군가 와서 그 병을 꺼내가고, 대신 미지근한 맥주병을 채워놓는다며, 자긴 죽을때까지 맥주를 차갑게 만드는 일을 계속해야 할꺼라고 대꾸한다. 그렇지만 자신은 불평않고 실존주의적이고 행복한 냉장고가 되겠다고 말한다. 냉장고의 생을 긍정하고 신들을 경멸하며, 냉장을 해야한다면 냉장을 하겠다고..그것도 모든 정열과 밀도를 다해서!!

 

부조리한 상황을 호소하지만 말고 직시하라며 오늘밤에는 카뮈의 <페스트>와 <이방인>도 안에다 채워달라고..그리고 잼 유통기한이 지났으니 정리좀 해주고, 그뒤에 있는 치즈도 곰팡이 슬었더라...며 일러준다.

 

여기까지 읽다가 나는 고개를 돌려 내 냉장고를 쳐다본다.

 

음..네 이름은 '디오스'였구나..그리고 보쉬가 하는 일들을  나의 냉장고에게 일러준다. 유통기한 지났거나 곰팡이 난 치즈같은거있음 나한테 좀 귀띔해 줄 수 있겠니? 특히 냉동실에 그때그때 밀어넣어둔 수많은 비닐봉다리에 들어있는 온갖 씨앗류...콩, 깨, 대추, 땅콩....얘네들 좀 언제부터 있었는지 알려주면 고맙겠어..디오스. 네가 그 정도만 해줘도 내가 간간히 네 속을 좀 정리해 줄 수 있지 않겠니? 지금은 말야..쫌 엄두가 안나서 그러니까 며칠 잘 생각해보고 나한테 얘기 좀 해줘. 혹시 읽고 싶은 책 있으면 말해주고. 그쯤은 내가 해줄께. 알았지?  *^^*

 

 

 

 

 

 

 

오른쪽여자

 

친구가 연지곤지 찍고 시집을 갔다. 신부는 씩씩했고, 가마속에서도 웃고, 하객들에게 일일이 인사도 챙기는 명랑신부였고, 그 덕에 우리 친구들도 봄 날, 야외에서 한 결혼식이 정말 즐거웠다. 일단 친구에게 한마디~^^

<해리야..행복하게 지내렴..잘웃는 이쁜 신부여서 보기에 참 좋았다.^^>

밥먹으며 수다떨고 여기저기서 폰을 들이대며 사진들을 찍어대고 그 사진이 실시간으로 카톡과 페북으로 전송되고..그와중에 내 얼굴이 나온 사진을 몇개 다운받았었다.

 

다음날, 내친구들을 항상 궁금해하는 룸메에게 결혼식얘기도 해주고 사진도 몇장 보여주다가 제론과 내가 나란히 앉은 사진을 보여줬다. 내가 입버릇처럼 내동창중 제론이 제일 예쁘다고 말했던 터라, 궁금했던 우리 룸메는 급호기심에 폰을 받아들었다. 노안이 와서 안경을 벗었다썼다하며 사진을 보던 우리 룸메...

 

[근데, 오른쪽 여자야, 왼쪽여자야?] 

헐..오른쪽 여자는 나였다..-_-;;;

[여보세요..오른쪽 여자는 댁의 마누라잖아!!!!]

같이 밥먹던 우리 큰애는 숨도 못쉬고 웃기 시작하고..룸메는 이 중차대한 실수를 만회하느라 말도 더듬고.. 난 계속 놀려먹었다. 오른쪽 여자가 이뻐, 왼쪽 여자가 이뻐? 오른쪽 여자가 집에서 보던거랑 쫌 많이 달라? 왼쪽여자 예쁘지? 오른쪽 여자는 느낌이 어때?

푸하하하.. 삼년은 놀려먹어야지~

이남자가 이러는게 어제 오늘 일은 아니긴하다. ^^;;

 

 

 

 

 

 

경찰서에 간 아기 코끼리

 

 

<2005년 4월 20일 코끼리의 일기>

 

사는게 심심했어.

아직 세상구경도 제대로 못했는데,

요상스런 옷입혀서 코흘리개 꼬맹이들 앞에서 잔재주나 부리라하고.

게다가 오늘은 봄바람도 불었잖아?

바람탓인게야.

제일먼저 울타리를 뛰쳐나간 대장을 따라 그냥 동네좀 돌아본거야.

맛있는 갈비냄새가 나길래 식당에 갔던건데, 젓가락 집으려니 상이 부서진것 뿐이고,

길가던 아주머니, 배운대로 코로 악수나 하고싶었는데 넘어지시게해서 미안해요.

아산병원으로 병문안 가야하는데 안보내주네요.

세상물정모르는 아기 코끼리는 하필 방향을 경찰서쪽으로 잡아선 바로 잡혀들어갔지뭐야.

경찰서에 있으니 떡볶이 먹으며 지나가던 여자애들이 아기 코끼리를 보고 깔깔대고 웃더래.

떡볶이나 좀 나눠주지.

워커힐꽃놀이 가려던 친구는 정수장근처에서 잡혔다지?

오분만 더 걸어가면 됐었는데.

대공원 벚꽃보다 워커힐 벚꽃이 볼만하단 얘긴 누가 들려줬을까? 바람이었나?

그나저나

울타리 나오자마자 소심하게 대공원으로 돌아간 녀석,

너!! 가문의 수치야.

아직 젊은것이 모험심이 있어야쥐~

 

사는게 심심해서

가끔.. 산책하는것 뿐이야.

겨우 두번짼데 뭘그래.

 

기대해.

다음엔 절대로 경찰서쪽으로 안가고 꼭 한강까지 가서 놀다올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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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 시내에 코끼리 탈출 소동(종합)
경찰 인명피해 우려되면 총기로 사살할 방침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20일 오후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정문 옆 코끼리 공연장에서 공연단이 관리하던 코끼리 6마리가 탈출해 사람을 들이받고 인근 음식점에 들어가 난동을 부리는 등 대소동이 벌어졌다.

탈출 직후 1마리는 붙잡혀 경찰서에 유치됐으나 3마리가 음식점에 들어가 집기를 부쉈고 1마리는 골목길 가정집 안으로 들어가 정원을 짓밟았으며 나머지 1마리는 대로에서 조련사들과 대치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서는 탈출 코끼리의 출몰 지역 부근에 순찰차와 인력을 배치해 조련사들이 코끼리들을 달래도록 돕고 건물이나 차량, 사람 등에 대한 추가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

▲탈출 순간 = 어린이대공원에서는 16일 오후 3시3분께 매일 5차례 진행해오던 `코끼리 쇼'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코끼리들은 관람객들 앞에서 퍼레이드를 벌이던 도중 1마리가 갑자기 놀라 뛰기 시작하자 한꺼번에 탈주를 시작했다.

코끼리들은 어린이대공원 정문과 제2수영장 사이에 난 통로를 통해 대공원 바깥으로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현장에서 근무하는 공익근무요원이 전했다.

코끼리 공연장은 어린이대공원 정문 옆 제2수영장 부지 1천600평에 950석 규모로 조성된 곳으로, 16일부터 매일 5차례 코끼리 9마리, 라오스 민속무용단 10명, 조련사 15명으로 구성된 공연팀이 공연을 벌여왔다.

▲인근 음식점에 난입, 대소동 = 탈출한 코끼리 중 3마리는 인근 지역을 활보하다 소재가 파악돼 조련사들이 데려오던 중 근처 삼겹살집에 난입해 탁자를 부수는 등 소동을 벌였다.

음식점에서 일하던 최모(48ㆍ여)씨는 "코끼리가 우리 음식점으로 들어오기에 너무 무서워서 방석을 넣어 두는 옷장 안에 숨었다가 코끼리들이 탁자를 들이받는 등 난폭한 행동을 벌이는 틈에 몰래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이 음식점 주인은 "전화 통화를 하던 도중 길 건너편에서 코끼리가 건너오는 것을 보고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하고 어리둥절해 하며 나가 봤다. 구경하러 길가로 나갔는데 설마 우리 가게에 들어올 줄 몰랐다"고 말했다.

오후 5시 현재 조련사들은 음식점에 있는 코끼리 3마리를 달래려고 시도하고 있으며 119 구조대가 출동해 동물 마취제를 사용하려 했으나 소형 동물용이어서 이를 쓰지 못한 채 코끼리들이 진정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시민 부상, 가정집 난입 = 코끼리 1마리는 광진구 경복초등학교 근처 골목길로 난입, 세들어 사는 집 주변에서 집주인과 얘기 중이던 시민 노인순(52ㆍ여)씨를 들이받았다.

노씨는 뒷머리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고 아산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노씨와 이야기를 나누던 집주인 이혜자(64)씨는 "수도요금 고지서가 나왔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뒤를 돌아보니 언덕 쪽에서 코끼리가 다가왔다"며 "갑자기 코끼리가 코로 노씨를 들이밀어 노씨는 넘어졌고 나는 너무 무서워 달아났다"고 말했다.

이 코끼리는 인근 골목길에 다니다 낮은 담을 넘어 차고 문 셔터를 마구 부수고 광진구 구의2동 서수원(67)씨 집 정원에 들어가 소동을 벌이고 있다.

서씨의 부인 김인순(68)씨는 "외출하고 돌아와 주차하려는데 아들로부터 `옆집에 들어왔던 코끼리가 낮은 담을 넘어 우리 집 정원으로 들어왔으니 집에 들어오지 말라'는 전화가 걸려왔다"고 전했다.

서씨의 아들 서동환(35)씨는 오후 5시 15분 현재 이 집 2층에 갇혀 있는 상태이며 소방서 직원들과 조련사들은 코끼리의 다리를 쇠사슬로 묶어 두고 쇠우리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코끼리 천호대로 활보중 = 나머지 1마리는 천호대로를 활보하다 아차산사거리 근처 갈비집 앞에서 발견됐으며 오후 5시 현재 조련사들은 이 코끼리를 달래 어린이대공원으로 옮기려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記憶의 片鱗

 

 

오랜 시간을 같은 상황속에서 지냈던 친구들을 만났다.

학교를 공유했고, 친구를 공유했고, 그러다보니 다른 친구들에게서 내소식도 묻어가고

그 중 많은 것들을 해명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어떤 것들은 인지할 시간조차 없이 세월이 흘러흘러 지금까지도 같이 가고 있는 내 친구들...

 

예전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그 당시에는 내 머리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나의 문제들..

지금은 그랬었다는 사실조차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기억해내는 사건들..

평소 주량보다 많은 술을 마셨는데 취하지도않고 오히려 머리속이 점점 명료해진다.

 

참 많은 것을 잊고 살고있구나.. 그리고 나, 정말 외롭고 힘든 청춘을 보냈구나..

그 힘들고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비명한번 안지르고 참 꿋꿋하게 살았구나..

한때 나를 놓아버리고 싶었던 그 기억은 엄살은 아니었구나..

그 어느 누구를 붙들고도 하소연하지 않았던 내 상황들..

 

속으로만 삼키던 많은 기억의 편린들이 한꺼번에 수면위로 떠오른 느낌..

이십년도 더 지난 내 기억들이 한조각씩 떠올라 울음이 치밀어 오르는 그런 밤이다....

 

 

 

 

 

 

 

 

 

 

세상에 불만있어요.




1.
왜 내 학생 중 한명은 꼭 수업시간에 임박해서 수업을 취소하는걸까요? 나야 뭐 노는거 좋아하니 그닥 나쁘진 않지만, 이렇게 자꾸 변경하고 다른 시간을 내달라고 졸라대면 내가 짜증이 나고, 내가 짜증이 나면 수업이 소홀해지고, 가뜩이나 수업취소해서 진도가 딸리는데 걔는 점점 더 쳐지고, 그러다보면 시험을 잘 볼 수가 없게되고, 그러면 나는 공부못하는 학생의 선생이 되고...그러다보면 이 일을 관두고 싶어지고.. 한 명때문에 일을 관둘 순 없으니 하는 수없이 걔를 짤라야하고, 과외선생한테 짤리면 엄청 황당해하고, 그 황당함을 내가 준거라서 나는 괜히 미안하고 민망하고, 흑흑....


2.
다이어트를 할려고 맘을 먹으면 왜 세상의 모든 탄수화물은 그렇게나 고소하고 맛있는걸까요? 소금이랑 탄수화물 제한식으로 다이어트를 할껀데, 작심삼일이나 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어요. 오늘은 첫날이니 약간의 소스를 얹은 양상치를 먹었어요. 좀 봐줘라..하는 기분으로. 계란을 삶아서 노른자를 과감히 버리고 흰자만 집어먹는데..아..버림받은 노른자가 너무 불쌍해요. 왜 계란 노른자에는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성분은 있어가지고..흑흑...


3.
낮에는 한껏 게으르게 뒹굴거리다가 왜 수업시간이 다가오면 처리해야 할일이 잔뜩 기억나는걸까요? 세탁소에도 갔다왔어야하고, 내일 아침에 먹을 사과도 사다놔야하는데..왜 나는 낮에 침대에 꼬매진채로 있었을까요. 그러다간 갑자기 시간이 생겨선 롯데마트엘 갔는데, 저녁시간이라서 시식코너는 왜그렇게 많은지..다이어트는 내일부터 시작하는걸로 하고 시식코너에서 두어가지 집어먹었어요..빵도 사왔어요. 다이어트의 최대적 빵을. 큰애가 먹어줘야할텐데..


4.
이모든게 갑자기 취소된 수업때문이에요. 남탓, 세상탓만 하고싶은, 그런 저녁이에요...-_-;;;


5.
헤어스타일을 바꿨는데, 머리카락에 발라야하는 화장품은 언제부터 이렇게 많아진걸까요? 얼굴에 바르는것도 꼼꼼히 챙겨서 다 바르려면 지치는 기분이 드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스킨뒤에 순서를 지켜야 할 에센스가 세가진데 이게 맨날 순서가 헷갈려요. 게다가 아이크림은 밤낮을 구분해서 발라줘야하는데, 그 부분도 쫌 헷갈리는편이에요. 세수한 직후부터 세상 살기가 이렇게 만만치 않아서야 원 고단해서 살 수가 있나..암튼 젖은 상태에서 머리카락에 발라야한다고 써있는걸 바르고 말린후에 발라야한다는걸 또 시킨대로 손바닥으로 탁탁치듯이 바르고, 스프레이형 미스티를 뿌리고...에공..에센스를 빼먹었네, 헤어에센스가 껴야될 순간이 과연 어디였을까요..


6.
이 모든 공정을 거쳤는데도 불구하고 손질한 헤어스타일이 마음에 안들면...다시 감고 새로 시작해야하는걸까요? 밤이되니 머리카락한테 승질내고 싶은 기분이드네요.. 이 포스팅이 과연 끝나기는 할까요? -_-






실패지점



아침에 아파트단지내 작은 헬쓰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데, 작은애한테서 전화가왔다. 엄마는 운동중...이라고 얘기했더니, 그동안 거기서 자기가 한 운동의 성과를 얘기해주는데, 150파운드(68kg?)로 몸무게를 낮췄으며 근력운동 많이해서 슬림해졌다고..나한테도 근력운동부터 꼭 30분정도 먼저하고 유산소로 나머지 시간 채우고, 운동하고 오자마자 30분이내에 프로틴 먹으라고 잔소리를 한다. 짜식..많이 컸네.


그리고 운동할때 반드시 실패지점까지 하라고도 얘기를 한다. 야...그건 너 운동 시작했을때 내가 너한테 해준 얘기거든? 작은애가 운동을 처음 시작할때 트레이너를 붙여줬었다. 제대로 운동시키는 코치였고, 음식관리도 철저히시켰다. 나도 같은 피트니스에 등록하여 운동을 하던 와중이어서 처음에 나한테 OT해주는걸 보고 내가 작은애 PT로 찍어뒀다가 붙여준거였다. 그때 작은 애가 처음엔 운동을 버거워하면서 완전 탈진상태인데 트레이너가 자!! 마지막 한개 더!!! 하고 외치면 그걸 해야하는데, 그때가 가장 죽을 맛이라고 했었다. 얘야..그 마지막 한개 더! 에서 완전 소진해야 근육이 제대로 붙는거지.


인생도 그렇단다. 너무 거창하다고?  천만에.  인생 살아봐라.  뭐가됐든 감정적으로 바닥을 치고나면 세상이 달라보인단다.  못할것도 없고, 몸사릴일도 없지.  더나빠질것도 없으니 맘이 고요해지고 세상만사를 한발 물러나서 바라볼 수 있게된단다. 그리고 뭔가를 잃는다해도 그건 그순간 아무리 암담하게 느껴져도 결코 전부를 잃는건 아니란다.  중요한 건, 살아있다는거지.  살아있다면, 전부를 잃는법은 없는거야.


작은애도 조금은 알 지도 모른다. 작은애가 고1때, 정말 좋아하던 여자애한테 실연을 당했었다. 개방적이어서 왠만한건 아이들의 애정사까지도 대충 알고지내던 참이었는데 그때 작은애가 상심하던 모습을 보는건 참 괴로운 일이었다. 덩치가 커다란 애가 밥도 못먹고 침대에 누워 탈진상태로 있는데 조심스럽게 위로의 말을 건네자 내 품에 안겨 아무말도 못하고 엉엉 울던 기억이난다. 작은애때문에 한동안 우리집에선 미장센 샴푸를 못썼었다. 그 여자애의 향기가 작은애를 괴롭혀서, 그 제품, 다 퇴출이었었다. 세월이 지나 슬며시 그 샴푸를 다시 비치했을때 아무렇지도 않은 아이의 모습에서 그제서야 극복했음을 감지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젠 여자보는 눈이 1cm쯤 자란것도 같고.


실패지점에 이르러 본다는 것은, 완전 탈진 상태가 된다는 것은, 근육을 키우기 위해 운동을 할때나 살면서 감정적으로 바닥을 치는것과 전혀 다르지않다는게 나의 지론이랄까. 별다른 굴곡없이 사는게 좀 더 낫다는 생각은 하지만, 감정적인 실패지점에 이르렀다고해서 그게 결코 절망적이지만은 않다고 난 생각한다. 살아가며 실패하는것에 대해 그닥 망설이거나 두려울게 없어진다는 점에서 나쁘지않다.


p.s.
혼자서 운동하며 실패지점까지 이르기는 쉽지않다. 아무리 힘든척해도 페이크일때가 많다. 스스로를 속이는거지..이정도 무게면 더이상은 못들어..끙끙.






일요일 아침의 수다



1. 음악회

어제는 똘비악의 <플루트 앙상블 "네프"> 정기 연주회에 캔디랑 같이 가서 플룻연주를 들었다. 음악감독으로 연주회를 주도하고 있는 친구를 보는 느낌은 자랑스러움과 뿌듯함, 음악이 주는 위안 등등으로 감정이 훨씬 말랑말랑 해지는 그런 봄밤이랄까.

음악은, 눈으로 보고 머리와 가슴으로 느끼는 미술감상과는 또다른 느낌으로, 세포 하나하나 속으로 모든 음들이 깊숙히 들어와 나를 어루만지고 위로하는 느낌이어서  언제나 경직된 내 몸맘이 풀어진다. 팝송이든 가요든 다 마찬가지인데 그게 현장에서 듣는 클래식이면 훨씬 강렬한 큰 위로로 다가온다.

지난 목요일엔 디오티마가 예술의전당 11시음악회를 미리 예매해둔 덕분에 오랜만에 오케스트라 연주도 들었다. 중간에 사라사테의 '찌고이네르바이젠'이 연주됐는데..전율이..비바람이 몰아치는 차안에서 찌고이네르바이젠을 듣고 또 들었던 그 기억이 났다. 그땐 슬플때였다.


2. 변심

한 친구에 대해, 오랫동안 내눈에 씌여있던 콩깍지가 벗겨지며 그 친구가 하는 말들이 액면그대로 내게 보이기 시작하자..내마음이 달라지는 느낌을 시시각각으로 받았다.  變心의 실시간 체험이었다.  최근 가장 슬픈 일 중 하나.  콩깍지건 뭐건 그대로였으면 더 좋았을텐데 사람에 대한 마음이 내가 맘먹는다고 의도적으로 감정이 생겨나는건 아니더라.

어제 연주회 끝나고 캔디랑 여러 얘기를 나누면서, 스물몇살 시절에 날 좋아하던 사람을, 만나서 차마시고 인사하고 돌아서서 가는 그 뒷모습을 우연히 돌아보게 되었는데, 단지 그 뒷모습이 순간 너무 싫어져서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는 말을 하며, 사람이(그당시의 나 -_-;;)  어떻게 그렇게 단순한 이유로 사람을 싫어할 수 있는지 너무 얄팍한 존재였다고 스스로를 자책하자, 변심엔 수많은 이유가 잠재되어 있었는데 그 순간 표면화된것 뿐이었을거라고 자책하지말라는 위로의 말을 들었다.

그 이후 난 누구든 내 뒷모습을 보는거 무척 싫어한다. 찔리는게 있는게지. 흠.


3. 아들의 커피

공부할 분량이 부쩍 많아진 아들이 혼자 커피를 만들어마시기 시작했다. 시카고와 서울에서 동시에 아마존닷컴을 띄워놓고 커피메이커를 고르고 그라인더를 골랐다. 서울에선 제손으로 인스턴트커피도 만들어 본적이 없던 아이다. 집에 에소기계없을때조차 내가 수동으로 거품낸 우유얹어진 카푸치노 마시던 애였는데.. 이제 커피도 독립중이다. 가끔 짧은 질문들이 온다.

[엄마. 커피를 곱게 갈면 적은 양으로 진한 커피를 뽑을 수 있어요?]
[아니. 그렇게하면 맛없는 커피가 될꺼야..에스프레소기계가 아니니까 coarse쪽으로 7~8정도에 놓고, 갈아진 원두가 깨알만한 정도가 되게 분쇄해서 드립을 하렴]

[엄마. 리나가 내가 커피메이커 산 걸 보고, 자기가 선물받은 맛있는 커피를 특별히 많이 갈아놨다고 그거 마시라는데..미리 갈아놔서 향도 다 빠지고..어쩌지? 리나가 나한테 칭찬받고 싶은 얼굴로 그 말 했는데..커피에서 담뱃재냄새나요..]
[리나가 할머니라서 커피는 잘 모를 수도 있지..너무 아껴 둔, 오래된 커피인가보다. 어쩌냐..성의를 봐서 한 잔만 마셔..한모금만 마시고 안볼때 버리든가...-_-]

울 아들에게 신선한 원두로 커피 만들어주고싶다.. 보고싶다.


4. 집착

쿨한듯한 말과 표정으로 교묘하게 포장하고있지만, 실은 뭔가에 집착하기 시작하면 그 깊이가 도를 넘어서는 경우가 많아서 왠만하면 집착이 시작되지 않도록 매사에 조심조심 살고있다. 집착하기 시작하면 그생각이 풍선처럼 커지고 커지다가 마침내는 애드벌룬만한 집착이 생기면서 날 집어 삼키기때문에 주변도 보이지도 않고 난 그 애드벌룬속에서 그벽만 쳐다보며 스스로를 너무너무 괴롭히다가 어느 순간 송곳을 집어들고 푹 찔러선 그 집착과함께 푸쉬쉬 꺼져버리고만다. 내집착은 날 통째로 잡아먹는다. 그와중에 그나마 다행인건, 그 대상이 사람일경우에 상대방은 이 집착의 실체를 다는 모른채 지나간다는 정도? 집착, 무서운넘..





Nina



니나처럼 살고'싶었던' 여자가 있었습니다. '니나'라는 이름을 좋아했으나 자신과 니나가 너무 동떨어진 인물이라는 생각에 그 이름을 한동안 쓸 수 없었습니다. 'chickweed'라는 아이디가, 이름으로 부르기에는 좀 힘겨운것 같아 다시 니나를 데려옵니다.

티스토리는 아이디와 필명을 따로 쓸 수가 없는 시스템이네요. 제가 만든 싸이트도 아닌데 제입맛대로 해달라할수도 없고 하여 좀 이상한감이 없잖아있지만 아이디앞에 'Nina'를 붙일려구요. 이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그런말도 있잖아요..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때 그는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____^

니나는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의 그 니나입니다.
백만년전에 쓰던 블로그, 유니텔 유니빌리지 시절의 글을 포스트박스로 옮길때 몇개 저장해두었었던 제 글을 퍼왔습니다. 여기 가끔 들러주는 10th, cello..유니빌리지 시절의 나의 이웃에 옹기종이 모여살던 친구들.. 저, 너무 오래 살았나봅니다. 다 백만년전 추억입니다.  



제 목 : 생의 한가운데를 읽고..
게시번호 : 12  분 류 : 기타
게 시 일 : 2000/01/30 16:07:03 크 기 : 4.9K
조회횟수 : 23 추천횟수 : 1


이 글은 친구에게 보냈던 편지입니다.
책을 읽고 나서 같이 느끼고 싶어, 보냈던 적이 있습니다.
이 곳을 방문하는 저의 친구들과 지금쯤 다시 한번, 함께 읽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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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제 린저의 대표적인 소설이란다, 알고 있겠지만. 전혜린이 번역한 것을 읽을 때가 제일 즐거웠어. 지금 보는 책은 문고판 책으로 책장은 누렇게 변했지만 나의 손때가 묻은 책이지.

이 작품에서는 주인공이 참다운 사랑을 찾아 헤매며 겪는 마음의 행로, 결혼과 출산의 기쁨과 고통, 희망과 절망, 삶에 대한 우수와 무서운 집념 따위가 주인공 자신의 고백과 근 이십년간 주인공의 성장과 발전을 지켜보며 주인공을 사랑해 온 한 의사의 일기체 형식의 기록이 수십년만에 만난 주인공의 언니의 눈을 통해서 전개된단다.

그러니까 주인공인 니나 부슈만 자신의 고백과 18년간 니나를 지켜보며 그녀에게 전생애를 건 대학 교수 슈타인의 기록들이야. 난, 루이제 린저의 글분위기도 좋거니와 니나의 자유로운 정신세계에 대한 동경으로 이 책을 무척 많이 읽었어. 십여년전에 밑줄 그어 놓은 부분들이 아직도 날 감동시켜.

지금부터는 옮겨적을께. 내가 다시 읽고 싶은 부분들만.그게 싫다면, 이편지를 덮고, 서점에 가서, 한권 사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렴. 자...그럼..



..전 이 풍요와 포만 상태를 견딜 수 없습니다. 자연 속에는 정지 상태, 아무런 그리움도 없는 그런 상태뿐입니다. 때문에 전 완전히 텅비고 피곤합니다. 제 자신이 무가치하게 느껴집니다. 가끔 저는 아직 만물이 텅 비고 잿빛에 싸인 첫새벽에 잠이 깨곤 합니다. 그럴 때면 전 불안, 목이 죄는 듯한 불안에 젖습니다. 삶에 대한 불안, 살아야만 된다는 것에 대한 불안을 느낍니다. 그럴때면 어떤 위대한 것에 대한 상념도 제겐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사람은 이런 불안과 더불어 완전 혼자입니다.

..사람은 한없이 행복할 때만 죽어야 좋은 건지도 몰라..

..전에는 삶이 아주 투명하고 공개적이며, 슈타인이 쓴대로 통제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 밝은 한낮에 햇빛 속을 똑바로 걸어 갈 수 있고, 우리가 알고 있고 원하는 모든 것을 사람들의 얼굴을 향해 소리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

..우울은 인식의 시초에 불과해. 그런데 세상에는 가짜 우울도 있어. 언니는 사람들의 두 눈을 봐야 해. 많은 사람들의 눈에는 우울이 표면에만 떠있고, 고의나 감상에 불과해. 정말로 우울한 눈은 겉에 활기 아니면 주의력 또는 바쁜 빛이 어려 있어. 그러나 그것은 베일에 불과할 뿐, 그 뒤에는 무대가 있는데, 보통은 보이지 않고, 이따금 막이 열리게 되면, 그 뒤가 어둡다는 걸, 그리고 거기 한 인간이 아무런 분노도 없이 앉아 있다는 걸 알게 되지.

..이따금 모든 것을 걸지 못하는 삶이라면 가치가 없어.

.......난, 늙어 가는게 기뻐. 누구든 의욕이 없어지면, 늙기 시작하는 거야. 지금 나는 하나도 놀랄 것이 없는 존재가 되었어. 그리고 삶은 끝없는 초원이 아니라, 그 속에서 내가 최선을 다해야 하는 사방의 벽이 있는 공간이야.

..넌, 자신을 너의 수많은 자아들 중의 어느 하나에 고정하지 않았잖아. 너에겐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었던 거야.오, 맙소사. 니나가 소리쳤다. 바로 그게 문제야. 나는 삶 한가운데서 헤매고 있어. 마치 집시 여자같이.

..기록한다는 것은 무자비하게 날카롭게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본다는 걸 의미한다. 니나는 자신도 어쩌지 못하고 거의 짐작조차 못하는 무서운 재능을 갖고 있다. 니나는..다른 사람에게 결단을 요구한다.

..아내는 선량하고 총명했던 것 같아. 하지만 간호부처럼 정확하고 친절하면서도 남자들에게 꿈을 줄 수 없는 그런 여자 중의 하나였던가 봐. 이해하겠어? 세상엔 그런 여자들이 많이 있어.(정말 이런 여자가 될까봐 두렵다)

..고통의 바로 한가운데 그 고통이 아무리 격렬해도 다다르지 못하는 바람막이 장소가 있어. 그리고 그 자리엔 일종의 기쁨이 자리잡고 있어. 아니, 어쩌면 승리에 넘친 긍정이라고 부르는 게 더 좋을지 모르지. (그래서 뭐든지 견뎌낼 수 있다고, 나도 생각해)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 얘기해서는 안됩니다. 순수한 이기주의에서라도 말이에요. 마음을 털어놓고 나면 더욱 가난해지고 곱절로 고독해지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털어 놓을 수록 그 사람과 더욱 가까와진다고 믿는 것은 환상입니다. 침묵의 일치밖에 다른 접근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친구야.
계속할까? 아님 관둘까? 오늘은 이만 쓸께. 잘지내.


 

 

 

딸의 남자친구에 대처하는 아빠들의 자세.






딸아이의 미래에 생길지도 모르는 남자친구에 대한 아빠들의 원인모를 적개심은 그 근거가 어디인지는 모르겠으나, 가까운 예로 큰애가 남자친구가 있을때 남편의 태도는 가히 가관이었다.


아이가 내 옷을 빌려입고 나가는데..엄마옷이니 기본적으로 얌전한 티셔츠였는데, 입술라인 티셔츠라서 어깨부분이 한쪽으로 오프숄더가 될 수 있는 스타일이었는데, 외출하는 아이를 현관에서 불러세워선 결국엔 옷을 갈아입고 나가게 했던 전적이 있고, 절대 남의 자존심을 고의로 건드리는 법이 없는 사람인데 큰애의 증언으론 그 남자친구애한테 상처줄려고 작정하고 뎀비는 사람처럼 보였다한다. 그이후로 큰애가 다짐한 한가지가 청혼을 받지않는 이상 절대 남자친구를 아빠에게 소개하지 않겠다는 거.


사촌여동생은 인형같이 생긴 예쁜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그아이의 아빠인 제부는 아이가 4살일때부터 이다음에 아빠랑 계속 살건지 결혼을 할껀지를 저녁마다 물어본다고 했다. 아이가 아빠랑 살꺼라고 말하면 만족해하며 남자친구가 생겨도 아빠를 더 좋아해야한다고 다짐시키곤 한단다. 4살짜리 딸아이에 대한 아빠의 철저한 조기교육.


우리 작은애가 지친구들이랑 미래에 대한 실없는 소리들을 하다가 결혼을 해서 딸을 낳게되면 통금을 정해야하지 않을까라는 얘기가 나왔고, 우리 작은애가 미래에 생길지말지도 모를 자기딸에 대한 통금시간으로 정한 시간은 오후 3시. 친구라는 녀석들은 처음엔 좀 심한거아니냐고 말하더니, 우리의 머리속이 어떤 지 생각해보라는 말에 다들 동의했대나 뭐래나.


큰애가 학교에서 선후배 친구들과 얘기하다가 남자친구에 대한 아빠의 이해할 수 없는, 미묘한 적개심에 대해 힘들다고 토로했을때 그자리에 있던 남자선배하나는 딸아이를 갖게되면 보호차원에서 지리산으로 들어가서 살꺼라고 하더란다. 그러고도 남자친구가 생겨서 소개한다고 데려오면 일단 맞고 시작하자고 말할꺼라고도 했다고. 그 시점까지 그 딸아이에게 했을 모든 종류의 스킨쉽에 대한 응징으로. 그러면서 너네아빠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니 불만을 갖지말도록 하라는 준엄한 충고가 곁들여졌다고.


딸가진 아빠들, 또는 딸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고 상상하는 미래의 아빠들,  왠지 아빠들이 더 귀엽습니다..^^












代案





나를 어디론가 처박아버리거나 내다버리고 싶은데 그럴 수 없을 때 할 수 있는 일들을 한가지씩 하고있다.


블로그를 뒤져서 마뜩찮았던 글들을 정리해서 버리기.
두개세트였으나 하나만 남은 컵들을 버리기.
장농속을 정리하고 버리기.
집안을 정리하고 버리기.
마루바닥을 빡빡 닦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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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다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