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na



니나처럼 살고'싶었던' 여자가 있었습니다. '니나'라는 이름을 좋아했으나 자신과 니나가 너무 동떨어진 인물이라는 생각에 그 이름을 한동안 쓸 수 없었습니다. 'chickweed'라는 아이디가, 이름으로 부르기에는 좀 힘겨운것 같아 다시 니나를 데려옵니다.

티스토리는 아이디와 필명을 따로 쓸 수가 없는 시스템이네요. 제가 만든 싸이트도 아닌데 제입맛대로 해달라할수도 없고 하여 좀 이상한감이 없잖아있지만 아이디앞에 'Nina'를 붙일려구요. 이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그런말도 있잖아요..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때 그는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____^

니나는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의 그 니나입니다.
백만년전에 쓰던 블로그, 유니텔 유니빌리지 시절의 글을 포스트박스로 옮길때 몇개 저장해두었었던 제 글을 퍼왔습니다. 여기 가끔 들러주는 10th, cello..유니빌리지 시절의 나의 이웃에 옹기종이 모여살던 친구들.. 저, 너무 오래 살았나봅니다. 다 백만년전 추억입니다.  



제 목 : 생의 한가운데를 읽고..
게시번호 : 12  분 류 : 기타
게 시 일 : 2000/01/30 16:07:03 크 기 : 4.9K
조회횟수 : 23 추천횟수 : 1


이 글은 친구에게 보냈던 편지입니다.
책을 읽고 나서 같이 느끼고 싶어, 보냈던 적이 있습니다.
이 곳을 방문하는 저의 친구들과 지금쯤 다시 한번, 함께 읽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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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제 린저의 대표적인 소설이란다, 알고 있겠지만. 전혜린이 번역한 것을 읽을 때가 제일 즐거웠어. 지금 보는 책은 문고판 책으로 책장은 누렇게 변했지만 나의 손때가 묻은 책이지.

이 작품에서는 주인공이 참다운 사랑을 찾아 헤매며 겪는 마음의 행로, 결혼과 출산의 기쁨과 고통, 희망과 절망, 삶에 대한 우수와 무서운 집념 따위가 주인공 자신의 고백과 근 이십년간 주인공의 성장과 발전을 지켜보며 주인공을 사랑해 온 한 의사의 일기체 형식의 기록이 수십년만에 만난 주인공의 언니의 눈을 통해서 전개된단다.

그러니까 주인공인 니나 부슈만 자신의 고백과 18년간 니나를 지켜보며 그녀에게 전생애를 건 대학 교수 슈타인의 기록들이야. 난, 루이제 린저의 글분위기도 좋거니와 니나의 자유로운 정신세계에 대한 동경으로 이 책을 무척 많이 읽었어. 십여년전에 밑줄 그어 놓은 부분들이 아직도 날 감동시켜.

지금부터는 옮겨적을께. 내가 다시 읽고 싶은 부분들만.그게 싫다면, 이편지를 덮고, 서점에 가서, 한권 사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렴. 자...그럼..



..전 이 풍요와 포만 상태를 견딜 수 없습니다. 자연 속에는 정지 상태, 아무런 그리움도 없는 그런 상태뿐입니다. 때문에 전 완전히 텅비고 피곤합니다. 제 자신이 무가치하게 느껴집니다. 가끔 저는 아직 만물이 텅 비고 잿빛에 싸인 첫새벽에 잠이 깨곤 합니다. 그럴 때면 전 불안, 목이 죄는 듯한 불안에 젖습니다. 삶에 대한 불안, 살아야만 된다는 것에 대한 불안을 느낍니다. 그럴때면 어떤 위대한 것에 대한 상념도 제겐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사람은 이런 불안과 더불어 완전 혼자입니다.

..사람은 한없이 행복할 때만 죽어야 좋은 건지도 몰라..

..전에는 삶이 아주 투명하고 공개적이며, 슈타인이 쓴대로 통제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 밝은 한낮에 햇빛 속을 똑바로 걸어 갈 수 있고, 우리가 알고 있고 원하는 모든 것을 사람들의 얼굴을 향해 소리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

..우울은 인식의 시초에 불과해. 그런데 세상에는 가짜 우울도 있어. 언니는 사람들의 두 눈을 봐야 해. 많은 사람들의 눈에는 우울이 표면에만 떠있고, 고의나 감상에 불과해. 정말로 우울한 눈은 겉에 활기 아니면 주의력 또는 바쁜 빛이 어려 있어. 그러나 그것은 베일에 불과할 뿐, 그 뒤에는 무대가 있는데, 보통은 보이지 않고, 이따금 막이 열리게 되면, 그 뒤가 어둡다는 걸, 그리고 거기 한 인간이 아무런 분노도 없이 앉아 있다는 걸 알게 되지.

..이따금 모든 것을 걸지 못하는 삶이라면 가치가 없어.

.......난, 늙어 가는게 기뻐. 누구든 의욕이 없어지면, 늙기 시작하는 거야. 지금 나는 하나도 놀랄 것이 없는 존재가 되었어. 그리고 삶은 끝없는 초원이 아니라, 그 속에서 내가 최선을 다해야 하는 사방의 벽이 있는 공간이야.

..넌, 자신을 너의 수많은 자아들 중의 어느 하나에 고정하지 않았잖아. 너에겐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었던 거야.오, 맙소사. 니나가 소리쳤다. 바로 그게 문제야. 나는 삶 한가운데서 헤매고 있어. 마치 집시 여자같이.

..기록한다는 것은 무자비하게 날카롭게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본다는 걸 의미한다. 니나는 자신도 어쩌지 못하고 거의 짐작조차 못하는 무서운 재능을 갖고 있다. 니나는..다른 사람에게 결단을 요구한다.

..아내는 선량하고 총명했던 것 같아. 하지만 간호부처럼 정확하고 친절하면서도 남자들에게 꿈을 줄 수 없는 그런 여자 중의 하나였던가 봐. 이해하겠어? 세상엔 그런 여자들이 많이 있어.(정말 이런 여자가 될까봐 두렵다)

..고통의 바로 한가운데 그 고통이 아무리 격렬해도 다다르지 못하는 바람막이 장소가 있어. 그리고 그 자리엔 일종의 기쁨이 자리잡고 있어. 아니, 어쩌면 승리에 넘친 긍정이라고 부르는 게 더 좋을지 모르지. (그래서 뭐든지 견뎌낼 수 있다고, 나도 생각해)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 얘기해서는 안됩니다. 순수한 이기주의에서라도 말이에요. 마음을 털어놓고 나면 더욱 가난해지고 곱절로 고독해지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털어 놓을 수록 그 사람과 더욱 가까와진다고 믿는 것은 환상입니다. 침묵의 일치밖에 다른 접근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친구야.
계속할까? 아님 관둘까? 오늘은 이만 쓸께. 잘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