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의 수다



1. 음악회

어제는 똘비악의 <플루트 앙상블 "네프"> 정기 연주회에 캔디랑 같이 가서 플룻연주를 들었다. 음악감독으로 연주회를 주도하고 있는 친구를 보는 느낌은 자랑스러움과 뿌듯함, 음악이 주는 위안 등등으로 감정이 훨씬 말랑말랑 해지는 그런 봄밤이랄까.

음악은, 눈으로 보고 머리와 가슴으로 느끼는 미술감상과는 또다른 느낌으로, 세포 하나하나 속으로 모든 음들이 깊숙히 들어와 나를 어루만지고 위로하는 느낌이어서  언제나 경직된 내 몸맘이 풀어진다. 팝송이든 가요든 다 마찬가지인데 그게 현장에서 듣는 클래식이면 훨씬 강렬한 큰 위로로 다가온다.

지난 목요일엔 디오티마가 예술의전당 11시음악회를 미리 예매해둔 덕분에 오랜만에 오케스트라 연주도 들었다. 중간에 사라사테의 '찌고이네르바이젠'이 연주됐는데..전율이..비바람이 몰아치는 차안에서 찌고이네르바이젠을 듣고 또 들었던 그 기억이 났다. 그땐 슬플때였다.


2. 변심

한 친구에 대해, 오랫동안 내눈에 씌여있던 콩깍지가 벗겨지며 그 친구가 하는 말들이 액면그대로 내게 보이기 시작하자..내마음이 달라지는 느낌을 시시각각으로 받았다.  變心의 실시간 체험이었다.  최근 가장 슬픈 일 중 하나.  콩깍지건 뭐건 그대로였으면 더 좋았을텐데 사람에 대한 마음이 내가 맘먹는다고 의도적으로 감정이 생겨나는건 아니더라.

어제 연주회 끝나고 캔디랑 여러 얘기를 나누면서, 스물몇살 시절에 날 좋아하던 사람을, 만나서 차마시고 인사하고 돌아서서 가는 그 뒷모습을 우연히 돌아보게 되었는데, 단지 그 뒷모습이 순간 너무 싫어져서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는 말을 하며, 사람이(그당시의 나 -_-;;)  어떻게 그렇게 단순한 이유로 사람을 싫어할 수 있는지 너무 얄팍한 존재였다고 스스로를 자책하자, 변심엔 수많은 이유가 잠재되어 있었는데 그 순간 표면화된것 뿐이었을거라고 자책하지말라는 위로의 말을 들었다.

그 이후 난 누구든 내 뒷모습을 보는거 무척 싫어한다. 찔리는게 있는게지. 흠.


3. 아들의 커피

공부할 분량이 부쩍 많아진 아들이 혼자 커피를 만들어마시기 시작했다. 시카고와 서울에서 동시에 아마존닷컴을 띄워놓고 커피메이커를 고르고 그라인더를 골랐다. 서울에선 제손으로 인스턴트커피도 만들어 본적이 없던 아이다. 집에 에소기계없을때조차 내가 수동으로 거품낸 우유얹어진 카푸치노 마시던 애였는데.. 이제 커피도 독립중이다. 가끔 짧은 질문들이 온다.

[엄마. 커피를 곱게 갈면 적은 양으로 진한 커피를 뽑을 수 있어요?]
[아니. 그렇게하면 맛없는 커피가 될꺼야..에스프레소기계가 아니니까 coarse쪽으로 7~8정도에 놓고, 갈아진 원두가 깨알만한 정도가 되게 분쇄해서 드립을 하렴]

[엄마. 리나가 내가 커피메이커 산 걸 보고, 자기가 선물받은 맛있는 커피를 특별히 많이 갈아놨다고 그거 마시라는데..미리 갈아놔서 향도 다 빠지고..어쩌지? 리나가 나한테 칭찬받고 싶은 얼굴로 그 말 했는데..커피에서 담뱃재냄새나요..]
[리나가 할머니라서 커피는 잘 모를 수도 있지..너무 아껴 둔, 오래된 커피인가보다. 어쩌냐..성의를 봐서 한 잔만 마셔..한모금만 마시고 안볼때 버리든가...-_-]

울 아들에게 신선한 원두로 커피 만들어주고싶다.. 보고싶다.


4. 집착

쿨한듯한 말과 표정으로 교묘하게 포장하고있지만, 실은 뭔가에 집착하기 시작하면 그 깊이가 도를 넘어서는 경우가 많아서 왠만하면 집착이 시작되지 않도록 매사에 조심조심 살고있다. 집착하기 시작하면 그생각이 풍선처럼 커지고 커지다가 마침내는 애드벌룬만한 집착이 생기면서 날 집어 삼키기때문에 주변도 보이지도 않고 난 그 애드벌룬속에서 그벽만 쳐다보며 스스로를 너무너무 괴롭히다가 어느 순간 송곳을 집어들고 푹 찔러선 그 집착과함께 푸쉬쉬 꺼져버리고만다. 내집착은 날 통째로 잡아먹는다. 그와중에 그나마 다행인건, 그 대상이 사람일경우에 상대방은 이 집착의 실체를 다는 모른채 지나간다는 정도? 집착, 무서운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