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지점



아침에 아파트단지내 작은 헬쓰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데, 작은애한테서 전화가왔다. 엄마는 운동중...이라고 얘기했더니, 그동안 거기서 자기가 한 운동의 성과를 얘기해주는데, 150파운드(68kg?)로 몸무게를 낮췄으며 근력운동 많이해서 슬림해졌다고..나한테도 근력운동부터 꼭 30분정도 먼저하고 유산소로 나머지 시간 채우고, 운동하고 오자마자 30분이내에 프로틴 먹으라고 잔소리를 한다. 짜식..많이 컸네.


그리고 운동할때 반드시 실패지점까지 하라고도 얘기를 한다. 야...그건 너 운동 시작했을때 내가 너한테 해준 얘기거든? 작은애가 운동을 처음 시작할때 트레이너를 붙여줬었다. 제대로 운동시키는 코치였고, 음식관리도 철저히시켰다. 나도 같은 피트니스에 등록하여 운동을 하던 와중이어서 처음에 나한테 OT해주는걸 보고 내가 작은애 PT로 찍어뒀다가 붙여준거였다. 그때 작은 애가 처음엔 운동을 버거워하면서 완전 탈진상태인데 트레이너가 자!! 마지막 한개 더!!! 하고 외치면 그걸 해야하는데, 그때가 가장 죽을 맛이라고 했었다. 얘야..그 마지막 한개 더! 에서 완전 소진해야 근육이 제대로 붙는거지.


인생도 그렇단다. 너무 거창하다고?  천만에.  인생 살아봐라.  뭐가됐든 감정적으로 바닥을 치고나면 세상이 달라보인단다.  못할것도 없고, 몸사릴일도 없지.  더나빠질것도 없으니 맘이 고요해지고 세상만사를 한발 물러나서 바라볼 수 있게된단다. 그리고 뭔가를 잃는다해도 그건 그순간 아무리 암담하게 느껴져도 결코 전부를 잃는건 아니란다.  중요한 건, 살아있다는거지.  살아있다면, 전부를 잃는법은 없는거야.


작은애도 조금은 알 지도 모른다. 작은애가 고1때, 정말 좋아하던 여자애한테 실연을 당했었다. 개방적이어서 왠만한건 아이들의 애정사까지도 대충 알고지내던 참이었는데 그때 작은애가 상심하던 모습을 보는건 참 괴로운 일이었다. 덩치가 커다란 애가 밥도 못먹고 침대에 누워 탈진상태로 있는데 조심스럽게 위로의 말을 건네자 내 품에 안겨 아무말도 못하고 엉엉 울던 기억이난다. 작은애때문에 한동안 우리집에선 미장센 샴푸를 못썼었다. 그 여자애의 향기가 작은애를 괴롭혀서, 그 제품, 다 퇴출이었었다. 세월이 지나 슬며시 그 샴푸를 다시 비치했을때 아무렇지도 않은 아이의 모습에서 그제서야 극복했음을 감지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젠 여자보는 눈이 1cm쯤 자란것도 같고.


실패지점에 이르러 본다는 것은, 완전 탈진 상태가 된다는 것은, 근육을 키우기 위해 운동을 할때나 살면서 감정적으로 바닥을 치는것과 전혀 다르지않다는게 나의 지론이랄까. 별다른 굴곡없이 사는게 좀 더 낫다는 생각은 하지만, 감정적인 실패지점에 이르렀다고해서 그게 결코 절망적이지만은 않다고 난 생각한다. 살아가며 실패하는것에 대해 그닥 망설이거나 두려울게 없어진다는 점에서 나쁘지않다.


p.s.
혼자서 운동하며 실패지점까지 이르기는 쉽지않다. 아무리 힘든척해도 페이크일때가 많다. 스스로를 속이는거지..이정도 무게면 더이상은 못들어..끙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