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에 간 아기 코끼리

 

 

<2005년 4월 20일 코끼리의 일기>

 

사는게 심심했어.

아직 세상구경도 제대로 못했는데,

요상스런 옷입혀서 코흘리개 꼬맹이들 앞에서 잔재주나 부리라하고.

게다가 오늘은 봄바람도 불었잖아?

바람탓인게야.

제일먼저 울타리를 뛰쳐나간 대장을 따라 그냥 동네좀 돌아본거야.

맛있는 갈비냄새가 나길래 식당에 갔던건데, 젓가락 집으려니 상이 부서진것 뿐이고,

길가던 아주머니, 배운대로 코로 악수나 하고싶었는데 넘어지시게해서 미안해요.

아산병원으로 병문안 가야하는데 안보내주네요.

세상물정모르는 아기 코끼리는 하필 방향을 경찰서쪽으로 잡아선 바로 잡혀들어갔지뭐야.

경찰서에 있으니 떡볶이 먹으며 지나가던 여자애들이 아기 코끼리를 보고 깔깔대고 웃더래.

떡볶이나 좀 나눠주지.

워커힐꽃놀이 가려던 친구는 정수장근처에서 잡혔다지?

오분만 더 걸어가면 됐었는데.

대공원 벚꽃보다 워커힐 벚꽃이 볼만하단 얘긴 누가 들려줬을까? 바람이었나?

그나저나

울타리 나오자마자 소심하게 대공원으로 돌아간 녀석,

너!! 가문의 수치야.

아직 젊은것이 모험심이 있어야쥐~

 

사는게 심심해서

가끔.. 산책하는것 뿐이야.

겨우 두번짼데 뭘그래.

 

기대해.

다음엔 절대로 경찰서쪽으로 안가고 꼭 한강까지 가서 놀다올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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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 시내에 코끼리 탈출 소동(종합)
경찰 인명피해 우려되면 총기로 사살할 방침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20일 오후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정문 옆 코끼리 공연장에서 공연단이 관리하던 코끼리 6마리가 탈출해 사람을 들이받고 인근 음식점에 들어가 난동을 부리는 등 대소동이 벌어졌다.

탈출 직후 1마리는 붙잡혀 경찰서에 유치됐으나 3마리가 음식점에 들어가 집기를 부쉈고 1마리는 골목길 가정집 안으로 들어가 정원을 짓밟았으며 나머지 1마리는 대로에서 조련사들과 대치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서는 탈출 코끼리의 출몰 지역 부근에 순찰차와 인력을 배치해 조련사들이 코끼리들을 달래도록 돕고 건물이나 차량, 사람 등에 대한 추가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

▲탈출 순간 = 어린이대공원에서는 16일 오후 3시3분께 매일 5차례 진행해오던 `코끼리 쇼'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코끼리들은 관람객들 앞에서 퍼레이드를 벌이던 도중 1마리가 갑자기 놀라 뛰기 시작하자 한꺼번에 탈주를 시작했다.

코끼리들은 어린이대공원 정문과 제2수영장 사이에 난 통로를 통해 대공원 바깥으로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현장에서 근무하는 공익근무요원이 전했다.

코끼리 공연장은 어린이대공원 정문 옆 제2수영장 부지 1천600평에 950석 규모로 조성된 곳으로, 16일부터 매일 5차례 코끼리 9마리, 라오스 민속무용단 10명, 조련사 15명으로 구성된 공연팀이 공연을 벌여왔다.

▲인근 음식점에 난입, 대소동 = 탈출한 코끼리 중 3마리는 인근 지역을 활보하다 소재가 파악돼 조련사들이 데려오던 중 근처 삼겹살집에 난입해 탁자를 부수는 등 소동을 벌였다.

음식점에서 일하던 최모(48ㆍ여)씨는 "코끼리가 우리 음식점으로 들어오기에 너무 무서워서 방석을 넣어 두는 옷장 안에 숨었다가 코끼리들이 탁자를 들이받는 등 난폭한 행동을 벌이는 틈에 몰래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이 음식점 주인은 "전화 통화를 하던 도중 길 건너편에서 코끼리가 건너오는 것을 보고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하고 어리둥절해 하며 나가 봤다. 구경하러 길가로 나갔는데 설마 우리 가게에 들어올 줄 몰랐다"고 말했다.

오후 5시 현재 조련사들은 음식점에 있는 코끼리 3마리를 달래려고 시도하고 있으며 119 구조대가 출동해 동물 마취제를 사용하려 했으나 소형 동물용이어서 이를 쓰지 못한 채 코끼리들이 진정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시민 부상, 가정집 난입 = 코끼리 1마리는 광진구 경복초등학교 근처 골목길로 난입, 세들어 사는 집 주변에서 집주인과 얘기 중이던 시민 노인순(52ㆍ여)씨를 들이받았다.

노씨는 뒷머리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고 아산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노씨와 이야기를 나누던 집주인 이혜자(64)씨는 "수도요금 고지서가 나왔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뒤를 돌아보니 언덕 쪽에서 코끼리가 다가왔다"며 "갑자기 코끼리가 코로 노씨를 들이밀어 노씨는 넘어졌고 나는 너무 무서워 달아났다"고 말했다.

이 코끼리는 인근 골목길에 다니다 낮은 담을 넘어 차고 문 셔터를 마구 부수고 광진구 구의2동 서수원(67)씨 집 정원에 들어가 소동을 벌이고 있다.

서씨의 부인 김인순(68)씨는 "외출하고 돌아와 주차하려는데 아들로부터 `옆집에 들어왔던 코끼리가 낮은 담을 넘어 우리 집 정원으로 들어왔으니 집에 들어오지 말라'는 전화가 걸려왔다"고 전했다.

서씨의 아들 서동환(35)씨는 오후 5시 15분 현재 이 집 2층에 갇혀 있는 상태이며 소방서 직원들과 조련사들은 코끼리의 다리를 쇠사슬로 묶어 두고 쇠우리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코끼리 천호대로 활보중 = 나머지 1마리는 천호대로를 활보하다 아차산사거리 근처 갈비집 앞에서 발견됐으며 오후 5시 현재 조련사들은 이 코끼리를 달래 어린이대공원으로 옮기려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