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전부터 말했잖아>

 

블로그에 대한 정보는 약간의 전염성이 있다. 나는 친구로부터 내취향일거라고 판단된 블로그를 소개받고 그 블로그의 독자가 되어 거기에 등장하는 책들을 소개받기도하고(물론, 나 혼자), 나와 같은 책을 읽고 다른 느낌일때 다시 한번 생각하기도하는데 이런경우엔 나와 동갑이거나 비슷한 연배가 운영하는 블로그일때가 많다.

 

간혹, 나는 우리 아이들의 연애(를 한다면)상황을 이해할만한 정보를 주는 <감친연>같은 블로그를 친구에게 소개하기도 하는데 드문일이긴하다. 그 블로그는 그 친구 주변에 널리 전파되었다고 들었다.

 

남의 블로그에 대해 길게 주절대며 떠든 이유는 <내가 전부터 말했잖아>를 어떤 분의 블로그에서 소개받았기때문이다. 누차 말하지만, 독후에 블로깅한것을 내가 읽으면 난 '소개받았다'는 표현을 쓰는거다.

 

<내가 전부터 말했잖아>는 위트넘치고 재밌다. 내 생각이다. 어떤 사람은 이런 내용에 전혀 공감을 못할수도있다. 가령,

 

작가는 냉장고에 '보쉬'라는 이름을 붙이고 대화도 나눈다. <오디세우스>를 냉동칸에 넣어주고 며칠뒤엔 카뮈의 <시지프의 신화>도 빌려준다. 책에 대해서도 당연히 이야기도 나눈다.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다고 징징대는 작가에게 '맥주만 축내는 울보!'라고 일갈하며 자기가 맥주를 간신히 차갑게 만들어 놓으면 누군가 와서 그 병을 꺼내가고, 대신 미지근한 맥주병을 채워놓는다며, 자긴 죽을때까지 맥주를 차갑게 만드는 일을 계속해야 할꺼라고 대꾸한다. 그렇지만 자신은 불평않고 실존주의적이고 행복한 냉장고가 되겠다고 말한다. 냉장고의 생을 긍정하고 신들을 경멸하며, 냉장을 해야한다면 냉장을 하겠다고..그것도 모든 정열과 밀도를 다해서!!

 

부조리한 상황을 호소하지만 말고 직시하라며 오늘밤에는 카뮈의 <페스트>와 <이방인>도 안에다 채워달라고..그리고 잼 유통기한이 지났으니 정리좀 해주고, 그뒤에 있는 치즈도 곰팡이 슬었더라...며 일러준다.

 

여기까지 읽다가 나는 고개를 돌려 내 냉장고를 쳐다본다.

 

음..네 이름은 '디오스'였구나..그리고 보쉬가 하는 일들을  나의 냉장고에게 일러준다. 유통기한 지났거나 곰팡이 난 치즈같은거있음 나한테 좀 귀띔해 줄 수 있겠니? 특히 냉동실에 그때그때 밀어넣어둔 수많은 비닐봉다리에 들어있는 온갖 씨앗류...콩, 깨, 대추, 땅콩....얘네들 좀 언제부터 있었는지 알려주면 고맙겠어..디오스. 네가 그 정도만 해줘도 내가 간간히 네 속을 좀 정리해 줄 수 있지 않겠니? 지금은 말야..쫌 엄두가 안나서 그러니까 며칠 잘 생각해보고 나한테 얘기 좀 해줘. 혹시 읽고 싶은 책 있으면 말해주고. 그쯤은 내가 해줄께. 알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