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傳, 내 영혼의 닭고기 스프.

 

 

 

유학가면 할 일이 공부랑 운동밖에 없다더니, 우리 작은애도 운동에 심취해서 드디어 본인이 직접 닭가슴살을 사다가 삶아먹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여기선 아무것도 해본적이 없는 아이니 닭가슴살을 고르는것부터 시작해서 삶는거 보관하는거에 대한 조언을 구하느라 전화를 열번쯤했나 싶은데.

 

[엄마. 냉장육을 사요, 냉동육을 사요?]

[가능하면 냉장육을 사면 좋지.]

[엄마. 12달러에 세조각이 들어있는데 비싼거에요?]

[글쎄..한조각 무게에 따라 다른건데..똑같으면 좀 더 비싼걸로 그냥 사..]

[엄마. 한조각이 350g정도 되는거 같은데, 그럼 이걸로 두번 먹을 수 있는데 다 삶아요?]

[한조각만 삶고, 냉동실에 넣어도 되고. 고기칸에 둘꺼면 냉장실에 둬도 돼]

[엄마. 두번 먹고 다시 삶을려고 꺼냈는데 고기가 냉동실에서 붙어버렸어요..ㅠ.ㅠ]

[고기 사이에 랩을 넣어서 얼렸어야지..이번엔 걍 두개 다 녹여서 삶아서 네번 먹으렴]

[엄마. 조금 덜 녹았는데 그냥 삶아도 돼요?]

[응. 그냥 삶아 -_-;;]

[엄마. 고기가 익은지는 어떻게 알아요?]

[찔러보면 감이 오는데..넌 모를테니까 꺼내서 식힌뒤에 잘라봐서 속까지 익었으면 돼]

[엄마..속이 생살 같이보여..]

[더 삶아...-_-;;]

 

그렇게 고기를 삶으면서 통화가 이어졌는데..다시 전화가 왔다.

 

[엄마...내 닭가슴살이..ㅋㅋㅋㅋ...치킨 스프가 되고있어..ㅋㅋㅋㅋ]

[뭔말이야..]

 

 

작은애의 하숙집 아줌마는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라서 그거때문에 아들아이가 좀 더 안정적이게 맛있는 요리를 얻어먹고 사는데.. 작은애가 닭을 삶고 있으니 와서 그게 뭐냐고 묻더란다.

 

닮가슴살 삶는거라고 대답했더니 뭘 넣고 삶고 있냐고, 맹물에 삶는거라고..그럼 그 닭을 어떻게 먹을 거냐고..다 익으면 건져서 그냥 먹는거라고..그럼 너무 맛이 없을 거라고 걱정..괜찮다고 하는 아들아이 말에, 그럼 그 국물은 어떡할꺼냐고..버릴꺼라고..이쯤에서 갑자기 아줌마가 그 아까운 국물을 왜버리냐고 하더니..비켜보라고..내가 맛있게 해서 주겠다며 온갖 야채를 썰어넣고 닭고기 스프를 끓이기 시작.

 

다이이트를 위해 무염의 닭가슴살을 먹어야한다고 설명을 했는데도, 시끄럽다고..넌 지금도 말랐다고, 여자애들처럼 젓가락이 되고 싶은거냐고...그러면서 꿋꿋하게 닭고기 스프를 끓이고 있는데, 엄마, 정말 맛있는 냄새가 나요..ㅋㅋㅋ

 

우리 아들은 다음 날 아침 닭고기 스프에 햇반을 데워 밥말아서 든든히 먹고 학교갔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리나..고마워요.

닭고기 스프는, 먹는 아들 말고도 그 아들의 엄마의 영혼까지도 따뜻하게 해주는 요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