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하고 사소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계속 잠자고있는 상태였으면 좋겠다.

잠을 설핏 자고 눈을 떠도 몸을 움직이고 싶지 않다.

그대로 다시 잠들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꼼짝도 않고 그 자세를 유지해본다.

심각하게 피곤함을 느낀다싶더니 온몸 여기저기에 알러지 반응이 나타났다. 의사가 음식때문은 아니라고했다.

그래도 배는 고프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뭔가를 먹고싶지않다. 배고프니 잠이 안와서 식빵을 조금 뜯어먹고 약을 먹고 보리차를 마셨다.

다시 누워서 잠을 잤다.

 

오후가 되었다.

큰애가 내 상태를 보더니 뭔가를 시켜먹자고 제안을 해온다.

뭔가를 시키는건 환영. 저녁때까지 가족들 먹을 거 안만들어놔도 되니까.

 

오후엔 수업도 많다.

수업을 취소할까 잠시 고민해본다. 문제를 설명 할 수있을까? 수학문제 풀 수있을까...?

나같은 일을 하는 사람은 수업을 두세번쯤 취소하면 자동으로 실업자가 될 수있다.

더 이상 학생을 맡기지 않을 것이기때문에.

수업을 취소한다는건 일을 계속할지말지를 결정하는 문제이므로 계속 망설망설 생각만 하게된다.

그러다가 시간이 되면 자동인형처럼 일어나 서재로 가서 수업을 하고 시간이 지나가고 그렇게 하루가 지나간다.

 

가끔 있는 일이다.

달라진 점이라면 이제 철이 좀 들어서 블로그를 닫지않고 여기에대고 주절주절 떠들어대고,

이번주만 이렇게 보내고 다음주부턴 운동도해보겠다고 생각 한다는거?

많이 달라지긴 했네.

 

이유없는 무기력증은 아니다.

내자신이 가지가지로 마뜩찮아서이다.

자존감도 낮은데..상황은 모든게 안좋고 싫다.

 

누워서 잠을 기다리며 티비 영화 한 편을 보게되었다.

<로맨틱 크라운>

톰 행크스와 줄리아 로버츠가 나왔다.

몇년도 영화인지 모르겠으나 톰행크스가 많이 늙었다. 로맨틱하기엔 할아버지같다.

나를 보는것 같다. 나도 요즘 부쩍 늙어버렸다.

줄리아로버츠는 톰 행크스에 비하면 그여자만 세월이 비껴갔나 싶을정도로 여전하다. 마르고 예쁘고.

영화에 집중을 못하고 그런 생각을 하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둘이 키스하고 있었다. 쳇.

 

그런 날이다.

무기력증과 씨름하다 일어나 블로깅을 하는, 그런 날.

 

생각할 수록 한심하다.  난 어쩜 이렇게 사소한 인생을 살게 된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