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常茶飯事'에 해당되는 글 125

  1. 2011.05.22 친구들
  2. 2011.05.10 <써니>
  3. 2010.11.11 한 층만 내려가면,
  4. 2010.11.11 걷거나 버리거나
  5. 2010.10.23 스타일
  6. 2010.10.15 상상
  7. 2010.10.15 강변걷기
  8. 2010.08.26 이런저런 나날들.
  9. 2010.08.01 쉼.
  10. 2010.07.13 여름, 이것저것. 2
  11. 2010.07.06 나도 한때는,
  12. 2010.05.15 Laugh until I cry 6
  13. 2010.04.21 요즘,
  14. 2010.04.06 소소한 즐거움 2
  15. 2010.04.02 버킷리스트 4
  16. 2010.03.24 요즘.
  17. 2010.03.03 견뎌내기 2
  18. 2010.01.31 정리정돈 2
  19. 2010.01.17 선물
  20. 2009.12.27 연휴 2
  21. 2009.12.05 남자애들이란. 2
  22. 2009.11.09 엄마. 2
  23. 2009.11.06 만인의 연인 4
  24. 2009.10.31 중독 5
  25. 2009.10.09 이음동의어?
  26. 2009.10.04 친구 8
  27. 2009.09.27 투덜이의 변. 4
  28. 2009.09.19 대화
  29. 2009.09.17 오후 세시 반. 3
  30. 2009.09.01 어려운 수업을 맡게 되었다. 7

친구들



오후엔 할 일이 없었다.
영화를 볼까하다가 그냥 운동하러갔다.
간만에 정석대로 스트레칭->상체운동 몇가지를 15회씩 3세트->유산소...이러고있는데
친구에게서 문자가 온다.


[수업 많니?]
[아니. 운동중인데? 왜? 오늘 모임있어? 난 무조건 갈께^^]


운동하던거 바로 멈추고 친구들에게 갔다.
얘네도 다른동네 있다가 우리집 근처로 장소를 옮겼다.


모여선 또다른 친구들을 불러내기 시작한다.
한명이 친정에 오는길이라며 곧오겠다는 연락이 온다.


한국에 들어온지 몇년됐는데 한번도 못본 친구에게도 전화를 한다.
이번 주말이 바빠서 여의도에서 야근중이란다. 패스.


또다른 친구에게 전화를 한다.
천안으로 이사를 했단다. 차마 오란소릴 못하고 패스.


이동네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 인천에 있단다.


[그만 마치고 집에 오지그래? 거의 다 오면 전화해]


한명씩 불러낸 친구들 다섯이 옛날얘기, 요즘 얘기하며 한잔한다.
요즘 내가 자주 하는 말을 얘네들한테도 또한다.


[얘들아, 쾌락의 세가지 조건이 우정과 자유와 사색이래..2,3번은 니네 각자 알아서 하고 1번을 위해서 앞으로도 부르면 바로 나오렴^^]


갑자기 모였는데도 역시 편안한 친구들이다. 세월의 힘이란 역시..








<써니>


나의 아이들이, 카네이션초를 꽂은 예쁜 케익도 준비해주고 (사랑스러운 녀석들)


 


 

영화에 대해서 일가견이 있는 큰애가  이 영화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영화는 아무기대없이 봤는데 소재가 뜻밖이었고, 재밌었다.


여자들 얘기라서 남편이 얼마나 공감했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때는 칠공주파 아니더라도 디제이가 있는 곳에서 차도 마셨고 내경우는 명동에 있는 심포니라는 음악감상실에서 음악도 들었다. 여고 축제때에는 당연히 합창대회도 있었고 시화전에 남학생들이 와서 장미꽃을 꽃아주기도했다. 여기에 삽입된 음악들을 귀가 닳도록 들었으며 당근, 이종환아저씨에게 엽서도 보냈다. 정성껏. 여러장을 이어붙이기까지 한 적도 있었다. 눈에 띄라고. 하하.


공부한다고 모여서 친구아버지 장식장에 진열된 위스키도 한잔 몰래 따라 마셨고, 무대에 서기위해 춤연습을 한적은 없지만 그 음악들에 맞춰 <코파카바나>에서 디스코를 췄다. 이건 대학초년생때 얘기지만. 영화의 배경이 된 그시절즈음엔 거리 곳곳에 항상 시위가 있었고, 골목을 돌아서면 방패뒤에 줄지어 앉아있는  전경들과 마주치기 일쑤였고 시위대 근처를 지나가다가 함께 닭장차에 잡혀들어갈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하이힐을 벗어들고 뛰어야할때가 부지기수였다. 우리 학교안에선 잡히면 묻지도 않고 끌고 갔고.


사전 정보없이 '괜찮은 영화'라는 귀띔만으로 영화관을 찾아갔다가 가장 감동 받았던 영화는<와이키키브라더스>였는데, 그 이후 항상 이런저런 정보를 가지고 봐서 그런지 보통은 그냥저냥 봤었는데 <써니>는 아무 생각없이 봐서 그런지 좋았다.


우울한 시대지만 경쾌하게 가볍게 그렸는데 난 그게 좋았다.


결말은 영화다워서 좋았고, 가장 좋았던 장면은 나미가 첫사랑을 찾아보고 돌아오는  길에 자신의 어린 시절 나미를 벤치에서 안아주던 장면이었다. 어리고 철없어서 돌이켜보면 낯뜨거워지는 사춘기의 '나'와 화해를 해야하는데 그게 잘 되어지지 않는다. 나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 지금까지 내게 남아있는 기억들을 한번쯤은 찾아내서 어루만지고 화해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나이에도 작년을 생각해보면 부끄러워지는데 그 시절에는 오죽했으랴싶다. 나의 그 시절을 함깨 기억해주는 친구를 만나보면 내가 가진 기억과는 완전히 다른 얘기를 해줄때도 있다. 같은 장면에 대한 다른 사진을 가지고 있는셈이다.


난 항상 내자신을 좋아하지 않았고, 그래서 누군가가 나를 좋아한다고 해줘도 그 사실을 잘 믿지않았다. 나같은걸 좋아할리가 없을텐데..뭔가 내가 오해하게 만들었을꺼야..라며 항상 뒤로 물러섰다. 나를 좋아해주던 사람들은 나를 너무 잘 알기때문에 오히려 나를 배려하느라한발 물러서줬던것 같다. 그리고 반복되는 자신없음..소심함..우울함들이 이어졌었지.


그래도 밝은 노래들을 들으면 기분이 좋았다. 친구랑 집에 가면서 <the tide is high>같은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어느 골목길에선 목청껏 소리를 지르며 불러제끼기도 했었다. 수학여행갈때 교감샘 몰래 통기타를 들고가서 밤새 노래불렀고, 독서실 총무오빠때문에 가슴앓이하던 친구도 있었고, 독서실앞의 오락실에서 겔러그에 열중해 10만점 넘기도록 50원짜리 동전을 기계에 계속 먹여준적도 있었다. 전투비행기로 어찌나 총을 쐈는지, 밤에 잘려고 누우니 천장에 겔러그게임장이 펼쳐졌었다. 그땐 그게 일탈이었고 엄마몰래 하던 나쁜 짓이었는데.


주인공 나미 말대로 집안에서의 '나'는 아무것도 아닌 아줌마일뿐이지만 나 나름대로의 역사를 만들고 있는거고, 이루어놓은 거라고는 남들과 다를거 하나없는 평범한 일상들뿐이지만, 그래도 친구들을 만나면 열일곱의 내가 얘기속에서 살아나고 열여덟살의 나는 세계문학전집 50권을 독파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미친듯이 읽어댈만큼 꽤 진지했으며, 스물세살의 나는 잠깐이지만 찬란하기도 했었던, 나만의 역사속에서 만큼은 주인공이기도 한거다. 친구들을 만나면 그런 역사를 가진적도 '있었던' 내가 살아난다. 친구들을 만나 옛날 얘기 하고 싶다. 그애들을 만나면 내가 아무것도 아닌건 아닌것처럼 느껴진다.  









한 층만 내려가면,













가을이 기다리고 있었다.


첫번째 사진은 작은애방 창문 바로밑의 나무들이다.
창문을 열면 단풍들이 구름같이 펼쳐져있다.
작은애가 공부하고 있어서 사진을 찍는따위의 부산스러움을 떨 수가 없었다.


이 아파트에서 살기까지 오랜 기다림이 있었다.


처음에 단지 안으로 들어섰을때의 그 초여름의 청량함이 오래 기억난다.
이 아파트에서 살아보고싶다고 생각하고도 물건이 나길 1년을 더 기다렸고,
그리고 전세만료기간 1년반쯤을 또 기다려서 이사왔는데,  벌써 3년째다.


사계절이 모두 예쁘지만 가을은 올해가 좀 특별하네..타는듯한 단풍을 작년에도 보았던가싶다.


저층이라 인구밀도가 낮은탓에 단지내에서 사람을 만날일이 거의 없고,
엘리베이터에 타고있는데 누군가 같이 타게되면 서로 깜짝깜짝 놀란다.


아파트뒷편으로 바로 워커힐과 아차산 가는 길이 나있다.










걷거나 버리거나


요즘 내 일상은 걷기 또는 버리기의 연속.
피트니스센터에서 걷거나 강변을 걷는데 지난 주말엔 4시간을 걸었다.
초저녁에 일찍 걷기 시작해서 욕심을 부리다보니 그렇게됐고 그날은 괴로웠는데 다음날엔 또다시 그시간만큼 걷고 싶어지더라.
청담대교까지 갔다오면 끝냈어야하는데 다시 광진교를 지나 구리쪽으로 한참을 걷다가 인적이 드물어서 되돌아왔다.


걷지 않을때는 정리를 한다.
신발장을 몽땅 뒤집어서 청소하고 버리고 정리하고
베란다 벽장도 다 꺼내서 다시 정돈하고 반쯤 버리고,
옷장도 정리하니 한박스쯤 버릴옷이 쏟아져나왔다.


몇년전부터 과감히 버린다.
왠만하면 깨끗한 상자에 잘 개켜서 내놓는다.
아무리 버려도 몇해가 지나면 뭔가를 또버리게 된다.
이번에도 망설이다 다시 남겨둔 물건들이 있는데 몇년뒤에 그걸 또 버리게될지도.


물론, 절대 버리지 않은 것들이 있긴하다.
정리하다가 어떤 상자를 열었는데 거기에 큰애가 태어나서 찍었던 내 손가락길이의 발도장도 찾고
병원에서 준 출생카드도 튀어나왔다. 키가 50cm..지금은 164cm.


어떤 지갑에선 작은 아이의 5살쯤 사진도 나왔다.
모래에서 신나게 흙장난을 하다가 내가 부르니 고개를 들고 찍힌 사진이다.
통통한 볼에 장난기가 잔뜩 묻어나는 눈과 입이 들어있다.


사진이 들어있는 상자나 앨범은 아직 손을 안댔다.
아래층 서재도 아직이고 작은애 방도 아직 그대로다.
두군데 모두 버릴책이 또 나오겠지.






스타일


옷이나 화장에 대해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난 쇼핑하는걸 별로 좋아하지않고, 꼭 사야할것이 있어도 미루고미루다가 급기야는 더이상 미룰 수 없을 지경이 되어서야 마지못해 백화점에 나가서 필요한것만 있는곳을 휘휘 둘러보고 적당하다 싶은걸 사는편이니까. 화장은 더더군다나.
딸아이가 외출할때  치장을 하고 나한테 물어볼때가 있다.


[엄마, 나 어때?]
[응..그렇게 화장하니까 눈이 더 커보여. 예뻐]
[후~. 엄마한테 화장뒤에 물어보면 남자들이나 해줄법한 말을 해. 힝.]


뭐 어쩌겠나..난 실은 거의 화장에 관심이 없고 색조화장은 가뭄에 콩나듯 할까말까하고 옷도 대강입는데다가 딸아이가 어떻게 화장을 하고 뭘입든 이쁘기만 한걸. 그러니 내가 말하고자하는 스타일은 멋지고 스타일리쉬한 그런 얘기는 아니다.


요즘 한가해서 이런저런 방식으로 운동을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엔 책을 읽는다. 가까운 도서관에 없는 책을 관내 도서관끼리 상호대차라는 방식으로 운영을 하고 있어서 신청하고 기다린끝에 닉혼비 책을 두 권 받았다.



<딱 90일만 더 살아볼까>는 닉혼비 스타일대로 위트넘치고 가볍고 그러면서도 전달하고자하는 메세지를 잘 버무려놓아 다음페이지가 매우 궁금한 내용이어서 운동뒤의 나른함과 운동부터 하고 집안일을 하겠다는 우선순위의 법칙에 따라 어수선하고 정리되지않은 상황에서도 책에 몰입하게 해주는 착하고 고마운 책.


닉혼비의 소설이 원작인 영화가 좋아서 책도 읽었는데, 항상 그렇듯이 역시나 책이 더 좋았다. 물론, 영화도 좋았긴하다. <어바웃 어 보이>에는 내가 좋아하는 휴그랜트가 주인공이었고 <하이 피델리티>는 존쿠삭이 나왔다. 게다가 둘 다 훨씬 젊을때!!! 찍은 영화다. 요즘의 휴그랜트는 얼굴에 주름이 너무 많아졌고 존 쿠삭은 많이 뚱뚱해졌지만 그 두남자 모두 약간 처진 눈매를 가졌다는 점에서 나에겐 항상 +100점쯤 더 따고 들어간다. 뭐 그들이 내가 매기는 점수에 상관은 안하겠지만. 그리고 자연스럽게 늙고 있어서 그 점도 다행이다.


<언에듀케이션>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 흑백영화 스타일의 영화는 항상 느낌이 좋다. 닉혼비는 아무래도 천재이지싶다. 자기 소설을 영화화해도 잘되고, 남의 글을 각색해서 영화로 만들어도 나쁘지않으니 말이다. 약간 커보이는 화성인 헤어스타일의 두상도 그렇게 느끼게 해주기도 하고.



그리고 <런던 스타일 책읽기>.


나도 그렇게 책을 읽는다. 이책저책 집적대며 가까운 사람이 권하거나 지인이 출간한 책은 항상 우선순위에 둔다. 그렇게 책을 읽다보면 가끔은 끝내지 못하고 손길이 다시 오기를 마냥 기다리다 지쳐버리는 책도 있고, 침대주변과 책상주변엔 언제나 읽다만 책들이 몇권씩 쌓여있고, 그리고 나름대로 고르고골라서 책을 샀어도 반도 안읽을때가 많고 ㅡ잡은 물고기에 먹이를 안준다지만 오히려 산 책은 안읽는다가 그런 상황에서 더 적절한 예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책은 사놓고 안읽는다고 죽어버리거나 하지는 않으니까ㅡ 언제라도 수중에 읽을거리가 떨어질때를 대비한 비상식량같은 역할을 해주니까 매번 새로운 책이 주위에 넘쳐난다.


그러고보면, 사놓고 안읽고 빌리고 반만 읽고 좋은책이라고 권함받고도 까맣고 잊어버리고 등등을 반복해도 읽고 싶은 책이 계속 생겨나고 아직 안읽은 고전들이 리스트에 잔뜩 남아있다는 사실은 정말 감사할 일이다.


<런던 스타일 책읽기>를 읽다보니, 난 돈받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쓰지도 않으니, 이 공간에 내 하고싶은대로 독서노트를 써보고싶다는 의욕을 생겨난다. 완전 내 스타일대로. 책을 읽고 기록하지 않는것에 대한 약간의 반성이 항상 뒤따르고 있으니 자신에 대한 자책도 멈출겸, 읽고 싶은 것을 읽고, 멈추고 싶을때 멈추고, 다른 책으로 넘어가고 싶을때 죄책감없이 건너 뛰어가고, 쓰고싶은대로 끄적이고, 그러다가 중간에 뚝 끊으면서도 마무리를 못했다고 자책하지 않기...를 모토로 삼고.


(계획세우고 말로만 떠들고나서도 생각하면 할수록)
좋군.





상상


초저녁에 거실에 앉아있다보면 요즘 저녁마다 아래층 꼬마의 서툰 피아노 연주를 듣는다.
우리집에 티비가 없고 그래서 이어폰을 꽂고 있지 않을 때면 책을 읽거나 인터넷을 돌아다닐때 항상 음악이 깔린다.


오늘저녁의 연습곡은 <아버지는 나귀타고 장에 가시고> 인가보다.
어느틈에 내가 천천히 따라 부르고 있다. 물론 속으로.


아버지...는...나..귀 타고...장에 가...시...고..
할머니는 건...너.. 마..을...아. 저. 씨.  대~ 액에...


잠시 쉬더니 곡이 바뀌었다.
근데 무슨 곡인지 절대 감이 안잡힌다. 요즘 동요일까..


서툰 피아노소리, 서툰 기타 연주 소리..이런것들이 좋다.
너무 빠르거나 기죽이게 기교가 뛰어나지 않아 마음에 안정을 준다.
뭔가를 너무 잘하지 않아도 그냥 노력하는것만으로도 따뜻함을 주는 그런 느낌이랄까.


갑자기 피아노 연습이 하고싶어진다.
가벼운 곡들을 연습하여 소박한 연주를 하고싶다.
난 부끄러움이 많아서 남앞에서 피아노를 칠 일은 없겠지만, 그냥 가끔 치고싶은 곡을 고르고 악보도 사면 재밌을것 같다.


피아노 조율부터 해야겠네....



라고 소박한 상상을 해본다. 서툰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강변걷기





일은 일부 정리를 했고
그렇게 마련한 시간엔 운동을 하고있다.
아파트 단지내 체육관을 벗어나 테크노마트에 있는 휘트니스센터에 등록을 했다.
아주 호기롭게 1년 회원권을 끊었고,
같은 아파트에 있는 한 엄마를 꼬드겨서 역시 1년 회원권을 끊게 했더니 이아줌마는 한술 더떠서 PT40회를 등록하더니  이번엔 나를 꼬신다. 그 트레이너한테 같이 하자고.


흠.
난 일단 혼자 독학하다가 잘안되면 과외하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혼자 알아서 운동을 하고있는셈인데 나한텐 드문일이지만 꽤나 열심히 하고있다.
근력운동을 2분할로 하고있고 한번에 50분쯤하고, 유산소운동도 40분이상은 한다.
주5회이상 운동했고, 밤에 강변을 걷기도한다.


이틀에 한번꼴로 밤의 한강을 걷는것 같은데
오늘은 낮에도 제대로 운동했는데 밤에도 청담대교까지 갔다왔다. 2시간은 걸었나보다.
잠깐 소나기가 내린뒤라 공기는 청량했고 구름이 많아 어둡지않아서 강물이 좀 덜 어둡게 보였다.
가끔씩 밤의 강물은 너무 까맣고 너무 깊어보여서 무서워질때도 있다.
같이 운동하던 친구랑 중간쯤에서 헤어지느라 들어선 아차산 초입에서 본 하늘은 정말 파아란게 새벽하늘 같이 보이기까지 했다.
예쁜 별도 있었다. 파란 밤하늘에 별이라니..가을이구나..싶은 느낌을 주는 밤이었다.










이런저런 나날들.


1.
길에서 우연히 만나는 경우를 제외하고 궂이 약속을 정하고 만나야할 사람들은 거의 안만나고 살았는데 근 9개월여동안 그러고 살았나보다. 그쯤되면 사람들이 얘가 대체 죽었나살았나 궁금해질 시점인건지 연타로 연락이 오고있다. 방학이 끝나서 내가 한나절 시간이 난다는 걸 알고있을 정도의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고.

통통해진 송혜교를 상상해보면 닮은 친구가 있는데 고삼엄마이기도 하고 걔도 일을 하고있어서 만나기가 쉽지않은데 전화가왔다.

[어떻게 지내니?]
[나, 요즘 왕창 살쪄서 우울해서 그나마 사람들을 더 안만나고 있어. 흑.]
[어머. 진짜? 너 살쪘어?]
[그렇다니까. 겨울되기전에 다이어트랑 운동해서 연말에나 사람들 만나야지뭐.]
[그럼 나 만나면 되겠다. 내가 완전한 위안을 줄수 있는데. 난 만나는것만으로 위로가 될꺼야. 으하하하..]

이 친구의 명랑함이 날 항상 유쾌하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뭐 만날 약속을 잡은 건 아니다..


2.
오래오래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의 소식을 우연히 접할때가 있다. 궂이 연락할 사이는 아니고 근황이 궁금해서 미니홈피를 한번 찾아봤다. 우연찮게도 한때 같이 심취했던 책에 대한 단상을 새삼스레 적어놓은걸 보게됐는데 그러고나니 궁금함이 애드벌룬만큼 커졌는데 그렇다고 궂이 연락을 취하진 않는다. 세월만큼의 거리가 생겼다.

그리고나서 갑자기 생긴 의문점하나.
내블로그는 방문자수가 거의 제로에 수렴하는편인데 그래도 방문자 리퍼러는 뜬다. 근데 그 검색단어가 <젠틀매드니스>다. 신간도 아닌데다 대체 그런 책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이 있다고 거의 매일 젠틀매드니스 검색을 통해 이 블로그엘 들르는걸까싶은 의문을 가졌는데, 오늘 내가 어떤 사람을 검색하고나니 문득, 날 아는사람이 이 단어를 통해 찾아오나싶은 생각도 든다. 진짜 궁금한데 대체 누굴까.


3.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만하고 절대로 운동을 하지는 않는 생활을 하며 생각과 실천간의 괴리감때문에 괴로워하며 자체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데 이제 운동을 시작했다. 하루1시간씩 걷거나 4마일워킹따라하기다. 4일째 성공적으로 실천했다. 그래도 여전히 게으른 방법의 운동법인게 런닝머신은 아파트내의 헬쓰장을 이용하는거고 그나마도 현관문밖에 나가기싫을때는 4마일워킹 영상을 띄워놓고 1시간을 따라하는거다. 런닝머신에서 1시간쯤 걸어도 6.4키로안팎을 걷게되고 4마일 동영상도 6.4키로 정도를 걷게하는 셈이라서 이러거나 저러거나 매우 일관성은 있다.

여기에 추가하고싶은 운동은 일주일에 두세번쯤 자유시간대에 가서 수영을 하는것과 아차산 야간산행이다. 낮에도 안다니는 산엘 왜 야간에 가겠다는건지는 나도 잘은 모르겠는데, 일단 난 야행성인데다가 아차산은 꽤 높은데까지 조명이 설치되어있어서 밤에 가기가 어렵지않을것같고 무엇보다도 아파트를 나서면 바로 아차산으로 이어지는 산책길이기때문에 그나마 실천이 쉬울거라는 생각에서 그런 계획을 세워봤다.


4.
여름이 다 지나간 느낌이든다. 겨울이 바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센치한 가을따위...








쉼.



날도 덥고하여, 쉽니다.






여름, 이것저것.


1.
작년 여름에도 큰애가 일본엘 갔었는데, 올해도 가고싶어해서 보내줬다. 이번엔 부타이라고 하던가 연극을 보겠다고 갔고, 정말 열심히 연극을 보러다니고 있는것 같다. 그 남자(주인공?)덕분에 일어를 열심히 듣고 일년만에 말까지 하게됐으니 연극표 몇장쯤은 학원비인셈치고 사주겠다고 미리 약속했었다. 근데 엔화는 왜그렇게 올라가는건지..가기전에는 방학을 해서 좀 한가해진 아이가, 바쁜 나를 위해 커피도 내려주고 잠깐 쉬는 시간에 올라오면 올리브오일에 마늘을 넣은 파스타도 해놓고 기다려주고 뭔가 너무 잘해주길래, 수업 열심히 해서 돈많이 벌어서 일본갈때 용돈 많이 달라는 뜻이냐고 물어봤더니, 자기가 없는게 얼마나 아쉬운지 엄마가 느끼게 해줄려고 사전 작업하는거라며 웃었다. 살가운 딸애없이 지내려니 쫌 아쉽긴하네. 심심하기도 하고.


2.
여름이 왔다싶으면 미국에서 학생들이 돌아오고 내 스케줄은 빡빡해지고의 반복이 몇년째 계속됐는데 이제 다들 대학엘 들어가고 한명만 남아있는 상태인데 이번에도 연락이 왔다. 그치만 도저히 어딘가로 끼워넣을수가 없어서 한양대 다니는 대학생에게 과외연결을 시켜주고나서 학생 엄마랑 통화를 하는데, 너무도 씩씩하게 하시는 말씀. 갑상선암이라는 진단이 나왔는데 대입을 앞둔 아이한테 부담주기 싫어서 아이가 출국하고 난뒤 수술날짜를 잡았다고..아이한테는 말하지 말아달라고 말씀하신다. 정작 본인의 마음속은 실제로 어떤지 모르겠는데 정말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목소리다. 엄마의 마음이란 참..


3.
다음주부터 10시 수업시작하면 점심시간 1시간 있고, 저녁까지 수업이다. 이틀은 밤9시까지이고 나머지는 저녁때쯤에 끝난다. 언제부턴가 여름방학은 살인적인 수업이 이어지는 상황으로 돌변했다. 동네탓인건지 요즘 사회탓인건지 모르겠다.고등학생들은 그러려니 하지만 중딩 아가들도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한다. 엄마들도 열심히 시키고. 지난번엔 아이가 중간고사 수학시험 보러간 날 아침에 전화를 받은적도 있다. 혹시 중간고사보고난 뒤 수업이동있으면 자기 아이가 들어갈테니 미리 기억해달라고. 우리 아파트 옆에 있는 중학교는 수학 평균이 50점대다. 중간고사엔 중1이 그러더니 이번 기말고사에선 중3문제를 그렇게 냈다. 애들이 공부들을 지지리 못해서 그 점수인게 아니다. 문제가 정말 어렵다. 중1에 나오는 집합에서 기본개념을 심화한 문제를 내는데 솔직히 고1수준의 문제를 낸다. 물론 '개념'을 심화한거라서 항의하기는 좀 뭐하다. 그치만 원래 시험문제라는게 개념을 깊이깊이 파고들면 그게 완전 어려운 문제가 되는법이니까 아이들은 죽을 맛이다. 그 특수를 내가 누리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학교에서 가르친만큼 시험에 내든가 시험에 내는 난이도로 다들 가르쳐주든가 했으면 좋겠다.


3+.
흔히 과외를 한다고하면 잘하는 아이를 더 잘하게 만들려고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 개인적인 의견으론 가장 좋은건 아이가 혼자서 학교에서 배운걸 가지고 예습복습해서 점수를 내는것이고, 두번째는 동네에서 성실히 가르치는 학원에 가서 잘듣고 도움을 받아 원하는 성적을 받는거다. 그런데 혼자서는 도저히 안되고 학원가면 집중을 못하거나 설명을 못알아들어서 점수가 안습인 애들이(실은 그 아이의 부모가) 결국엔 날 찾아온다. 그러니 시작하는 점수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점수대들이 많다. 그렇다고 그 아이가 공부하고 담을 쌓아서  그 점수인 경우는 사실 별로없다. 아이 나름대로 정말 노력했는데 도저히 안되는 상황에서 방법을 찾다가 날만나게 되는 경우가 열에 아홉이다. 얼마전에 재수하는 아이를 한명 만났다. 친구의 친구의 아들인데, 정말 좋은 아이인데 단지 수학점수가 안되는, 그런데 집이 너무 먼 아이. 그래서 기초를 몇번봐주고 그동네 과외선생을 물색해서 연결을 해줬는데, 분명 성적을 올리는 선생이라고 들었는데 정작 가보니 수업을 너무나도 강압적으로 하는가보다. 아이가 밤늦게 전화를 했다. 선생님이 너무 무섭게구니까 아는 문제도 대답을 못하겠다고. 아 진짜 답답하다. 당연히 수학을 못하니까 과외를 하는거지. 친절하게 설명해도 애는 이미 충분히 주눅들고 자신감 없는 상태에서 선생을 찾아가게 마련인데. 아이 목소리에서 당황스러움이 느껴졌다. 시간까지 없어서 이 아이를 어떻게 도와줘야할지 모르겠다.


4.
<상처받지 않을 권리>란 책을 내일까지 다 읽어야하는데 아직 삼분의 일쯤 남아있다. 한달의 여유가 있었건만 시모 칠순잔치에, 큰애를 일본에 보내는 기타등등의 여러 일때문에(김치와 오이지, 냉면과 미숫가루, 고추장과 김,그외 여러가지를 수하물용 꽤 큰 가방에 한가득 싸서 고모네집으로 보내므로 아이는 본인을 '김치셔틀'이라고 표현한다.) 지난 일요일부터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꽤 어렵고 또한편 꽤 흥미롭다. 죽을때까지 배워야한다는 걸 실감한다. 읽을책 많은 세상이어서 기쁘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한데, 뭐 그렇다고 세상의 모든 책을 읽을껀 아니기때문에 기쁜 마음이 조금 더 크다고나 할까. 부제가 <욕망에 흔들리는 삶을 위한 인문학적 보고서>인데, 젊어서 철학과 심리학 공부를 하지 않은것이 약간 후회스러울만큼 인생에 있어서 철학이 필요한 기분이든다.


5.
운전면허 갱신을 해야하고 여권을 갱신해야한다. 갱신할것 투성이네. 이참에 '나'도 갱신해주면 안되나? 끙. 근데 사진찍으러 가기 싫어서 6개월여의 시간(운전면허 갱신기간)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마감날짜에 임박해서 그 복잡한 수업을 헤치고 일처리를 할것 같다. 아후..사진찍기 정말 싫다.






나도 한때는,


일상을 빼곡히 글로 적어낸적이 있었더랬다. 그냥 끄적이는게 취미고 일상이고 그래서.


아주 오래전 <내영혼의 자서전>이란 노트를 채워나간적도 있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에 심취해 있었고, 그래서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춤추고 싶었던 영혼을 지녔을적에. 카잔차키스의 <영혼의 자서전>을 읽고 따라했겠지. 그 노트엔 대부분 어떤 한사람에 대한 감정이 적혀 있었는데 어느날 그 감정을 배반하게 됐을때 나자신을 버리듯 쓰레기통에 통째로 버렸다. 글을 없애고 싶을땐 태워버리는 편이었는데 '태우는 행위' 조차도 사치스럽게 느껴질만큼 그 상황에 대해 화를 내고 있었다. 그 상황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는데.. 가끔씩 그 글들이 세상을 얼마나 떠돌아다니다 스러졌을까 생각해보곤 했었다. 아주 오래전 일이다.


일상은 일상대로 흘러가고 있는데 난 아무것도 기록하지않는다. 사람은 조금씩 변하게 마련이다. 난 아무리 더운 날에도 뜨겁고 검은 커피를 마시는 편이었는데 이제는 여름엔 얼음을 가득채운 유리잔에 진하디진한 커피를 부어 차갑게 식혀 마신다. 봄 가을 겨울엔 예가체페 원두를 사고 여름엔 아이스 커피에 어울린다고 부연설명이 되어있는 원두알갱이를 선택한다. 무언가 맘에 들면 언제나 한가지만을 고집스럽게 마시던 성향이 바뀐것이다.


외모도 변하고있다. 늙어가고있다. 당연한 일인데 조금 슬프기도 하다. 예전의 내가 그립다.







 

Laugh until I cry



요즘 어느 순간 깨닫고보면 내가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딱딱하게 굳은 안면근육을 의도적으로 풀면서 생각한다.
뭐가 못마땅한거니...입꼬리를 살짝 올려서 미소짓는 표정을 해보다가 고개를 돌려 창을 바라보며 조금 더 미소지으며 웃어본다. 실은 못마땅한 일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두통이 자주 오니까 표정이 안좋아지는것 같기도하다. 두통이 오면 만사 제껴놓고 잠을 좀 자면 되는데 그게 잘 안된다. 책을 읽거나 수학문제를 풀거나 노트북을 들여다보다가 어느순간 깜빡 정신을 잃듯이 잠드는 경우가 아니라면 억지로 잠을 청해도 머리만 더 아프고 잠은 달아나버린다.


버킷리스트에서 루왁커피얘길하며 둘이 눈물을 찔끔거릴지경으로 웃는다. 사향고양이똥으로 만든 커피가 웃기다며. 난 하나도 안웃겼다. 다만 그렇게 웃을꺼리가 있는건 조금 부러웠다. 그리고 이 한줄을 찾아 지운다.


Laugh until I cry


나도 그러고싶다.




요즘,




요즘은 집안일도 많고, 내가 하는 일의 양도 많고, 이래저래 뭐든 많아지기만 하는 나날들이라서 여유를 찾기가 만만치가 않았다. 그 와중에 시어머니가 허리아픈데 서울에서 병원을 다니시겠다고 선언하고 올라오셔선 매끼니 식사와 병원으로의 픽업, 역까지 모시러 다니기, 그외에도 목적지까지 모셔다 드리기등등등.. 수업시간 직전까지 날 풀가동 시키고 있어서 혀밑부터 시작해서 목이 잔뜩 부어버렸다. 근데 밤에 잠도 깊이 못자서 수면제를 먹어야하나싶다.


어쨌든 이제 한달치 약을 타가지고 시골로 내려가셨다. 일단 상황종료.


아이들 중간고사기간이라 시간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한나절 쉴때 맘편히 쉴 수 있어서 좀 나아졌다.




소소한 즐거움



재수하고 있는 아들내미의 생일이 오늘인데, 어제 공부끝나고 영화를 보고싶다고 하길래 나랑 둘 다 할 일이 끝나는 시간에 영화를 예매해서 밤11시부터 영화를 봤다. '어떤' 영화인지는 하나도 중요하지않고 영화를 '본다'는 자체에 의미를 둔거라 시간에 맞는 영화를 골라 <타이탄>을 봤다. 우리는 모두 조니뎁의 열혈팬인지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고싶었으나 스크린을 <타이탄>이 점령하고 있어서 선택의 폭이 너무 좁았지만 모처럼 영화관에 갔고, 아무 생각없이 보고 오기엔 나쁘지않았다. 원래 신화이야기를 좋아하기도 하고.


단한가지, 내입장만 얘기한다면 최근에 영화관에 가서 본 영화가 <아바타>인데, 그다음에 다시 영화관에 갔더니 아바타의 주인공이 타이탄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헤어스타일도 바꾸지 않고- 역시, 순전히 내 입장에서 봤을때) 것이 좀 야릇한 기시감을 느끼게 한 것만 빼면, 괜찮았다.  나비족으로 다시 태어난 주인공이 이번엔 타이탄으로 변신한듯한 싶은 기분? 트랜스포머의 인간판? :)


진짜 재밌었던건 영화가 끝나고 난뒤였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데, 작은 아이 친구 두명이 상영관 출구앞에서 케익을 사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오..정말 뜻밖이었고 깜짝 놀랐다. 작은 아이야말로 전혀 예상 못했던바라서 많이 감격해했다. 아들아이 친구가 나한테 문자로 어디있는지 몇시에 끝나는지를 물어보길래 문자 답장을 해줬었는데 거기서 기다릴줄은 정말 몰랐다. 시간이 거의 1시가 다되었는데.. 재수생활한다고 친구를 안만나고 있어서 그 아이들이 많이 배려해서 어제같은 날 찾아온 듯하다.


그냥 보낼수가 없어서 24시간 영업하는 고기집엘 가서 그 시간에 삼겹살을 먹었다. 그리고 데려다준 시간이 2시 반. 다음날 1교시 수업도 있다면서도 함께 시간을 보내주는데 어찌나 고맙던지. 원래 친한 애들이다. 중학교때는 내 차에 태우고 등하교도 시키고, 아무때나 집에 와서 놀다가 자고 가기도 하고..그러다가 둘 다 대학엘 들어갔고. 합격, 불합격 명암이 갈리던 1월달에 대학에 붙었음에도 우리애 성적이 우울해서 같이 못놀아서 심심하다고 하던 애들이다.


단순화시킨 생활에 힘들어하던 작은애한테 고마운 이벤트였다.








버킷리스트


두통이 너무 심해서 할일을 모두 미뤄놓고 영화를 한편봤다.


 <버킷리스트>. 


이 영화에 대해 알게된건 어떤 사람의 블로그에서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난뒤 자기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하면서 그 첫번째가 체중감량이었고 그 리스트 중 한가지였던 책을 한권 내는것이었는데 이제 그것까지 실현가능하게 되었다며 기뻐하던 글을 읽었기때문이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현실성이 매우 부족했는데, 그나마 마음을 잡아끄는 장면들은 주인공들이 죽기전에 하고싶은 일들을 적어내려가는 장면과 그것을 한가지씩 실현할때마다 그종이를 꺼내 지워나가는 씬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란색 레포트용지에 카터(모건 프리먼)가 몇줄적다가 구겨버린것을 에드워드(잭 니콜슨)가 다시 펴들고 적어내려가고, 상대방을 위해서 서로 한줄씩 추가해 적어놓기도 하고. 하고싶은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며 리스트를 지워나가는 장면들은 참 좋았다.


스무살때는 막연히나마 하고싶은 일들이 마음속에 아지랭이처럼 피어났다 사라지기도 하고 자리잡기도 했었지만 언젠가부터 그다지 바라는게 없어진건지 다 하고사는건지 모르겠지만 아무생각도 없이 지내고 있었다. 그저 아까운 시간으 보내고있는게지, 생각없이.


어제 억지로 휴식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그 영화가 생각난것은 아마도 낮에 잠깐 커피 마시려고 만난 친구의 표정때문이었을거다. 3개월만에 만났는데, 만나자마자 그 친구 얼굴에 나타나는 당황스러움.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하던 그 친구가 내게 건넨말은 "파마 언제한거야? 아 하하..하..근데..이런말하면 안되는데..너 살 쪘어.;;;;" 그 말을 해석하면 (아니..잠깐 못본 사이에 왜 이렇게 망가진거야..머리는 아줌마 파마를 하고..ㅠ.ㅠ)..였다. 당황스러움이라고 점잖게 표현했지만 실은 자기관리를 못한것에 대한 실망감이 묻어나는 얼굴이었다. 비도 오고하여 커피도 좋았지만 친구의 표정이 자꾸 생각난다. 자랑스러운 친구로 남지는 못할말정 실망스러운 친구가 되어버리다니. 쯧쯧. 나도 나한테 실망이다.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면 인생이 좀 달라질까.
















요즘.





칙칙한 글이 첫화면에 떠있어서 블로그 전체가 우울모드로 보였겠지만, 이제 조금씩 이런저런 상황에 적응하고 있다.


난 요즘 매일 점심 도시락을 준비해서 시간되면 아이와 같이 먹고, 내가 약속이 있으면 도시락만 건네주고 오기도한다. 도시락을 이렇게 매일 챙겨본적이 드물어서 반찬 만드는 일에 심취하다보니 그것도 집중하는 일이라그런지 또 나름대로 생활에 활력을 준다.  연근조림을 하고, 삼치 데리야끼를 하고, 닭다리살만 발라내 감자랑 같이 조림을 하기도 한다. 과일을 이것저것 바꿔가며  따로 담아주고, 내일 반찬은 뭘할까를 매일 골똘히 생각하고, 이틀에 한번은 시장다니느라 조금 더 바빠졌다. 새벽기도를 하시는 분들이나 절에 가서 정성 드리는 분들에 비하면 별거 아니겠지만 매일 도시락을 만들어주는걸로 기도를 대신하면 어떨까싶다. 그래도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말 단순한 생활인데 복잡한 느낌으로 매일 반복되고 있다.


오늘은 오랫만에 동생한테 가서 머리도 했다. 재수생 조카때문에 조심하느라 일요일에도 놀러오지도 않고하여 걔네를 본 지가 꽤됐는데, 마침 낮수업 한개가 취소되서 시간이 생겼다. 머리해야 할 때도 한참 지났었고..동생이 몇달전에 파마를 해줬는데 일주일만에 다 풀려버린적이 있었다. 그때 얘길 했더니 '1년 가는 머리를 해주지!' 이러며 뽀글뽀글 볶아놨다. 뭐 나름 괜찮다. 마음에 든다. 근데 가족들이 자꾸 키득키득 웃는다. 아줌마가 해서 '오래가는 아줌마 파마'가 되어버렸지만 아마 내 딸이 했으면 '베이비 펌'이라 불렸을 머린데. 흠...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않는다는 점을 빼면 생활은 일상적인 형태로 잘 지나가고있다.









견뎌내기




어느 글에서 읽었는지는 잘 기억나지않는데, 아이가 재수를 하게되면 엄마는 '징역1년에 벌금 2000만원'이라고하더라. 작년엔 웃고 말았는데, 막상 내 처지가 그 처지가 되고보니 그냥 알아서 징역1년형에 들어가게되네. 사람들과 연락하고 싶지도 않고, 모든 관계를 보류하고싶어진다. 대체 작년에 난 (또는 우린) 뭐했나 싶었다가, 그래도 신나게 논 건 아니었다고 누구라도 붙들고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다가도 곧 의욕이 사라진다. 올 1년동안 과연 얘가 제대로 해낼까싶어 마음한켠이 답답한데 또 가만히 생각해보면 별수없이 묵묵히 견뎌낼 도리밖에 없다.


작년보다 더 무리한 공부에 우울한 마음이 겹쳐서인지 심한 감기에 걸려버린 아이가 간신히 도서관엘 갔다. 공부하다 공부가 잘되는 날엔 밥먹고나면 그 리듬이 깨질까봐 밥먹으러 나가기가 싫어서 편의점에서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기도 했나보다. 그 말을 들은 후에 도시락을 준비하려했으나 아직은 날이 차가워 식은 반찬들이 별로일것 같고..점심시간에 맞춰 가서 뜨끈한 갈비탕을 한그릇 먹여서 들여보내려고 점심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이러줄 알았으면 평소에 교회나 절에라도 다닐껄 그랬다. 어디에라도 의지하고싶어진다. 절대적인 어떤 존재에 의지하고 싶어진 건 살면서 이번이 처음이다. 아쉽다고 쉽게 뭔가를 찾을만한 성격도 못되니, 이 마음도 견뎌내야한다..


어떤날은 도서관에서 14시간을 지내게되는데, 하루종일 어느 누구와도 얘기를 나눌수 없게되니 저녁즈음엔 너무 외롭단다. 별수없다. 그것도 애가 견뎌내야 할 상황 중 하나고, 그말을 들어주며 견뎌내야할 건 내 몫이다.. 도서관에 공부하러오는 예쁜 누나들로 위안을 삼고있기는 하다. 아침마다 주변 책상에 예쁜 여자애 내지는 멋진 누나가 앉길 주문을 외며 차에서 내려 날 웃게 만들기도 한다. 가끔씩 출몰하는 여신포스의 누나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은 오래있지도 않지만, 잠시 나타났다 사라져주는게 더도움이 된다나 뭐라나.


어쨌든 이러고 지내고있다..시간을 견뎌내며.









정리정돈




매달 그 달에 읽은책을 정리하겠다고 결심한게 지난 연말이었는데, 놋북을 새로 장만하고 위아래층으로 끌고 다니며 영화보고, 그동안 소홀했던 메신저에도 꼬박꼬박 접속해선 중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친구는 만날수가 없으니까 그렇다치더라도 논현동에 사는 친구와는 왜 만나지도 않고 메신저질인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일하면서 짬짬이 친구들과 채팅하느라 읽은 책을 정리하기는 커녕 1월엔 책도 거의 안읽었다.


나름 바쁘긴했지. 방학이라서 아침 9시 반부터 시작한 수업이 저녁 6시가 넘어 끝나서 자동차검사도 하마터면 기한을 넘길뻔하며 간신히 받았고, 책이라곤 거의 안읽으면서 풍수인테리어책은 왜 집어들어선 뒤적거리다가 내린 결론. 안쓰는 물건을 다시 정리해보자! 에 꽂혀선 계속 정리를 했다.


특히나 뭘 잘 못버리는 큰애방에서 오래된 물건들이랑 안입는 옷들, 잡지책을 비롯해서 다읽은 책들을 간추려 커다란 박스로 두박스나 버렸다. 서재에서도 책을 골라서 또 버리고, 서재에 있던 오래된 에어컨도 버리고 냉난방기로 교체하고, 인터넷선을 아래층으로 연결하고, 심지어 주방에서 코팅팬이랑 법랑냄비들도 버리고 스텐으로 몇개 바꿨다.


이사온지 만2년이 아직 안됐는데, 버리려고 작정하니 또이렇게 버릴게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따름. 그래도 아마 다시 맘을 고쳐먹으면 버릴게 또 몇상자 나올거다. 차근차근 들춰보고 잠시 생각하고 버리는 작업을 계속하다보니 느낌이 마치 원페이퍼 보고서를 만드는 기분까지 들었다. 집을 정리하고 또 정리하면 방 한 개 분량으로 줄어들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승용차 한 대에 실을 수 있는 분량으로 줄어들지도 모르지. 그럼 다 싣고 떠나면되는걸까.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중에는 내가 워낙 많은 물건을 가지고 살았었기때문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우리집에 와서 거실에 앉으면 곧 이사갈 집처럼 느끼는 사람들도 있는걸보면 그냥 버리는게 내성격인것 같기도 하다.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형이 어렸을때 목사인 아버지에게서 홈스쿨링을 하는데, 책을 읽고 계속해서 요약하는 장면이 나온다. 반으로 줄여라..또 반으로 줄여서 다시 갖고 와라....그러다가 이제 나가놀아도 된다고 말하는 순간 그 종이를 구겨서 휴지통에 버리고 밖으로 뛰어나간다. 나도 그렇게 요약하고 줄이고 그러면서 종국엔 나자신까지 버릴수있었으면 싶을때가 있다. 잘안비워지고 잘 안버려진다. 나자신은. 그래서 애꿎은 물건들만 버리는걸까.


실컷 버렸더니 맘은 좀 가벼워졌다. 나의 학생들도 내일부터 개학이라 오전 시간이 내게 주어진다. 산에 갈 생각이다. 산에 다니며 마음도 조금이라도 더 비우고 몸무게도 좀 덜어내야지. 책은 독서회에서 읽기로 한 책이랑 오늘 주문한 <야만의 언론 노무현의 선택>까지만 일단 읽기로 한다. 읽을 책을 많이 쌓아놓으면 밖에 나가기 싫으니까.


1월을 정리한 셈이 되어버렸다..







선물



XNOTE R380-AR6WK
인텔 / 코어2듀오 / T6600 (2.2GHz) / LED 백라이트 / 13.3인치 / 1366x768 / 500GB / 4GB / DVD레코더 / 7 홈프리미엄 / 엔비디아 / 지포스 8200M G / 시스템 메모리 공유 / 1.94Kg / 6cell / 100Mbps 유선랜 / 802.11n 무선랜 / HDMI / D-SUB / 웹캠 / 블루투스 / 멀티 리더기 / 색상: 화이트


새노트북.
결혼기념일과 생일선물을 겸해서 받은...
반지나 목걸이 등등에 무심한 내가 유일하게 갖고싶었던 사치품.


사치품이라 칭하는 이유는, 데스크탑이 두개나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맘만 먹으면 하루종일 내가 사용할 수도 있으므로,
이동성 운운하며 나만의 전용 노트북을 갖고싶어하는건 사치인거 맞아. 근데 그냥 하나 갖고싶었다.


엑스노트의 13인치짜리. 내겐 넘치는 사양을 갖춘 녀석.
애들도 한번씩 구경만하고 건드려보지도 않는다. 진짜 나만 써도 되는 좀 비싼 장난감이 하나 생겼다.


나도 결혼기념일 선물로 정장을 한벌 사줬는데, 롯데백화점에서 사은품으로 오븐토스터기를 줬다.
상품권으로 받을까하다가 서재에 갖다놓을 생각에 가져왔다.
커피는 항상 있으니까 식빵만 갖다놓으면 하루종일 서재에서 지낼수도 있게 생겼다.


결혼 후 내가 가졌던 최초의 혼자만의 공간은 자동차였는데,
그때 차안에서 혼자 듣던 음악들을 잊을수가 없다.
아주 가끔은 몇시간정도 혼자있고 싶을때가 있는법이라서..


이제 방이 하나 생겼고,
음악과 영화까지 장착한 신무기가 생겼다.


자...이제 얘를 데리고 뭘하면 되지?













연휴




24일부터 오늘까지 수업하나도 없이 그냥 푹..쉬고있다.
고등학교동창들과 점심을 먹었고,
<노부코>라는 오뎅바를 찾아가 오뎅과 오코노미야키와 히레사케를 먹었으며,
<셜록홈즈>를 봤고,
영화본뒤 가볍게 맥주를 한잔하자고 들어간 <rich tree>에서 동네사람들과 마주쳐 인사를 나눴는데,
그중에 중학교동기 남자도 있었다.
1년만에 보는건데 동네 술집에서 우연히 보다니..흠. 
걔네는 부부동반모임인데 그 중 아는 아줌마가 두명이나 있었다.


그리고는 책을 읽었다.


연휴에 쉬는걸 감안해서 책을 많이 빌려오고 또 사놨는데 계속 읽었다.
대강 읽기도하고,
빠르게 다 읽기도 하고,
같은 분야의 책은 이책저책 돌려가며 번갈아 읽기도하고,
단편집은 한두개만 읽고 다른책으로 넘어가기도 했는데 어쨌거나 맘껏 읽었다.
독서회 연말리뷰에서 언급되었던 뇌과학책과 긍정심리학책이 여러권 포함되어있었다.
한달에 한번이상 책에 대한 메모는 한꺼번에 하는걸 새해계획의 하나로 정했으니
12월의 책들에 대해서 곧 다시 정리할 생각이다.
적자생존이..적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라는 말이라며 웃던 독서회대장이 생각나네.
나도 내년엔 적자생존하기위해 열심히 읽고 열심히 적어야지.


근데 뇌과학쪽 책은 두어시간 읽고나면 멀미난다. 왜그러는건지.







남자애들이란.



아들녀석이 시험후 우울해하며 집에만 있길래

나가서 친구들이랑 어울려 놀라고 등떠밀어 내보냈더니 헬쓰클럽에 등록을 하고왔다.

같은반애들이 열댓명쯤 한곳으로 몰려가서 등록을 했다고 들었다.

그리고 집에 들어와선 6시반에 가야한다며 시간을 재고있었다.

 

[왜 6시반이야? 그시간에 단체 스트레칭강습같은거 있대?]

[아니. 그시간에 진짜 이쁜 여자애가 운동하러 온대. 본 애들말로 엘프래요, 엘프. 히힛]

[으이그..그래봤자 걘 남친있겠지!]

[아..근데, 하늘이는 오전에 운동한대.]

[왜. 하늘이는 여자친구가 있니?]

[아니. 그시간엔 예쁜 여자코치가 있대요.]

 

아...얘들도 '남자'였군아..^^;;

 

 

 

엄마.




엄마랑 같이 롯데마트엘 갔다.
동생은 엄마랑 그런델 자주 가지만 난 거의 혼자 휘리릭 다녀오는편인데..


이번에는 작은애가 좋아하는 초컬릿과 떡을 직접 고르시겠다고 따라오셨었고.
그리고 작은애 시험보는 날 도시락 반찬 뭐해줄껀지도 참견하고 싶으셨나보다.


이것저것 사고 포장대 앞.
장바구니를 살뜰히 챙겨다니는 스타일이 아닌지라 50원주고 비닐봉투를 하나샀고 담기 시작하는데..


[얘..저거, 무거운 큰 우유부터 넣고, 그 감자전분은 바깥쪽으로..떡은 담지 말고..%$%^&&*]

[저기..엄마! 나 살림한 지 겨.우. 20년밖에 안됐지만 여기 있는거 봉투에 내맘대로 담으면 안될까? ^^]

[응? 아..그래. 그정도는 니맘대로 해도 되겠다. 아하하하...]


엄마가 항상 하시는 말씀중에,
[나, 이담에 죽으면..참견하고 싶어서 무덤에 어떻게 누워있지..]



엄마. 그냥 계속 참견하세요. 계속~쭉~ 영~원히~! ^^










만인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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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수업중 내 학생 하나가 물었다.


[선생님. 이영애가 이 아파트 살아요?]
[아니. 금시초문인데? 이영애 남동생이 건너편 아파트 산단 소문은 들었는데..근데 왜?]
[아빠가 저 수업끝나는거 기다리는데 아빠차앞에 대놓고 기다리던 하얀색승용차에 타는걸 두번이나 보셨대요.저도 한번 봤어요.]
[예쁘디?]
[얼굴은 정말 작구요..쫌 아줌마같이 보였어요.]
[친한 사람이 여기 사나보다..이영애가 여기 살리는 없잖아? 집이 작아서..]


수업 후 우리집에 와서 물었다.
[혹시, 지나다니다 우리 아파트에서 이영애 본적 있는사람?]
[난 없는데?]
[왜 이영애가 이사왔대?]


급관심을 보이던 우리 룸메이트 갑자기 풀죽어하며..
[근데..뭐 이영애 이제 결혼했는걸.]


우리 애들이 아빠의 실언에 깜짝 놀라며
[결혼 안했으면 뭐가 달라요?]



##
장동건이 고소영이랑 사귄다는 소식에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에서 뭔가 감추려고 터뜨리는걸꺼야..]
[믿을수 없어. 동건오빠에게 직접 듣기전에는..]
[고소영은 좋겠다..]


난 아침에 신문보는데
<장동건 고소영 열애> 이렇게 쓰인 제목이 순간적으로,


<장동건 열애 고소>로 읽혔다..


장동건이 열애를 하다뉘?  고소하고 싶은 심정이라고..-_-;;













중독





커피.
커피없이 하루를 시작할 수 없다.
고등학교 1학년때 이후, 임신초기와 위장병에 걸렸을때를 빼면 커피없이 살아본적이 없다.
그래도 이젠 나이먹는지 왠만해선 밤에는 커피 생각이 안난다.
예전엔 시도때도 없었다.


책.
뭐..내가 책뒤로 숨는건 하루이틀일이 아니었으니..
이건 취미란에 적는 고상한 <독서>와는 좀 거리가 있다.
닥치는대로, 절대 끊김없이, 활자를 곁에 두어야 마음이 안정을 찾는다.


수업.
요즘엔 연타로 6시간 수업이 보통이다. 2시간짜리 3개가 붙어있다.
주말에 좀 덜하긴하지만 일주일에 7일동안 수업이 있다.
새로운 수업 요청이 있으면 분명 거절해야할 시간표인데도 불구하고
어느요일 몇시부터 몇시까지 딱 한타임있어도 그 시간을 얘기해준다.
그러면 그쪽에선 일주일에 2회수업이 불가능해도 그틈새에 들어오겠다고 말한다.
사람 심리는 참 이상하다. 비집고 들어오면서 시간내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그러다보니 수업펑크는 있을 수가 없다. 어디로 옮겨서 보충해줄 시간이 없기때문이다.



미친듯이 수업을 하고 또하고..
눈뜨면 커피를 마시고 수업시간중에 커피를 마시며..
학생이 수업에 5분쯤 늦으면 그 틈새에 책을 읽는다.


요즘의 생활은 중독의 완결판.











이음동의어?



어디서 읽었더라..
남편들에겐 <사랑=밥>이라고.


내가 아는 어느 아줌마도 그런 한탄을 한적이 있다.
자기 남편이 집에 들어서면서 하는말이 "밥줘"라고. 그러면서 "혹시 내 얼굴이 밥으로 보이는걸까?" 라며 한숨.



엊그제였던가 다음주에 입시시험을 보는 학생이 내수업틈새에 최대한 자기수업을 끼워넣다보니
원래 11시면 끝나는 날인데, 밤11시부터 새벽 1시까지 한타임이 더 들어가버렸다.
그전에 30분쯤 여유시간이 있어서 윗층에 올라와서 애들이랑 뭐좀 먹고 잠시 쉬고 있는데 룸메이트가 집엘 왔다.



[수업 끝났니?]
[아니. 2개 했는데, 쫌있다 9시부터 2개 해야돼]
[오늘 수업 시간이 왜 그래? 지금도 눈이 충혈된것 같은데.]
[응..뭐 다음주까지는 어쩔수없어. 걔 비교내신 끝나면 수업 그만둘꺼니까 그때 쉬어야지 뭐]
[근데..나 내일 좀 일찍 출근하는데..아침밥 준비하기 어렵겠네?]
[글쎄..지금은 뭐라 말해줄수가 없네? 앞으로 5시간뒤에 정확한 컨디션이 나오겠어서? ㅎㅎ]
[그럼 내가 나가서 빵을 좀 사올까?]
[오..아침에 빵먹고 가게? 그럼 내가 좀 수월하지..고마워~ ^^]


나의 룸메이트가 아침식사로 빵을 먹는건 일년에 서너번쯤 될까말까다.
십분쯤 됐나? 빵사러 나간 룸메이트로부터 전화가 왔다.


[정말 희안한게... 빠리바게트, 뚜레쥬르, 심지어 던킨도너츠까지 다 문을 닫았어. 명절끝이라 그런가봐.]
[그래요? 그럼 뭐 할수없지..그냥 들어와요.]
[지금 도미노피자 시키면 배달되나?]
[피자? 왜? 저녁 안먹었어?]
[아니. 시켜놨다가 내일 아침에 데워먹으려구.]
[...............-_-]


아니, 여보세요..
아침밥 못먹는게 그렇게 무서워?
아님. 진짜로 <밥=사랑>이어서 하루라도 안먹으면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드는거야?


남자들에겐 밥과 사랑은 이음동의어인게 확실한 듯.
'밥줘~'라는 그 말은, 나에게 사랑과 관심을 가져달라는 다른 표현일지도..



p.s.
빵사러 동네를 헤매고 다니던 그분께서는 다음날 아침 참치죽을 드셨다.^^








친구






며칠전,
오후에 시간되면 같이 홍대에 있는 케이에게 갈 수 있냐는 문자를 받고는
오후엔 시간이 안되지만 점심때 밥은 같이 먹을 수 있다는 문자를 주거니받거니 하다가 서로 의기투합해서 친구를 만났다.


내가 워낙 전화로 누군가를 챙기는 일에 서툴고 또 전화로 수다를 떠는것에도 익숙하지 않고
또한 하고 있는 일의 시간 특성상 오프라인으로의 만남에 적극적이지 않다보니


오래된 친구지만
그 오랜 세월만큼 믿거니 하면서 또한 막연히 잘지내려니 하면서 그냥저냥 연말에나 한번씩 보던 앤데
최근에 많이 아팠고 고심끝에 수술 후 이제 좀 살만해져서 외출도 할만큼 회복이 되었다.


간단한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면서 오래된 지난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각자의 일상적인 얘기, 주변의 얘기, 다시 각자의 마음속 얘기들..


대학시절 자신을 힘들게 했던 얘기들도 이제는 가볍게 꺼내어 툭툭 던지듯 주거니받거니.
그러다가 그당시 너무 가슴 아파서 자신들도 잘 헤집지 않던 얘기들까지 너무 자연스럽게 생각나고 꺼내놓다가
문득 흘러내리는 눈물한방울..


어느 시인의 표현대로 <친구의 서러운 사랑이야기>만큼이나
<친구의 마음속 숨겨둔 내면의 이야기>들도 내마음 언저리를 건드려온다.


그 친구는 오후 약속을 다음으로 미루고
나도 최대한 가능한 시간까지 장소를 옮겨가며 얘기를 나눴다.


크게 위로를 주고받은 느낌은 없는데도
나자신의 얘기를 가볍게 꺼냈다는 사실이,
그리고 그 친구가 마음 한구석에 응어리져있던 어떤 일들을 내게 편안하게 꺼내서 보여줬다는 사실이
뭔지모를 카타르시스로 작용을 한건지
요즘 천근만근 무거웠던 내마음이 어느새 좀 가벼워져 있었다.
그 친구에게도 그런 시간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새삼,
친구란게..글자 그대로 <친하게 오래 사귄 사람>이라는 말이 와닿는다.
이 가을의 '선물'같은 시간이었다.










투덜이의 변.


 

1.
일요일이지만 아이들 중간고사 기간이라 오늘 수업이 4개.
어제밤 룸메이트의 꼬임에 넘어가 자정이 넘은시간에 맥주마시겠다고 나갔다가
세시간만에 돌아왔다. 마시고 먹고 난 뭐먹었나 확인까지..-_-;;


아침에 간신히 눈을 뜨고
어쨌거나 수업을 해야하므로


커피를 좀 더 곱게 갈아서
아주 가늘게 물줄기를 흘려서 진하게 한잔 뽑았다.
킬리만자로AA 라는 이름의 커피인데 아주 검고 쓰면서도 부드러운 커피가 만들어졌다.
커피맛에 만족해하면서 위로받고 있다.


오늘 하루를 생각하면 좀 암울하다.



힘들거나 뭔가 투덜거리고 싶을때 새 창을 열고 글쓰기를 하는군.
이게뭐람.



2.
정답이 있다고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요즘 드는 생각이..


내가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지 못하는 느낌이 있다.
그냥..힘든 시기가 지나가면 괜찮아지는걸까..


아니면
엄마로서의 나의 자질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걸까..


아직도 이런게 고민되는걸보면 역시 잘하지 못하는게야.
슬프다.

















대화


1.

딸아이랑 같이 차를 타고가던 중..

 

[나] 스물세살이면 좋겠다..넌 좋겠다, 아직 스물 세살도 안됐잖아?

[딸] 스물세살이면 뭐하고 싶은데?

[나] 공부도 제대로 하고, 직업도 제대로 된 걸 갖기위해 준비하고, 남자도 여럿 만나보고..

[딸] 결혼은?

[나] 글쎄..천천히 생각해보고 뭐, 안해도 그만이겠지?

[딸] 애는 안낳을 생각이구나?

[나] 으..응..? 아니 뭐 그게 #$%*&%&**.....-_-;;;

       (속으로// 실은 애키우는 게 만만치 않더라...얘야..)

 

 

2.

딸아이가 대학에 가서 외국인들 한글가르치는 동아리에 들어갔다.

어찌나 열심인지 토요일이면 아침 8시에 집에서 나가선 매번 여러나라 사람들과 어울린다.

한번은 집에오더니..

 

[딸] 엄마, 나 베트남사람처럼 생겼어?

[나] 왜? 엄마닮아 좀 까무잡잡하긴 해. 눈도 크고..그래도 베트남사람 눈의 형태는 아닌것같은데..

[딸] 베트남 사람이 초급반에 왔는데, 다른 선생님한테, 나를 가리키며 왜 저사람이 날 가르쳐주지 않느냐고 묻더래.

[나] 왜? 니가 맘에 든대? 이상형이래?

[딸] 아니..그런거면 기분이나 좋게? 다른 선생님한테 '저 선생님이 베트남 사람같은데, 저 사람이 날 가르쳤으면 좋겠다'고 했대. 으헝헝..

[나] 아..미안. 내가 까매서 너를 까맣게 낳았어.. ^^;;;

 

 

오후 세시 반.



세시 반.


진한 커피를 한잔 준비한다.
갓볶아서 택배로 보내준 커피를 갈아서 머그컵에 한 잔 가득.
이제 오늘의 일이 시작되니까.


난 내 아이들을 돌볼 생각으로 이런 일을 선택한 거 였는데
어느 순간 아이들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두시간마다 2분쯤 엄마 얼굴을 보게되는 시스템이 되어버렸다.
이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요즘
뭔가 잘못된건 아니었을까 싶어진다.


살면서 후회되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겠지만
돌이켜 생각하면 지우고싶은 일은 왜그리도 많은지
생각이 깊어지면 부끄러운 일이 줄줄이 생각나서 얼굴이 화끈거린다.


후회없는 삶을 살겠다는 거창한 결심은 한번도 해본적이 없지만
이렇게까지 부끄러워질줄이야..







어려운 수업을 맡게 되었다.



원래 난 어떤 사건에 대해서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거나 호들갑을 떠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요즘 새로 시작한 수업 하나가 내마음을 무겁게도 하고 불편하게도 하고 이런저런 상념에 빠지게도 한다.


일단 아이는 초등6학년이다.
일년전쯤 초등학생에 대해 누가 물어왔고, 초등학생은 수업을 안합니다.하고 대답했고..그럼 예비 중학생은 언제부터라고 생각하면 되나요. 라고 묻길래, 뭐, 아무래도 6학년 2학기는 되어야하지 않겠습니까..라고도 대답을 했다.


작년에 문의했던 그 학생이 초등6학년 2학기가 되는 9월부터 수업을 해주시겠냐고 다시 연락이 왔다. 헉..그리고 뒤따라 들려오는 소리들.. 아이는 역삼동에서 전철을 타고 여기까지 오는것이며, 이 수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사람은 아이의 아빠이며, 외동아들하나 공부한번 잘하게 해보겠다고 결심한 부모의 지극정성이 엿보이게도 엄마가 데리고 와서 두시간을 길건너 버거킹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아이를 데리고 간다. 엄마는 운전을 못한다.


아니 그보다도 더 먼저, 나랑 시간을 맞춰보기도 전에, 아이의 아빠가 아이를 데리고 전철을 타고 우리집으로 공부하러오는 길을 답사를 했으며 아이에게 여기까지 다니며 공부를 할 수 있겠냐고 물었을때, 아이는 성적을 올릴수 있다면 한번 해보겠다고 대답을 했고, 아이의 결심에 매우 기뻐하며 연락이 온것이었다. 내시간에 맞추겠으니 수업을 해달라고. 대치동 수학학원을 다녔는데 성적에 변화가 없으며, 그전에 서울대생에게 7개월을 했는데 성적이 20점 정도 더 떨어졌었다는게 부모의 설명이다.


아이의 부모가 이토록 내게 적극적인 이유는, 2년전쯤 우연찮게도 중3짜리 성적을 4개월만에 40점대에서 90점대로 올려준 적이 있었는데, 하필이면 그 수업의 소개를 받았기때문이다. 그때는 일단 아이가 (중3짜리) 생각보다 영특했고, 어쩐일인지 나를 너무 좋아해서 정말이지 내가 시키는대로 모든것을 지키려고 노력해줬기때문이고, 또 중간고사가 쉽게 나왔을지도 모를일이었다. 아무튼 그아이는 그때이후로 수학을 잘하는 아이가 됐고, 수직상승한 그 성적에 부모도 놀랐고, 나도 놀랐고, 무엇보다 본인이 매우 놀랐었던, 아주 특이한 케이스에 들어간다.


그때 내가 아이에게 강조했던건 단 한가지였는데, 수학문제에 대면해서 어렵다고 느껴져도 <일단은 생각을 충분히 한뒤에><구체적으로> <니가 진짜로 모르는 부분을 정확이 찾아오라>는  거였고, 아이는 모든 문제를 심사숙고해서 생각한뒤에 <여기까지는 이렇게 풀렸는데 그뒤를 모르겠어요>라든지, <답은 나왔는데 이부분부터는 사실은 원리를 정확히 모르겠어요.>라고 진짜 열심히 숙제를 해왔었다.


그 아이의 수업에서 나온 소개이다보니 일단 내가 느끼는 중압감이 장난이 아니다. 첫수업을 마치고 기다리던 엄마가 인사하고 가겠다며 들어왔길래, "아유..고생스러우셔서 어쩜 좋아요.."라고 인사를 건네자, "한두달 데리고 다니면 혼자 다니겠지요..이제 시작인데 벌써 힘들다하면 되나요..괜찮습니다."라는 대답이 건너온다.


도대체 이부모의 아이의 공부에 대한 이런 지극함이 어디서 오는지 모르겠다. 아니 그것보다도 이렇게까지 공부를 잘해야하는건지도 잘모르겠다. 부담감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해주긴 하겠으나..거참 난감하기 이를데 없는 지경이다. 마음이 계속해서 무겁다.


어쩌면 공부에 목숨을 거는듯이 보이는 그부모를 보고, <내아이의 공부에 그토록 목숨을 걸어본적이 없는 나>를 돌이켜 생각하고 있기때문인지도 모르겠고, 나의 그러한 성향때문에 <저만큼 어렸을때 충분히 훈련받지 못한 지금의 내아이가, 고3이된 지금, 성적때문에 고민하는 뒤통수를 매일봐야하는 엄마로서의 자괴감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그런데말야..내 아이가 저렇게 어렸을때, 나도 저렇게 했으면 지금 정말 달라졌을까? 모르겠군. 모를일이라구. 수시원서 접수를 앞두고 있어서 내가 민감한 탓에 이토록 생각이 많은걸꺼야. 아.. 머리아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