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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07 고삼이 아들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8

고삼이 아들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수능이 끝나면 현재 고2들은 '아!! 이제 우리 차례인가!!!'라는 두려움을 품는 동시에 뭔가 시작해야한다는 절박함을 지니고 긴장상태로 들어가게 된다. 대학입시를 십년쯤 준비할듯한 느긋한 자세로 일관해오던 아드님께서(...) 올해 수능날부터 약간의 태도변화를 보여줬다.


'약간의 태도변화'에도 뛸듯이 기뻤던 이 어리석은 엄마는(...) 기말시험기간이 돌아오자 아들이 눈에 '불을 켜고' 공부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품게 되었으나 '진짜진짜 약간만' 태도를 변화시킨 아들의 시험성적은 거의 변화가 없는 걸로 그 시험은 시작되고.


무려! 아들의 수학시험 전날이자 아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의 수학시험 전날인 금요일밤을 부하직원들 송년회겸 우리집 집들이 디데이로 잡은 남편님의 대범함에(...) 경악했으나, 의정부, 원주, 강릉 등등의 원거리 지역의 책임자들을 불러모은 날이라서 감히 날짜를 바꾸라는 건의조차 단 반마디도 언급해보지 못한채 새벽 세시까지 집들이는 이어지고(ㅠ.ㅠ) 독서실에서 최대한 버티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신나게 노는 소리가 시끄러워 잠못이루는 아들을 가슴아프게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잠을 자야 맑은 정신에 수학문제를 풀텐데 엉엉.


워커힐에서 쇼와함께 스테이크를 배부르게 먹고 올꺼라고  믿고있던 손님들은 집에 들어서서 음식을 보자마자 거기 스테이크가 너무 작다느니 밥도 안줬다느니 김치도 안줬다느니..이러면서 차려놓은 안주들을 빛의 속도로 먹기 시작했고, 과일만 준비하면 된다(-_-)는 남편의 충고를 무시하고 시장에서 좀 과하다싶게 재료준비를 했던 나는, 새벽 1시까지 여러가지 새로운 안주를 계속 준비해야하는 주모로 변신. 무사히! 다들 감격해하며! 훈제연어 새싹 샐러드, 세발낙지숙회등등을 먹어 치웠다.


상사의 집들이에 온것이니만큼, 온갖 덕담이 넘쳐나고, 팔팔 삶은 낙지머리들을 통째로 접시 한켠에 소복히 같이 제공한것에 감격하신 1人께서 혹시 요리학원을 다니셨냐는 넘치는 찬사와 함께 남편에게 요리 잘하는 사모님과 사셔서 좋겠다는둥의 칭찬을 쏟아부었다. (이분은 아무래도 낙지머리를 정말 좋아하시는듯. 저쪽 상의 낙지머리도 탐내서 양보받았다는..요리 학원은커녕, 워커힐에서 밥먹은 사람들한테 대체 무슨 안주를 주나 고민고민하다 훈제연어 포장지 뒤에 있는 새싹을 곁들인 샐러드까지 참조했다는건 무덤까지 비밀이다.-_-)


이 말에 기분이 한껏 좋아진 남편은 토요일이 되자 나를 데리고 종로3가에 과메기와 잡어회를 정말정말 잘하는 영일식당이 있다고.. 서울에서 구룡포과메기의 맛을 꼭보여주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제가 가고싶겠냐고요.. 아들은 기말시험중인데. 당연히 아들은, 저때문이라면..제발 그러지 마세요. 부담스러우니까 다녀오세요. 제가 알아서 해요.


남편이 놀러가자는 말을 절대로 거부하지 않는 나는 아들에게 저녁을 차려주고 그냥 집을 나섰다. 미쳤지. 과메기쯤 안먹는다고 죽어? 죽냐고. 암튼 그래서 과메기도 먹고, 잡어회도 먹고, 게다가 영화도 보자!! 라고 외치는 남편을 역시 거부하지 못한채 영화까지 달리고 새벽 두시가 다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아들은 공부하다가 쉬는 중~이라며 컴퓨터앞에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내가 폭발해버렸다. 놀다왔으면서 뭘잘했다고 흑. 어이없는 얼굴로 날 바라보던 아들이 바람을 쐬고 오겠다며 나가버린다.


공부는 지가 알아서 하는거라고 철저히 믿고있는 남편의 스케줄은 내가 조절할 수 없지만, 적어도 다음날 감사의 표시로 나한테 한턱 낸다는건 내가 거절할수도 있었던건데.. 역시, 공부는 지 스스로 하는거지~라고 마음 한켠으로 생각하고 있는 나또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룰루랄라 놀러나간 주제에 뭘잘했다고 들어와서 애한테 신경질을..


내친구 말로는 고삼이 아들 엄마중에 나돌아다니는 사람 하나도 못봤다는데..의사였던 어떤 엄마는 월급의사를 1년 쓰면서까지 집에 들어 앉아서 아들 뒷바라지를 했다는데..난 겨우 과메기따위에 집을 나서다니. 엄마도 아닌게야.


이러다가 또 불쑥!
아니..이노무 사회가 대체 왜이러는거야. 왜 자식들 대학 진학이랑 성적을 애꿎은 엄마들한테 찍어붙이냐고. 엄마의 정보력이 어쩌구저쩌구. 공부는 애가 하지만 대학은 엄마가 보내는거라느니. 아 진짜!!! 아들 낳아서 군대까지 갈만큼 무사히 키워놓으면 성인으로 살아 갈 수 있게 쫌! 대학서열따위 상관없이 알아서 취직도 빨랑빨랑 시켜주고, 참한 애랑 결혼도 시켜주고 그래야지!!!!


어쨌든 그러저러한 금요일과 토요일이 지나고 일요일이 되자.
독서실 가기 싫은 표정의 아들이 오래오래 샤워를 하더니 점심과 저녁은 사먹겠다며 집을 나선다. 독서실에서 집으로 오면 다시 가기가 싫어지니 다 밖에서 해결하겠다고. 아 그말을 들으니 또 마음이 짠해지는게, 나름 한다고 하고 있는데 내가 조바심을 내고 있구나 싶어지면서 급반성을 했다.



먹는거밖에 낙이 없다고 말하는 아들을 위해,
앞으로 일년동안 365*2끼니동안 새롭고 맛있는거 해줄께, 아들!^^
(근데 생각해보니 365일씩이나 남은것도 아니구나..시간이 ...)


p.s.
근데, 혹시나해서 하는 말인데,,,
누나는말야.. 지가 알아서 학교에서 야자하며 공부해서 한번에 갔다..그거 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