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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2.26 '그러던 어느 날 밤' 4
- '그러던 어느 날 밤'
- 日常茶飯事
- 2012. 2. 26. 22:54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올것 같다는 기대감이 금빛이도는 베이지색 블라우스를 사게하고, 베이지색 트렌치코트도 사게하고, 요즘 백화점 매장에 눈에 띄게 한종류쯤은 진열되어있는 오렌지색의 부드러운 가죽 가방을 만지작거리게 하고..그리고 오래된 씨디를 한꺼번에 담아 둔 상자도 꺼내게 했다. 오래전에 내가 좋아했던 음악들을 다시 듣고 싶었다고.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은 그곡을 들을때면 자신을 기억해줘야한다는 주문같은 부탁때문에 잊혀지지도 않고 또 그때문에 듣지도 않았다. 뜯지도 않았던 비닐포장을 뜯어내고 음악을 듣다가 곧 그만둔다. 역시 안되겠어..
그리고 뒤적거리다 발견한 뉴욕물고기. Fish, out from water.
대체 어떻게 내 손에 들어온건지 전혀 기억에 없는 씨디 한 장. 음악도 참 좋고, 느낌좋은데.. 연주회에 간 기억도, 들어본 기억도, 심지어 누가 날 생각하며 사면서 싸인을 받아왔을 확률이 가장 큰데 그것조차도 누구에게서 건네 받은건지에 대한 기억이 없다. 제로다, 완전 백지상태.
몇년전에 이 씨디를 내 차안에서 발견했을때도 기억해내기위해 엔간히 노력했으나 실패. 다시금 기억해보기위해 머리를 쥐어짜도 기억나는게 없다.
미안해요..NY물고기님.
검색을 통해 이분의 두번째 씨디를 한 장 주문했다. 아마도 처음 음반을 냈을때 받았을것 같다. 나였든 혹은 내가 아는 누구였든. 가슴뛰게하는 노래들을 들려줬는데 이제야 알아봐서 미안해요. <진실의 숲> 기다리고 있다. 미리듣기를 통해 들어본 노래들은 기대할만하다.
나의 지론으로는 사람이든 책이든 음악이든 인연이 있어야 만나는 법이다. 그런면에서 내가 전혀 알 수 없는 경로로 나에게 와준 노래들이다. 특별하다면 이주 특별한. 이상한 기억력이 만들어 낸 특별함.. 한편으론 울고싶은 심정이기도하다. 이렇게까지 기억나지 않는 내 인생의 한부분을 생각하면.
그.러.나.
그야말로 '그러던 어느 날 밤' 갑자기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기억하기도 한다. 그 날을 기대하며.
덧1.
혹시 이 블로그에 들어오시는 지인 중에..이 씨디를 제게 선물해주신분이 계시면 제 기억력의 한계에 서운타마시고 말씀해주세요...사과의 의미로 밥을 사겠습니다. 커피도 살께요...
덧2.
내가 2집인 <진실의 숲>을 듣고있자 큰애가 나오더니 너무 좋다고..맘에 든다고..누구냐고 묻고는 NY물고기라고 하자, 1집이 귀한 음반인것 같으니 잘보관하자고 한다. 오천장찍은게 다라고 알려준다. 큰애가 좋아한다.. 여러모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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