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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블로깅한다, 고로 존재한다?
- 日常茶飯事
- 2008. 6. 19. 23:53
블로그라는 말, 그리고 블로깅, 블로거 라는 말을 많은 사람들이 쓰기 시작한건 불과 몇년 안됐지만, 그 말이 있기전부터 사람들은 웹상의 개인적인 공간에 자신의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내경우는 유니텔의 유니빌리지가 시작이었고, 그후 유니빌리지가 포스트박스로 거듭난 뒤에도 돈내고 쓰면 바보~라는 말이 공공연히 들려도 돈내고 썼다. 바보인거지. 유니텔에서 사람들이 자꾸 떠나면서 나도 이글루스에서 한동안 블로깅을 하기도 했다. 이런저런 블로그전문 싸이트들이 생겨나면서 새로운 풍속도도 생겼다. 웹상에서의 '이사'다. 나도 시류에 부합하기위해(?) 이사를 해가며 블로깅을 한다.
온라인에서건 오프라인에서건 이사를 하면 인테리어를 한다. 오프라인의 인테리어는 발품팔기와 돈이 관건이고 온라인에서의 인테리어는 인내심이다. 좀 더 실력이 있는 사람들은 자유자재로 블로그를 꾸미는데, 컴맹에 준하지만 세상이 좋아져서 이러고 있는 나는 있는 자료들을 이리저리 조합해보고 꾸미기를 한다. 하지만 일단 꾸며놓으면 그다음 그 블로그를 결정짓는건 포스팅인건 두말하면 잔소리겠지.
이사를 다니면 원래 짐정리를 하게 되어 있는데, 웹상에서의 이사도 다르지않아서 글정리를 좀 하게된다. 난 원래 버리기를 잘하는편이다. 잘하는'편' 정도가 아니라 무지막지하게 버린다. 지난봄에 아파트를 옮길때도 정말 많은것을 버렸고 우리집에 오면 사람들이 감탄을 한다. 썰렁하다고.
그러니 당연히! 글도 잘 버린다. 글을 없애고 후회한적도 있긴하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그렇다. 그래도 미련을 못버리고 끌고 다니는 글들을 찾아보면 1999년 글도 있다. 우와. 그전의 글들은 종이노트에 있었겠지. 그 종이노트들은 거의 없어졌다. 비번을 걸 수 없기때문에 어딘가에 놓아두어야한다는 사실이 무방비상태의 노출과 맞먹는 위험부담이 있어서 없앤듯하다. 그 종이노트들의 다른 이름은 '일기장'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블로그도 개인일기장과 다르지 않다는게 나의 견해다. 쓰고 싶은말을 쓰는곳. 그리고 오프라인의 나를 잘모르는 익명의 사람들에게만 공개하는곳. 그러다가 글을 통해 맘맞는 사람이 드물게 나타나면 또 인연을 맺기도 하는곳. 메이저,마이너 논란도 있다만, 난 굳이 선택하라면 마이너그룹에 있고싶다. 그냥..인간이 사소해서 그런거다. 소심해서 그렇기도하고. 작은 마음 페밀리, 나노마인드..다 내 얘기같다. 사람들은 어찌나 적절한 말도 잘 만들어내는지. 가히 천재적이다. 글도 잘쓴다. 유머도 있고, 필력도 있어서 어느정도 분량도 확보되는 글을 끝까지 안정감있게 전개시킨다. 부러울따름이다.
익명의 공간이라는건 소심한 사람에게도 약간의 용기를 준다. 왠만해선 할 수 없는 말들도 글로는 쓸 수 있다. 하지만 내경우는 그 글들이 '밤에 쓴 편지'와 비슷한 운명을 거칠때가 많다. 밤에 생겨나서 잠시 존재했다가 태양이 떠오르면 부끄러워져서 지워버린다. 편지는 찢어버렸었지. 무수히 쓰였고 찢겨진 나의 밤편지들.
그래도 뭔가 끼적거리고 있으면 마음이 좀 정돈이 된다. 누가 읽기를 바라면서 쓴적은 별로 없어서, 내용도 형식도 제멋대로다. 의식하기 시작하면 죽어도 글을 못쓸것이다. 그런점에서 작가들은 대단하다. 하긴 재능이 있으니 실을 뽑아내듯 줄줄 풀어내는 거겠지. 내경운 재능이 없어서 느끼는 일반인의 불편함일테고.
난 말하는데에도 어느정도의 총량이 정해져있음을 느낄때가 많다. 어느 순간 수다가 늘어지면 그다음은 허해져서 후회막급이다. 글도 너무 많이 쏟아내면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주절거림일지라도- 금방 후회된다. 뒤집어보자면, 한동안 아무것도 안쓰면 또 터질것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나는 끼적거리면서 내생활을 돌아보고, 읽은 책을 정리하며, 생각을 끄집어낸다. 비번을 걸고 일기를 쓸 수 있는 세상에서 살게된 걸 감사하게 생각한다. 타인의 일기에 준하는 글들을 엿볼 수 있는 세상에 살게 된것도 재밌는 일이고.
한동안 아무것도 기록하지않았다. 밀린 작업하듯이 아무말이든 하고 있다. 포스팅을 통해 나의 존재감을 확인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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