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20년차 주부히키코모리?



#1.
나의 룸메이트는 금요일이면 절대로 일찍 들어오지 않는다.
수업이 있을때는 잘 깨닫지 못했었는데, 요즘 금요일 수업을 잠시 쉬다보니 확연히 알게됐다.
작은애는 "이따가 깨워주세요~" 라는 단 한마디로 날 집에 묶어놓고 자고있다.
하긴.
걔가 날 묶어놓지 않았어도 어딜 나갈 생각도 없었고 계획도 없었다.
히키코모리 1단계일까?


#2.
어떤 날은 갑자기 시간이 남아돌아서
누군가를 불러내서 맥주라도 한잔 했으면..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하지만 5분 뒤..
'내'게 '갑자기' 불러낼 사람은 이제 없다는 걸 깨닫는다.
결혼 생활 '겨우 20년'에 이렇게 망가지다니.
히키코모리 2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생각이...-_-;


#3.
운동을 어떤걸로 할까를 놓고 심사숙고하다가
수영은 옷갈아입기 귀찮은데도 등록했더니만 강사가 다이빙을 가르치길래 관뒀고.
새벽조깅..이라는 근사한 단어를 생각해냈으나
이나이에 새벽에 날뛰는건 건강에 안좋을것 같아 패스.
피트니스? 휘트니스?..암튼 틀린 단어같지만 우리나라에선 통하는..그 헬쓰.
그걸로 체중감량한 경험도 있고..그건 그만큼 나한테 걸맞는거라는 확신도 있어서
그럼 어느 헬쓰장에 등록을 할까 후보를 서넛쯤 두고 잠시 고민하였으나
어쩐지 큰길을 건너는것도 귀찮고, 차를 끌고 5분을 가는것도 번거로워서
결국엔...
아파트 단지내 헬쓰장엘 등록하고 말았다.
건물밖으로 나갈 구실은 생겼다.
히키코모리 예외버전일까?


#4.
결론.
초저녁쯤... 누군가를 만나서 '대화'란걸 하고싶다고 잠시 생각하였으나..
결국엔 이렇게 되고말았다.


노년에 친구 6명은 무슨..개뿔.
이렇게 만사가 귀찮아서야...
친구들이 내 존재를 기억만해줘도 감지덕지다.



p.s.
그 와중에...와이셔츠를 10장을 다렸다.
앞으로 2주동안 작은애 교복셔츠 빼면 다림질 할일도 없어졌다.
교복셔츠는 3개밖에 없기때문에 2주치를 한꺼번에 다려놓을 수가 없다. 아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