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요일과 토요일엔.
- 日常茶飯事
- 2008. 12. 21. 21:06
친구들을 만났다. 친구들 만난 얘기를 굳이 하려던건 아닌데..화면을 열면 떡하니 버티고 있는 육회사진이 부담스러워 대치하려고 끄적이는 밀어내기 포스팅이랄까..뭐 그런.
일년이면 이맘때 꼭 만나는 오랜 친구들이 있다. 중학교 동창도 섞여있고, 더 어릴때부터 알던 애들도 있는..산전수전 다같이 겪은 그런 친구들. 그렇다고 뭐 특별히 자주 연락하지는 않지만 연말에 얼굴 안보면 그 해가 안넘어가지는 친구들을 금요일에 봤다. 23년만에 등장한 뉴페이스가 있었다. 남자앤데(애라니..중년의 아자씨다.흑.) 이름은 들어봤지만 얼굴은 절대 기억나지않는 인물. 처음뵙겠습니다..라고 인사하고 싶은 얼굴인데 날더러 하나도 안변했다며 아는척을 한다. 주거니 받거니 술을 약간 하고 조금 용감해진 내가 물어봤다.
"너..솔직히 말해도 돼. 너, 나 처음보지? "
"아니거든. 진짜 기억나거든."
"어. 그래"
근데 이친구가 노래를 진짜 잘하는거다. 내가 너무 좋아하니까 옆에 있는 친구들이 쟤, 예전에도 노래 잘했다고 내게 귀뜸해주더라. 나, 니네랑 '그 오래된' 친구 맞니? 나만 기억상실증있나? 암튼. 나쁜 기억력때문에 완전 새로운 친구만난 기분으로 놀고 들어왔다.
토요일엔 원주에 갔다왔다. 10년도 더 된 동호회 동갑내기 친구들의 정모. 유니텔 시절부터 알고 지냈는데 그 세월이 그새 십년이다. 이건 뭐..눈한번 감았다 뜬것 같은데 십년지기 친구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1박 2일 코스지만 난 당일로. 내차에 맘맞는 여자친구들 네명이 타고 신나하면서 갔다왔다. 정모는 커녕 번개에도 거의 안나가는 편인데 이번엔 내가 좀 용감했다. 내 룸메이트가 좀 마뜩찮은 부분이 있길래, 홧김에 "나 정모있어서 원주 갈꺼야" 이러고 그냥 나섰다. 하지만 밤중에 올라올 생각에 술도 한방울 안마시고 버티자니 쉽지는 않았다. 그냥..다들 살아가는 모습들이 궁금해서 간거니까 됐지 뭐.
98년이면 전화선으로 시간당 돈을 지불하며 접속하던 시절이었다. 인터넷에서의 만남은 불륜소재로 신문에 나던 시절이었고. 아이들이 어려서 정모때나 번개때면 당연히 애기들이 의례 서넛쯤 와서 같이 뛰어다니던 그런 만남이었다. 그러다보니 부부동반이 많았고, 남편들 아내들 얼굴쯤은 거의 한두번 보고 지낸 사이들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만난 친구들도, 그 옆지기들도 다들 같이 늙어가고 있었다. 세월이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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