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려운 수업을 맡게 되었다.
- 日常茶飯事
- 2009. 9. 1. 22:06
원래 난 어떤 사건에 대해서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거나 호들갑을 떠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요즘 새로 시작한 수업 하나가 내마음을 무겁게도 하고 불편하게도 하고 이런저런 상념에 빠지게도 한다.
일단 아이는 초등6학년이다.
일년전쯤 초등학생에 대해 누가 물어왔고, 초등학생은 수업을 안합니다.하고 대답했고..그럼 예비 중학생은 언제부터라고 생각하면 되나요. 라고 묻길래, 뭐, 아무래도 6학년 2학기는 되어야하지 않겠습니까..라고도 대답을 했다.
작년에 문의했던 그 학생이 초등6학년 2학기가 되는 9월부터 수업을 해주시겠냐고 다시 연락이 왔다. 헉..그리고 뒤따라 들려오는 소리들.. 아이는 역삼동에서 전철을 타고 여기까지 오는것이며, 이 수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사람은 아이의 아빠이며, 외동아들하나 공부한번 잘하게 해보겠다고 결심한 부모의 지극정성이 엿보이게도 엄마가 데리고 와서 두시간을 길건너 버거킹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아이를 데리고 간다. 엄마는 운전을 못한다.
아니 그보다도 더 먼저, 나랑 시간을 맞춰보기도 전에, 아이의 아빠가 아이를 데리고 전철을 타고 우리집으로 공부하러오는 길을 답사를 했으며 아이에게 여기까지 다니며 공부를 할 수 있겠냐고 물었을때, 아이는 성적을 올릴수 있다면 한번 해보겠다고 대답을 했고, 아이의 결심에 매우 기뻐하며 연락이 온것이었다. 내시간에 맞추겠으니 수업을 해달라고. 대치동 수학학원을 다녔는데 성적에 변화가 없으며, 그전에 서울대생에게 7개월을 했는데 성적이 20점 정도 더 떨어졌었다는게 부모의 설명이다.
아이의 부모가 이토록 내게 적극적인 이유는, 2년전쯤 우연찮게도 중3짜리 성적을 4개월만에 40점대에서 90점대로 올려준 적이 있었는데, 하필이면 그 수업의 소개를 받았기때문이다. 그때는 일단 아이가 (중3짜리) 생각보다 영특했고, 어쩐일인지 나를 너무 좋아해서 정말이지 내가 시키는대로 모든것을 지키려고 노력해줬기때문이고, 또 중간고사가 쉽게 나왔을지도 모를일이었다. 아무튼 그아이는 그때이후로 수학을 잘하는 아이가 됐고, 수직상승한 그 성적에 부모도 놀랐고, 나도 놀랐고, 무엇보다 본인이 매우 놀랐었던, 아주 특이한 케이스에 들어간다.
그때 내가 아이에게 강조했던건 단 한가지였는데, 수학문제에 대면해서 어렵다고 느껴져도 <일단은 생각을 충분히 한뒤에><구체적으로> <니가 진짜로 모르는 부분을 정확이 찾아오라>는 거였고, 아이는 모든 문제를 심사숙고해서 생각한뒤에 <여기까지는 이렇게 풀렸는데 그뒤를 모르겠어요>라든지, <답은 나왔는데 이부분부터는 사실은 원리를 정확히 모르겠어요.>라고 진짜 열심히 숙제를 해왔었다.
그 아이의 수업에서 나온 소개이다보니 일단 내가 느끼는 중압감이 장난이 아니다. 첫수업을 마치고 기다리던 엄마가 인사하고 가겠다며 들어왔길래, "아유..고생스러우셔서 어쩜 좋아요.."라고 인사를 건네자, "한두달 데리고 다니면 혼자 다니겠지요..이제 시작인데 벌써 힘들다하면 되나요..괜찮습니다."라는 대답이 건너온다.
도대체 이부모의 아이의 공부에 대한 이런 지극함이 어디서 오는지 모르겠다. 아니 그것보다도 이렇게까지 공부를 잘해야하는건지도 잘모르겠다. 부담감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해주긴 하겠으나..거참 난감하기 이를데 없는 지경이다. 마음이 계속해서 무겁다.
어쩌면 공부에 목숨을 거는듯이 보이는 그부모를 보고, <내아이의 공부에 그토록 목숨을 걸어본적이 없는 나>를 돌이켜 생각하고 있기때문인지도 모르겠고, 나의 그러한 성향때문에 <저만큼 어렸을때 충분히 훈련받지 못한 지금의 내아이가, 고3이된 지금, 성적때문에 고민하는 뒤통수를 매일봐야하는 엄마로서의 자괴감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그런데말야..내 아이가 저렇게 어렸을때, 나도 저렇게 했으면 지금 정말 달라졌을까? 모르겠군. 모를일이라구. 수시원서 접수를 앞두고 있어서 내가 민감한 탓에 이토록 생각이 많은걸꺼야. 아.. 머리아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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