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오후에 시간되면 같이 홍대에 있는 케이에게 갈 수 있냐는 문자를 받고는
오후엔 시간이 안되지만 점심때 밥은 같이 먹을 수 있다는 문자를 주거니받거니 하다가 서로 의기투합해서 친구를 만났다.
내가 워낙 전화로 누군가를 챙기는 일에 서툴고 또 전화로 수다를 떠는것에도 익숙하지 않고
또한 하고 있는 일의 시간 특성상 오프라인으로의 만남에 적극적이지 않다보니
오래된 친구지만
그 오랜 세월만큼 믿거니 하면서 또한 막연히 잘지내려니 하면서 그냥저냥 연말에나 한번씩 보던 앤데
최근에 많이 아팠고 고심끝에 수술 후 이제 좀 살만해져서 외출도 할만큼 회복이 되었다.
간단한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면서 오래된 지난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각자의 일상적인 얘기, 주변의 얘기, 다시 각자의 마음속 얘기들..
대학시절 자신을 힘들게 했던 얘기들도 이제는 가볍게 꺼내어 툭툭 던지듯 주거니받거니.
그러다가 그당시 너무 가슴 아파서 자신들도 잘 헤집지 않던 얘기들까지 너무 자연스럽게 생각나고 꺼내놓다가
문득 흘러내리는 눈물한방울..
어느 시인의 표현대로 <친구의 서러운 사랑이야기>만큼이나
<친구의 마음속 숨겨둔 내면의 이야기>들도 내마음 언저리를 건드려온다.
그 친구는 오후 약속을 다음으로 미루고
나도 최대한 가능한 시간까지 장소를 옮겨가며 얘기를 나눴다.
크게 위로를 주고받은 느낌은 없는데도
나자신의 얘기를 가볍게 꺼냈다는 사실이,
그리고 그 친구가 마음 한구석에 응어리져있던 어떤 일들을 내게 편안하게 꺼내서 보여줬다는 사실이
뭔지모를 카타르시스로 작용을 한건지
요즘 천근만근 무거웠던 내마음이 어느새 좀 가벼워져 있었다.
그 친구에게도 그런 시간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새삼,
친구란게..글자 그대로 <친하게 오래 사귄 사람>이라는 말이 와닿는다.
이 가을의 '선물'같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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