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뎌내기




어느 글에서 읽었는지는 잘 기억나지않는데, 아이가 재수를 하게되면 엄마는 '징역1년에 벌금 2000만원'이라고하더라. 작년엔 웃고 말았는데, 막상 내 처지가 그 처지가 되고보니 그냥 알아서 징역1년형에 들어가게되네. 사람들과 연락하고 싶지도 않고, 모든 관계를 보류하고싶어진다. 대체 작년에 난 (또는 우린) 뭐했나 싶었다가, 그래도 신나게 논 건 아니었다고 누구라도 붙들고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다가도 곧 의욕이 사라진다. 올 1년동안 과연 얘가 제대로 해낼까싶어 마음한켠이 답답한데 또 가만히 생각해보면 별수없이 묵묵히 견뎌낼 도리밖에 없다.


작년보다 더 무리한 공부에 우울한 마음이 겹쳐서인지 심한 감기에 걸려버린 아이가 간신히 도서관엘 갔다. 공부하다 공부가 잘되는 날엔 밥먹고나면 그 리듬이 깨질까봐 밥먹으러 나가기가 싫어서 편의점에서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기도 했나보다. 그 말을 들은 후에 도시락을 준비하려했으나 아직은 날이 차가워 식은 반찬들이 별로일것 같고..점심시간에 맞춰 가서 뜨끈한 갈비탕을 한그릇 먹여서 들여보내려고 점심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이러줄 알았으면 평소에 교회나 절에라도 다닐껄 그랬다. 어디에라도 의지하고싶어진다. 절대적인 어떤 존재에 의지하고 싶어진 건 살면서 이번이 처음이다. 아쉽다고 쉽게 뭔가를 찾을만한 성격도 못되니, 이 마음도 견뎌내야한다..


어떤날은 도서관에서 14시간을 지내게되는데, 하루종일 어느 누구와도 얘기를 나눌수 없게되니 저녁즈음엔 너무 외롭단다. 별수없다. 그것도 애가 견뎌내야 할 상황 중 하나고, 그말을 들어주며 견뎌내야할 건 내 몫이다.. 도서관에 공부하러오는 예쁜 누나들로 위안을 삼고있기는 하다. 아침마다 주변 책상에 예쁜 여자애 내지는 멋진 누나가 앉길 주문을 외며 차에서 내려 날 웃게 만들기도 한다. 가끔씩 출몰하는 여신포스의 누나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은 오래있지도 않지만, 잠시 나타났다 사라져주는게 더도움이 된다나 뭐라나.


어쨌든 이러고 지내고있다..시간을 견뎌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