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칙한 글이 첫화면에 떠있어서 블로그 전체가 우울모드로 보였겠지만, 이제 조금씩 이런저런 상황에 적응하고 있다.
난 요즘 매일 점심 도시락을 준비해서 시간되면 아이와 같이 먹고, 내가 약속이 있으면 도시락만 건네주고 오기도한다. 도시락을 이렇게 매일 챙겨본적이 드물어서 반찬 만드는 일에 심취하다보니 그것도 집중하는 일이라그런지 또 나름대로 생활에 활력을 준다. 연근조림을 하고, 삼치 데리야끼를 하고, 닭다리살만 발라내 감자랑 같이 조림을 하기도 한다. 과일을 이것저것 바꿔가며 따로 담아주고, 내일 반찬은 뭘할까를 매일 골똘히 생각하고, 이틀에 한번은 시장다니느라 조금 더 바빠졌다. 새벽기도를 하시는 분들이나 절에 가서 정성 드리는 분들에 비하면 별거 아니겠지만 매일 도시락을 만들어주는걸로 기도를 대신하면 어떨까싶다. 그래도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말 단순한 생활인데 복잡한 느낌으로 매일 반복되고 있다.
오늘은 오랫만에 동생한테 가서 머리도 했다. 재수생 조카때문에 조심하느라 일요일에도 놀러오지도 않고하여 걔네를 본 지가 꽤됐는데, 마침 낮수업 한개가 취소되서 시간이 생겼다. 머리해야 할 때도 한참 지났었고..동생이 몇달전에 파마를 해줬는데 일주일만에 다 풀려버린적이 있었다. 그때 얘길 했더니 '1년 가는 머리를 해주지!' 이러며 뽀글뽀글 볶아놨다. 뭐 나름 괜찮다. 마음에 든다. 근데 가족들이 자꾸 키득키득 웃는다. 아줌마가 해서 '오래가는 아줌마 파마'가 되어버렸지만 아마 내 딸이 했으면 '베이비 펌'이라 불렸을 머린데. 흠...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않는다는 점을 빼면 생활은 일상적인 형태로 잘 지나가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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