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이 너무 심해서 할일을 모두 미뤄놓고 영화를 한편봤다.
<버킷리스트>.
이 영화에 대해 알게된건 어떤 사람의 블로그에서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난뒤 자기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하면서 그 첫번째가 체중감량이었고 그 리스트 중 한가지였던 책을 한권 내는것이었는데 이제 그것까지 실현가능하게 되었다며 기뻐하던 글을 읽었기때문이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현실성이 매우 부족했는데, 그나마 마음을 잡아끄는 장면들은 주인공들이 죽기전에 하고싶은 일들을 적어내려가는 장면과 그것을 한가지씩 실현할때마다 그종이를 꺼내 지워나가는 씬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란색 레포트용지에 카터(모건 프리먼)가 몇줄적다가 구겨버린것을 에드워드(잭 니콜슨)가 다시 펴들고 적어내려가고, 상대방을 위해서 서로 한줄씩 추가해 적어놓기도 하고. 하고싶은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며 리스트를 지워나가는 장면들은 참 좋았다.
스무살때는 막연히나마 하고싶은 일들이 마음속에 아지랭이처럼 피어났다 사라지기도 하고 자리잡기도 했었지만 언젠가부터 그다지 바라는게 없어진건지 다 하고사는건지 모르겠지만 아무생각도 없이 지내고 있었다. 그저 아까운 시간으 보내고있는게지, 생각없이.
어제 억지로 휴식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그 영화가 생각난것은 아마도 낮에 잠깐 커피 마시려고 만난 친구의 표정때문이었을거다. 3개월만에 만났는데, 만나자마자 그 친구 얼굴에 나타나는 당황스러움.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하던 그 친구가 내게 건넨말은 "파마 언제한거야? 아 하하..하..근데..이런말하면 안되는데..너 살 쪘어.;;;;" 그 말을 해석하면 (아니..잠깐 못본 사이에 왜 이렇게 망가진거야..머리는 아줌마 파마를 하고..ㅠ.ㅠ)..였다. 당황스러움이라고 점잖게 표현했지만 실은 자기관리를 못한것에 대한 실망감이 묻어나는 얼굴이었다. 비도 오고하여 커피도 좋았지만 친구의 표정이 자꾸 생각난다. 자랑스러운 친구로 남지는 못할말정 실망스러운 친구가 되어버리다니. 쯧쯧. 나도 나한테 실망이다.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면 인생이 좀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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