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빼곡히 글로 적어낸적이 있었더랬다. 그냥 끄적이는게 취미고 일상이고 그래서.
아주 오래전 <내영혼의 자서전>이란 노트를 채워나간적도 있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에 심취해 있었고, 그래서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춤추고 싶었던 영혼을 지녔을적에. 카잔차키스의 <영혼의 자서전>을 읽고 따라했겠지. 그 노트엔 대부분 어떤 한사람에 대한 감정이 적혀 있었는데 어느날 그 감정을 배반하게 됐을때 나자신을 버리듯 쓰레기통에 통째로 버렸다. 글을 없애고 싶을땐 태워버리는 편이었는데 '태우는 행위' 조차도 사치스럽게 느껴질만큼 그 상황에 대해 화를 내고 있었다. 그 상황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는데.. 가끔씩 그 글들이 세상을 얼마나 떠돌아다니다 스러졌을까 생각해보곤 했었다. 아주 오래전 일이다.
일상은 일상대로 흘러가고 있는데 난 아무것도 기록하지않는다. 사람은 조금씩 변하게 마련이다. 난 아무리 더운 날에도 뜨겁고 검은 커피를 마시는 편이었는데 이제는 여름엔 얼음을 가득채운 유리잔에 진하디진한 커피를 부어 차갑게 식혀 마신다. 봄 가을 겨울엔 예가체페 원두를 사고 여름엔 아이스 커피에 어울린다고 부연설명이 되어있는 원두알갱이를 선택한다. 무언가 맘에 들면 언제나 한가지만을 고집스럽게 마시던 성향이 바뀐것이다.
외모도 변하고있다. 늙어가고있다. 당연한 일인데 조금 슬프기도 하다. 예전의 내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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