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년 여름에도 큰애가 일본엘 갔었는데, 올해도 가고싶어해서 보내줬다. 이번엔 부타이라고 하던가 연극을 보겠다고 갔고, 정말 열심히 연극을 보러다니고 있는것 같다. 그 남자(주인공?)덕분에 일어를 열심히 듣고 일년만에 말까지 하게됐으니 연극표 몇장쯤은 학원비인셈치고 사주겠다고 미리 약속했었다. 근데 엔화는 왜그렇게 올라가는건지..가기전에는 방학을 해서 좀 한가해진 아이가, 바쁜 나를 위해 커피도 내려주고 잠깐 쉬는 시간에 올라오면 올리브오일에 마늘을 넣은 파스타도 해놓고 기다려주고 뭔가 너무 잘해주길래, 수업 열심히 해서 돈많이 벌어서 일본갈때 용돈 많이 달라는 뜻이냐고 물어봤더니, 자기가 없는게 얼마나 아쉬운지 엄마가 느끼게 해줄려고 사전 작업하는거라며 웃었다. 살가운 딸애없이 지내려니 쫌 아쉽긴하네. 심심하기도 하고.
2.
여름이 왔다싶으면 미국에서 학생들이 돌아오고 내 스케줄은 빡빡해지고의 반복이 몇년째 계속됐는데 이제 다들 대학엘 들어가고 한명만 남아있는 상태인데 이번에도 연락이 왔다. 그치만 도저히 어딘가로 끼워넣을수가 없어서 한양대 다니는 대학생에게 과외연결을 시켜주고나서 학생 엄마랑 통화를 하는데, 너무도 씩씩하게 하시는 말씀. 갑상선암이라는 진단이 나왔는데 대입을 앞둔 아이한테 부담주기 싫어서 아이가 출국하고 난뒤 수술날짜를 잡았다고..아이한테는 말하지 말아달라고 말씀하신다. 정작 본인의 마음속은 실제로 어떤지 모르겠는데 정말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목소리다. 엄마의 마음이란 참..
3.
다음주부터 10시 수업시작하면 점심시간 1시간 있고, 저녁까지 수업이다. 이틀은 밤9시까지이고 나머지는 저녁때쯤에 끝난다. 언제부턴가 여름방학은 살인적인 수업이 이어지는 상황으로 돌변했다. 동네탓인건지 요즘 사회탓인건지 모르겠다.고등학생들은 그러려니 하지만 중딩 아가들도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한다. 엄마들도 열심히 시키고. 지난번엔 아이가 중간고사 수학시험 보러간 날 아침에 전화를 받은적도 있다. 혹시 중간고사보고난 뒤 수업이동있으면 자기 아이가 들어갈테니 미리 기억해달라고. 우리 아파트 옆에 있는 중학교는 수학 평균이 50점대다. 중간고사엔 중1이 그러더니 이번 기말고사에선 중3문제를 그렇게 냈다. 애들이 공부들을 지지리 못해서 그 점수인게 아니다. 문제가 정말 어렵다. 중1에 나오는 집합에서 기본개념을 심화한 문제를 내는데 솔직히 고1수준의 문제를 낸다. 물론 '개념'을 심화한거라서 항의하기는 좀 뭐하다. 그치만 원래 시험문제라는게 개념을 깊이깊이 파고들면 그게 완전 어려운 문제가 되는법이니까 아이들은 죽을 맛이다. 그 특수를 내가 누리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학교에서 가르친만큼 시험에 내든가 시험에 내는 난이도로 다들 가르쳐주든가 했으면 좋겠다.
3+.
흔히 과외를 한다고하면 잘하는 아이를 더 잘하게 만들려고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 개인적인 의견으론 가장 좋은건 아이가 혼자서 학교에서 배운걸 가지고 예습복습해서 점수를 내는것이고, 두번째는 동네에서 성실히 가르치는 학원에 가서 잘듣고 도움을 받아 원하는 성적을 받는거다. 그런데 혼자서는 도저히 안되고 학원가면 집중을 못하거나 설명을 못알아들어서 점수가 안습인 애들이(실은 그 아이의 부모가) 결국엔 날 찾아온다. 그러니 시작하는 점수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점수대들이 많다. 그렇다고 그 아이가 공부하고 담을 쌓아서 그 점수인 경우는 사실 별로없다. 아이 나름대로 정말 노력했는데 도저히 안되는 상황에서 방법을 찾다가 날만나게 되는 경우가 열에 아홉이다. 얼마전에 재수하는 아이를 한명 만났다. 친구의 친구의 아들인데, 정말 좋은 아이인데 단지 수학점수가 안되는, 그런데 집이 너무 먼 아이. 그래서 기초를 몇번봐주고 그동네 과외선생을 물색해서 연결을 해줬는데, 분명 성적을 올리는 선생이라고 들었는데 정작 가보니 수업을 너무나도 강압적으로 하는가보다. 아이가 밤늦게 전화를 했다. 선생님이 너무 무섭게구니까 아는 문제도 대답을 못하겠다고. 아 진짜 답답하다. 당연히 수학을 못하니까 과외를 하는거지. 친절하게 설명해도 애는 이미 충분히 주눅들고 자신감 없는 상태에서 선생을 찾아가게 마련인데. 아이 목소리에서 당황스러움이 느껴졌다. 시간까지 없어서 이 아이를 어떻게 도와줘야할지 모르겠다.
4.
<상처받지 않을 권리>란 책을 내일까지 다 읽어야하는데 아직 삼분의 일쯤 남아있다. 한달의 여유가 있었건만 시모 칠순잔치에, 큰애를 일본에 보내는 기타등등의 여러 일때문에(김치와 오이지, 냉면과 미숫가루, 고추장과 김,그외 여러가지를 수하물용 꽤 큰 가방에 한가득 싸서 고모네집으로 보내므로 아이는 본인을 '김치셔틀'이라고 표현한다.) 지난 일요일부터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꽤 어렵고 또한편 꽤 흥미롭다. 죽을때까지 배워야한다는 걸 실감한다. 읽을책 많은 세상이어서 기쁘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한데, 뭐 그렇다고 세상의 모든 책을 읽을껀 아니기때문에 기쁜 마음이 조금 더 크다고나 할까. 부제가 <욕망에 흔들리는 삶을 위한 인문학적 보고서>인데, 젊어서 철학과 심리학 공부를 하지 않은것이 약간 후회스러울만큼 인생에 있어서 철학이 필요한 기분이든다.
5.
운전면허 갱신을 해야하고 여권을 갱신해야한다. 갱신할것 투성이네. 이참에 '나'도 갱신해주면 안되나? 끙. 근데 사진찍으러 가기 싫어서 6개월여의 시간(운전면허 갱신기간)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마감날짜에 임박해서 그 복잡한 수업을 헤치고 일처리를 할것 같다. 아후..사진찍기 정말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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