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나 화장에 대해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난 쇼핑하는걸 별로 좋아하지않고, 꼭 사야할것이 있어도 미루고미루다가 급기야는 더이상 미룰 수 없을 지경이 되어서야 마지못해 백화점에 나가서 필요한것만 있는곳을 휘휘 둘러보고 적당하다 싶은걸 사는편이니까. 화장은 더더군다나.
딸아이가 외출할때 치장을 하고 나한테 물어볼때가 있다.
[엄마, 나 어때?]
[응..그렇게 화장하니까 눈이 더 커보여. 예뻐]
[후~. 엄마한테 화장뒤에 물어보면 남자들이나 해줄법한 말을 해. 힝.]
뭐 어쩌겠나..난 실은 거의 화장에 관심이 없고 색조화장은 가뭄에 콩나듯 할까말까하고 옷도 대강입는데다가 딸아이가 어떻게 화장을 하고 뭘입든 이쁘기만 한걸. 그러니 내가 말하고자하는 스타일은 멋지고 스타일리쉬한 그런 얘기는 아니다.
요즘 한가해서 이런저런 방식으로 운동을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엔 책을 읽는다. 가까운 도서관에 없는 책을 관내 도서관끼리 상호대차라는 방식으로 운영을 하고 있어서 신청하고 기다린끝에 닉혼비 책을 두 권 받았다.
<딱 90일만 더 살아볼까>는 닉혼비 스타일대로 위트넘치고 가볍고 그러면서도 전달하고자하는 메세지를 잘 버무려놓아 다음페이지가 매우 궁금한 내용이어서 운동뒤의 나른함과 운동부터 하고 집안일을 하겠다는 우선순위의 법칙에 따라 어수선하고 정리되지않은 상황에서도 책에 몰입하게 해주는 착하고 고마운 책.
닉혼비의 소설이 원작인 영화가 좋아서 책도 읽었는데, 항상 그렇듯이 역시나 책이 더 좋았다. 물론, 영화도 좋았긴하다. <어바웃 어 보이>에는 내가 좋아하는 휴그랜트가 주인공이었고 <하이 피델리티>는 존쿠삭이 나왔다. 게다가 둘 다 훨씬 젊을때!!! 찍은 영화다. 요즘의 휴그랜트는 얼굴에 주름이 너무 많아졌고 존 쿠삭은 많이 뚱뚱해졌지만 그 두남자 모두 약간 처진 눈매를 가졌다는 점에서 나에겐 항상 +100점쯤 더 따고 들어간다. 뭐 그들이 내가 매기는 점수에 상관은 안하겠지만. 그리고 자연스럽게 늙고 있어서 그 점도 다행이다.
<언에듀케이션>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 흑백영화 스타일의 영화는 항상 느낌이 좋다. 닉혼비는 아무래도 천재이지싶다. 자기 소설을 영화화해도 잘되고, 남의 글을 각색해서 영화로 만들어도 나쁘지않으니 말이다. 약간 커보이는 화성인 헤어스타일의 두상도 그렇게 느끼게 해주기도 하고.
그리고 <런던 스타일 책읽기>.
나도 그렇게 책을 읽는다. 이책저책 집적대며 가까운 사람이 권하거나 지인이 출간한 책은 항상 우선순위에 둔다. 그렇게 책을 읽다보면 가끔은 끝내지 못하고 손길이 다시 오기를 마냥 기다리다 지쳐버리는 책도 있고, 침대주변과 책상주변엔 언제나 읽다만 책들이 몇권씩 쌓여있고, 그리고 나름대로 고르고골라서 책을 샀어도 반도 안읽을때가 많고 ㅡ잡은 물고기에 먹이를 안준다지만 오히려 산 책은 안읽는다가 그런 상황에서 더 적절한 예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책은 사놓고 안읽는다고 죽어버리거나 하지는 않으니까ㅡ 언제라도 수중에 읽을거리가 떨어질때를 대비한 비상식량같은 역할을 해주니까 매번 새로운 책이 주위에 넘쳐난다.
그러고보면, 사놓고 안읽고 빌리고 반만 읽고 좋은책이라고 권함받고도 까맣고 잊어버리고 등등을 반복해도 읽고 싶은 책이 계속 생겨나고 아직 안읽은 고전들이 리스트에 잔뜩 남아있다는 사실은 정말 감사할 일이다.
<런던 스타일 책읽기>를 읽다보니, 난 돈받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쓰지도 않으니, 이 공간에 내 하고싶은대로 독서노트를 써보고싶다는 의욕을 생겨난다. 완전 내 스타일대로. 책을 읽고 기록하지 않는것에 대한 약간의 반성이 항상 뒤따르고 있으니 자신에 대한 자책도 멈출겸, 읽고 싶은 것을 읽고, 멈추고 싶을때 멈추고, 다른 책으로 넘어가고 싶을때 죄책감없이 건너 뛰어가고, 쓰고싶은대로 끄적이고, 그러다가 중간에 뚝 끊으면서도 마무리를 못했다고 자책하지 않기...를 모토로 삼고.
(계획세우고 말로만 떠들고나서도 생각하면 할수록)
좋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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