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거나 버리거나


요즘 내 일상은 걷기 또는 버리기의 연속.
피트니스센터에서 걷거나 강변을 걷는데 지난 주말엔 4시간을 걸었다.
초저녁에 일찍 걷기 시작해서 욕심을 부리다보니 그렇게됐고 그날은 괴로웠는데 다음날엔 또다시 그시간만큼 걷고 싶어지더라.
청담대교까지 갔다오면 끝냈어야하는데 다시 광진교를 지나 구리쪽으로 한참을 걷다가 인적이 드물어서 되돌아왔다.


걷지 않을때는 정리를 한다.
신발장을 몽땅 뒤집어서 청소하고 버리고 정리하고
베란다 벽장도 다 꺼내서 다시 정돈하고 반쯤 버리고,
옷장도 정리하니 한박스쯤 버릴옷이 쏟아져나왔다.


몇년전부터 과감히 버린다.
왠만하면 깨끗한 상자에 잘 개켜서 내놓는다.
아무리 버려도 몇해가 지나면 뭔가를 또버리게 된다.
이번에도 망설이다 다시 남겨둔 물건들이 있는데 몇년뒤에 그걸 또 버리게될지도.


물론, 절대 버리지 않은 것들이 있긴하다.
정리하다가 어떤 상자를 열었는데 거기에 큰애가 태어나서 찍었던 내 손가락길이의 발도장도 찾고
병원에서 준 출생카드도 튀어나왔다. 키가 50cm..지금은 164cm.


어떤 지갑에선 작은 아이의 5살쯤 사진도 나왔다.
모래에서 신나게 흙장난을 하다가 내가 부르니 고개를 들고 찍힌 사진이다.
통통한 볼에 장난기가 잔뜩 묻어나는 눈과 입이 들어있다.


사진이 들어있는 상자나 앨범은 아직 손을 안댔다.
아래층 서재도 아직이고 작은애 방도 아직 그대로다.
두군데 모두 버릴책이 또 나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