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삼일째 제대로 못잔 후유증이 심각하게 오길래 9시에 일을 마치자마자 비습관성이라는 수면유도제 한 알을 먹고 잠이 오길 기다렸으나 한시간이 지나도록 잠들지않길래 위스키도 한 잔을 마셨다. 그러면서 문득 이게 약물남용의 시작일까...라는 걱정을 30초정도했다. 그리고 불을 켜놓아서 잠이 더 안오나싶어서 불끄고 티비를 조용히 켜놓고 소파에서 잠들었다.
가족들이 귀가할때마다 잠깐씩 깼다가 다시 잠들기를 반복하다가 문득 김치가질러 오라시던 친정엄마 말씀이 기억났으나 요즘같은 몰골로 갈수가없어서 며칠 더 미뤄야겠다고 생각하며 또 잠이들었다. 방법이야 어쨌든 아홉시간 정도를 연속으로 자고났더니 오늘은 낮에 밥도먹고 좀 나아진듯.
집에 들렀다가 내 요즘 상태를 들은 후배의 문자도 와있고..[언니, 내가 주변에 좀 알아보니 불면증에 라벤더차가 좋대요. 라벤더차좀 마셔요.] 부재중통화, 왜전화를 안받냐는 작은애의 문자, 카톡들,,,
점심먹는 남편앞에 초췌한 몰골로 마주 앉아 있었더니
[에구... 종이로 만든 우리 마누라..]이런다.
아 참, 김치가져와야지!!
엄마 생각이 났다.
고등학생때랑 대학후반부에 하도 골골하며 다녔더니 엄마가 한숨섞인 말씀을 하셨었다.
[ 아니, 애가 종이로 만들어 풀로 붙였나, 왜이렇게 션찮아..]
에고, 엄마. 나 요즘도 좀 션찮아.
나도 내가 종이로 만들어졌나 의심하는중이야.
아님 나도 하이킥의 윤유선처럼 이게 다 그때가 오려고 이러는가 싶어질정도로 상태가 안좋다.
흑. 쓰고보니 쫌 더 슬퍼질라그러네.
덧1.
어제 낮에는 한때 나의 소울메이트였다고 (어쩌면 나만 그렇게 생각한) 여겼던 친구를 4년만에 만났다. 4년이 지난줄도 모르다가 문자속에서 문득 깨닫고 한번 봐야겠다는 얘기가 나와 한달전에 약속을 했었다. 요즘같은 컨디션이면 왠만하면 약속을 취소해야하는데, 이 친구는 또미루면 다시 4년이 흘러갈지도 몰라서 아무 말없이 약속장소로 나갔다.
비오는 예술의 전당은 참 운치있었다.
카페 모짜르트의 창가에서 식사를 하는데, 모든게 좋았다.
예전과는 또다르게 솔직하게 자기얘기를 다 하고있는 친구를 보며 겉모습은 그닥 변하질않았는데 세월이 이 친구를 변하게 한건지, 아니면 바쁜 생활속에서도 아들이 대학을 잘가줘서 거기서 오는 여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암튼 좋아보였고, 그래서 기뻤다.
대학에 출강하랴, 가외로 또 일도 많이 하고, 그러면서도 튼튼해서 애들이 엄마를 너무 믿는다고 슬쩍 불평하는 모습마저 건강해보여 좋았다. 여전히 날씬하고 매력적이고 실력있고..
나는 왜 뭔가를 더 공부하지않고 그대로 주저앉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내가 하자, [글을 써...]라는 말을 건네온다. 오랜시간 떨어져 지냈는데, 블로그의 존재도 모르는데, 그동안 사느라고 지쳐서 내가 일기 한 줄 안썼을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그렇게 말해주는 그 조언은 신선했다. 그치만 글을 아무나 쓰나. 그래도 그 친구가 내게 그런말을 건네주자, 지금이라도 어디가서 좀 배우고 뭐라도 시작해볼까 하는 유혹을 (돌아오는 전철안에서 잠깐이나마) 느낀건 사실이다.
돌아올때는 죽을것처럼 피곤했는데 참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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