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산책




지난주엔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썼는데
그 후유증으로 일요일까지 수업을 세개나 했다. 시험기간도 아니었는데.


일주일동안의 정신없음을 보상하는 차원에서 밤에 산책을 했다.
주로 밤에 걸을때 같이 걷는 동네친구가 한명 있는데
이친구가 미국에 이십여일 다녀온데다 나까지 바쁜 바람에 오랜만에 같이 걸었다.


미국에 있는 아들 만나고 온 얘기도 듣고,
아들이 데려올 여자친구의 피부색에 초연할 수 있는 마음가짐도 있어야한다는 얘기,
우리 나이에 암판정을 받아 깜짝 놀란 지인의 얘기도 하고
하고싶은거 하며살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 만나며 사는게 좋겠다는 얘기랑
건강에 신경을 많이 써야할것 같다는 얘기, 그래서 자주 만나 걷도록하자는 얘기도 하고
테크노마트 스포츠센터가 재개장을 했으니 거기 다시 나가서 운동해야겠다는 얘기,
사는게 좀 쓸쓸하고 재미없어질라고 한다는 얘기 등등


날씨가 제법 쌀쌀했다.
생각해보니 어느새 십일월 중순이다.


나는 다이어리가 거의 손에서 떠나질 않는 편이고 12월부터 다음해 다이어리를 쓰는데
이미 11월이 반이 지나가려는데 아직도 다이어리를 구경도 못했다.
꽤 오래전부터 그해에 새로나온 다이어리를 검토하고 매우 신중하게 하나를 골라서 그 다음해 일년을 함께하는건
내게 한 해가 끝났음을 인지하고 내년을 준비하는 꽤 중요한 의식과도 같은일이 되어버렸다.
올해는 어떤 새로운게 나와줬을지 무척 궁금한데..


부드러운 가죽표지에, 예쁜 색상의, 손에 딱 쥐어지는, 그런 다이어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블로그에 띄엄띄엄 내마음의 흔적을 적어내려간다면,
다이어리에는 매일 매일의 시간단위로, 그날의 수업이랑 약속, 만난 사람들,
갑자기 생각난 메모들, 책읽다가 갑자기 적어놓는 구절들, to do list, wish list 등등의 일년치 내 일상이 들어간다.
다이어리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스마트폰의 플래너로는 왠지 해결이 안된다.
이러고 적어내려가다보니 빨리 다이어리를 사러가야한다는 생각에 조바심까지 난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니, 일상적인 사소한 일들이 이제서야 생각이 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