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애가 다시 시카고로 돌아갔다.
리나가 아이가 도착하는 날짜를 확인하고 저녁을 준비하려고 그러는거라는 메일에 작은애도 미국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느낌을 받고 나도 뭔가 안심되는 기분이 들었었다. 이메일 말미엔 from..리나, 페니, 쉘비, 케일리, 등등 같이 사는 동물들을 다 열거해서 아주 많은 가족들이 기다리는듯한 느낌도 들게해줘서 더 좋았고.
작은애가 떠나기 이틀전이던가 작은애는 외출중이었고 큰애에게 맛있는 백도를 깍아주는데, 큰애가 한개를 집어먹더니,
[엄마. 혹시 충환이 깍아 주려고 사 온 과일있으면 빼놓지말고 다 깍아주도록하세요]
[^^;;;;]
작년에 있었던 <망고고문사건> 얘기다.
작년에 작은애가 가기전에 작은애가 좋아하는 망고를 아주 잘 익고 커다란것을 사다놓고 아이를 보내고 집에와서 냉장고에 뜯지도 않고 그대로 있는걸 발견하고는 내가 철철 울며 그걸 깍아서 큰애를 준 적이 있었다. 같이 먹자고 해도 난 먹히지도않고 눈물만 나고...큰애는 그걸 안먹을 수도 없고 하여, 아주 무거운 분위기에서 망고 한접시를 다 먹어야했던 적이 있었다. 그얘길 하면서 날 놀려먹고는, 자긴 실은 망고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그거 먹느라 곤욕이었다고. 엄마는 울지..동생은 없지..남길수도없지..
이번엔 빼먹은거없이 다 먹여보내고 챙겨보냈다. 두번째라 좀 더 잘한건가?
그래도 집도 허전하고 마음도 허전하다.
큰애가 또 그런 얘기도 한다.
작년에 동생보내고 엄마가 얼마나 이상하게 굴었는지 엄만 모르지?
처음엔 하루종일 전화옆에 붙어서 전화를 기다리느라 아무것도 안하더니 삼개월쯤 지나자 아예 밖으로만 나가더라고. 평소 가족중 누군가가 집에 있으면 난 거의 외출을 안하고 그냥 각자의 공간에서 책보고 뒹굴며 시간을 보내다가 일할 시간이 되면 아래층으로 내려가는게 다였는데, 작년 가을엔 엄마를 볼 수가 없었다고. 그래서 동생이 가기전에도 좀 외로웠는데, 동생이 가고 난 후엔 좀 더 외로웠다고..흠...-_-;
이번엔 작은애 보내놓고 큰애가 소외감 느끼지않게 예전에 원래 내가 하던대로 집안에 같이 있는중이다. 무기력증에 시달리느라 그런것만은 아니고. 또 책을 너무 안읽어서 마음이 공허해진걸 메우기도할겸, 겸사겸사. 두번째니까..두번째라 한번 했던 실수는 최대한 피해보려고..
그러니까 인생도 두번쯤 살게 해주면 참 좋을텐데.
어제부터 소파옆에 책을 예닐곱권쯤 쌓아놓고 집히는 대로 읽고있다.
막장드라마같은 책도 한권 후딱 읽어내고, 옵니버스 영화같은 책도 뒤적뒤적 앞뒤로 왔다갔다하며 읽었다. 어제는 원래 수업이 세 개였는데 마지막수업이 일요일로 바꿔지고 나니 초저녁부터 시간이 남아돌아서 가열차게 두 권을 읽을 수 있었는데 그러고나자 왠지 갈증이 좀 가시는 느낌이 든다.
<포맷하시겠습니까?>는 나도 오래전에 포스트제목으로 쓴적이 있었다. 그래서 저 표현은 내껀데...라는 쓰잘데기없는 생각도 좀 하고..하긴, '처음처럼'을 97년도에 작은잡지 제목으로 내가 썼는데 그거 상표등록할껄하고 후회한적도 있다.
소파랑 한몸이 될까 저어되어 일어나니 블로그도 열게되고..뭐..
그러니까..인생을 두번쯤 살게 해주면 내 비록 그 두번째도 별반 다르지 않게 지낼 확률이 높긴해도, 쫌 다른 기분일꺼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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