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뜬금없이, 팥죽 한그릇.
- 日常茶飯事
- 2013. 12. 11. 00:00
1.
문제가 뭔지는 모르겠는데, 며칠전부터 마음이 가지런해지지가 않는다.
심호흡, 가만히 눈감고있기, 어제아침까지 몰입했던 책 마저읽기, 탄수화물섭취,...기타등등. 그러나 백방이 무효한 느낌? 커다란 쓰레기봉투를 놓고 이것저것 버리기시작한다. 좀 나아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일단 좀 더 버리고 와야겠다..
2.
오전 내내 주방을 뒤집어 엎고, 뭔가를 많이 버리고, 매직블럭으로 여기저기 닦고, 냉동실에서 팥을 꺼내 삶고있다. 마음이 가지런하지 않은것과 팥죽을 끓이는 것의 상관관계는 모르겠으나 뜬금없이 팥죽을 끓이고 싶어졌고, 새알심넣은 팥죽을 먹고나면 기운을 내서 옷장정리를 할 생각이다. 마음을 다스리는데 몸쓰는 일만한 게 없다싶어진다. 마음따위 헝클어지거나말거나 점점 무뎌지는 기분.
묵은 먼지를 닦아내고, 양념병과 그릇들을 가지런히 놓고나니 가만히 있는것보다 좀 낫다. 나처럼 뭐든 미련없이 잘 버리는 사람도 매번 버릴게 몇봉지씩 생겨나니 얼마나 많은 쓸데없는 것들을 부둥켜안고 살아가고 있는건지..쯧.
3.
팥죽이 다 됐다. 일단 팥죽 한그릇 먹고.
4.
생각해보니, 그냥 냉동실에서 보물찾듯 팥봉다리를 발견해서 팥을 삶은건 아니었다.
며칠전부터 맛있는 팥빵이 먹고싶었다. 지난주에 병원 가기전에 팥빵으로 유명한 성북동 나폴레옹 제과점에도 들렀었다. 단지 팥빵을 사기위해. 오후 4시쯤이었는데 그날의 팥빵은 다 나가고 없었다. 이틀뒤에 병원에서 나와 집에 오는 길에 워커힐 더 델리에도 들렀었다. 여기도 팥빵이 아주 맛있다. 그런데 못샀다. 팥빵이 다 팔렸다. 할수없이 집근처 파리바게트에 차를 세웠으나, '웬수같은' 팥빵이 없었다. 쳇. 안 먹고 만다....라고 생각하고 접었던 기억이 남아있었던 듯.
흥. 팥빵따위.
5.
남편은 지나치다싶게 바른생활 사나이인편인데, 그나마 같이 술마시러 다니며 풀어진 모습이나 말이 많아진 모습을 대할 수 있어서 바른생활에 대한 거부감에서 좀 비껴갈 수 있었는데...이번 검사로 인해 술을 완전 끊었다. 더이상 그남자의 흐트러진 모습을 볼 수 없다는게 내마음에 갑갑증을 일으키며 엉클어졌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클났다. 완전 맨정신으로만 살아야한다. 흑.
6.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취하면 된다. 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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