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 제레미 머서





파리에 가본적은 없으나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의 명성은  들었다. 읽었다. 그냥 관광명소쯤으로 여겼다고나할까. 검색을 해본적이 없어서 고서점일거란 생각은 해본적이 없고, 다만 서점인데 유명하다길래 특이하네..이정도?


요즘엔 동네 서점이 모두 없어지고 고등학교앞에 하나씩 온갖 문제집을 갖추고 베스트셀러만 한 줄 꽂아좋은 대입문제집 총판 같은 느낌을 주는 서점들만 남아있지만, 불과 10년전만 해도 어느 동네나 서점이 한두개는 꼭 있었던걸로 기억한다. 그땐 잘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아주 낭만적인 풍경이었다.


얼마전에 뭔가 가슴이 답답한 일이 있어서 내생애 최초로 사주를 보러갔다. 이런저런 별로 특이하지 않은 얘기들을 듣고 왔는데, 내가 이런 걸 물어봤다.


"제가 1~2년 후엔 뭔가 작은 장사나 이런걸 할까하는데, 특별히 제게 잘 맞는게 있어요?"


물어보면서도 이게 무슨 바보같은 질문일까 싶었지만, 그냥 물어보고 싶었다. 한참을 신중하게 짚어보더니,


"자넨 나무가 잘 맞아. 나무와 관련된 일을 하면 좋아."


엥? 나무? 무슨 나무..살아있는 나무? 아니면 죽은 나무? 아니면 꽃도 나무에 속하나? 나 의외로 기계를 잘다루고 칫수감각도 제법이니까 목공일이 맞을지도 몰라. 이제라도 D.I.Y. 이런데 가서 내가 소질있는지 없는지 검증해봐야하는거 아냐? 언젠가 무슨 영화를 보니까 거기 여주인공이 미국 시골에서 의자만 계속 만들던데, 나도 아무거나 내가 잘만드는 거 하나 계속 만들까? 


그러다가 생각난게, 책도 나무로 만들잖아!! 책방을 해야겠어. 근데, 요즘도 책방을 신규개업하기도 하나? 근래에 본적없는데? 그럼 트렌드에 맞게 북카페? 커피는 워낙 좋아하니까 그것도 나쁘지 않네.손님없어도 책보고 커피마시면 심심하진 않겠네....이러고 상상의 나래를 마구마구 폈었다.


사실 내 기억 속에 강하게 남아있는 서점은 <유브갓 메일>에서 맥라이언이 하던 '길모퉁이 서점'이다. 영화속에선 슬프게도 대형서점때문에 문을 닫는 운명이지만, 그 서점은 정말 맘에 들었었다. 책을 담아주는 가방도 예뻤고, 오후에 '책읽어 주는 언니'가 된 맥라이언이 아이들을 모아놓고 책을 읽어주던 모습도 좋았다. 아. 그건 영화라서 그런거라구? 현실에서 인상적인 서점은 없었냐구? 난 원래 현실, 책, 영화 이딴거 따박따박 구분하거나 그러지 않는다 -_-;;  뭐 어쨌든.


그리고 며칠 뒤 우연히 집어 든 책. 세익스피어 & 컴퍼니에 대한 이 책.


작가에게 세익스피어 & 컴퍼니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고, 이서점의 주인인 조지와 그의 삶을 알게 된 후로는 절대 그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없었다고 쓰고있다. 파리의 그 고서점에서는 공산주의적 유토피아스러운 삶이 이루어지고 있다고했다. 로맨틱하군.


내게 있어 그 이전의 삶으로 절대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든건 결혼과 출산이었는데. 이건 너무 평범하며 로맨틱하지도 않잖아! 


책이나 읽자.



p.317
내게 있어 조지보다 더 존경하는 사람은 없다. 완벽과는 거리가 멀고 어리석은 모습도 많이 갖고 있지만, 어린아이 같은 희망과 낙관주의로 가득 찬 조지는 여전히 자신이 세상을 바꾸고 자기 서점에 들어 온 인간의 영혼을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시니컬하기 쉬운 나이에 이런면을 여전히 지니고 있는 조지는 내 눈에 충분히 영웅으로 보였다.


그 시절을 돌아보면 서점에 살고 있던 사람들 모두가 자기들 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숨어 있는 유령을 안고 있었다. 아마도 그래서 우리 모두가 그렇게 오랫동안 서점에 함께 머물렀는지도 모른다. 나는 조지가 서점을 노트르담 대성당의 별관이라고 생각하곤 한다는 이야기를 떠올리면 그 말이 정말 사실이란 생각이 든다. 결국, 그렇다. 세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는 유명한 서점이다. 그렇다. 문학적으로도 중요한 곳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세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는 안식처다. 강 건너 교회처럼 모든 사람이 필요한 것을 가져가고 줄 수 있는것을 주게하는 장소다.


세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에서 조지와 함께한 시간은 나를 바꿔놓았다. 내가 떠난 삶에 대해 의문을 품게 했으며,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하게 했다. 이제 나는 타자를 치며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한다. 인생은 정반합의 변증법적 과정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