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orDie'에 해당되는 글 38

  1. 2014.12.21 <미 비포 유> 3
  2. 2014.12.08 <인 더 풀> 4
  3. 2014.12.07 17001 방문 그리고 <채링크로스 84번지> 4
  4. 2014.02.17 <왜 책을 읽는가> 9
  5. 2014.02.16 <플랜 B> 4
  6. 2014.01.23 <롤리타> 4
  7. 2013.11.18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2
  8. 2013.11.01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6
  9. 2013.10.30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4
  10. 2013.04.23 메모1. 6
  11. 2013.04.09 여러가지 책들. 6
  12. 2013.04.04 <삶을 바꾸는 책 읽기> 4
  13. 2012.08.28 <환상 도서관> 2
  14. 2012.04.08 <고양이 호텔> 6
  15. 2012.03.07 <커피 마스터클래스> 2
  16. 2012.02.18 <커피교과서> 2
  17. 2012.02.07 <노서아 가비> 4
  18. 2011.10.24 <꿈을 이룬 사람들의 뇌> 2
  19. 2011.10.23 <엄마수업>
  20. 2011.10.03 <자기혁명> 2
  21. 2011.06.12 책, 자세히 읽기
  22. 2011.03.16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다시 읽게되다.
  23. 2010.10.28 시월의 책들.
  24. 2010.08.27 인문학특강-철학, 삶을 이끌다.
  25. 2010.02.11 2월 독서회 7
  26. 2009.12.15 [천 개의 찬란한 태양]
  27. 2009.12.05 [매뉴얼]
  28. 2009.07.13 [그남자의 비블리오필리] 6
  29. 2009.02.09 책에 대한 책들에 열광함
  30. 2008.10.09 [젠틀 매드니스] / N.A. 바스베인스

<미 비포 유>



시간이 얼마나 상대적인 개념인지 나날이 실감하며 살고있다.

지난 토요일에 난 내 생애 처음으로 내이름으로 작은 가게를 하나 계약을 했고 한달쯤 뒤에 넘겨받게 되는줄 알고 걱정과 동시에 생생한 기대감이 온몸에 차오르기 시작했는데,

며칠뒤인 수요일엔 계약금을 두배로 돌려주며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말을 들으며 내 계약서가 부동산중개인의 손에서 찢겨 나가는 걸 멀거니 지켜봐야했다.

참으로 대단한 한 해다. 2014년.

c5/6, c6/7 파열..
이십년간 해오던 수학강의 중단..
삼개월뒤엔 남편의 퇴임..
그리고 얼마 뒤 가게 계약과 연이어 계약파기.

젠장.


그후로 4일정도를 끊임없이 부동산을 돌아다니며 가게를 알아봤다. 뭔가 신기하고 재밌는 세상이 펼쳐지려다말고 신기루처럼 스르르 사라져버리는 느낌을 다시 움켜잡고 싶었달까..

오늘은 드디어 마음에는 꽤 들어오지만 예산에는 무리가 오는 상가주택까지 보고와선 어떤식으로 대출을 받아 그걸 손에 넣어볼까 궁리하는 우리 부부의 모습을 보다가 이게 근본적으로 뭔가 문제가 있을수도 있는 상태라는 걸 희미하게 느끼고는 일단 멈췄다.

둘 다 약간 멘붕상태라는 걸 인정하곤 이 모든걸 좀 잊기로했다.

현실을 잊기엔 여행만한게 없으나, 두어시간 자동차에 앉아있는 자체로무리가 되는지라 유럽같은덴 일단은 접었다. 제주도는 춥고..일본은 딸아이랑 같이 가기로했는데 얘가 좀 바쁘다.

그래서 오후를 통째로 바쳐서 책을 한권 끝냈다.

me before you.

킬링타임용으로 딱이다.
가벼운 영화한편 보고 난 느낌.

마지막엔 감정을 실어 울 수도 있게 만들어 주는 책.


<인 더 풀>

 

내 인생의 위기는 위기인가보다.

 

<공중그네>의 정신과 의사인 '이라부 신경과' 처방이 필요해서 <인 더 풀>을 빌려왔는데, 책이 눈에 안들어온다. 이 카테고리,  Read or Die라는 제목에는 'Die < Read' 로 책의 비중이 항상 높을 자신이 있었는데...온갖 상념들이 끼어들어 오쿠다 히데오의 책조차도 잘 읽어지지가 않는다, 젠장.

 

건강검진이 있는 날이었다. 아산병원 건진센터는 남녀구분이 확실이 되어있어서 검진내내 기다리는 시간을 멀뚱멀뚱 보낼 수밖에 없었다. 내년에 이런 프로그램의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끼어들었다. 심지어 나혼자 너무 일찍 끝나버리는 바람에 식당겸 라운지라고 표시되어 있는곳에 설치되어있는 pc앞에서 두시간을 보냈다.

 

역시 책이 읽어지지가 않아서 유럽 여행 루트를 짜봤다. 파리in 파리 out으로 남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이탈리아에서 페리를 타고 크로아티아로 건너가서 크로아티아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가서 스위스로 넘어갔다가...어쩌고저쩌고.

다시.

루프트한자항공을 이용해서 마드리드 in..가는길에 프랑크푸르트 경유, 경유지에서 하루나 이틀 체류하고 마드리드로 들어가서 자동차 리스해서 바르셀로나를 들러 남프랑스를 돌아다니다가 이탈리아로 넘어가 바리에서 역시 페리로 크로아티아에서... 프랑스 파리로 가면 몽생미셸과 생말로를 보며 아무데서나 저녁을 먹고 시내로...저쩌구어쩌구.

 

남편에게 날짜 정하자고 했다가 그 여행, 체력이 감당이 되겠냐며 철딱서니 없는 마누라 취급당함.

 

급소심해져선 다시 이라부 이치로 정신과 방문하여 책속에 파묻히기.

 

이라부는 데츠야가 여태 만나보지 못한 괴짜중의 괴짜였다. 그에게는 고뇌라는게 없는것 같았다. 욕망이 일어나는 대로 행동하고, 소란을 떨고, 웃는 사람임에 분명했다. 다섯살배기 아이가 고뇌하지 않는 것처럼.(p.89)

 

왕부럽습니다. 이라부선생.

 

 (투비컨..)

 

 

 

 

17001 방문 그리고 <채링크로스 84번지>

 

 

17000번째 방문하시는 분과 식사를....이런 이벤트를 내걸진 않았지만, 오늘 첫번째로 방문해 준 누군가가 17000번째를 가져갔다. 주로 사랑하는 내 친구들이겠지만 나에게 17001번의 관심을 가져줬다는 사실에 이공간에 와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오후 늦게 도서관엘 들렀다.

오쿠다 히데오같이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책이 몇권 필요해서..

 

<채링크로스 84번지>를 가져와선 단숨에 다 읽었다. 건지감자를 따라 갈 순 없지만,

번역자의 말대로, 책을 통해서 우리는 과거를 만나고 딴 세상을 만나고 자기를 만난다. 그리고 뜻밖에, 사람을 만난다. (p.155)

 

 

1949년에 시작된, 책을 주문하는 발주서와 중고서점의 고객응대라고 할 수 있는 편지들을 엮은건데, 역시 사람사이의 관계라서 따뜻함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책의 끝부분에 맘이 가는 구절이 있었다. 아버지(프랭크 도엘)는 부자도 힘있는 사람도 아니었지만 자신이 가진것에 만족하는 행복한 분이셨어요. 그리고 그런 분을 아버지로 둔 우리도 행복하고요(p.148)

 

 

어릴때, 복잡한 상황이면 책속으로 파묻혀버리는 내게 엄마가 항상 그러셨다.

대체 책에서 밥이 나오니 빵이 나오니.

안나온다. 그치만 읽다보면 책은 항상 내게 힌트를 줬다.

 

 

책을 읽으며 숨고르기를 하고,

어떻게 먹고살지 계획을 세워봐야한다.

 

나도, 내가 가진것에 만족하는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을뿐이다.

 

 

 

 

 

 

 

 

 

 

 

<왜 책을 읽는가>

 


왜 책을 읽는가

저자
샤를 단치 지음
출판사
이루 | 2013-04-03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프랑스 문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진 화제의 베스트셀러! 장지오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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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가끔 스스로에게 묻곤 했었다.

왜 책을 읽는가.

 

책을 읽지 않은 순간은 별로 없어서 오히려 너무 책속에 빠져들어 멀미가 나는 느낌일 때 스스로에게 질문하곤 했었다.

그럴때마다 열에 아홉은, 내경우엔 '책뒤로 숨기'였었다.

 

현실을 잊고싶거나 도피하고 싶거나 내 생각들을 잠재우고 싶을때 책을 읽었다.

독서가 도피행각이었다니.. 새삼 남루해진다.

 

그렇지만 정말 그렇다.

혼자 있고 싶을때 쓸 수 있는 가장 좋은 가면은 책읽기다.

그러니 가끔은 책읽기 코스프레 일때도 있다. 어쨌거나 책을 펼쳐놓으면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생각의 끈을 다른데로 보내는데 도움을 받기도하고.

 

다른 인생이 궁금해서 책을 읽기도 한다.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먹듯이 책을 읽을때도 있다.

아껴가며 읽고 싶은 책들이 가끔 있으니까.

 

미지근하며 심지어 냉정한 내 자신을 데우기 위해서 읽을때도 있다.

열정적인 사람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들.

 

이 책은 펴자마자 쭈욱 이어서 다 읽었는데, 좀 지나고났더니 기억에 남는게 별로없다.

<젠틀 매드니스>같은 책이랄까.

 

왜 책을 읽는가.

난 그냥, 책을 읽는다. 책을 읽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대체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플랜 B>

 

 


플랜 B

저자
앤 라모트 지음
출판사
청림출판 | 2009-10-23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김승욱 역 반양장본 | 256쪽 | 212*138mm | 새책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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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라모트는 재밌는 사람이다. 아니, 재밌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2부 아들과 함께 걷는 길을 읽다보면 폭풍공감을 하게된다. 내 아이들이 사춘기 시절을 지날때 내가 금과옥조로 삼은 구절이 하나있는데, <불편해도 괜찮아>에서 언급한 '지랄 총량의 법칙'이었다. 아이들이 미친것처럼 느껴지거나 내가 미쳐버릴것 같을때, 심호흡을하며 되뇌었다. 제 몫의 지랄을 사용하는 중일꺼야...

앤 라모트는 예수도 열세살이었을때가 있었고..마리아는 아마도 (아들에게 던질) 돌멩이를 모으고 있었을거라고..하하. 67페이지 정도에서 아주 자세히, 열두살짜리 인간 예수를 삼일씩 잃어버리고 찾다가 교회에서 장로들과 있는걸 찾아낸 성서의 장면을 언급하며 분통을 터뜨린다. 나도 마리아에게 격하게 감정이입되더라.

또, 어느 순간 아이가 나보다 훌쩍 키가 커버린 순간을 묘사한다. 나도 그랬던 순간 아들아이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아우..심혜숙, 쪼꼬매가지고." 그뒤로도 종종 놀려먹었는데, 내 아이를 쳐다보는 첫느낌은,' 어느새?' 하는 뿌듯함이었다. (그러다가 더 많은 순간에, 저렇게 다 큰게 대체 왜저러는걸까? 가 더 많았지만 -_-)

특히, 아이들을 키울때 Plan B가 필요했다. 원래의 계획대로 밀어붙였을때의 반향이나 실패에 대한 상실감은 초보엄마로서 참 난감하기 이를데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작은 일, 평범한 일에 감사하게되었고 그건 Plan B가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해주는 순간들이 많다는 걸 알게되었기 때문이다. 할만큼 한 뒤에는 결과를 수용하는 자세같은 것이었다.

 

 

지난해 협동조합 스터디를 시작하면서 우리가 카페를 하게된다면 이름도 지어야한다는 말에 내가 <Plan B>를 제안했었다. 살다보니 인생에 Plan B는 필요하고 그게 A다음처럼 느껴져서 실패한 느낌을 주는 경향이 있긴하지만 경험상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거. A대로 살아야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는거. 앞장서는거 싫어하는 나는 B가 주는 안도감 같은게 있다는 것도 알게되었다. 나한테는 딱 맞는 단어라고나할까. 스터디회원들도 맘에 들어했었다. 그래서 우리 카페의 가칭은 <Plan B>가 되었다. 다들 현재 하는 일이 있어서 아직도 스터디중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만둔 상태는 아니다. 준비기간이 아주아주 긴 협동조합이 되고있다.

 

앤 라모트는 엄마를 떠나보내는 과정도 말한다. 엄마를 요양원에 보내길 결정하는 상황, 그후로 엄마의 유골함을 어쩌지도 못하고 2년씩 방치해두는 과정, 그러다가 어느날 결국에는 떠나보내는 심정을 얘기한다. 내가 상상속에서나마 무서워하는 일들이다. 나도 엄마랑 그닥 살갑지못한 딸이다. 동생처럼 엄마에게 항상 전화하거나 챙기질 못한다. 엄마에 대해 남들과는 좀 다른 유형의 애증이 깊다. 이 책 이후 좀 달라질려고 노력하고있다.

 

p.161에 이런 말이 나온다. '처음부터 개를 기르지 말았어야했다. 개들은 모두 죽으니까' 세이디의 일생을 얘기하며.

 

나야말로 개를 기르지말았어야 했다. 별이가 수술을 하고, 나날이 늙어가고, 안하던 많은 짓을 하고..그걸 다 감내해야하는 게 정말 힘들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참 많은 일들이 또 있었다.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던 남편이 오히려 아픈 별이에게 애정어린 행동과 염려를 하는것을 보고 이 사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악성종양이라는 말에 작은 애가 너무 가슴아파 하던 일과 큰애가 며칠씩 밤마다 눈이 퉁퉁 붓도록 울던 일 등등이 우리에게 많은 걸 생각하게 하고 서로를 다른 각도에서 보게 해주었다. 결국 별이 덕분에 우리가족은 서로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된셈이다.

 

아픈 강아지의 마지막이 어떨지 미리 준비하게 해 준 부분이 이 책에 있었다. 우리 별이는 수의사가 신기해 할 정도로 잘 버티며 지내고 있다.

 

이후로도 몇번씩 나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에필로그에 있어서 여기에 적어두고 가끔 꺼내보려한다.

이세상에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더 있길 원한다면 일단 나자신 1명부터 추가해야 한다. 그래도 몇명 되지도 않으니까. 그리고 스스로에게 한심한 사람이 되지않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하게되지 않을까 싶다.

 

 

 

p.247

영혼을 보는 일은 마법과 같습니다. 아주 드문 일이기 때문입니다. 대개 우리는 세상이 우리에게 진짜처럼 내보이는 가면과 그림들만 봅니다. 세상 사람들 눈에, 가족들 눈에 자기가 어떻게 보이는지만 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쁜것은, 자신의 눈에, 또는 우리보다 훨씬 더 잘나거나 모난 사람들 눈에 비치는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겁니다....(중략)...인격 장애를 모두 모아놓은 듯한 모습 역시 여러분의 참모습이 아닙니다. 여러분은 영혼이고, 사랑입니다. 또한 가끔 믿기 어려울때가 있겠지만여러분은 자유롭습니다. 여러분은 자유로이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p.249

휴식과 웃음은 그 무엇보다 영적이고 반항적인 행위입니다. 웃고, 쉬고, 속도를 늦추세요.

 

 

 

 

 

 

 

 

 

 

 

<롤리타>

 

 

올해 광진북클럽 첫 책은 <롤리타>였다.

 

이 책은 진정한 고전인것이, 모두가 제목을 알고있으나 거의 읽은 사람이 없는, 그런 책이었다.(제론은 어릴때 읽었다. 책벌레 제론^^;) 다들 걱정반 기대반으로 책을 집었을테고, 한달 뒤인 어제, 우리는 문학다방 <봄봄>에서 완전 'hot'한 독서토론을 가졌다.

 

봄봄에선 <객주>낭독팀이 우리보다 먼저 모임을 시작해서 책을 낭독하고 있었는데 처음엔 낭독회에 방해가 될까봐 작은 목소리로 조근조근 얘기하던 우리팀은 점점 열기가 고조되어 나중엔 더 시끄럽고, 완전 크게 웃고, 온갖 주제를 넘나들면서, 떠들고 있었다.

 

책에 대한 첫인상도 가지가지였는데, 특히 총각이신 우리 사서쌤, 전철에서 읽기가 왠지 눈치보였다는 후기에 남자회원들 공감하시고. 좋아하는 구절은 거의 얘길 못하고(밑줄은 뭔가 교훈적인 내용에 긋게 마련인데 이 책은 아름답기는 한데 교훈따위 원래부터 없었다고 작가가 후기까지 썼으니..), 딸가진 엄마는 읽는내내 분개하며 H.H를 용서할 구석을 찾기위해 끝까지 읽었다는 감상도 있었고, H.H의 욕망이 본인의 욕망을 끌어내어 읽어가는 동안 점점 우울해졌다는 서쌤까지.

 

H.H의 롤리타에 대한 애정이 진정 사랑일까 욕망일까를 놓고 한참을 얘기하기도했고, 그래도 주인공이니 H.H를 왠지 변명해주고싶은 기분이 간당간당하게 이어지기도했다.

 

원서랑 같이 읽은 칸은 번역가에게 많이 감탄했고, 번역가에게 끌려 이 책을 단숨에 읽고 독서회사람들까지 끌고 들어간 내게, 몇몇분은 '평생 절대 읽지 않았을지도 모를 책을 덕분에 읽게되어 고맙다'는 특이한 인사까지 해주었다.

 

또 소아성애와 롤리타 컴플렉스는 그래도 좀 구분해야한다는 얘기와 함께, 최소한 이 책을 읽은 우리라도 그 구분을 해주기로 합의도 했다.

 

이번 독서회의 백미는 마지막에 칸이 참석한 아홉명에게 판결을 내리자고 제안한 부분이다. 험버트의 살인죄는 제쳐놓고 롤리타와의 관계에 대한 것만을 판결하기로 하고 1번 guilty, 2번 not guilty 를 하나둘셋을 센 후 동시에 손가락으로 표시하기로 했다.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결정하는것은 중요한 일이므로 짧은 시간이나마 배심원들(?)의 나름 격렬한 의견제시와 고민끝에 5:4로 GUILTY. 그러나 오늘 참석못한 부키외 다른 멤버들을 넣고 다음달에 다시한번 판결을 하기로 했다. 물론 오늘 참석자들도 변심허용.

 

도서관을 떠나 카페에서 열린 독서회.

도서관보다 좀 더 풀어지는 분위기에서 깔루아밀크도 두어잔 등장하며 열기를 고조시킨 완전 재밌는 <롤리타> 독서토론이었다.

행복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읽는 내내 깝깝한 느낌에서 벗어 날수가 없는 책이었다.

 

젊은날의 경박함? 또는 타고난 부박함? 이라 하기엔 이 책의 평범한 주인공은 나의 부족함을 간헐적으로 투사하는 느낌이 있었다. 남자주인공이고 그래서 궂이 감정이입을 할만한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젊은 날 나또한 누군가에게 했을지도 모르는 (내 생각딴에는) 사소한 실수가 다른 사람에게 치명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단 걸 알기때문에, 가위눌리는 느낌으로 읽었다. 그래도 끝까지 읽었는데...으...

 

나같은 나노마인드 소유자는 저런 상황이 되면 딱 죽고싶겠지.

 

(쓰다만 독후감인데, 걍 올린다. 나중에 추가로 더 쓰던가 말던가.)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가을이다. 손톱만한 가을이, 여름과 겨울사이에 낑긴 채로 지나가려한다. 그런 가을이니 달달한 남의 연애얘기는 상당한 위로가 된다. You've got mail 에 대한 향수가 있는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할만한 그런 책이 있다.


혹시 그대에게 갑자기 두세시간쯤 빈 시간이 생긴다면, 그런데 마침 책방이 근처이 있거나 십분내로 책방에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면 그냥 가서, 구석진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이 책을 읽으면 된다. 딱 그정도 시간을 할애해서 친구의 연애얘기를 듣는 기분.


 

어제는 시월의 마지막날기념 번개를 생애 최초로 성공시킨날이었다. 실은 번개를 쳐본적도 별로없으니 성공한적도 처음...? 난 항상, 신이 있다면 너그럽기보다는 좀 가혹하다는 생각이 드는편인데 (종교를 갖고있는 친구들에겐 미안..전적으로 개인적인 생각임) 그 신이 인간에게 베풀어 준 몇가지 안되는 호의가 '친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몇년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워낙 오래된 친구들이라 몇년만에 만나도 좋았다. 시끌벅적한 식당, 부딪히는 잔들, 내손으로 요리하지않아 더 맛있게 느껴지는 음식들...이 모든 조합이 마치, 시월의 마지막날..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맞이하는 기분이 들게했다. 항상 고마운 내 모든 친구들. 너희들이 있어줘서 이 소풍같은 지구별에서의 삶이 다채롭단다.


이 책의 한귀절을 빌려 이런 인사를 건네고 싶다.


 

p.145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는 하루가 되기 바랍니다. 당신 생각을 많이해요. 아침에도, 낮에도, 저녁에도, 밤에도, 그리고 그사이의 시간과 그 바로 앞, 바로 뒤 시간에도. 다정한 인사를 보냅니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때때로,

내가 살아가면서 이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내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싶은 생각이 들게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또한 아주 가끔씩은,

어떤 사람을 알고 지낼 기회를 간발의 차로 놓쳤다는 느낌에 아쉬움이 두고두고 남는 사람들도 있다.

 

운좋게도 내주변엔 내 인생을 좀 더 나아지게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그점에 대해서 (종교적의미는 아니지만) 신께 감사드릴때가 있다. 전적으로 자발적 의지이기보다는 뜻하지않은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세렌디피티!!!

 

비슷한 느낌으로 많은 책중 내 수중에 들어와, (책장에 바로 보관되어지지않고) 읽혀지기까지 하는 책들도 그런 부분이 있다.

 

이번 가을에 준비한 몇권의 책들중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은 신새벽에 읽다가 눈물이 흐르게 하는 책이다.

 

이 책에는 6cat 블로그 쥔장님처럼 생전에 진작 알고지냈더라면 정말 좋았을껄..하는 아쉬움을 남기게하는 매력적인 인물인 엘리자베스가 사람들의 이야기속에 등장을 한다. 서간체 소설인데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이고 전쟁을 일으킨 사람들이나 직접 참여하는 군인들 입장이 아닌 일반 사람들이 겪는 전쟁에 대해, 담백하면서도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을 끌어내는 인간 본래의 유머코드도 있고, 서간체이다보니 <키다리아저씨>의 느낌도 있고, 시대가 시대이다 보니 언급되는 책들도 고전이고, 소설이다보니 남자 주인공처럼 느껴지는 인물에선 <오만과 편견>의 다아시와 <제인에어>의 로체스터를 연상시키는 묘사도 슬쩍슬쩍 보여진다. 딱히 직접 비교하거나 그런건 아니지만, 느낌 아니까...^^

 

소설속에선 귀여운 허풍도 등장한다. 비스킷통에 담겨져 있던 오스카 와일드의 편지로 보이는 고양이 솔랑주에 대한 여덟통의 편지들이다. O.F.O'F.W.W. 이 서명에 대해 오스카와일드의 풀네임이 '오스카 핑걸 오플래허티 윌스 와일드'라는 (끝까지 몰랐어도 상관없는) 사실 한개를 나는 알게 되었다. ^^v

 

소설책에 이토록 감정을 이입하며 읽어낼 수 있는 계절에 이 책을 만나서 참 좋다.

 

 

 

p.180

혹시 새로운 누군가에게 눈을 뜨거나 마음이 끌릴 때, 갑자기 어디를 가건 그사람 이름이 튀어나오는 걸 알아챈 적이 있나요? 내 친구 소피는 그것을 우연이라 부르고 나와 친한 심플리스 목사님은 은총이라 하십니다. 목사님의 설명을 빌리면 새로운 사람이나 사물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면 일종의 에너지를 세상에 내뿜고, 그것이 '풍부한 결실'을 끌어당긴다고 해요.

 

 

P. 309

레미는 결국 건지섬으로 오기로 결정했어요. 도시가 계속 편지를 보냈는데 나는 그가 레미를 설득하고야 말 줄 알았어요. 도시는 마음만 먹으면 천사를 설득해서 천국에서 나오게 할 수도 있을거예요. 나한테나 자주 그렇게 마음먹어주면 좋겠건만.

 

 

북클럽 회원들이 읽거나 언급한 책들

 

 

012

 

 

 

 

메모1.

1.

 


내 아들의 연인

저자
정미경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08-06-1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지금 우리 사회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정미경의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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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전에 분명히 읽었을거라고 생각되는 책을 또다시 새롭게 읽고있는 자신을 발견하면 절망해야할까..감사해야할까..

정미경의 <밤이여, 나뉘어라>를 분명히 읽었다고 생각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었다.ㅠㅠ

 

 

<잔에 그득히 부어서 하나를 건네주고는 술잔을 부딪는다. 쨍, 소리가 너무 크게 울린다. 화이트 와인 인 줄 알았는데 독주였다...>라며 칼바도스를 얘기한다. 개선문에서 라비크가 끊임없이 마시는 술. 사과주.

 

제론도 얼마전에 언급했었는데..이쯤되면 개선문...다시 읽고싶어 몸살난다.

 

 

2.

 


펫로스 반려동물의 죽음

저자
리타 레이놀즈 지음
출판사
책공장더불어 | 2009-02-28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2001년 아마존닷컴 '올해의 책' 선정 반려동물을 잃은 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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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읽었다. 읽고싶어서.

 

 

3.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 정혜윤이 만난 매혹적인 독서가들

저자
정혜윤 지음
출판사
푸른숲 | 2008-07-07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당신을 만든 책은 무엇인가? 우리 시대의 결정적 11인, 그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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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언급된 사람들 중, 김탁환/임순례/은희경...이들의 이야기가 좋았다.

 

김탁환 책은 아마 거의 다 읽은거같고,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내가 많이 좋아하는 영화이고,

은희경의 <소년을 위로해줘>는 지금 ebook으로 읽고 있다.

 

어떤 인물도 딱히 무엇이 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임순례에 대한 부분 소제목이다. 이 말이 마음에 든다. 사는건, 너무 애쓰며 이뤄낼 일은 아니라는 생각에 공감한다. 조금 느리게, 조금 여유있게.

 

 

사소한 고백을 하나 하자면, 나를 시작하게 한 한권의 책은....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

 

 

 

#더 읽고 싶은 책

1. <지상의 양식> 앙드레 지드

2. <고독의 발명> 폴 오스터

3. <느림> 밀란 쿤데라

4. <백년보다 긴 하루> 친기즈 아이트마토프

5.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파트릭 모디아노

6.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아고타 크리스토프

7. <광기의 역사> 미셀 푸코

8. <개선문> 레마르크

 

 

 

 

 

 

 

 

 

 

여러가지 책들.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저자
안나 가발다 지음
출판사
문학세계사 | 2009-10-2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개정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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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책은 프랑스 영화만큼 몰입이 힘든것같다.

작가는 매우 세련되고 예뻐보여서 호감이 갔는데, 글은 뭐 그닥..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

저자
안나 가발다 지음
출판사
문학세계사 | 2007-12-1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지금, 누군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나요? 소심했기 때문에, 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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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가발다의 첫번째 책이라길래 위의것과 같이 집어들었고, 단편 모음집이라 다 읽긴 했으나..

프랑스 사람들이 안나 가발다에게 열광헸다는게 사실이라면, 번역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착해도 망하지 않아

저자
강도현 지음
출판사
북인더갭 | 2012-11-20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큰길가에서 절대 볼 수 없는, 사람의 향기를 나누는 카페를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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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스터디를 위한 책.

난 사회적기업을 위한 카페가 아닌, 협동조합의 형태로 진짜 돈버는 일을 하고싶으므로, 스터디하던날 거론됐듯이 이 책은 단지 반면교사로 삼아야할 책.

 

p.s. 이 책을 읽은 후 더 읽고싶어진 책.

1. <골목 사장 분투기> 강도현

2.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김정태

 

 


골목 사장 분투기

저자
강도현 지음
출판사
인카운터 | 2012-09-15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자영업자, 그들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골목 사장 분투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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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인세로 카페바인의 뒷돈(?)을 댄다는 얘기는 어느정도 진실일듯.

 

p.s. 첫번째

<망하지 않기 위한 10계명>.

1. `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2. 처음부터 판을 크게 키우지말자.

3. 빚지지 말라.

4. 아는 사람에게 더 잘하라.

5. 손님은 왕이 아니라 신이다.

6. 영업하라.

7. 자신을 브랜드화하라.

8. 혁신하기 위해서 문서화하라.

9. 피드백을 듣자

10. 실행은 즉각적으로.

세부적인 내용이 필요할땐 책에서 찾아 그때그때 다시 읽어볼 생각이지만 다음번에 참고하기 위해 기록한다. 5번조항은 압권이다. 왕은 보이는데서만 아부하면 되지만 신은 전지전능하여 모든것을 알기때문에 나의 서비스의 '질'에 대하여 가차없이 평가한다..진짜 잘해야한다..나또한 까탈스런 손님임을 자각하기에, 깊이 공감. 요즘 사람들 제품의 가치(혹은 가격)를 아주 정확히 알고 있으므로 기본(음식 or 커피)+서비스에서 제값을 못한다싶으면 다시는 그곳에 안감.

 

p.s. 두번째. 이 책을 읽고나서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가게.

1. 충정로역 비진도 해물뚝배기.

2. 홍대근처 도깨비 커피집

 

p.s. 세번째. 더 읽고 싶은 책

1. <공간의 시학> 가스통 바슐라르.

 

 

 


은교

저자
박범신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0-04-0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네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너를 사랑했다!존재의 내밀한 욕망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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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으로 읽었다. 영화는 보지않았는데, 안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도서관에서 전자책으로 대출해서 읽으면 딱 좋은 책.

 

 


오빠가 돌아왔다

저자
김영하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0-02-1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유쾌한 이야기꾼 김영하의 소설집!지금 세대를 대표하는 소설가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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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김영하책은 거의 다 좋다. 한참 읽다보니 전에 읽은 기억이 난다. 두세편 읽고나서 기억났다. 그 점은 약간 슬픔.

역시 ebook으로.. 서초와 광진, 두군데서 전자책을 대출받으니 읽을꺼리 떨어질 염려에서 해방되는 기분이 든다. 괜찮다.

 

 

 

읽을거리 많은 세상에서 살고있어서 참 다행이다.

 

<삶을 바꾸는 책 읽기>

 

지난 이틀동안 모두 합쳐서 7시간 남짓 잠을 잔 상태로 어제 반드시 읽어야할 책 <착해도 망하지 않아>를 스터디 직전까지 기를 쓰고 벼락치기로 읽어내고, 숙제를 마친 기념+서초구립반포도서관 회원이 된 기념으로 책을 세 권 빌려왔다. 광진도서관에서는 네군데 다 대기자가 두세명씩이나 버티고 있는 이 책이 서초도서관에선 완전 새 책으로 세권이 가지런히 꽂혀있었다.

기쁨 두 배^^

 

아까 낮에는 책읽다가 잠들다가 비몽사몽 상태로 전화까지 받고나선 책의 읽던 부분을 펼쳐 읽는데, 아무리아무리 생각해도 쫌 전에 읽던 부분이랑 절대 매치가 되질 않는거다. 페이지가 넘겨졌나? 하고 찾아도 좀전의 그 내용이랑 연결이 안된다. 게다가 책도 엎어놓은 상태라서 페이지가 넘겨졌을리도 없는 상황.

 

뭐에 홀린 기분이었는데, 몇분 뒤...내가 좀전엔 ebook으로 공지영의 책을 좀 훑어보고 있었던 것. ^^;;;

 

서초도서관에 가입한 이유는 종이책보다는 전자책을 이용하고 싶어서였다. 광진은 전자책 대출일이 3일, 서초는 7일. 약간의 여유로움과 다양한 책을 볼수 있을테니..일종의 보험같은 역할을 담당한다고나할까.

 

<삶을 바꾸는 책읽기>는 부제가 ㅡ세상 모든 책을 삶의 재료로 쓰는 법ㅡ이다.

나는 정혜윤 책을 <침대와 책>으로 처음 만났다.

 

이여자, 책에 대한 애정이 정말 남다르다. 책에 대한 책 이야기인 것도 좋다. 이 여자가 쓴 책을 읽다보면, 내가 정말 사랑하는 어떤 대상에 대해 "그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나에게 어찌나 소중한 존재인지, 그래서 그 없이는 내가 절대로 살아 갈 수 없다는 사실"들을 나보다 훨씬 표현력좋고 설득력있게 고백하고 있는 그 상황에 대해, 온전하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효과가 극대화된다. 그래서 좋다.

 

이제 책속으로...

p. 68

실제로 우린 수많은 선택을 합니다. 그 선택 중에선 알고 한 것도 있고 모르고 한 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무언가를(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자기 자신을) 죽이기도 하고 키우기도 합니다. 게(일본 단노우라의 사무라이 게) 한마리를 바다에 돌려보내는 것도 모두 다 함께 오랫동안 행하면 진화의 흐름을 바꿔놓습니다. '선택'이야말로 운명이라는 말을 대신합니다. 세계 속에 던져진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려고 동분서주하는것, 그래서 뭔가를 선택하는게 바로 삶입니다.

 

선택은 내 삶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선택이 쉬운거면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같은 시는 나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p.71

인간은 간단한 질문 앞에 너무 많은 말로 대답하는 존재입니다. 그 너무 많은 말이 삶입니다....질문은 간단해도 대답은 길고 수다스러운 것, 선택은 단순해 보여도 선택 이후의 행동은 한없이 조심스럽고 복잡한 것, 그것이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책은 저에게 게딱지 무늬의 비밀, 수다스럽고 장황하게 펼쳐지는 삶을 보여줬습니다.

 

p.91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

책을 읽는 동안 우리는 자신이 겪는 일을 조금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 책을 읽는 것은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의 삶에 비추어보는 경험이기도 하니까요. 그러는 동안 조금씩 조금씩  더 잘 말 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린 시간이 지나면 지금 겪는 고통은 다 잊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잊을 수 없는 고통도 있습니다. 지금 청춘이 겪는 고통은 세월이 흘러도 오랫동안 계속 될 것 입니다. 뭔가 큰 변화가 생기기 전까지는요.

 

(읽다가 조금 더 추가 할수도 있음을 미리 알림^^)

 

# 참고 (책 속에 등장한 책 중, 찾아 읽고 싶어지는 책들)

1. 파트릭 모디아노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환상 도서관>

 

 

 

 

 

 

원제는 그냥 <The Library>인데 <환상도서관>이라는 새로운 제목이 이 책의 특징을 더욱 살려주었다.

 

판타지소설, 좋아한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약간의 활자중독증을 가진 사람들은 격하게 또는 경미하게 느꼈을만한 증상들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옴니버스형식으로 엮은 상상도서관에 대한 여섯가지 작은 소설들.

 

가상도서관/ 집안도서관/ 야간도서관/ 지옥도서관/ 초소형도서관/ 위대한 도서관

 

가상도서관과 야간도서관은 독특했고,

집안 도서관은 책에 욕심부리다보면 당할지도 모를 봉변을 정말 공감가게 그렸고,

초소형도서관이라니..모든 작가들이 꿈꾸는 도서관 아닐까싶다. 또는 지치지도 않고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라면 혹시 이미 그 초소형 도서관을 갖고있는거 아냐?? 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싶은..그런.

위대한 도서관은, 기왕 책을 소장할거면 양장본을 갖고싶은 모든 사람들의 다소 이기적인 생각을 강박증을 곁들여 최고로 묘사했달까..

 

조란 지브코비치. 유고슬라비아인....훌륭하십니다.

 

 

 

 

 

 

<고양이 호텔>

 

 

일상적인 만남들이긴했는데, 완급조절을 못해서 약속이 어제도 잡히고 오늘도 잡혔는데 분위기깨기 싫어서 내일까지 점심약속을 잡고 허덕대던 그런 한 주가 지나가고 있다. 몸은 정확한 신호를 보내온다. 일단 코피. 이단 극심한 어깨결림. 삼단 시도때도없이 자고싶다는 강렬한 욕망. 사단 온몸이 붓고. 오단 아무데서나 잠들어버리기.

잠들기위한 핑계로 집어든 책은 <고양이 호텔>. 친구의 독후감에 자극받아 집어든 책인데 잘 쓴 소설이라서 저러한 와중에 잠들었다깨어나면 다시 일어날 생각도 않고 집어들어 읽다가 또 잠들기를 반복하면서도 다 읽어졌다.

어제는 수업이 일곱시간이나 이어져 진을 다 빼고 위층에 올라오자마자 클렌징도 안하고 침대로 기어들어가 책을 펴들고 한페이지도 못읽고 두시간을 내쳐잤다. 저녁을 먹어야한다며 깨우던 룸메가 포기한 덕분에 다시 한시간을 더자다가 겨우 일어나서 저녁겸 맥주를 마시자며 근처 호프집으로 갔는데 정말 피곤했는지 맥주를 한방울도 마시기가 싫었다. 그리고 들어와선 또 잠자기 시작했는데 아침까지 자고도 몸이 무거워서 일어나지지가 않았다. 최근들어 이런적은 별로 없었는데..

오늘은 동생네 집들이였고, 음식장만 걱정하시던 엄마를 조금도 못도와드린채로 밥먹을 시간에 도착했다. 두어시간 앉아있는데 너무 피곤해서 적당히 일어나선 집으로 오는 차안에서 기절한 듯 자고, 집으로 올라와선 다시 담요한장 들고 소파에 누워선 저녁때까지 계속 잤다. 잠충이한테 물렸나 싶었을정도.

그래도 내처 잔 덕분에 저녁엔 호기롭게 감자수제비를 해주겠노라고 선언을 했는데 밀가루라고 생겨먹은게 100%통밀가루뿐이 어서 지나치게 웰빙스런 수제비를 만들어 먹고 (지나친 웰빙은 맛이없다...) 또 자고싶은 생각이 들어 <고양이 호텔>을 끼고 잠들었다깼다를 반복....사람이 이렇게 많이 잘수도 있구나 싶을만큼 자고 또 잤다.

그와중에 책귀가 접혀진 부분엔 이런 말들이 있다.

 

p.78

책 냄새에 반하던 바로 그날, 나는 이 방에서 처음으로 책을 꺼내 읽었다. 나는 그때 알았다. 책을 읽을때는 누구나 혼자이고, 혼자 해야만 하는 행위 중 유일하게 외롭지 않은것이 바로 책을 읽는 일이라는걸.

p.164

강해보이기만 하던 그녀가 눈시울을 붉힌다. 행복이 사라지는순간은 누구에게나 눈물겹다. 불행은 결코 서서히 오지 않는다. 예고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다. 단 몇시간, 아니 단 몇초만에 찾아오기도 한다. 그래서 불행은 늘 찰나적으로 맞닥뜨려야 하는, 세상에서 가장 어이없는 짓거리다. 불행이 배신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때문이다. 예고도 없는 그 찰나성!

p.243

대신 생각했죠. 그깟 사랑같은 거 안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요. /근데 근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그거죠? /사랑이라는 건 머리로 계산 할 수 있는게 아니에요. 손으로 재단 할 수 있는것도 아니고요. 그건 머리가 아닌 심장이 하는 일이에요. 의지같은 건 통하지않는, 불가항력적인 영역인 거예요.

 

잠 속에 픅빠져서 읽은 책인데, 그래서는 아니겠지만 상당히 몽환적인 느낌이 남았다. 작가의 '첫' 책이라니..얄밉고 부럽다.

그리고 난 다시 자고싶다.

 

덧1.

Ex-Libris 엑스 리브리스, 책으로부터..라는 라틴어. 옛부터 장서표로 쓰여온.

 

 

 

 

 

<커피 마스터클래스>


<노서아 가비>를 시작점으로 <커피 교과서>를 거쳐서 <커피 마스터클래스>까지 왔다.


이 책은 좀 더 실질적이어서 로스팅과 핸드드립(Brewing)에 대해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언급을해놓았다. 덕분에 내가 잘못 알고 있던 핸드드립에 대한 몇가지 상식이 수정되었고, 난 좀 더 세심하게 커피를 내려마시는 여자로 거듭났다. -_-v


드리퍼는 가격차이때문에 세라믹과 플라스틱으로 나누는줄알았는데, 추출시간이 다르다는걸 새롭게 알았고, 물온도를 잴수있는 온도계를 살까말까 망설이다 안샀는데, 그걸 하나 가지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하게되었고, 눈금으로 된 주방저울을 가지고있는데, 1g 단위로 측정되는 디지틀저울을 새로 사야겠고, 동으로 된 드립포트와 드리퍼 또한 취향과 금액차이라고 생각했으나그것도 커피맛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라서 기회가 되면 장만해서 경험해보고싶고, 마트같은데서 주로 파는 종이필터가 칼리타식이어서 드리퍼도 고민없이 그걸로만 썼는데, 하리오식의 드리퍼세트로 내린 커피도 마셔보고 싶어졌다.


예가체페만 볶아주는 집에서 로스팅 정도를 달리해서 원두를 주문했으며, 나의 학생이 캘리포니아의 마운틴 샤스타에서 사다준 원두까지 추가해서 '내맘대로 블랜딩'의 새로운 장을 열어, 핸드드립임에도 불구하고 내맘에 쏙드는 진한 사약커피 한사발을 제조하여 내킬때마다 복용하고 있어서 하루중 서너시간만 카페인 미섭취상태( 하워드 슐츠의 표현을 빌리자면 'pre-caffeined' 상태)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ㅠ.ㅠ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내 이럴까봐 커피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싶지 않았으나...이미 엮인것 같다. 커피, 어렵다.

한때는 readordie로 살고 싶었으나 요즘은 coffeeordie.....  -_-;;


                                                                               <오후를 깨어있게 할 사약커피 제조>

0123






<커피교과서>


호리구치 토시히데 지음.


<노서아 가비> 때문에 <커피교과서>를 읽게 되었다. 보통은 뭔가를 시작할때 잘모르면 책부터 사는게 오래된 습관이었는데, 커피만큼은 마실만큼 마시다가 이제서야 책 들춰보는거라서 마셔본 커피도 많고 꽤 익숙한 용어들이 등장해서 재밌게 금방 읽었다. 역시 관심은 로스팅쪽으로 가더라.. 그래도 몇가지 메모를 해가며 읽었다.


예가체프를 주로 마시던 내 입맛은 평범하고 정직한 입맛인것도 확인. 예가체프가 매우 착한 커피여서 기본도 충실한데다 엔간한 로스팅에 잘견디는편이라 일정한 맛을 내주는 훌륭한 커피였던 것.

그리고 산지별 커피를 정리해놓은 부분에선 예전에 브라질 세하도 원두를 주문해서 마셨을때 진한 흙맛때문에 큰애랑 둘이 몹시 당황스러웠는데, 세하도(이 책에선, 세라도)의 특징이 흙맛. -_-; 나쁜 원두를 보내준것도, 우리 입맛이 이상한것도 아니었어..다행이랄까 안심되는 기분.

그리고 내가 선호하던 로스팅은 시티. 산미를 최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수준에서의 최대쓴맛? 뭐..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아서 나만의 용어로 나의 취향을 정리해놓는거다.

새롭게 알게된것은 갓볶은 원두를 주문했을때 나도 집에서 커핑테스트를 훈련해볼 수 있겠다는 것. 그래서 내취향을 확실히 해 놓을 수도 있겠다는 정도와 로스팅은 실전에서 2차 팝이후의 1~2초 사이에 나만의 감각을 익혀내야 한다는 정도? 물론, 이론이 그렇단거다. 내 이럴 줄 알고 커피에 참견하고 싶지않았었는데.

커피 어렵다.


이 책과 같이 주문한 책이 있는데, <책과 집>



책은 어차피 집에 있게 마련인데 그 있는 책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조화롭게 배치할 수 있겠는가에 관한 책 정도되겠다.

사진위주의 책이어서 수시로 들춰보기 좋은 책인데, 이 책의 부작용은 목공을 배우러 다니고 싶은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것. 내가 만들고 싶은 품목들이 있다. 의자종류와 귀여운 목마와 북엔드다. 북엔드는 사모으고 싶은 아이템이기도하다. 사서도 갖고싶고 만들어서도 갖고싶다. 온갖 개성있는 북엔드들을.

물론 책엔 그런 내용은 없다. 그래도 이 책을 펼치기만 하면 목공반에 등록하러 갈까하고 잠깐씩 생각한다.
아래층 서재에 어떻게 응용해볼까 궁리하며 들춰보게된다. 예쁜 책이다.











<노서아 가비>



어제는 아차산엘 한시간반쯤 갔다왔고, 오늘은 산길을 걸어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왔다. 너무 오랜만에 도서관엘 갔더니 서먹서먹한 느낌까지 들었다. 책몇권을 주섬주섬 챙겨선 강이 보이는 창가자리에 앉아 한시간쯤 뒤적거리다보니 예전의 편안함과 익숙함이 되살아난다. 좋았다.


다시 서가를 돌아다니며 책을 골랐다. 김탁환의 <노서아 가비>와 살만 루슈디의 <분노>를 빌려왔는데, <분노>는 얼마전 해리랑 카톡으로 얘기하다가 들었던 책이라서 나도 따라 읽고 싶어진 책이고, <노서아 가비>는 탁사마스러운 커피이야기여서 가져왔다. 산길로 도서관엘 가고 집으로 올때는 강변을 따라 걸어왔는데 오늘 바람이 불고 날씨는 차가웠다. 정신이 번쩍들게 차가운 날씨는 내머리를 깨어나게 해주었는데, 강물은 천연덕스럽게도 마치 봄날인양 반짝거렸다.




하루종일 시간이 남아돌아서 가벼운 소설인 <노서아 가비>를 다 읽었다.


 



커피를 좋아했다던 고종황제 이야기와 사기꾼으로 묘사한 따냐의 이야기를 김탁환스럽게 버무렸는데, 요즘 커피에 점점 몰두하고 있는 나여서인지 충분히 공감가는 스토리였다. 가벼워서 두어시간만에 읽을 수 있었던 것도 좋고, 그 시절 러시아 커피를 마셨다면 여기서 묘사한 대로 마셨을것이다.


가정용 로스터를 살까말까 망설이고있는데 불이 확 지펴지는 심정이다. 만일 로스터를 갖게되면 블루마운틴 생두를 사서 볶을테고, 예가체페와 블랜딩해서 마시면 되는걸까?  커피를 배우면 더 집착하게 될까봐 아무렇게나 마시고 있었는데 그쪽으로도 점점 더 기울어진다. 재작년에 캔디가 집에서 로스팅해서 갖다 준 블루마운틴의 그 쌉싸름하던 깊은 맛을 결코 잊을 수가 없다. 카페에서 주문해마시는것보다 블루마운틴 함량이 훨씬 높았겠지.. 내 입맛대로, 딱 맞게.


몸이 기억하는건 의외로 집요하다. 어떤 작은 갈고리가 방아쇠역활을 하면 몸은 예전에 있었던 기억과 그때의 기분과 슬픔, 향기, 그당시 상황에 처했던 내맘까지..많은것을 순식간에 불러온다. 괴로울지경으로 세세하게 환기시킨다. 가끔 궁금하다. 언제까지 이럴수 있을까. 나이들면서 잊혀져가는건 내 삶의 어떤 사진일까.. 그래도 남아지는 사진들과 감각들은 또 어떤 것일런지.. 일년이 더 넘은 그때의 커피맛을 정확히 기억할 수 있다. 그 맛은 충분히 유혹적이었다.


커피는 언제나 첫사랑이고 (p.31)
커피는 두근두근, 기대이고 (p.93)
커피는 오직 이것뿐! 이라는 착각이고 (p.157)
커피는 끝나지 않은 당신의 이야기다. (p.233)


아침에 일어나서 검고 진한 커피를 마시는 습관을 버려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아침마다 갈등하고 결국엔 실패한다.
옛날부터 마셨다잖아..식전에 두세잔씩. 뭐어때.

커피의존증 환자에게 핑계꺼리를 주는 책, <노서아 가비>.  



#덧1.
우연히 집어 든 책이었는데..남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었을까 궁금해 검색했는데, 3월 15일에 개봉하는 영화 <가비>의 원작 소설이라니...거 참. 따냐가 '바리스타'란 생각은 미처 못했건만 고종황제의 전속 바리스타 맞네..

가비(커피)를 곱게 빻아 그날의 습도와 기온에 따라 손으로 적당량을 찻잔에 넣고 그 양에 맞춰 감으로 설탕을 넣어 뜨거운 물을 부어 기다렸다가 가라앉힌 가비를 고종황제께 올렸다...는 표현이 기억난다. 제대로 된 바리스타였었네..순전히 감각에 의지해서 그 날의 커피를 만들었을테니 말이다.

이런 방식의 커피는 발리에서 사 온 원두가루로 마셔봤는데, 그 입자가 하도 고와서 저렇게 가라앉혀 마실수밖에 없었고 독특한 진한 맛의 커피였던 것도 기억났다. 핸드드립도 에스프레소 추출도 불가능할 정도의 고운 입자였었다.


                                                         



                                                           


              



<꿈을 이룬 사람들의 뇌>




Evolve your brain.  조 디스펜자 지음.




진짜 궁금하긴 하다. 꿈을 이룬 사람들의 뇌는 다르게 생겼을까..


내가 일관되게 믿고있는 사실이 한가지가 있는데, '성격이 팔자다' 라는 표현이다. 당연히도 사람들은 자신의 성격대로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하고 심지어 그렇지 않은 일들도 왠만하면 내 생각대로 방향을 전환하고자 노력한다. 心理라는 표현에 마음심 글자가 들어가서 가슴이 시키는대로 하는게 마음인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하지만 마음은 뇌에 있을것 같다는게 나의 생각. 그러니까 말하자면 생각따로 마음따로는 아닌거지.


사놓고 못읽고 있던 책은 같이 읽으면 읽을 수 있다..를 실천하게됐다. 11월 독서회 책. 사놓고 2년이 지나도록 완독을 못했었는데 이제 다시 시작.





중학교때 경험했던 일이다.
피아노를 제대로 연습하지 못하고 렛슨받으러 갈 때, 연주가 잘안되던 부분을 마음속으로 건반을 떠올리고 안되는 부분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무수히 많이 반복하고 연습하고 되뇌이며 가면, 그부분을 마치 실제로 연습한것처럼 실수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정말 신기했는데..뇌는 이미 알고 있던것을 우연히 내가 시전했던가보다. 그 이후로 마음속으로 실제처럼 하나하나 짚어가며 연습하거나 해결해야 할 문제를 골똘히 되뇌이면 언젠가는-생각보다는 단시간에- 해결된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책을 좀 더 읽다보니 1995년에 심적시연을 피아노 연습으로 실험했다고 책에 나와있다. 아까워라..난 그보다 십여년전에 먼저 경험해서 알고 있었는데..흑..심리학 전공했어야했었어..









<엄마수업>




아이들을 다 키운 이마당에 왠 <엄마수업>을 읽고 있냐는 질문을 받으며 읽은 법륜스님의 <엄마수업>은 읽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셋째는 좀 잘 키워볼려구~ ] 이러고 농담으로 받아쳤지만 셋째가 내게 생긴다해도 위의 두 아이를 키운것처럼 키우겠지?


스님의 육아지침서이다보니 절대 실천하지 못할 것처럼 보이는 좋은 말씀이 삼분의 일, 이미 지나가서 어쩌지 못하는 내용이 삼분의 일, 그리고 나머지 삼분의 일쯤은 다행히 스님의 말씀을 접하지 못한 상태였으나 나와 생각이 비슷해서 위로가 좀 됐다.


스님이 항상 하시는 원칙대로, 행복한 엄마랑 지내는 아이가 행복할 수 있으니 엄마부터 행복해지세요~가 주된 말씀. 그리고 정말로 아이를 위하는 엄마가 되세요~...엄마라면 내아이를 위해서 뭐든 할 수 있어야합니다. 물론, 바른 생각과 바른 자세로.


사소한 일에 얽매이지말고 크게 보라고 말씀해주시는 느낌이다. 작은일에 감사하라고도.


이러고 적다보니 너무 뻔한 말들이어서 식상해보이는데, 너무 뻔한 그 말들이 만고의 진리 아니던가.


나는 내아이들이 건강하고 착하게, 남에게 피해주지않고, 의미있는 삶을 살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삶의 자세를 가진 아이들로 내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더할나위없이 감사하다.


















<자기혁명>

  




박경철에 대해선 아는 바가 별로 없다. 내가 이표현을 쓰는 이유는 그가 쓴 책을 한권도 읽지 않았다는 뜻이기도하다. 알고싶지않아도 들려오는 얘기들은 좀 있다. 안철수와 대담형식의 강연을 한다거나 의사라면서 주식에 대해 좀 안다더라..대단한 독서광이라더라..정도?


우연히 클릭한 알라딘의 메일에서 소개된 책을 그 날 바로 주문하고 다음날 손에 넣었다. 10월 1일 발간인데 이미 9월말에 내손에 들어와있었다. 책을 펼치자 눈을 뗄 수 없게 내용이 전개된다. 물론 내 자세는 스무살짜리 아들아이에게 어떨까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독서자세이다.


1/3쯤 읽고나자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이라면 제목이 아닐까 싶어진다. 물론, 순전히 나의 개인적인 견해이다. <자기 혁명>이라니..뭐랄까 너무 강하고, 혁명까지 동원해야하는가 싶어서 슬쩍 놓아버리고 싶은 그런 위압감을 주는 제목.


그러나 책의 내용은 열정적인 독서가답게 빈틈없이 논리적이고 하고자하는 메세지를 분명하게 전달하고 있으며 이시대 청춘에게 이시점에서 당부하고 싶은 말들을 차근차근 잘 엮어놨다. 거기에 묻어서 나의 작은 아이에게도 이런 말들을 해주고 싶고, 여기서 언급된 책들을 읽게하고 싶어진다. 다행히도 꽤많은 책들이 나도 읽고 공감했던 책들이라서 마구마구 밑줄이라도 그어서 보내주고 싶은 심정이 되어버렸다.



긍정적 애티튜드(attitude)의 형성 (p.23) / 몰입의 즐거움/ 자크 모노의 <우연과 필연>/ 이십대는 발산이 아닌 응축의 시기이다(새로운 미래를 위해 낯선곳에서 치열하게, 그러나 묵묵히 준비하는 아들아이에게 꼭 필요한 말이다)/ 언어는 그 사람을 말해주는 지표이다..부분은 거의 모든 내용이 내가 아이에게 항상 당부하는 말들이었다. 2초간 호흡을 고르고 말하라..등등/ 제러미 리프킨의 <엔트로피>에 대한 언급/ 그리고 법륜스님에 대한 언급.."당신은 자기 자신의 주인인가?"라는 반문을 받았었다고한다. 2010년말에./


친구인 캔디랑 가끔 그런 대화를 나눌때가 있다.
[우리 법륜 스님 현강 들으러 가는 여행일정 잡을까?]
[맞아. 모든 강의가 그렇듯이 책이나 동영상 강의보다 훨씬 좋을껄?]
물론, 말만하고 실천도 못하는 계획이긴하다. 암튼..꼭 해보고싶은 여행이다.



딴생각을 멈추고 계속 책을 읽는다.



p.170
"청춘이란 무엇인가?"
청춘은 '발산'이 아니라 '응축'의 시기다.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말은 좌충우돌에 대해 책임질 필요까지 없다는 뜻이 아니다. 청춘의 가슴에는 활활타는 불길이 있지만 그것이 뜨겁다고 함부로 토해내며 이리저리 방황하는것은 의미없는 소진에 불과하다. 뜨거운 불길을 쉽게 토하지말고 뱃속 깊이 삼켜라. 그리고 다듬고 응축해라. 그 불길이 뜨거운 구슬이 되어 가슴속에 여의주를 품게 될 때, 어느 한순간 벼락처럼 쪼개며 천둥처럼 울리는 것이 청춘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이때 쓰는 말이다.


준비된 자에게만 기회가 온다. 그런데 기회는 일정 부분 행운과 함께한다. 때문에 준비된 도전이 행운을 만나지 못했을때 그 실패는 가치가 있고 다음에 다른 기회를 기다릴 수가 있다. 그것이 바로 절치부심이다. 하지만 좌충우돌에는 기회도 행운도 없으며 방종에 대한 가혹한 대가만 기다리고 있을뿐이다.


이렇듯 청춘은 무작정 발산하고 소비하는 시기가 아니다. 뜨거운 열정으로 내면의 불길을 가다듬는 인고의 시간이 바로 청춘이다.




또한 강신주 교수의 이야기를 빌어 철학과 인문학의 존재이유와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오히려 과학도일수록 필요하다고 설득하고있다. 공감한다. 사람을 위한 과학기술이어야한다. 앞으로의 세상에선 더더욱.


일만 시간의 법칙을 소개한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도 언급한다. 이런 책을 함께 읽어준 독서회 친구들에게 감사를 표하고싶다. 나 혼자였다면? 아마 안읽었을 책이다. 그러나 재능의 파악이 노력보다 우선한다고 강조하며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준비는 '호기심'이라고 언급하고있다.(p.198) 평생을 통해 전개해 나가야 할 노력.




p.272
한유가 아들 성남에게 독서를 권하는 글, <符讀書城南>중...요즘 내 자신에게 말해주고 싶은 글귀다. 폰에 담아놓으려고...







책 많이 읽고 싶은 계절이 왔다.




덧1.
박경철이 필독서로 추천한 책 <주역>


p.367
우리가 현대사회에서 취해야 할 <주역>의 기본원리는 계사전의 '궁극변, 변즉통, 통즉구 (窮則變 變則通 通則久)'라는 구절에 모두 녹아있다....막히면 변하라..즉, 스스로 변하는것이 해법이라는 뜻이다...어려움을 만났을때 그렇게 변하면 결국 통하게 될것이니, 늘 그렇게 통함으로써 영원하라는 말은 실로 감격적이기까지하다.


덧2.
에필로그에 책의 모든 내용을 정리해서 이시대 청년들에게 당부의 말을 모아놓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으로 마무리를 했다. 이 글귀를 보는 순간 가슴이 뛴다. 스무살때도 그랬으나 여전히...


p.399


                     나는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운 것이 없다.
                             나는 자유다.

                      -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에서













책, 자세히 읽기


필기하며 읽기..




책장이 안넘어가면 커피도 마시고 놋북도 켜고 해작질..


친구가 교열작업을 한 책이라며 친구집에 놀러갔을때 한권 집어 준 책에 잠시 눈길도 돌렸다가...


다시 독서회 과제인 천개의 고원 읽기로 돌아가기...울며..
천페이지 짜리 책인데 이제 76p... 시간은 이제 일주일남았다. 흑흑...

 

p.76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언제나 군중속에서 한 사람을 포착해내고 그가 속해있는 집단에서 그를 가려낸다는것.
그것이 아무리 작은 집단이더라도, 가족이든 다른 뭐든간에.
나아가 그 사람에게 고유한 무리를 찾아내고 그가 자기안에 가둬놓고있는, 아마 완전히 다른 본성을 가졌을 그의 다양체들을 찾아낸다는것.
그것들을 내 것에 결합시키고 내것들 속으로 그것들을 관통하게 만들고 또한 그 사람의 것을 관통해 간다는 것....사랑의 종말이 그녀를 식별 불가능하게 만들때까지 화자의 작업은 계속된다.


<천개의 고원> 안에서 이런 글귀를 발견하게 될줄이야...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다시 읽게되다.





스무살시절, 고려원책으로 <영혼의 자서전>을 읽었고, 그 열정적인 삶의 자세에 감탄하며 놀라워했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와 루이저린저와 내친구 디오티마가 함께했던 시절. 그리고 슈타인이 있었던 스물둘, 스물셋의 반짝거리던 나날들. 내영혼의 자서전이란 노트에 나의 모든 감정을 낱낱히 기록했던 시절. 그리고 또한 모두 버리기..그 모든것이 카잔차키스가 함께 했었기에 가능했다.

오늘 독서회에서 고전읽기로 언급된 책이 <그리스인 조르바>.

새 봄의 고전 다시읽기.
새 봄의 시간여행이 되어줄지도.








시월의 책들.



볕이 잘드는 창에 커튼을 치고 은은하게 들어오는 햇빛아래에서 책을 읽는다, <구월의 이틀>. 장정일의 책들은 제목이 낯설지않은데도 읽은 기억은 없고 더구나 소설은 처음인데 그 첫 책이 <구월의 이틀>이 되었다.


어제는 독서회가 있는 날이었고, 예약해놓은 <일본열광>을 빌려왔고, 요즘은 후원만하고 활동은 접어두고있는 도친들의 책인 <도서관친구들이야기>를 독서회대장이 한권 주길래 받아왔다. 대장이 한꼭지 썼더니 다섯권을 증정받았다며 다른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기를 당부받았고 휘리릭 책장을 넘기다가 내가 했던 특강을 에피소드로 써놓은 부분이 눈에 띄길래 늦은 저녁을 먹고있는 아들에게 보여줬다. 엄마이름 나왔다며 신기해하더니 같이 가져온 다른 책을 슬쩍 한권 가지고 들어간다.


이런. 지금 책붙들면 안되는데..싶었지만, 오늘 낮에 컨디션도 너무 안좋았고 그럼 조금 쉬면서 책을 몇장 보면 되겠다싶어서 모른척해줬는데 아침에 보니 꽤 읽은것 같다. 내가 아직 펼치지도 않은 <일본열광>을. 왜 문제 안풀고 책읽고있냐고 말하면 서로 기분만 상하게되니까 살살 돌려말했다. 시험끝나면 읽을 책 몇권 추천해줄까? 라고. 주문해놓으면 안되냐고 묻길래, 일단 읽고 사야할지말지를 결정하자고 말했다. 아이도 동의.


작은아이가 시험이 끝나면 책구매에 대한 회의를 할까한다. 각자 추천하는 책목록을 놓고 이 책을 소장해야하는 이유에 대해 가족에게 어필하는거다. 그리고 투표를 거쳐 한달에 5~10권내외로 책을 구입하기. 그리고 책값은 각자의 수입(아이들은 용돈)에 대해 비례배분해서 갹출하기. 그러면 책이 집안에 넘쳐나는것도 좀 막을 수 있고, 자기가 필요한 책에대해 다른 가족을 잘 설득하면 다 가질수도 있고. 그 외의 책은 각자 알아서 사기. 그리고 버려야할 책에 대해서도 회의를 해야한다. 다들 자기가 산 책은 버리지 않으려하고 정리하는덴 힘이 드니까.


독서회 10월의 책은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였다. 우리로서는 드물게 도서관옆의 밥집에서 밥먹으며 책얘기를 했다. 도서관장님의 배려로. 여러얘기들이 나왔다. 항상 그렇듯이.


주를 이루는 의견은 남자 주인공이 대체 왜 여자 주인공을 사랑하게 되었을까에 대한 묘사가 부족하다는 것이었고, 마치 예시처럼 표지에 실어준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의 그림에 나온 못생긴 여자가 좀 더 부각된 그림을 보며 더 이해할 수 없다고했다. 독서회 사람들이 미인들만 사랑받아야한다는 의견을 가진건 절대 아니지만 소설가인 작가가 대체 왜, 그렇게밖에 묘사를 혹은 전개를 했을까는 이해가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고자 읽는 소설에 몰입이 안되었다는 의견도 있었고 작가는 실은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어 랩을 하고 있는건데(요한의 입을 통해) 스무살 청춘의 사랑얘기에 등장하기에는 그 랩이 너무 강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랩을 넘어 설교수준이라는.


일부러 묘사를 약하게 했을지도 모른다. 못생겼어도 사랑받으려면 다른 장점이 있어야하는데 그건 어찌됐든 또다른 매력일 수 있기때문이다. 요즘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얼짱과 몸짱을 요구하는데 그게 개인의 취향이 아니고 사회전체의 요구사항이 되었기때문에 보통 사람들이 견뎌내기에 너무 버거운 사회가 되고있다. 그들의 세력이 자꾸 커져서 주류가 되면 평범한 사람들이 견뎌내기가 너무 힘드니까 '부끄러워하지도말고 부러워하지도 말면서' 그런 생각들이 다수가 되어 힘을 갖는걸 방지하는 차원에서 우린 그러지말자고 작가는 말하고 있는거다.


난 여주인공의 편지를 통해 말해지는 사실에 대해 완전 공감했다. 나이드니까 이제 자신이 그닥 눈에 띄는(눈에 확 띌만큼 못생긴) 외모가 아니게 되었다고. 그동안 예뻐져서가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이제 비슷비슷해져서. 맞다. 이제 내나이쯤 되는 여자들은 거의 다 비슷비슷하다. 좀 더 살이쪘는지 아닌지만 좀 다르다. 그러니 이제 얼굴을 가지고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 참 감사하고 그냥 건강을 위해 너무 뚱뚱하지만 않으면 되는 '편한' 나이가 된거다.


그리고 예쁘지않아도, 그러니까 평범하거나 심지어 못생겼어도 나를 사랑하는 남자 하나쯤은 우주에 존재해야 공평한 일이기때문에 난 여주인공을 사랑하는 남자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그남자가 '하필이면' '미스터 아르바이트'가 될 만큼의 외모를 가졌다해도 말이다. 요즘 애들말로 그 여자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는지도 모르고. 현실에선 오히려 외모에 신경안쓰는 사람도 꽤있기도하고.


또 많은 여자들이 이런저런 인연으로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에게 언제나 궁금한 거 한가지는 '내가 지금과 같은 외모에서 훨씬 더 못생겼어도 나를 사랑했을건가요?'인데, 그건 어쩌다 득한 외모가 아니라 내가 지금껏 살면서 만들어온 나 자신을 진정 사랑하냐고 묻고 있는거라고 생각한다. 그말을 꺼내고 역질문도 받았다. 남자들도 그렇다고. '내가 지금보다 능력이 부족해도 날 사랑할건지'가 항상 궁금하다고. 그 자리에서 그 질문에 대답한 건 아니지만 (왜냐면 나한테 한질문은 아니니까) 내 대답은 '그렇다'이다. 힘든 일을 겪어보지 않아서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겠지만, 난 책을 읽고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면 경제적으로 좀 부족해도 살아갈 수 있다.


아무튼. 독서회 시월의 책은 내게는 가을에 읽은 한 편의 사랑이야기였고 달달해서 좋았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후 박민규책은 포기했었는데 덕분에 한권 읽었다.


아직 시월은 며칠 남아있고, 난 <구월의 이틀>과 장정일의 <공부>를 마저 읽을 예정이다. < 이 책이 당신의 인생을 구할것이다>도 간간이 같이 읽고 있는데 어쩌면 구원을 받지도못하고 심지어 다 읽지도 못할지도 모르겠다.




덧1. 추천받은 책들.
나는런던에서사람책을읽는다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 사진/영상 > 사진에세이
지은이 김수정 (달,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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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친구들 이야기> 여희숙외 지음/서해문집 출판
........티스토리에선 정보첨부가 안되는군..


덧2. 우리 독서회에서는 다음달 책을 도서관에 미리 공지하여 그 책에 관심있는 분들은 책을 읽고 참석할 수 있도록 오픈하기로함. 11월의 책은 <불편해도 괜찮아>,11월 네번째수요일저녁.
불편해도괜찮아영화보다재미있는인권이야기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복지 > 사회문제 > 인권
지은이 김두식 (창비,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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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특강-철학, 삶을 이끌다.


독서회 7월의 책이 <상처받지 않을 권리>였다.


책은 만만치 않았으나 독서회 멤버 한 분이 다같이 완독하자는 의미로 요약본도 올려주시며 독려하여 어쨌거나 무사히 완독할 수 있었고, 난 참 좋았다. 그리고는 미처 책내용을 제대로 음미하거나 정리하기도 전에 8월의 책인 <일리움>이 거의 천페이지여서 그 두께에 떠밀려 책을 읽느라 정신없었다. 그리고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광진도서관 인문학 특강이 <상처받지 않을 권리>를 쓴 강신주교수 강의였고 그것도 4주짜리 강의였다.


첫시간은 아직 방학기간이라 낮에 수업이 진행되므로 무리없이 저녁시간에 강의를 들었고 오늘이 그 두번째시간이었는데 오늘은 매우 무리하게 내 수업들을 이리저리 주말로 다 옮겨심어놓고 강의를 들으러갔다. 역시 좋았다.


지난 시간엔 "나는 누구인가-공(空)의 지혜" 였고 오늘은 "사랑이란 무엇인가-사랑의 비극"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어찌나 이해하기쉽고 진솔하게 철학을 풀어나가는지 강의말미에 사람들 몇몇이 정말 솔직하게 자기얘기를 털어놓는걸보고 난 깜짝 놀랐다. 강사의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능력이 탁월한것 같다. 물론 자기얘기를 그렇게 하는 청중들도 상당히 용기있는 사람들이겠지. 난 죽기전에 한번이라도 그래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주 첫강의에서 '인문학=정직함'이라고 했는데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한걸지도. 평소 거짓말을 하는건 아니지만 내주변인들에게  내감정까지 항상 정직해지기에는 난 너무 소심하것 같다.


詩를 읽어주고 강의를 시작하는데 오늘은 황지우시인의 시, < 너를 기다리는 동안 >이었다. 여기에 적어두고 싶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그리고 강의 중간에 황지우 시인의 다른 시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를 찾아서 읽어주었다.
아...이런. 그 많은 황지우님의 시 중 이 시를 선택하다니.


이 시는 대학교다닐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들 가운데 하나였고 종로2가 뒷골목 어디쯤 이 제목의 카페를 발견한 후로 그곳은 나의 아지트였다. 난 그곳에서 커피를 마시고 친구를 기다리고 책을 읽었다. 친구를 기다리지 않을때도 커피를 마시러갔고 책을 읽었다. 몇년전엔가는 2월쯤 워커힐을 지나가다가 골프연습장으로 꺾어지는 삼거리 모틍이에 서있던 나무가 나뭇잎을 매달고 있을때는 몰랐는데 잔가지만 잔뜩 갖고 서있는 모습이 마치 예전에 내가 맘속으로 그리던 그 '겨울-나무, 봄-나무' 느낌이어서 차를 세우고 한동안 바라보며 그 詩와 카페를 생각한적도 있었다. 아니. 실은 그 시절의 나를, 내가 만났던 친구들을, 내가 가졌던 깊은 우울들을, 그리고 내가 심취했던 책들, 황지우의 겨울나무처럼 보이지만 이미 생명의 준비를 마친 봄나무를, 황동규시와 니코스 카잔차키스와 루이제린저의 생의 한가운데의 니나와 슈타인을 생각하고 싶었겠지.


오늘, 그 시가 강신주교수의 목소리로 낭독되었다. 이분은 시를 읽을때는 항상 자리에서 일어서서 낭독을 해주신다. 아주 색다른 감상이었다. 강신주교수의 <철학적 시읽기의 즐거움>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된 순간이기도했다. <철학대철학>도 매우 훌륭하다고 독서회대장에게 들은 바 있는데..읽을책이 막 늘어나는군. 읽어야 할 책목록을 쌓아놓고 그 무게에 짓눌려가며 읽는 가학적 책읽기는 내가 즐기는 취미생활중 하나니까, 기쁘다는 뜻이다.


강의가 끝나고 우연히 뒷풀이 장소에 합류하게되었다. 그동안 도친들과 소원했던게 생각나서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는데 오늘 강의를 듣겠다고 따라나선 우리 큰애한테 좀 더 의미있는 기회가 될지도 몰라서 눈딱감고 따라갔다. 이런 저런 얘기들을 나누었고 항상그렇듯이 강의이상으로 얻는게 많았다. 난 거의 질문을 안하는 편인데 나도 궁금한걸 하나 물어봤다. 대학원까지 가기에는 좀 부담스럽고 '수유+너머'수준의 인문학강좌도 역시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적절한 인문학 강좌를 아시는게 있으면 소개해달라고했다. 돌아온 대답은 '좋은 사람들과 같이 책읽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라'였다. 읽으면 소화시켜 배설까지의 과정이 있어야하는데 많은 강좌들이 그냥 먹이기만 한다고. 그건 틀린거라고.


맞는 말씀이다. 그이야길 듣고보니 내가 그동안 광진직독을 통해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새삼 깨달았고, 도친들처럼 괜찮은 사람들 곁을 얼마나 오래 떠나있었는지도 기억해냈다. 정말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날이었다.










2월 독서회




2월 독서회가 있었던 날이다. 다들 바빠서 2주에 한권을 못읽어내고 당분간 한달에 한권짜리 모임으로 가기로했다.


오늘은 <천개의 찬란한 태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날이다. 소설책이 선정되면 읽는 동안에도 마음이 가볍고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때도 훨씬 부드럽다. 스토리의 힘이랄까..


천개의 태양의 의미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벽 뒤에 숨어있는 천개의 찬란한 태양'은 이슬람여성들을 상징하는 말이 아닐까 하는..결국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가장 바탕이 되는 힘은 여성의 교육과 의식에서 시작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왔다. 나는 한참전에 읽은 그 상태로 그냥 참석을 해서 주인공 이름들이 헷갈리는 상태였으나 곧 그 감동이 되살아났다. 우리 할머니 세대가 그비슷하게 살지 않았을까 싶어진다. 이사회나 세계나,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벗어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므로.


그리고 이슬람 문화또는 문학에 대해, 이 책처럼 미국스러운 시선말고 또다른 시각에서의 책을 한 권 더 읽기로 했는데 어떤 책이 있는지 잘 몰라서 정 사서샘에게 골라달라고 부탁을 했고, 우리도 좀 더 찾아보기로했다. 좀 더 제대로 이슬람문화를 들여다보고싶다는 열망들이 생겼다. 소설의 힘이다. 사람들을 부드럽게 그 분야로 이끌어준다.


요즘의 한국사회에 사는 우리는 과연 '백성'일까 '국민'일까 '시민'일까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대통령이 유권자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그 대우가 많이 좌우되지않을까하는 우스개소리와 함께, 우리도 참여정부시대에 '시민'의 대우를 약간 맛보지 않았냐는 얘기가 나오면서 다음달책이 언급되었다.


그러한 이야기의 맥락때문이었는지 다음달 책은 우연히도 제레미 리프킨의 <유러피언 드림>이 선정되었는데, 그래서 자연스럽게 <야만의 언론 노무현의 선택> 책얘기를 꺼낼 수 있었다. 다들 관심있어하며 게시판의 <읽고 있는 또다른 책>코너에 올려달라고 했다.  <캔들 플라워> 얘기도 나왔다. <유러피언 드림>은 어려울걸로 예상하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주문했다.


2월말까진 바쁜데..과연 산에 다닐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3월의 책>
유러피언 드림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제레미 리프킨 (민음사,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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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의 언론 노무현의 선택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김성재 (책보세,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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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들 플라워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김선우 (예담,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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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우리의 대장이 기획한 책이 출판되었다며 오늘 모임에서 책을 선물해줬다. 꼭 읽고 리뷰도 하고 주변에 권해야지. <판타지 수학여행>. 근데, 책 정보가 아직 안뜬다. 이제 막 출판되어 너무나도 따끈따끈한 탓일지도.. 그런데, 이 책이 數學에 대한 책이라는데 제목을 쓰고보니 고2가을에 가는 修學旅行 처럼 느껴지네.  數學에 관한 책이라면 아이들에게 거부감을 일으켜 안 사볼까봐 일부러 그렇게 했을까 아님 뜻하지않은 오류일까. 다음에 만나면 물어봐야겠다.


판타지 수학여행 1 : 운명적 만남 (하)
카테고리
지은이 (WA출판사펴냄,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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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는 안뜨네. 표지가 보여야하는데..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할레드 호세이니 (현대문학,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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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발표한 순서대로 [연을 쫓는 아이]를 먼저 읽고 싶었으나,
그책을 대출해 간 사람이 연체중이어서 책이 내 손에 들어오질 않아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중간에 기록하고 싶은 구절도 있고 좀 더 길게 이 책에 대해 말하고 싶은데..
바쁜 일주일동안 열심히 읽고 바로 반납하느라 그 작업을 미처 못했다.

우정에 관해 언급한 대목이 있었는데..정확한 표현들이 생각나질 않는다.
그때 바로 적어놨어어야했어.




[매뉴얼]

매뉴얼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롤라 제이 (그책,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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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며칠 어떤사람의 블로그를 드나들면서 그가 읽은 책들을 따라읽고 있었다. 그 블로그에서 재밌게 읽었다던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갔다가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매뉴얼].


매뉴얼. 원래 좋아한다. 뭔가 사면 거기에 들어있는 그 사용설명서들을 읽는게 작은 습관 중 하나다. 그리고 매뉴얼들을 모아놓기도 한다. 서랍을 정리하다가 몇년전에 이미 없애버린 가전제품의 매뉴얼들을 한꺼번에 버린적도 여러번니까. 그리고 이 책이 신간으로 나왔을때 소설의 제목이 [매뉴얼]인걸 알고 관심이 갔고, 어린딸에게 죽은 아빠가 남겨준 [매뉴얼]이란 것을 알고 '더' 관심을 가졌었는데, 서른살까지의 매뉴얼이란 말에 약간 실망하고 잊어버렸던것 같다.


아무튼. 우연찮게 내손에 들어온 소설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스물여섯살까지 읽자, 주인공인 루이스에게 심한 질투를 하고 있는 내자신을 느겼다. 나도! 나도!! 아빠의 매뉴얼이 필요한 아이였다. 열살도 안된 나이에 친아빠의 존재를 알게되고, 그러면서 집안에서 모래알처럼 굴기 시작했고, 적어도 '아빠가 죽은건 아니다'는 걸 알게된 후로는 간절히 만나기를 바래고 또 바랬으나 결국에는 절대로 만나고 싶지않다고 생각한 '스무살'에 나를 찾아왔던 아빠.


남자형제도 없고 아빠의 보살핌따윈 없이, 지긋지긋하다고 반항하던 의붓아버지를 멀리하며 사는게 내인생의 최대목표였던적도 있으니까. 그러니 나에게 '남자'의 제대로된 모델도 있을리 없었고, 그렇다는 사실조차도 난 감지하지 못한채 나이만 스무살짜리였었다. 그후로 내게 일어났던 그 여러가지 일들..세월이 지났으니까 몇년쯤은 '뭐..그땐 그러기도 했었지..'라고 한줄 요약도 가능해졌지만 내가 실제로 어떤 남자한테 끌리는지를 정리한건 불과 몇년안됐다. 다행히도 나는, 나의 취향을  그닥 잘 알지못하면서도 내룸메이트를 만나 결혼도 했고, 나이차이가 별반없으면서도 언제나, 모든면에서, 어른스럽게(아빠처럼)구는 그를 만나는 행운을 얻었달까.


내안에 있는 '아빠가 절실히 필요했던 아이'가 이 책을 읽는동안 다시 고개를 들고있다..난 이제 '늙어가는 어른'인데도 말이다.


나의 개인적인 성장경험때문에 이책이 내마음 언저리를 건드리고는 있지만, 이 책만을 말한다면 가벼운 소설이다.
오래된 감정들을 내게서 끄집어내는 책이다.











[그남자의 비블리오필리]




바쁜것도 한달쯤 적응하고나니
사람 만날 시간을 낼 수 없다는것을 제외하면 나름대로 망중한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아주 잠깐씩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는데, 이 책이다.


한권이라도 붙들고 중단없이 읽다보면
또 그런대로 다른 책들도 눈에 들어온다.


[호모부커스]와 [듀이]와 [에코와 소름마법사]도 읽었다.


수업하고, 그 중간에 밥도하고, 청소도하고, 빨래도 널고 개키고, 또 어떤 수업은 심지어 수업준비까지 하고,
그러다가 슬슬 음식을 시켜먹고, 청소를 띄엄띄엄하고, 큰애의 도움을 적절히 받고,
이런저런 요령이 생기니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다보니 뭔가 끼적거리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래서...일단 窓을 열어본다..


(9시에 시작해야하는 수업이 있어서 일단 여기서 잠시 멈추고)








책에 대한 책들에 열광함




김탁환을 좋아한다.
그가 자주 표현하는 '소설중독자'라는 말에 처음 반했다. 스토리가 있는 글을 좋아하고, 긴 글을 좋아하고, 감상적인 글을 좋아하고..그러한 것이 극대화된것이 대부분 소설이니까. 김탁환의 책이 새로 나왔는데, 탁사마가 추천하는 100권의 책이 그 내용이다.


이야기책 다음으로 좋아하는 책이 '책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책'이다.


비싼 가격과 두께감에도 불구하고 너무 갖고 싶어서 구입한 책이 <젠틀 매드니스>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두껍지 않음에도 구입한 책이 <뒤적뒤적 끼적끼적>
요즘 밤마다 끼고 읽는 책은 <침대와 책>


그러니까 책에 대한 책은 이러거나 저러거나 갖고싶은 아이템 일순위에 들어가시겠다.


<침대와 책>에서 작가 정혜윤은 다른데서는 잘 소개하지 않는 <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에 대해서도 썼다. <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는 지인의 권유로 읽었는데, 아주 인상깊은 내용이었고, 또 작가의 프로필 사진이 하도 강렬해서 자꾸만 앞의 책날개를 다시 펼쳐보며 이여자가 이 글을 쓴거로군..하며 읽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짧은 금발(혹은 회색?)머리의 중년의 여자가 마치 여중생들이 처음 화장한듯 아이라인만 진하게 강조한 눈으로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하고 찍은, 그래서 마치, 내가 하는 얘기를 집중해서 잘 읽도록 해~ 하고 웅변하는듯한 느낌의 사진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알게 된 아니 에르노.


이 할머니는 1936년생이다. <단순한 열정>은 1991년에 발표된 글이다. 겨우 74페이지의 책인데 당당하게 책표지에 '아니 에르노 장편소설'이라고 적혀있었다. 장편이라는 말을 비웃으며 읽기 시작했는데, 그 심리 상태 묘사를 다 읽고나니 장편..맞네 싶어진 책이다. <단순한 열정>은 연하의 애인과 본인이 겪었던 연애담을 정말 치밀한 글솜씨로 본인의 심리를 사실적이면서도 넘치지 않게 서술해 내려간다. 책에 나오는 상황으로 짐작해보건대 50세가 넘어서의 연애였는데..


언제부턴가 50세 이후에 열정적으로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특히 여자들)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 열려있는 마음 상태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특히 열정이 신기해서이다.


아니 에르노의 책을 더 찾아보니 <집착>과 <탐닉>이 도서관에 있어서 빌려왔는데, <탐닉>은 아직 못읽고 <집착>은 읽었다. 사랑하던 남자가 나를 떠나 다른 여자에게 갔다. 그 상황에 대해 내가 겪는 온갖 질투와 그여자의 실체에 대한 여러가지 상상, 그에 집착하는 자신의 모습을 더할나위 없이 치밀하게 써내려갔다. 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져본 경험이 있다면 거의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것이다. 그 과정을 겪을 만큼 겪어야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 나도 그랬다.


<뒤적뒤적 끼적끼적>에서 언급한 100권의 책이 내앞에 줄을 서있다.
그 중 십여권은 이미 읽은 책이었고, 또 며칠새에 대여섯권은 읽었지만, 그 책 중 몇권은 <침대와 책>처럼 책에 대해 언급한 책이므로 읽어야할 책이 갑자기 산더미처럼 쌓여버렸다.


나도 누가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침대에 하루종일 꼬매놓은듯이 붙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재주를 갖고 있다. 그래서 저 책 제목을 보자마자 내 생각을, 미래에 쓸지도 모를 나의 지적 재산권을, 도둑맞은 듯한 질투심을 느꼈었다. 그러니 뭐..책읽기에 버닝하는 수밖에.


책과 함께 봄날이 가게 생겼다..










[젠틀 매드니스] / N.A. 바스베인스






 

일단, 책한권 값이 거의 오만원이었다.  두번째, 1000페이지가 넘는 두께라서 호기심에 덜컥 샀다간, 다 읽지도 못하고 그 두께에 가위 눌릴지도 모른단 생각이 퍼뜩 들었다. 이럴때 쓰는 아주 좋은 방법!!  도서관에 구입신청을 했다. 

 근 두달여만에 책이 들어오면서, 도서구입 신청자한테 주는 '대출 개시'라는 특혜 메일이 왔는데, 이사때문에 너무 바빠서 걸어서 오분이면 갈 수 있는 도서관엘 못들러서 대출 기회를 놓쳐버렸다. 책이 서가로 나오자마자 내 짐작에 '젠틀 매드니스'의 한명일꺼라 짐작되는 어떤 사람이 그 책을 업어가버렸다. 흑.

그 책의 존재를 몰랐으면 아무도 예약신청을 안할테니 내가 이런저런 편법을 써서 1000페이지 이상 되는 그 책을 어쩌면 이어서 끝까지 볼 수도 있었을텐데, 이미 기회는 물건너갔다.

 그럼 두번째 방법을 써야한다. 예약 신청.내가 예약을 걸어놓으면 그 사람은 대출연기를 못하고 일주일만에 책을 갖다줘야한다. 그러저러한 우여곡절끝에 책이 내손에 들어왔다. 지난주에.

대출해주는 사서가 막 웃으며, 

"왜 첫번째로 안가져가셨어요. 이사하느라구요? 그런데 연장은 못하세요. 처음 대출하신분이 반납하면서 예약 걸어놓으셨어요. 책을 아주 좋아하시는 남자분이시거든요."
"아..그래요? 그럼 일주일간 열심히 읽고 칼같이 갖다놓을께요.^^"
(헉..젠틀 매드니스..맞다니까..-_-)

 집에 들고와서 나름대로 열심히 읽었지만,십분의 일도 못읽었다. 쫌 바빴다..포스트잍으로 페이지 표시를 하고 반납을 하면서 나도 질세라 예약신청을 바로했다. 천페이지가 넘는책을 얼굴도 모르는 그남자랑 일주일씩 번갈아가며 읽게 생겼다. 다행히, 그 사람은 젠틀 매드니스답게, 연체를 하거나, 책에 어떤 표시를 하거나, 귀를 접거나, 이물질을 묻히는 따위의 짓은 하지 않는것 같다. 그 점은 마음에 든다. 누가 더 먼저 끝내나 내기하게 생겼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하고.

 누워서 책보는걸 좋아하는 내가 그 책을 낑낑대며 이불에 기대고 읽고있자 룸메이트가 참견을 한다.

"대체 그런 책은 어디서 구해왔니."
"아..몰라. 무거우니까 말시키지 마. -_-"

 사건의 전말을 들은 우리 열혈여아.

"나도 읽고 싶은데, 그냥 한 권 사면 안돼?"
"당연히 안되지. 일단 그사람보다 먼저 다 읽고나서 생각해보마. -_-"

 

흠..아주 새로운  형태의 책읽기다.

 

2006. 04.25

 

덧1.
이 책은 그당시 얼마 지나지 않아서 구입했다. '책에 대한 책'은 나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매우 좋아하는 아이템이지 않을까싶다. 요즘 [바람의 그림자], [책도둑] 이런책 읽다가 갑자기 생각났다. 가을을 맞이하여 다시 읽어볼까나?

덧2.
'책뒤로 숨기'는  나의 주특기인데, 요즘 그러고 있다.
몇년전에 C님이 그러셨다. '거의 광적인 책읽기'라고..그러던 참에 이책이 출간됐었다. 여기서의 젠틀한 매드니스들은 책을 수집하는 쪽이지만, 나는 수집이나 소장하는것에는 그닥 관심없고 '읽는것'으로 '수집'을 대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C님은 요즘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계실까 갑자기 궁금하다.

덧3.
카테고리 변경하면서 옛날 글을 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