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책들에 열광함




김탁환을 좋아한다.
그가 자주 표현하는 '소설중독자'라는 말에 처음 반했다. 스토리가 있는 글을 좋아하고, 긴 글을 좋아하고, 감상적인 글을 좋아하고..그러한 것이 극대화된것이 대부분 소설이니까. 김탁환의 책이 새로 나왔는데, 탁사마가 추천하는 100권의 책이 그 내용이다.


이야기책 다음으로 좋아하는 책이 '책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책'이다.


비싼 가격과 두께감에도 불구하고 너무 갖고 싶어서 구입한 책이 <젠틀 매드니스>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두껍지 않음에도 구입한 책이 <뒤적뒤적 끼적끼적>
요즘 밤마다 끼고 읽는 책은 <침대와 책>


그러니까 책에 대한 책은 이러거나 저러거나 갖고싶은 아이템 일순위에 들어가시겠다.


<침대와 책>에서 작가 정혜윤은 다른데서는 잘 소개하지 않는 <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에 대해서도 썼다. <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는 지인의 권유로 읽었는데, 아주 인상깊은 내용이었고, 또 작가의 프로필 사진이 하도 강렬해서 자꾸만 앞의 책날개를 다시 펼쳐보며 이여자가 이 글을 쓴거로군..하며 읽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짧은 금발(혹은 회색?)머리의 중년의 여자가 마치 여중생들이 처음 화장한듯 아이라인만 진하게 강조한 눈으로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하고 찍은, 그래서 마치, 내가 하는 얘기를 집중해서 잘 읽도록 해~ 하고 웅변하는듯한 느낌의 사진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알게 된 아니 에르노.


이 할머니는 1936년생이다. <단순한 열정>은 1991년에 발표된 글이다. 겨우 74페이지의 책인데 당당하게 책표지에 '아니 에르노 장편소설'이라고 적혀있었다. 장편이라는 말을 비웃으며 읽기 시작했는데, 그 심리 상태 묘사를 다 읽고나니 장편..맞네 싶어진 책이다. <단순한 열정>은 연하의 애인과 본인이 겪었던 연애담을 정말 치밀한 글솜씨로 본인의 심리를 사실적이면서도 넘치지 않게 서술해 내려간다. 책에 나오는 상황으로 짐작해보건대 50세가 넘어서의 연애였는데..


언제부턴가 50세 이후에 열정적으로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특히 여자들)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 열려있는 마음 상태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특히 열정이 신기해서이다.


아니 에르노의 책을 더 찾아보니 <집착>과 <탐닉>이 도서관에 있어서 빌려왔는데, <탐닉>은 아직 못읽고 <집착>은 읽었다. 사랑하던 남자가 나를 떠나 다른 여자에게 갔다. 그 상황에 대해 내가 겪는 온갖 질투와 그여자의 실체에 대한 여러가지 상상, 그에 집착하는 자신의 모습을 더할나위 없이 치밀하게 써내려갔다. 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져본 경험이 있다면 거의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것이다. 그 과정을 겪을 만큼 겪어야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 나도 그랬다.


<뒤적뒤적 끼적끼적>에서 언급한 100권의 책이 내앞에 줄을 서있다.
그 중 십여권은 이미 읽은 책이었고, 또 며칠새에 대여섯권은 읽었지만, 그 책 중 몇권은 <침대와 책>처럼 책에 대해 언급한 책이므로 읽어야할 책이 갑자기 산더미처럼 쌓여버렸다.


나도 누가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침대에 하루종일 꼬매놓은듯이 붙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재주를 갖고 있다. 그래서 저 책 제목을 보자마자 내 생각을, 미래에 쓸지도 모를 나의 지적 재산권을, 도둑맞은 듯한 질투심을 느꼈었다. 그러니 뭐..책읽기에 버닝하는 수밖에.


책과 함께 봄날이 가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