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만남들이긴했는데, 완급조절을 못해서 약속이 어제도 잡히고 오늘도 잡혔는데 분위기깨기 싫어서 내일까지 점심약속을 잡고 허덕대던 그런 한 주가 지나가고 있다. 몸은 정확한 신호를 보내온다. 일단 코피. 이단 극심한 어깨결림. 삼단 시도때도없이 자고싶다는 강렬한 욕망. 사단 온몸이 붓고. 오단 아무데서나 잠들어버리기.
잠들기위한 핑계로 집어든 책은 <고양이 호텔>. 친구의 독후감에 자극받아 집어든 책인데 잘 쓴 소설이라서 저러한 와중에 잠들었다깨어나면 다시 일어날 생각도 않고 집어들어 읽다가 또 잠들기를 반복하면서도 다 읽어졌다.
어제는 수업이 일곱시간이나 이어져 진을 다 빼고 위층에 올라오자마자 클렌징도 안하고 침대로 기어들어가 책을 펴들고 한페이지도 못읽고 두시간을 내쳐잤다. 저녁을 먹어야한다며 깨우던 룸메가 포기한 덕분에 다시 한시간을 더자다가 겨우 일어나서 저녁겸 맥주를 마시자며 근처 호프집으로 갔는데 정말 피곤했는지 맥주를 한방울도 마시기가 싫었다. 그리고 들어와선 또 잠자기 시작했는데 아침까지 자고도 몸이 무거워서 일어나지지가 않았다. 최근들어 이런적은 별로 없었는데..
오늘은 동생네 집들이였고, 음식장만 걱정하시던 엄마를 조금도 못도와드린채로 밥먹을 시간에 도착했다. 두어시간 앉아있는데 너무 피곤해서 적당히 일어나선 집으로 오는 차안에서 기절한 듯 자고, 집으로 올라와선 다시 담요한장 들고 소파에 누워선 저녁때까지 계속 잤다. 잠충이한테 물렸나 싶었을정도.
그래도 내처 잔 덕분에 저녁엔 호기롭게 감자수제비를 해주겠노라고 선언을 했는데 밀가루라고 생겨먹은게 100%통밀가루뿐이 어서 지나치게 웰빙스런 수제비를 만들어 먹고 (지나친 웰빙은 맛이없다...) 또 자고싶은 생각이 들어 <고양이 호텔>을 끼고 잠들었다깼다를 반복....사람이 이렇게 많이 잘수도 있구나 싶을만큼 자고 또 잤다.
그와중에 책귀가 접혀진 부분엔 이런 말들이 있다.
p.78
책 냄새에 반하던 바로 그날, 나는 이 방에서 처음으로 책을 꺼내 읽었다. 나는 그때 알았다. 책을 읽을때는 누구나 혼자이고, 혼자 해야만 하는 행위 중 유일하게 외롭지 않은것이 바로 책을 읽는 일이라는걸.
p.164
강해보이기만 하던 그녀가 눈시울을 붉힌다. 행복이 사라지는순간은 누구에게나 눈물겹다. 불행은 결코 서서히 오지 않는다. 예고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다. 단 몇시간, 아니 단 몇초만에 찾아오기도 한다. 그래서 불행은 늘 찰나적으로 맞닥뜨려야 하는, 세상에서 가장 어이없는 짓거리다. 불행이 배신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때문이다. 예고도 없는 그 찰나성!
p.243
대신 생각했죠. 그깟 사랑같은 거 안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요. /근데 근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그거죠? /사랑이라는 건 머리로 계산 할 수 있는게 아니에요. 손으로 재단 할 수 있는것도 아니고요. 그건 머리가 아닌 심장이 하는 일이에요. 의지같은 건 통하지않는, 불가항력적인 영역인 거예요.
잠 속에 픅빠져서 읽은 책인데, 그래서는 아니겠지만 상당히 몽환적인 느낌이 남았다. 작가의 '첫' 책이라니..얄밉고 부럽다.
그리고 난 다시 자고싶다.
덧1.
Ex-Libris 엑스 리브리스, 책으로부터..라는 라틴어. 옛부터 장서표로 쓰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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