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광진북클럽 첫 책은 <롤리타>였다.
이 책은 진정한 고전인것이, 모두가 제목을 알고있으나 거의 읽은 사람이 없는, 그런 책이었다.(제론은 어릴때 읽었다. 책벌레 제론^^;) 다들 걱정반 기대반으로 책을 집었을테고, 한달 뒤인 어제, 우리는 문학다방 <봄봄>에서 완전 'hot'한 독서토론을 가졌다.
봄봄에선 <객주>낭독팀이 우리보다 먼저 모임을 시작해서 책을 낭독하고 있었는데 처음엔 낭독회에 방해가 될까봐 작은 목소리로 조근조근 얘기하던 우리팀은 점점 열기가 고조되어 나중엔 더 시끄럽고, 완전 크게 웃고, 온갖 주제를 넘나들면서, 떠들고 있었다.
책에 대한 첫인상도 가지가지였는데, 특히 총각이신 우리 사서쌤, 전철에서 읽기가 왠지 눈치보였다는 후기에 남자회원들 공감하시고. 좋아하는 구절은 거의 얘길 못하고(밑줄은 뭔가 교훈적인 내용에 긋게 마련인데 이 책은 아름답기는 한데 교훈따위 원래부터 없었다고 작가가 후기까지 썼으니..), 딸가진 엄마는 읽는내내 분개하며 H.H를 용서할 구석을 찾기위해 끝까지 읽었다는 감상도 있었고, H.H의 욕망이 본인의 욕망을 끌어내어 읽어가는 동안 점점 우울해졌다는 서쌤까지.
H.H의 롤리타에 대한 애정이 진정 사랑일까 욕망일까를 놓고 한참을 얘기하기도했고, 그래도 주인공이니 H.H를 왠지 변명해주고싶은 기분이 간당간당하게 이어지기도했다.
원서랑 같이 읽은 칸은 번역가에게 많이 감탄했고, 번역가에게 끌려 이 책을 단숨에 읽고 독서회사람들까지 끌고 들어간 내게, 몇몇분은 '평생 절대 읽지 않았을지도 모를 책을 덕분에 읽게되어 고맙다'는 특이한 인사까지 해주었다.
또 소아성애와 롤리타 컴플렉스는 그래도 좀 구분해야한다는 얘기와 함께, 최소한 이 책을 읽은 우리라도 그 구분을 해주기로 합의도 했다.
이번 독서회의 백미는 마지막에 칸이 참석한 아홉명에게 판결을 내리자고 제안한 부분이다. 험버트의 살인죄는 제쳐놓고 롤리타와의 관계에 대한 것만을 판결하기로 하고 1번 guilty, 2번 not guilty 를 하나둘셋을 센 후 동시에 손가락으로 표시하기로 했다.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결정하는것은 중요한 일이므로 짧은 시간이나마 배심원들(?)의 나름 격렬한 의견제시와 고민끝에 5:4로 GUILTY. 그러나 오늘 참석못한 부키외 다른 멤버들을 넣고 다음달에 다시한번 판결을 하기로 했다. 물론 오늘 참석자들도 변심허용.
도서관을 떠나 카페에서 열린 독서회.
도서관보다 좀 더 풀어지는 분위기에서 깔루아밀크도 두어잔 등장하며 열기를 고조시킨 완전 재밌는 <롤리타> 독서토론이었다.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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