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어느 순간 아이가 나보다 훌쩍 키가 커버린 순간을 묘사한다. 나도 그랬던 순간 아들아이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아우..심혜숙, 쪼꼬매가지고." 그뒤로도 종종 놀려먹었는데, 내 아이를 쳐다보는 첫느낌은,' 어느새?' 하는 뿌듯함이었다. (그러다가 더 많은 순간에, 저렇게 다 큰게 대체 왜저러는걸까? 가 더 많았지만 -_-)
특히, 아이들을 키울때 Plan B가 필요했다. 원래의 계획대로 밀어붙였을때의 반향이나 실패에 대한 상실감은 초보엄마로서 참 난감하기 이를데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작은 일, 평범한 일에 감사하게되었고 그건 Plan B가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해주는 순간들이 많다는 걸 알게되었기 때문이다. 할만큼 한 뒤에는 결과를 수용하는 자세같은 것이었다.
지난해 협동조합 스터디를 시작하면서 우리가 카페를 하게된다면 이름도 지어야한다는 말에 내가 <Plan B>를 제안했었다. 살다보니 인생에 Plan B는 필요하고 그게 A다음처럼 느껴져서 실패한 느낌을 주는 경향이 있긴하지만 경험상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거. A대로 살아야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는거. 앞장서는거 싫어하는 나는 B가 주는 안도감 같은게 있다는 것도 알게되었다. 나한테는 딱 맞는 단어라고나할까. 스터디회원들도 맘에 들어했었다. 그래서 우리 카페의 가칭은 <Plan B>가 되었다. 다들 현재 하는 일이 있어서 아직도 스터디중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만둔 상태는 아니다. 준비기간이 아주아주 긴 협동조합이 되고있다. 앤 라모트는 엄마를 떠나보내는 과정도 말한다. 엄마를 요양원에 보내길 결정하는 상황, 그후로 엄마의 유골함을 어쩌지도 못하고 2년씩 방치해두는 과정, 그러다가 어느날 결국에는 떠나보내는 심정을 얘기한다. 내가 상상속에서나마 무서워하는 일들이다. 나도 엄마랑 그닥 살갑지못한 딸이다. 동생처럼 엄마에게 항상 전화하거나 챙기질 못한다. 엄마에 대해 남들과는 좀 다른 유형의 애증이 깊다. 이 책 이후 좀 달라질려고 노력하고있다. p.161에 이런 말이 나온다. '처음부터 개를 기르지 말았어야했다. 개들은 모두 죽으니까' 세이디의 일생을 얘기하며. 나야말로 개를 기르지말았어야 했다. 별이가 수술을 하고, 나날이 늙어가고, 안하던 많은 짓을 하고..그걸 다 감내해야하는 게 정말 힘들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참 많은 일들이 또 있었다.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던 남편이 오히려 아픈 별이에게 애정어린 행동과 염려를 하는것을 보고 이 사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악성종양이라는 말에 작은 애가 너무 가슴아파 하던 일과 큰애가 며칠씩 밤마다 눈이 퉁퉁 붓도록 울던 일 등등이 우리에게 많은 걸 생각하게 하고 서로를 다른 각도에서 보게 해주었다. 결국 별이 덕분에 우리가족은 서로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된셈이다. 아픈 강아지의 마지막이 어떨지 미리 준비하게 해 준 부분이 이 책에 있었다. 우리 별이는 수의사가 신기해 할 정도로 잘 버티며 지내고 있다. 이후로도 몇번씩 나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에필로그에 있어서 여기에 적어두고 가끔 꺼내보려한다. 이세상에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더 있길 원한다면 일단 나자신 1명부터 추가해야 한다. 그래도 몇명 되지도 않으니까. 그리고 스스로에게 한심한 사람이 되지않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하게되지 않을까 싶다. p.247 영혼을 보는 일은 마법과 같습니다. 아주 드문 일이기 때문입니다. 대개 우리는 세상이 우리에게 진짜처럼 내보이는 가면과 그림들만 봅니다. 세상 사람들 눈에, 가족들 눈에 자기가 어떻게 보이는지만 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쁜것은, 자신의 눈에, 또는 우리보다 훨씬 더 잘나거나 모난 사람들 눈에 비치는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겁니다....(중략)...인격 장애를 모두 모아놓은 듯한 모습 역시 여러분의 참모습이 아닙니다. 여러분은 영혼이고, 사랑입니다. 또한 가끔 믿기 어려울때가 있겠지만여러분은 자유롭습니다. 여러분은 자유로이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p.249 휴식과 웃음은 그 무엇보다 영적이고 반항적인 행위입니다. 웃고, 쉬고, 속도를 늦추세요.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