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常茶飯事'에 해당되는 글 125건
- 2009.08.29 잡담 4
- 2009.08.22 내가 무슨 청춘을 되찾아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4
- 2009.08.15 결심 8
- 2009.08.10 요즘. 5
- 2009.05.09 그냥저냥 산다.
- 2009.04.03 파전엔 막걸리!
- 2009.02.18 간서치의 후예 2
- 2009.02.03 잠시..쉽니다. 1
- 2009.01.04 일요일의 잡담2. 7
- 2008.12.28 일요일의 잡담. 4
- 2008.12.24 십이월의 어느날에. 4
- 2008.12.21 금요일과 토요일엔.
- 2008.12.10 열공하는 아들에게 해주기로 약속한 간식들 6
- 2008.12.07 나 요즘 왜이러니. 4
- 2008.12.07 고삼이 아들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8
- 2008.11.08 아들과의 대화. 8
- 2008.11.07 이쯤되면 20년차 주부히키코모리? 4
- 2008.10.29 노년에 행복하려면. 8
- 2008.10.12 가을. 10
- 2008.09.17 추석 후기 6
- 2008.09.09 김치 12
- 2008.09.01 생각지도 않게 <월.E>를 보고오다. 5
- 2008.08.26 모처럼 한가한 날, 내가 한 일은.. 15
- 2008.08.24 TV없이 올림픽지내기 11
- 2008.08.18 오늘 하루는. 2
- 2008.08.16 wish list 8
- 2008.08.08 다크나이트 6
- 2008.07.20 놀기. 4
- 2008.07.14 니네 너무 귀여운 거 아니니? 8
- 2008.07.13 칠월, 어느 토요일에. 6
1.
이영애 결혼소식이 알려진 다음날, 남편 부하직원 하나가
[저, 오늘 반차내고 집에 가야겠습니다]
[왜..너 어디 아프냐. 혹시 신종 플루..?]
[아닙니다. 다만..]
[아닌데 뭐..]
[제가 이영애를 얼마나 좋아했는데..지보다 열일곱이나 많은 남자랑 결혼이나하고...도저히 속이 상해서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옆에 있던 다른 직원
[그럼 저도 집에 가야합니다.]
[-_-;;;]
산소같던 그여자때문에 대한민국 사십전후반의 많은 남자들이 슬픔에 빠진 듯.
2.
딸애가,
[엄마, 한국어능력 시험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
[글쎄..난 한국어 잘해^^;;]
[가령, 이런 문제..]
10:10
시간을 읽은것 중 옳은것은?
① 십시 십분 ② 열시 열분 ③십시 열분 ④열시 십분
내가 외국인이었으면 이대목에서 포기했을지도..^^;
- 내가 무슨 청춘을 되찾아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 日常茶飯事
- 2009. 8. 22. 18:16
작년에 이사하고나서 양쪽 눈가에 기미가 생겼다. 그러려니했다.
내나이쯤 되는 아줌마들중 가끔씩 그런사람있으니까.
대수롭지않게 생각했는데, 작년 연말쯤 어떤자리에서 동기남자 하나가 내게 말하기를..
[넌 얼굴이 그게뭐냐. 관리좀 해라.]
[-_-;;;;]
으이그..그넘이 내친구 남편만 아니었어도...그냥..(뭐..-_-)
근데, 사람심리가 이상한게, 그러고나니 자꾸 신경이 쓰였고,
드디어는 한달전쯤 우연한 기회에 아는 사람이랑 기미치료를 받으러 다니기시작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별로 신경쓰지도 않던 점도 빼고..
눈밑에 작은 알갱이같은것도 없애고..
이건 뭐 얼굴이 완전 공사판이다.
아 진짜 사람꼴이 아니야.
아침에 내얼굴을 처음본 우리 아들, 깜작놀라며,
[엄마!! 엊그제 꽃게먹어서 그렇게 된거예요??]
[-_-;;]
내가 이나이에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고 청춘을 되찾겠다고..
거울볼때마다 심란하다.
이거 진짜 제얼굴로 돌아오는거 맞아?
여러명의 사람들과 동시에 어울리는 모임에 너무 오랫동안 안간것 같다.
어제 이래저래 엮여서 모임에 참석했는데, 오래된 친구들 12명이 함께한 자리였다.
오랜만의 모임이고,
여름동안 수업에 찌들어서 어른들이랑 어울리고 싶기도 한 이런저런 이유로 참석했는데
어쩐지 오히려 그자리가 왠지 불편하고, 나가기전부터 갈까말까를 망설이고, 같이 있는동안에도 피로가 더 심하게 몰려오고..나쁘진 않았는데 뭐 그렇다고 '정말 좋지도 않은' 그런 시간을 보내다왔다.
모임자체엔 별다른 문제가 없었는데, 내가 문제였다.
문제를 일으킨건 아니고, 나의 내면이 그닥 편치 않았다는 것.
생활의 형태를 많이 바꿔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든 모임이었다.
1.
여름방학 특강하던 애들이 돌아가고 수업이 조금 할랑할랑해졌다.
수업준비할것도 별로없고.
미국으로 연수갔다가 돌아올 애는 11일 이후니까 어쨌든 시간이 조금 있는셈.
그래서 어제그제 슬슬 운동을 하려고 시작했는데..
어제 룸메이트랑 밤중에 강변을 걷다가 발을 삐끗하면서 넘어져서
무릎도 까지도 추리닝도 빵꾸나고 완전 창피하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오른쪽 발목이 약간 문제가 생겨서
하루종일 얼음주머니 끼고 누워있었다.
이제 조금 나아졌군.
2.
요즘 김영하 책이랑 <21세기가 당신을 살찌게한다>를 읽고있다.
김영하 책은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를 독서회책으로 선정해서 시작했는데
옛날 책들도 읽고싶어서 이것저것 빌려왔다.
<21세기~>는 내가 살찌는것을 시대의 탓으로 돌리고싶은 내마음을 어찌알고...싶은 마음에 집어든 책.
그래도 살찌는 책임은 내게 있더만. 끙.
3.
큰애가 일본에 가있어서 집안이 한적하다.
다 큰 애라도 한명있는거랑 두명있는건 완전 느낌이 다른데,
오늘은 그나마 룸메이트까지도 시골 부모님뵈러 내려가서 집안이 조용한게
인구밀도가 떨어져서 그런가 엄청 시원한게 막 가을같다.
그래. 가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그참에 겨울도 빨리 오면 더 좋겠고.
나도 장기하 노래처럼
'별일없이 산다/ 사는게 재밌다/하루하루 신난다'고 말했으면 좋겠는데..
이런저런일로 마음속은 엉킨 실타래같고..
표면적인 일상은 그대로 유지하자니 거 참..
난,
그야말로 요즘,
그냥저냥 산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인생이 뭐이리도 긴걸까 싶은 생각까지도 든다.
휴......
1.
큰아이가 알바를 한다.
내친구의 아이를 가르치는데,
오늘 수업하던 중 문자를 하나 보내왔다.
[엄마.. 아줌마가 간식으로 파전을 주시면서 음료수로는 막걸리를 주셨어..]
수업중이거나말거나
언제나
파전엔 막걸리~ !
2.
지난주에 아주 오랜만에 친구가 전화를 걸어왔다.
[계속 책만 읽냐?]
[응?]
[저쪽 블로그에서 타고 와서 보고 있었는데..책읽는다고 걸어놓고 계속 잠수타더라?]
[아..그거. 뭐, 너같으면 그 오랜세월 책만 읽겠냐..스무권쯤 읽어댔더니 멀미가 나서 못읽겠더라.아무래도 책을 끊어야겠어..]
얼마전에 S랑 잠깐 얘기를 주고받던 중 고미숙의 <호모 쿵푸스>이야기가 나왔다.
제목은 들어봤는데 딱히 읽어볼 계기는 없었던 책이다.
아니 오히려 그이후에 나온 <호모 에로스>가 더 마음이 끌렸었다. 제목이 딱 관심가게 생겼잖아? ^^;
하지만, 내가 책을 고르는 최우선순위는 '친구의 추천'이다.
더구나 그 책을 읽어보고 얘기를 나누고 싶다하니 나의 관심은 갑자기 '고마녀(고미숙)'에게 집중.
검색의 생활화를 모토로 삼고 있으므로(...)
도서관에서 검색을 하니 <열하일기, 웃음과 해학의 시공간>이라는 내 눈에 확~ 들어오는 제목이 있었다.
<호모쿵푸스>, <열하일기~>, <기획되지 않은 자유>가 굴비엮듯이 줄줄이 우리집으로 끌려왔다.
열하일기, 연암 박지원은 탁사마(김탁환)를 통해 나의 의식세계로 다시 들어 온 사람이다.
탁사마가 스토리의 소재로 삼는 시대가 정조시대이고,
그중에서도 백탑파이야기인데 그 세번째로 등장한 것이 <열하광인>이다.
물론, 나또한 <열하광인>에 광적으로 반응했고,
그래서 종로3가에서 내려 탑골공원을 지날때면 어르신들을 뚫고 들어가(-_-)
백탑(원각사지 십층석탑)앞에서 기념촬영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일때도 있었다.
아무튼.
열하일기, 연암, 정조, 박제가, 홍대용, 백동수, 이덕무 등등은 어느 순간부터 나의 관심을 잡아채는 키워드가 되었는데..지난주 갑자기 정조가 심환지에게 보낸 어찰 299통을 공개하는 기사가 일주일내내 신문지면에 오르내렸다.
정조는 연암일기을 금서로 찍었지만, 정조의 책에 탐닉하는 자세를 보건대 옆에 끼고 읽었을꺼라는데 500원 건다. 정조의 공개된 어찰들은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생동감 넘치고 유머러스했다.
배를 잡고 웃었다(令人捧腹), 하하..하고 웃는 한자어, '뒤쥭박쥭'이라는 언문을 섞어쓴 융통성등등..이건 뭐 요즘 시대로 말하면 거의 온라인에서 주고받는 '쪽지' 수준의 격의없는 편지였다.
정조의 편지에 고무되어(니가 왜?) 나의 읽어야 할 책 목록에 <미쳐야 미친다>를 추가하고,
고마녀의 <열하일기~>는 정독에 들어가고..
탁사마의 <열하광인>은 서재에서 윗층으로 끌려 올라오고..
정조옵빠 덕분에..그야말로 나의 독서목록이 '뒤쥭박쥭'이 된 한 주였다.
뒤쥭박쥭이 된 책읽기 와중에 친구들에게 읽어주고 싶은 '우정'에 관한 표현이 있어 여기에 옮겨본다.
1.
[대단한 사귐은 얼굴을 마주 대하지 않아도 되고, 두터운 벗은 서로 가까이 지내지 않아도 된다. 다만 마음으로 사귀고, 그 사람의 덕을 보고 벗을 삼으면 되는 것이다. (.....) 위로 천 년 전의 옛사람과 벗을 해도 사이가 먼 것이 아니요, 만 리나 떨어져 지내는 사람과 사귀어도 사이가 먼것이 아니다] ㅡ <예덕선생전>, 박지원.
2.
[만약 한 사람의 지기(知己)를 얻게 된다면 나는 이렇게 하겠다. 십 년간 뽕나무를 심고, 일 년간 누에를 쳐서 손수 오색 실을 물들이겠다. 열흘에 한 색깔씩 물들여 50일 만에 다섯 색을 물들이겠다. 이것을 따뜻한 봄볕에 쬐어 말린 뒤, 여린 아내에게 부탁하여 백 번 단련한 금침으로 내 친구의 얼굴을 수놓게 하겠다. 그러고 나서 귀한 비단으로 표구하여 오래된 옥으로 축(軸)을 달겠다. 우뚝이 높은 산, 아득히 흘러가는 강물 사이에 그림을 펼쳐놓고 마주 보며 말없이 있다가, 저물녘에 품에 안고 돌아오겠다.]
[좋은 친구가 있는데 오래도록 머무르게 하지 못하는 심정은 꽃가루를 옮기려고 찾아 드는 나비를 맞는 꽃의 심정과 같다. 찾아 들면 정성스럽게 맞이했다가, 잠깐 머무르면 문득 마음 아파하고, 날아가면 못 잊어 그리워한다] ㅡ<선귤당농소>, <청장관전서>, 이덕무
책을 얘기하면 책을 얘기하고 싶은 친구들이 말을 건네온다.
블로그에선 그런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어떤분이 우리에게 그랬다. '광적인 책읽기'라고.
또 어떤 지인은 '그렇게 무작정 읽어서 뭐할껀데?'라고 묻기도 했다.
나? '그냥 웃지요'로 화답. 안다. 바보같다. 책읽어서 남는것도 없다. 그냥 읽을뿐.
스스로를 간서치(看書痴)라 칭한 사람이 이덕무인데, 나도 사방으로 난 窓으로 머리를 돌려가며 하루종일 책을 읽고 싶은 열망에 시달리는걸보면 간서치의 피가 나에게도 한방울쯤 흐르지는 않을까.
책만 읽는 바보들 좀 모여봐봐.
마음에 드는 책을 한 권 손에 넣었습니다.
김탁환의 <뒤적뒤적 끼적끼적>인데요,
그 책속에 무려 100권의 책이 추천되어 있었습니다.
도서관에 있는대로 빌려다가 쌓아놓고 읽고 있습니다.
100권을 다 읽고 돌아오진 않겠지만,
싫증날때까지 읽다오겠습니다. :)
1.
다시 일요일이 되었다.
작은 애는 방학후 일주일간의 스케줄 적응 내지는 점검 기간이 끝나고 연말에 스케줄 검토에 들어가봤더니, 2월 말까지 수리/외국어/화학/물리 에 대한 기본 개념을 꼼꼼히 다시보기하겠다는 의욕이 넘치다못해 살짝 지나쳐서 하루 인강 듣는 시간만 9시간을 짜놨길래 잘 타일러서 화학과 물리를 격일로 번갈아 넣었더니 강의듣는 시간이 6~7시간으로 줄어들었다.
강의 : 복습을 3 : 7로 잡는 앤데 그 강의 시간표는 완전 무리지. 부담이 줄어든덕분에 하루 일과를 그날로 다 마무리 하는 눈치고, 마인드 컨트롤도 잘 해나가고 있어서 일정한 시간에 밥먹으러오고, 식사와 휴식을 합쳐서 1시간이 넘지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도 밤에 농구 2시간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눈치를 보여서 그건 모른척하고 있다.
자..일년간 화이팅이다.
2.
아침엔 어제 만들어놓은 피자를 두쪽 먹고 독서실로 갔고, 점심엔 메뉴를 고민하다가 찌라시스시를 간단히 해줬다. 물론, 압착 단무지는 미리 사다놓긴했었다. 압착단무지를 쫑쫑 썰고, 초밥은 미리 비벼서 식히고, 훈제연어를 약간 가늘게 썰어서 흑임자넣고 몽땅 다 버무렸는데 뭔가 맛이 허전해서 후리가케도 약간 뿌려서 간을 더했다. 그리고는 그냥 주먹밥처럼 한입에 들어가게 만들어선 15개 한접시로 만들어줬다. 메뉴가 새로우면 아이가 흥미로워하며 기뻐하니 내마음도 안심이 된다. 거기에 소시지롤빵 1개 + 우유 + 찹쌀모찌 한개. 커피한잔 추가.
저녁엔 갈치조림 재료를 준비해놨다. 구이도 두토막쯤 해야겠다. 입맛대로 먹게.
메뉴 바꾸기가 요즘 나의 가장 큰 과제.
3.
주말이나 휴일이면 서너시간 코스로 아차산을 등반하는 남편. 갔다오면 가끔 강아지 봤다는 얘기도하고, 재밌는 얘기들을 해주는데 이번엔 너무너무 신기해하는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있잖아. 오늘 어떤 사람이 강아지를 두마리 데려왔는데 그 중 한마리가 꼭 돼지처럼 생겼더라? 근데 걷는 것도 진짜 돼지처럼 걷고, 심지어 '꿀꿀'이라고 짖었어. 도대체 어떻게 교배하면 그런 종이 나오는거야? "
"....그거 돼지야..-_-"
"응???? 강아지처럼 목줄하고 산책왔다니까? "
"그래. 애완돼지 키워, 요즘 사람들."
"뭐!!?! 돼지가 얼마나 똥을 많이 싸는지 알아??"
"암튼. 돼지를 그러구 키운대. 애완돼지일꺼야"
"말도안돼!"
순진한 우리 남편, 돼지랑 같은 집에서 산다는게 도저히 납득이 안가는 표정이었다.
난, 완전 신기신기~ 이런 표정으로 '꼭 돼지같이 생기고 걷는것도 돼지처럼 걷고 심지어 꿀꿀이라고 짖는' 이라고 표현하던 그 모습이 생각나서 자다가도 웃는다. 하하.
4.
정치성과 유머감각이 모두 부족해서 회사생활에 위기의식을 느끼는 남편에게 어떻게하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고민하던 나는 요즘 남편이 뭔가 농담을 날리면 '10점만점에 몇점!' 이러면서 점수를 매겨준다. 돼지이야기는 10점만점에 7점 받았다. :)
5.
오전엔 강변을 1시간쯤 걸었는데 몸이 조금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오후엔 대청소를 하고 밤에 다시 강변을 걸어야겠다. mp3가 있어서 가능한 일. [음악과 함.께.라.면. 어.디.라.도. 좋아~♪] ^^
1.
[잡담] 이라고 제목을 붙이고 나면, 지나간 글들 중 잡담 아닌건 뭐있었냐 라는 자문에 이어, 이건 그나마 [더 잡담스러운], [이야기 소재가 이리저리 널을 뛰는] 이라는 의미임을 꼭 밝히고 싶어진다. :)
2.
요즘의 내 생활은 8시/1시/6시 로 구획되어진다. 예전에 수업 많을때는 00이수업/ ##이수업/ **이수업등으로 2시간 단위로 구획되어 있었다. 요즘엔 수업은 저 시간들 사이사이에 적당히 끼워져있다. 저 시간은 내가 밥을 차리는 시간이다. 이제 예비 고삼의 본격적인 공부모드때문에 시간이 저런 식으로 세팅되었다. 독서실에서 있던 작은 애가 저 시간이면 집으로 온다. 이런 패턴이 수능날까지 이어지는게 내 바램이면서도 동시에 뭔가 갇혀버린 기분이다. 아니다. 갇히다니. 제발 이런식으로 시간대별로 집으로 와주길. 나머지 시간엔 독서실에서 열공하시고.
3.
서재를 갖는게 소원이었는데, 그러다가 막상 서재가 생겼는데, 날씨가 춥다는 핑계로 그 서재에 내려가는걸 소홀히 하고 있다. 다락방 서재가 더 로망이었는데 사정상 아래층 서재를 갖게 되어서 서운한 마음에? 아니면 실은 책을 좋아한다는건 핑계였어서? 책들이 야곰야곰 윗층으로 올라와 여기저기 쌓여가고 있다. 그러다 어느날 박스에 담겨진채로 엘리베이터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한쪽에 상자채 냅둬지기도 한다. 서재용 털실내화랑 새난로가 필요하다. 아니. 미니 오디오라도 가져다놓아야 하는걸까. 혹시, 안쓰는 라디오, 저 주실 분? ^^
4.
내가 대학새내기때 태어난 사촌동생이 있다. 스무살 차이다. 엊그제 막내이모랑 우리집에 다녀갔는데, 얘가 고딩일때 한동안 나랑 공부도 같이 했었다. 남동생이 없는데다 남녀칠세부동석(?)이 아직도 지켜지던 시대에서 살았던 나는 그 풋풋한 시절의 남고생들에 대해 거의 아는바가 없었는데, 같이 공부할때도 얘가 재밌는 얘기를 많이 해줬었다. 그 당시 알던애중 하나가 현역을 면제받은 얘기가 화제에 올랐다. 비법은 <병무청 홈페이지 안내문을 몽땅 다 숙지하고 이용하기>쯤으로 제목을 붙여야한다. 시력검사병력을 이용한 방법이었다. 매뉴얼대로 여러차례 서류제출후 세차례의 신검후 보충역 판정. 비교되게도 다른 친구하나는 45kg미만 면제를 이용하려하였으나 약간의 체중조절뒤 신검결과 45kg이하를 통과했음에도 현역. 43kg으로 바뀐 홈페이지 안내문을 숙지하지 않은 결과였다나? 매뉴얼은 역시 중요해.
5.
온갖 [사용설명서]를 따로 보관하는 서랍이 있다. 맞다. 난 매뉴얼 신봉자다. 뭔가 더 잘 이용하고 싶으면 일단 사용설명서를 본다. 두어달전에 산 전기압력밥솥이 있다. 뭐가 문제인지 가끔씩 습기가 밥솥 내피벽을 타고 흘러 보온중인 가장자리밥을 적셔서 삭아버리게 하는거다. 밥알이 꼬들거리는걸 좋아하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현상이다. 그래서 보온도 잘 안하곤 하는데. 암튼 사용설명서를 뒤적여봤다. 해결방법이 있었다!!! 버튼 몇번만 조작하면 보온 온도를 74도->76도로 올려놓을 수 있고, 그러면 그 증상이 완전 사라져서 아침에 한 밥이 점심때 저녁때까지도 꼬들꼬들. 으하하하. [사용설명서] 사랑해요. 그런데 나이들수록 사용설명서를 잘 안읽게 된다는 친구들의 증언이 있었다. [사용설명서 스터디그룹]을 만들어야겠다.
6.
작은애의 딜레이데이는 금요일이다. 딜레이데이가 뭐냐면..가령, 이번 방학을 예로 들면 거의 60일정도의 공부시간이 책정되는데 수능까지의 장기 계획에 대비하여 이쯤은 중기계획이 된다. 그러고나면 일주일단위의 단기 계획이 세워지는데 그 일주일동안 쉬는날이 있어야한다. 작은애의 현재 성적으로는 숨도 안쉬고 공부해야하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그 쉬는날이란게 일주일동안의 계획- 더 정확히 말하면 6일동안-의 계획을 완벽히 실천하게되면 하루를 신나게 놀 수 있는거고, 게을렀거나 불가피한 사정이 생겼거나하면 계획에 차질이 생기니까 그 중 하루를 보충하는 날로 잡아야하는데 그게 바로 딜레이 데이이다. 앞으로 일년동안 나의 자유시간도 거의 금요일로 잡히겠지. 중간에 애가 딜레이데이 요일을 바꾸면 내꺼는 자동 변경이다. 대한민국 고삼이 엄마들의 현주소다. 이렇게 쓰고나니 막 슬퍼진다.
7.
운동하러가야하는데, 게으름피우면서 잡담했다. 어차피 1시에 또 밥차려야하니까 책이나봐야겠다. 큰애가 [덱스터]에 열광하길래 취향이 독특하네...이러면서 무시했는데..원작이 재밌다. 절대 덱스터 미드 시리즈에는 빠지지 말아야쥐.. -_-
- 십이월의 어느날에.
- 日常茶飯事
- 2008. 12. 24. 00:54
언제부턴가 12월 중순즈음이면 남편이 다니는 회사의 인사이동에 나까지도 신경이 곤두서기 시작했다. 아랫사람이었을때는 그저 성실히 일만 열심히하면 그런대로 무탈하게 한 해를 보내고 또 새해를 맞이하곤 했다. 조금씩 위로 올라가기 시작하자 이제는 일을 잘해내는 건 기본이고 윗사람의 취향에 따라 갖춰야 할것이 점점 더 다양해져가는데, 그 중에서도 필수적인건 '정치적'인 성향이다. 두루두루 잘해야하고, 요즘엔 '뛰어난 유머감각'까지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눈치다. 남편에겐 영업에서 일등을 하라고 요구하는것보다 몇배쯤 어려운 그런 일이다.
이사승진 대상에 들었으나 미끄러진건 그냥 그러려니했다. 오히려 충격적인건 작년에 남편과 같은 직책에 오른 사람이 1년만에 짤린 일이다. 겨우 1년만에 말이다. 능력을 증명해보이지 못하면 가차없이 짤리는 자리까지 갔다는 뜻이기도 하고, 승진 말고는 평행이동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는 뜻이기도하다. 이사는 커녕, 조금만 방심하면 그냥 아웃이다. 남편의 마음부담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정치성 제로성향인 상태로 여기까지 왔으니 그건 일로 승부를 한다는 뜻 아니겠냐고 위로를 했지만, 전혀 위로가 되질 않는 눈치다. 예전 사장님은 남편같이 뚝심있는 스타일도 좋아해서 주변의 반대를 물리치고 단독으로 인사권을 감행하기도 했는데..
어제부터 남편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있더니, 오늘은 저녁을 먹고나서는, "진짜 우울하네.."라고 혼잣말을 했다. 그 말에 나랑 큰애가 깜짝 놀랐다. 감정표현을 거의 안하는 사람인데 우울하다고 중얼거리다니..마음이 안좋았다.
그리고나선 큰애가 아르바이트 하는곳이 이렇게 추운 날씨에 대중교통으로 가기엔 좀 험난해서 차로 데려다주는데, 아빠가 왜그러냐고 묻길래, 아빠가 회사일로 마음 부담이 큰것 같다고 말해줬다. 아침엔 악몽을 꾼 얘기까지 하는데..내용은 사장이랑 회의하는 곳에 가야하는데, 차가 하천으로 빠지고, 택시를 잡았으나 너무 낡아서 다시 모범을 잡아타고 간신히 도착했는데 내리려고보니 돈이 하나도 없어서 황당해하다가 잠이 깼다고 했다. 회사일로 얼마나 마음부담이 크면 그럴까 싶으니 진짜 가슴이 아팠다. 큰애에게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아빠를 기쁘게 해드리라고 했다. 가끔 곰세마리 노래랑 춤도 필요하다고도..
집에 와, "한 잔 할래?" 했더니 오뎅바엘 가자고 하여 건대까지 오뎅바를 찾아가 일본청주랑 동경오뎅이라는 걸 시켜놓고, 그냥 이런저런 얘기들을 했다. 얘기해봤자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얘기라도 하지않으면 가슴이 꽉 막혀버릴것 같아서... 회사에서는 오십전에 이사승진 못하면 거의 아웃되는 분위기라고.. 이사라는 자리를 두명중 한명한테 주는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그나마 아내가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매우 여유있게 회사생활을 한다고 했다. 소위 L-type(레져형)과 S-type(생계형)의 차이라나? 우린 당연히 생계형이니, 갑자기 사소한 내 일이 너무 미안해지더라. 우리도 일찌감치 내공부에 더 투자해서 교직이나 공무원을 했어야했나봐..라고, 이제와서 말해봤자 하나도 쓰잘데기없는 말들이나 주거니받거니..
저녁을 부실하게 먹은 내가 두잔도 채마시기전에 제정신을 못차리자 오히려 이사람이 술을 도맡아서 마셔버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몸이 안좋다고 자고 있던 작은애가 집에 없길래 깜짝 놀라서 큰애에게 물어보니 독서실에 갔다고..아빠가 우울해하셔서 엄마가 위로차 한잔하러 나갔다고 말하며 너라도 공부를 열심히 해서 아빠에게 힘을 좀 실어드리라고 했더니 주섬주섬 책챙겨들고 독서실로 갔다고 한다. 그런 동생에게 자기 카드를 주며 먹고싶은거 있으면 사갖고 가라고 했다는 말을 들으며..우리 애들 진짜 다 컸다는 생각이랑..우린 정말 '가족'이구나..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평상시에 그닥 애틋할것도 없이 데면데면하게 지냈다. 특별히 화목하다는 느낌도 없는 맹숭맹숭한 사람들이었는데, 막상 아빠가 우울해하니 다들 진심으로 마음써주는..그런 가족. 정말 어려운 일이 닥쳐도 서로를 탓하거나 상처주지않고 배려해주며 보듬을 것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우리 가족의 또다른 일면을 발견한 그런 날이었다. 연말에 강원도쪽으로 여행가기로 했는데, 뭔가 기쁘게 해 줄 수 있는 일을 찾아봐야겠다.
마음이 싱숭생숭하니 글도 횡설수설..그냥 그런 날이다.
- 금요일과 토요일엔.
- 日常茶飯事
- 2008. 12. 21. 21:06
친구들을 만났다. 친구들 만난 얘기를 굳이 하려던건 아닌데..화면을 열면 떡하니 버티고 있는 육회사진이 부담스러워 대치하려고 끄적이는 밀어내기 포스팅이랄까..뭐 그런.
일년이면 이맘때 꼭 만나는 오랜 친구들이 있다. 중학교 동창도 섞여있고, 더 어릴때부터 알던 애들도 있는..산전수전 다같이 겪은 그런 친구들. 그렇다고 뭐 특별히 자주 연락하지는 않지만 연말에 얼굴 안보면 그 해가 안넘어가지는 친구들을 금요일에 봤다. 23년만에 등장한 뉴페이스가 있었다. 남자앤데(애라니..중년의 아자씨다.흑.) 이름은 들어봤지만 얼굴은 절대 기억나지않는 인물. 처음뵙겠습니다..라고 인사하고 싶은 얼굴인데 날더러 하나도 안변했다며 아는척을 한다. 주거니 받거니 술을 약간 하고 조금 용감해진 내가 물어봤다.
"너..솔직히 말해도 돼. 너, 나 처음보지? "
"아니거든. 진짜 기억나거든."
"어. 그래"
근데 이친구가 노래를 진짜 잘하는거다. 내가 너무 좋아하니까 옆에 있는 친구들이 쟤, 예전에도 노래 잘했다고 내게 귀뜸해주더라. 나, 니네랑 '그 오래된' 친구 맞니? 나만 기억상실증있나? 암튼. 나쁜 기억력때문에 완전 새로운 친구만난 기분으로 놀고 들어왔다.
토요일엔 원주에 갔다왔다. 10년도 더 된 동호회 동갑내기 친구들의 정모. 유니텔 시절부터 알고 지냈는데 그 세월이 그새 십년이다. 이건 뭐..눈한번 감았다 뜬것 같은데 십년지기 친구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1박 2일 코스지만 난 당일로. 내차에 맘맞는 여자친구들 네명이 타고 신나하면서 갔다왔다. 정모는 커녕 번개에도 거의 안나가는 편인데 이번엔 내가 좀 용감했다. 내 룸메이트가 좀 마뜩찮은 부분이 있길래, 홧김에 "나 정모있어서 원주 갈꺼야" 이러고 그냥 나섰다. 하지만 밤중에 올라올 생각에 술도 한방울 안마시고 버티자니 쉽지는 않았다. 그냥..다들 살아가는 모습들이 궁금해서 간거니까 됐지 뭐.
98년이면 전화선으로 시간당 돈을 지불하며 접속하던 시절이었다. 인터넷에서의 만남은 불륜소재로 신문에 나던 시절이었고. 아이들이 어려서 정모때나 번개때면 당연히 애기들이 의례 서넛쯤 와서 같이 뛰어다니던 그런 만남이었다. 그러다보니 부부동반이 많았고, 남편들 아내들 얼굴쯤은 거의 한두번 보고 지낸 사이들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만난 친구들도, 그 옆지기들도 다들 같이 늙어가고 있었다. 세월이란 참...
- 열공하는 아들에게 해주기로 약속한 간식들
- 日常茶飯事
- 2008. 12. 10. 12:22
# 초간단 씬피자
1. 또띠아 샌드위치를 해먹다가 남긴 커다란 또띠아를 냉동실에서 꺼낸다.
(원래는 강력분에 발효시킨 이스트로 반죽하여 따뜻하게 덮어줘가며, 40분 동안 공기를 빼가며, 부풀려야한다.)
2. 반쪽에만 케찹을 얇게 펴바르고, 피자맛을 약간이라도 내기위해 오레가노 가루를 살짝 뿌린다.
(원래는 토마토 페이스트에 생토마토, 양파다진것, 월계수잎, 오레가노, 포도주약간, 마늘 다진것을 넣고 물기가 거의 마를때까지 잘 볶아줘야한다.)
3. 역시 소스가 발라진 반쪽에만 잘게 썬 양파를 얇게 바르고 냉장고에 있는 버섯(오늘은 표고버섯..)도 매우 얇게 썰어 얹고, 모짜렐라 치즈를 듬뿍 얹은뒤 재료가 얹어지지 않은 남은 반쪽을 뚜껑삼아 덮는다.
4. 180~20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12분 굽는다. 끝
## 살사소스와 야채를 곁들인 모짜렐라치즈 나초
맥주 안주였으나 수험생 간식으로 급변신. 여기에도 양파와 버섯을 올린다. (어떻게든 야채를 먹이겠다는 이 엄마의 일념! -_-)
살사소스를 적당히 얹고 모짜렐라 치즈 듬뿍. 피자를 구울때 하단에 넣고 같이 구워낸다. (10분 이내/ 180~200도)
### 사과주스와 곁들여준다.
인증샷은 없지만..어디선가 들어온 남아도는 사과들을 잘게 잘라 샌드위치 지퍼백에 넣어 냉동실에 얼린다. 샌드위치 지퍼백에 들어간 분량이면 큰잔으로 두컵나온다. 상온의 물에 얼린사과를 넣고 꿀을 적당히 첨가하여 갈면 냉동 사과가 얼음의 역할도 함께해서 마시기 딱좋을만큼의 시원한 사과주스가 된다. (냉동실에서 꺼내자마자 물에 넣어야 변색이 안됨.)
- 나 요즘 왜이러니.
- 日常茶飯事
- 2008. 12. 7. 23:55
큰애의 마음을 상하게했다..
잘하는 짓이다.
어제는 아들한테
오늘은 곧 생일을 맞이하는 큰애가 포토프린터 사달라는데 꼭 필요한거냐며 속상하게했다.
뭐 내 변명을 좀 하자면,
1년전에 산 핸드폰이 좀 이상해요..라는 말에는 핸드폰은 필수품이니까 좀 비싸도 사줘야겠다고 생각했고,
포토프린터는 과연 그게 꼭 필요한건가 싶은 의구심에
엄마가 요즘 좀 형편이 어려워서..라며 꼭 필요한건지 다시 생각하라고 했을 뿐.
게다가 배보다 배꼽이 큰 게 프린터의 특성이니, 잉크값이 인화비용보다 더 들지도 모르고.
리필용 잉크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는게, 간간히 카트리지를 새걸로 해줘야 프린터가 제구실을 하더라구.
아이는 핸드폰을 포기하고 포토프린터를 사달라고 했는데..
남편은 보통, 내가 아이들 요구를 너무 댓가없이 쉽게 승낙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어서,
같이 저녁 먹는 자리라 선뜻 그러마고 말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꼭 필요하다면 사줄 생각은 있었다구.
큰애는 나름대로 당당하게 필요한걸 말한게.
아르바이트를 한개만 할때는 지용돈 쓰기도 빠듯해서 아쉬운소리해가며 용돈을 좀 더 타갔었는데,
얼마전에 예비고딩 영어과외를 하나 더 추가하면서 주머니 사정이 좀 나아지자
작년에 했던대로 이번 자기 생일을 앞두고 또 우리들에게
<낳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벤트성 선물을 했는데,
이 통 큰것이, 아빠에게는 보스 셀렉션 향수를,
내게는 가죽장정의 다이어리와 함께 비싼 샤프펜슬과 색색깔의 펜셋트를 선물했었다.
그깟 과외비 얼마나 된다고 받은돈의 1/3을 부모님 선물값으로 썼으니
스스로 해결하려고 했던 프린터를 생일선물로 받고 싶었을꺼다.
그런 기특한 내딸을 <교육상>이란 명목으로 가슴아프게 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속상해하는데..달래러 들어갔다가..더 화만 내고 나왔다.
큰애의 주장에 따르면 내가 작년 생일에 케잌도 안사다줬다고 한다. 진짜? 그럴리가?
근데 생각이 안난다. 다만 큰애가 남친이랑 늦게까지 놀다와서 남편이랑 기다렸던 기억만 난다.
나, 계모출신 엄만가..-_-
내 나름대로는 이번 생일에 <씨네21>1년 정기구독권을 선물해줄까도 나름 고민했었다구.
매번 그거 사러 귀찮아하면서도 나갔었잖니. 그래서..
큰애 생일날 남자친구까지 불러서 맛있는걸 해주면 좀 풀릴려나..
암튼..반성중이다..
난 항상 내가 너무 일찍 엄마가 된게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스물다섯에 한 인간의 교육을 전적으로 책임지기 시작한다는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진짜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매번 시행착오를 하고 있는 느낌?
좋은 부모가 될려면 인격적으로 좀 더 성숙한 마흔즈음이 적절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이제 네살짜리 아가가 있다면 그럼 잘 할 수 있다는건지?
스스로에게 묻고나니 그것도 자신없네그려.
아이랑 계속 같이 철들고 있다고나할까..
-_-;;
- 고삼이 아들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 日常茶飯事
- 2008. 12. 7. 15:22
수능이 끝나면 현재 고2들은 '아!! 이제 우리 차례인가!!!'라는 두려움을 품는 동시에 뭔가 시작해야한다는 절박함을 지니고 긴장상태로 들어가게 된다. 대학입시를 십년쯤 준비할듯한 느긋한 자세로 일관해오던 아드님께서(...) 올해 수능날부터 약간의 태도변화를 보여줬다.
'약간의 태도변화'에도 뛸듯이 기뻤던 이 어리석은 엄마는(...) 기말시험기간이 돌아오자 아들이 눈에 '불을 켜고' 공부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품게 되었으나 '진짜진짜 약간만' 태도를 변화시킨 아들의 시험성적은 거의 변화가 없는 걸로 그 시험은 시작되고.
무려! 아들의 수학시험 전날이자 아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의 수학시험 전날인 금요일밤을 부하직원들 송년회겸 우리집 집들이 디데이로 잡은 남편님의 대범함에(...) 경악했으나, 의정부, 원주, 강릉 등등의 원거리 지역의 책임자들을 불러모은 날이라서 감히 날짜를 바꾸라는 건의조차 단 반마디도 언급해보지 못한채 새벽 세시까지 집들이는 이어지고(ㅠ.ㅠ) 독서실에서 최대한 버티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신나게 노는 소리가 시끄러워 잠못이루는 아들을 가슴아프게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잠을 자야 맑은 정신에 수학문제를 풀텐데 엉엉.
워커힐에서 쇼와함께 스테이크를 배부르게 먹고 올꺼라고 믿고있던 손님들은 집에 들어서서 음식을 보자마자 거기 스테이크가 너무 작다느니 밥도 안줬다느니 김치도 안줬다느니..이러면서 차려놓은 안주들을 빛의 속도로 먹기 시작했고, 과일만 준비하면 된다(-_-)는 남편의 충고를 무시하고 시장에서 좀 과하다싶게 재료준비를 했던 나는, 새벽 1시까지 여러가지 새로운 안주를 계속 준비해야하는 주모로 변신. 무사히! 다들 감격해하며! 훈제연어 새싹 샐러드, 세발낙지숙회등등을 먹어 치웠다.
상사의 집들이에 온것이니만큼, 온갖 덕담이 넘쳐나고, 팔팔 삶은 낙지머리들을 통째로 접시 한켠에 소복히 같이 제공한것에 감격하신 1人께서 혹시 요리학원을 다니셨냐는 넘치는 찬사와 함께 남편에게 요리 잘하는 사모님과 사셔서 좋겠다는둥의 칭찬을 쏟아부었다. (이분은 아무래도 낙지머리를 정말 좋아하시는듯. 저쪽 상의 낙지머리도 탐내서 양보받았다는..요리 학원은커녕, 워커힐에서 밥먹은 사람들한테 대체 무슨 안주를 주나 고민고민하다 훈제연어 포장지 뒤에 있는 새싹을 곁들인 샐러드까지 참조했다는건 무덤까지 비밀이다.-_-)
이 말에 기분이 한껏 좋아진 남편은 토요일이 되자 나를 데리고 종로3가에 과메기와 잡어회를 정말정말 잘하는 영일식당이 있다고.. 서울에서 구룡포과메기의 맛을 꼭보여주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제가 가고싶겠냐고요.. 아들은 기말시험중인데. 당연히 아들은, 저때문이라면..제발 그러지 마세요. 부담스러우니까 다녀오세요. 제가 알아서 해요.
남편이 놀러가자는 말을 절대로 거부하지 않는 나는 아들에게 저녁을 차려주고 그냥 집을 나섰다. 미쳤지. 과메기쯤 안먹는다고 죽어? 죽냐고. 암튼 그래서 과메기도 먹고, 잡어회도 먹고, 게다가 영화도 보자!! 라고 외치는 남편을 역시 거부하지 못한채 영화까지 달리고 새벽 두시가 다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아들은 공부하다가 쉬는 중~이라며 컴퓨터앞에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내가 폭발해버렸다. 놀다왔으면서 뭘잘했다고 흑. 어이없는 얼굴로 날 바라보던 아들이 바람을 쐬고 오겠다며 나가버린다.
공부는 지가 알아서 하는거라고 철저히 믿고있는 남편의 스케줄은 내가 조절할 수 없지만, 적어도 다음날 감사의 표시로 나한테 한턱 낸다는건 내가 거절할수도 있었던건데.. 역시, 공부는 지 스스로 하는거지~라고 마음 한켠으로 생각하고 있는 나또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룰루랄라 놀러나간 주제에 뭘잘했다고 들어와서 애한테 신경질을..
내친구 말로는 고삼이 아들 엄마중에 나돌아다니는 사람 하나도 못봤다는데..의사였던 어떤 엄마는 월급의사를 1년 쓰면서까지 집에 들어 앉아서 아들 뒷바라지를 했다는데..난 겨우 과메기따위에 집을 나서다니. 엄마도 아닌게야.
이러다가 또 불쑥!
아니..이노무 사회가 대체 왜이러는거야. 왜 자식들 대학 진학이랑 성적을 애꿎은 엄마들한테 찍어붙이냐고. 엄마의 정보력이 어쩌구저쩌구. 공부는 애가 하지만 대학은 엄마가 보내는거라느니. 아 진짜!!! 아들 낳아서 군대까지 갈만큼 무사히 키워놓으면 성인으로 살아 갈 수 있게 쫌! 대학서열따위 상관없이 알아서 취직도 빨랑빨랑 시켜주고, 참한 애랑 결혼도 시켜주고 그래야지!!!!
어쨌든 그러저러한 금요일과 토요일이 지나고 일요일이 되자.
독서실 가기 싫은 표정의 아들이 오래오래 샤워를 하더니 점심과 저녁은 사먹겠다며 집을 나선다. 독서실에서 집으로 오면 다시 가기가 싫어지니 다 밖에서 해결하겠다고. 아 그말을 들으니 또 마음이 짠해지는게, 나름 한다고 하고 있는데 내가 조바심을 내고 있구나 싶어지면서 급반성을 했다.
먹는거밖에 낙이 없다고 말하는 아들을 위해,
앞으로 일년동안 365*2끼니동안 새롭고 맛있는거 해줄께, 아들!^^
(근데 생각해보니 365일씩이나 남은것도 아니구나..시간이 ...)
p.s.
근데, 혹시나해서 하는 말인데,,,
누나는말야.. 지가 알아서 학교에서 야자하며 공부해서 한번에 갔다..그거 알지? ^^;;;
#1.
<오바마 누구인가 … “쓸모 있는 인간 되고 싶다” 마약 끊고 수도승처럼 공부 >
라는 기사를 오려서 아들 책상위에 놔줬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대목은 마약 끊고...였다.
물론, 우리 아들이 마약을 하는건 아니지만,
쓸데없는 잡다한것을 끊고 고3이 되라는 깊은뜻을 담아서.. -_-
아들이 그 기사를 봤는지 안봤는지 몰랐었는데,
동생방에 들어갔던 큰애가
"이거, 아빠가 여기 놔둔거지???
키워드가 뭐야..쓸모 있는 인간이 되고 인가?" 라며 반응했다.
아니라고. 그 기사는 엄마짓이라고 자백을 했다.
그제서야 기사를 보는듯한 반응으로 아들이 하는말..
"난 수도승처럼.. 하라는 줄 알았는데.."
#2.
저녁을 먹으며 아들이 하는 말.
"엄마. 오바마가 농구를 그렇게 좋아한다며? 대선 결과도 농구하다가 전화받았다던데?"
"응. 그렇대. 결과를 기다리며 농구했을때 항상 좋은 소식을 들었대.
뭔가 한 번 농구 안하다가 소식들었을때 잘안됐었다나 뭐 그렇대.
오바마가 갖고 있는 징크스쯤 되나봐.
오바마와 우리 아들의 공통점이 드디어 하나 생겼네?^^"
우리 아들은 <농구하는 모습이 예술~>이라는 소문이 나있다. 험.
"근데, 오바마는 대체 언제 농구를 했을까?"
"응?...음...아마도....할 일 다하고? ^^"
"(피식~) 엄마 생각이야? 아님 기사가 난거야? "
당연하지 짜샤..
큰 인물이 되려면 중요한것부터 먼저 하는 습관이 이미 몸에 뱄을거라구!!
- 이쯤되면 20년차 주부히키코모리?
- 日常茶飯事
- 2008. 11. 7. 20:33
#1.
나의 룸메이트는 금요일이면 절대로 일찍 들어오지 않는다.
수업이 있을때는 잘 깨닫지 못했었는데, 요즘 금요일 수업을 잠시 쉬다보니 확연히 알게됐다.
작은애는 "이따가 깨워주세요~" 라는 단 한마디로 날 집에 묶어놓고 자고있다.
하긴.
걔가 날 묶어놓지 않았어도 어딜 나갈 생각도 없었고 계획도 없었다.
히키코모리 1단계일까?
#2.
어떤 날은 갑자기 시간이 남아돌아서
누군가를 불러내서 맥주라도 한잔 했으면..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하지만 5분 뒤..
'내'게 '갑자기' 불러낼 사람은 이제 없다는 걸 깨닫는다.
결혼 생활 '겨우 20년'에 이렇게 망가지다니.
히키코모리 2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생각이...-_-;
#3.
운동을 어떤걸로 할까를 놓고 심사숙고하다가
수영은 옷갈아입기 귀찮은데도 등록했더니만 강사가 다이빙을 가르치길래 관뒀고.
새벽조깅..이라는 근사한 단어를 생각해냈으나
이나이에 새벽에 날뛰는건 건강에 안좋을것 같아 패스.
피트니스? 휘트니스?..암튼 틀린 단어같지만 우리나라에선 통하는..그 헬쓰.
그걸로 체중감량한 경험도 있고..그건 그만큼 나한테 걸맞는거라는 확신도 있어서
그럼 어느 헬쓰장에 등록을 할까 후보를 서넛쯤 두고 잠시 고민하였으나
어쩐지 큰길을 건너는것도 귀찮고, 차를 끌고 5분을 가는것도 번거로워서
결국엔...
아파트 단지내 헬쓰장엘 등록하고 말았다.
건물밖으로 나갈 구실은 생겼다.
히키코모리 예외버전일까?
#4.
결론.
초저녁쯤... 누군가를 만나서 '대화'란걸 하고싶다고 잠시 생각하였으나..
결국엔 이렇게 되고말았다.
노년에 친구 6명은 무슨..개뿔.
이렇게 만사가 귀찮아서야...
친구들이 내 존재를 기억만해줘도 감지덕지다.
p.s.
그 와중에...와이셔츠를 10장을 다렸다.
앞으로 2주동안 작은애 교복셔츠 빼면 다림질 할일도 없어졌다.
교복셔츠는 3개밖에 없기때문에 2주치를 한꺼번에 다려놓을 수가 없다. 아 이런.
- 노년에 행복하려면.
- 日常茶飯事
- 2008. 10. 29. 10:38
#1.
중앙일보에 기사가 났더라.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최소 여섯 명의 친한 사람이 있고, 형광등 갈기나 수도관 누수 고치기 등 일상사의 불편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노년에도 행복할 수 있다고. 소득이 삶의 질과 크게 관계가 없으며 인맥과 같은 사회적 네트워크가 노년의 행복을 결정짓는다는 연구결과를 영국의 사회운동가가 실험했다며.
친구여러분.
저를 예쁘게 봐주시고, 노년까지 여섯명만 제곁에 남아주세요.^^
(어떻게 이쁜짓을 해야 친구 여섯명을 옆에 묶어 둘 수 있는건지 고민해봐야겠당..)
#2.
지난주부터 5박 6일정도 시어른 칠순때문에 일본에서, 시골에서, 서울에서 온 거의 모든 친척들이 우리집을 들락거리며 복작대며 지냈는데, 호텔에서 칠순잔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나머지 모든 시간이 매순간 잔치집같았다.
그와중에 시어른의 큰누님되시는 분이 어쩌다보니 하룻밤을 혼자서 우리집에서 주무시게 됐다.
일찌기 혼자되신 큰고모님이 장마다 고추며 깨, 콩 같은 것을 팔아 오남매를 키워내셨고, 종가집의 8남매의 맏이로 거의 여장부같은 포스를 가지셨던 분이다. 절대 남에게 신세지는 법도 없고 언제나 거의 모든것을 종손인 큰남동생(우리 시어른)에게 양보하고 또 밑의 동생들에게 마저 양보하는 자세로 일관되게 살아오신분이다. 그런 자세로 자식들도 키우셨겠지.
그런데 이번에 우리집에서 주무시게되면서 이분이 치매 초기 증세인걸 알게되었다. 똑같은 얘기 계속 물어보시고 우리 애들을 잘 기억 못하시고 나를 조카며느리가 아닌 조카딸로 착각하시고..마음이 아팠다.
어른들 얘길 들어보니 같이 사는 아들 며느리가 거의 말도 안시키고 간신히 밥이나 챙겨드리는 정도라면서 너무 외로워서 사는게 무섭다는 말씀을 작년부터 하셨다고한다. 그러더니 올해는 치매증상이 눈에 띄게 심해지신거다.
큰애에게 계속 같이 자자고 말씀하셨는데 아무 생각없이 그냥 이 방에서 주무시면 된다고 몇번 말씀드리고 지 방에 가서 잔게 너무 후회된다고 큰애가 미안해했다. 이미 지나간 일이니 할머니 할아버지께나 잘하라고 말해줄 수 밖에 없었다.
늙는다는건 그런거다. 외로움에 지치면 치매증상도 심해질 수 밖에 없는..
나도 슬펐다.
#3.
큰고모님의 일로 우리 모두 충격을 받았는데, 특히 큰애는 이번일에 많은 생각을 한것 같았다.
어른들이 계시는 내내 곁에서 종알종알 얘기해드리고, 할머니 성대모사로 할아버지를 웃겨드리고, 아가들이랑 잘 놀아주고, 집에서 놀다가 자정이 넘어 내가 호텔로 다들 모셔다주러 나가면 술상 다 치우고 설겆이 해놓고 집청소에 동생시켜서 걸레질까지..더이상 손댈꺼리 없게 뒷설겆이를 맡아서 해놓곤 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이제 정말 다 컸구나 싶고, 그 마음씀이 대견하고, 그동안 어른들께 성심성의껏 기본이라도 할려고 노력한 것을 내가 금방 이렇게 받는구나 싶기도 하고..
내게 결코 만만치 않은 일정이었는데 큰애의 세심한 배려덕분에 그모든게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4.
몇년전부터 부담이던 큰 행사도 지나갔으니..이제 가을을 실컷 누려야지.
#1.
집을 떠날때 내가 제일 두려워하는것은, '읽을꺼리'가 떨어지는 일이다. 만일 나라밖 여행이라면 매우 심사숙고해서 책을 고르는데 항상 두권 이상을 챙긴다. 혹시나 내가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된 활자를 속터져가며 읽게 될까봐서.
내가 영어책을 자발적으로 읽은 경우는 [해리포터] 번역본이 아직 미처 나오지 않아 영문판을 끼고 더듬더듬 읽어야 했던 경우다. 이경우에도 일단 1권이 나오면 그거 사다 얼른 읽고 다음 2권이 나올때까지 그 뒤의 챕터를 이어서 읽었다. 가히 눈물 겨웠다. 나의 짧은 영어독해실력때문에.
나의 그러한 유전자는 큰애가 그대로 물려받았는데, 추석에 시골에 가면서 [리어왕]과 [King Lear] 이렇게 달랑 두 권을 챙겨가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틀째 되던날 책을 만지작거리며 한숨을 쉬고 있더라. 이유를 물으니 책을 다 읽었는데, 영문판이 진도가 잘 안나가서 읽을게 없으니 패닉 상태에 빠지려 한다는 고백.
내가 챙겨 온 책은 [하이피델리티]와 [인구가 세계를 바꾼다] 였는데, 앞의 책은 큰애가 진작에 읽고 나에게 권해줬던거라서 다시 읽고 싶지 않다며 "그럼 그거라도..." 이러면서 [인구가 세계를 바꾼다]를 집어들었다. 한숨쉬며 내분야가 아닌 책을 읽을지언정 아무것도 안 읽고 있을 수는 없다!! 역시 피는 못속인다.
#2.
시부모님께 큰애는 첫 손주라는 각별함과 함께, 동생을 일찍 봐버린 세살배기를 두분이 두달쯤 데려가서 키워주셨는데 그때문인지 장손인 둘째를 제끼고 아직까지도 온갖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조선소 소장을 하고 계셨던때라 제주도로 뚝 떼어가서 진짜 두달동안 난 갓 낳은 둘째만을 데리고 산 적이 있다.
명절 때 모여 앉으면 영낙없이 큰애의 세살 시절 얘기를 하시는데, 특히 할아버지는 큰애를 아직도 세살짜리인양 이뻐하신다. 얼굴이 자그마하다느니, 눈이 크다느니, 손이 작고 예쁘다느니, 요즘 애들답지 않게 복스럽게 생겼다느니(응? 애는 다이어트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데?) 등등.
큰애는 쫌 민망하니까 방으로 들어가버렸고, 지 남친한테 문자를 보내면서 할머니랑 할아버지가 나를 부위별로 예찬하신다고 우스개소리를 했나보다. 거기에 대한 답문자. "나도 그 대화에 끼고 싶다.."
푸하하하. 아무렴. 그래야지. 남자친구면 그정도 멘트는 날려줘야 예의가 있는거지. 그 문자 한 줄로 내게 점수 좀 땄다고 말해주라 그랬다.
#3.
차가 밀려서 차안에서 열시간씩 있는것도 싫고 작은애가 시험공부 운운하며 금요일 자정에 끝나는 언어학원을 절대 빠질 수 없다길래 그냥 작은애가 학교에 가있는 동안에 시골로 가버렸다. 추석 날 아침 차례를 일찍 지내고 둘러 앉아 밥을 먹는데 시어머니의 한마디.
"아이고. 진짜배기가 빠지니까 아무 재미가 없다..우리 장손이 왔어야하는데.."
밥먹던 우리 세식구와 동서네 네식구는 졸지에 가짜배기가 되어버렸다.
가짜배기 계속 밥먹어도 되나싶어 잠시 젓가락이 주춤거렸다.
#4.
김치는 무사히 가져왔다. 집에 있는 진짜배기한테 김치랑 밥줘야해서. ^^
시골에서 전화가 왔다.
"김치 있니?"
"음..한동안 없었는데요, 제가 어제 한통 만들었어요."
"그래? 니가? "
"아..네.."
"맛있게 됐니?"
"음..그게..저..김치처럼 보여요"
"응?"
"아직 안먹어봤는데요, 김치처럼 보이고, 김치같은 냄새도 나요"
"큰 통에 담았니?"
"아니..그게 저..배추 한 개만 사다가 한번 해봤어요...-_-;;;"
"......나이가 몇이냐.."
"그게..어머님이 만들어 주시는 맛있는 김치만 먹다보니..할 엄두도 안나고..또 사먹어도 맛도 없구.."
"넌 그렇게 말하면서 맨날 나만 시켜먹더라? 하여튼 많이 담은게 아니라는거지?"
"진짜 배추 한개 사다 해봤어요. 쬐끔만요."
"알았다..김치담그려고 물어봤다. 추석때 가져가면 되겠네."
"네!! 감사합니다. 잘먹을께요.^^"
"아직 김치를 한건 아니고."
"네!! 그래도 가면 김치를 주실꺼잖아요.헤헤"
"으이그..맏며느리가 되가지고.."
"네..전 어머님 없으면 김치도 못먹고 살아용~"
김치가 생길 예정이다. ^____________^
- 생각지도 않게 <월.E>를 보고오다.
- 日常茶飯事
- 2008. 9. 1. 08:53
일요일도 심심했다.
심심할때 발휘되는 내 특기하나는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맘에 드는 블로그를 '발견'해 내는것. 구독 블로그를 하나 늘리는것의 기준은 치열하게 생각하며 살아가거나, 촌철살인의 몇마디, 시니컬한것처럼 포장하지만 실은 진짜 매사에 진지하게 생각하고 사는 요즈음 어린 친구들의 모습들이다. 물론 긴 글은 기본이고 방대한양의 포스트 또한 기본. 스크롤바의 압박을 받으며 읽는것에 살짝 쾌감을 느끼는것같기도하다.
내가 스토커성향이 있나..하는 생각도 진지하게 한 적 있다. 댓글도 안 남기고 글만 읽는다. 내가 댓글을 안남기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20대 중후반 또는 30대 초반일 그 친구들이 나같은 아줌마의 댓글이 그리 달갑지 않을거라는 나의 편견때문. 실지로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
암튼. 진지하고 글 잘쓰는(이런 사람들은 대개 유머러스하기까지하다) 블로그를 하나 발견하고 오전내내 거기서 놀았다.
오후에도 심심했는데, 그래도 청소하고 이것저것하다보니 시간이 좀 지나갔다. 청소를 다 마치고나니 룸메이트가 운동하고 돌아왔고, 늦은 점심을 먹더니 아 글쎄..혼자서 스타벅스에 가서 사장님과 미팅할 내용을 정리하고 오겠다며 휙 나가버렸다. 어? 나도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마시며 책읽어도 되는데. 야! 물어보지도 않고 혼자가니? (물론 속으로만 궁시렁..-_-)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미처 따라나서지도 못하고 게다가 약간 자존심 상해서 뒤쫓아가기는 싫었는데..원두커피가 떨어져서 내가 커피를 마실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약간 심통이 나기 시작했다. 두고보자.
저녁에 집에 왔길래 밥을 차려주고 비장하게 말했다.
"나, 나갔다올께"
"어디 가?"
"몰라. 그냥 혼.자. 나갈꺼야. 커피한잔 사들고 영화볼래."
"영화? 나도 볼래."
"사장님하고 미팅할꺼라서 온 신경을 거기에 집중해야한다며"
"아까 스타벅스에 가서 다 끝내고 온거야. 그러니까 나도 갈래"
"...........(뭐야..나 혼자 나갈꺼라구!!!).....알았어...-_- "
"근데 무슨 영화볼꺼야?"
"....(생각 안하고 있다가 갑자기 이사람이 절대 안 볼영화를 봐야지 싶어서..) 애니메이션 이야. 당신은 재미없을꺼야. 로봇들의 사랑 얘긴데..말도 거의 안할껄?"
"괜찮아. 당신 보는거는 나도 볼래"
"헐...(이사람이 드디어 젖은 낙엽족에 입문한건가?)"
이리하여.
월. E를 중년의 아저씨랑 봤다. 난 십대인 우리 아들이랑 볼 생각이었는데.
잠시 나의 룸메이트를 소개하자면, 이사람은 전형적인 대한민국 40대중반의 아저씨다. 권위적이진 않지만 보수적이고, 영업에서 10년쯤 굴러서 성격이 많이 둥글둥글해졌지만 원래 종가집 장손인데다가 돌아가신 할머니가 그야말로 금이야옥이야 키워서 자기는 감이 익어서 떨어진것도 먹어본 적이 없다는 고백도 했었다. 직접 가지에서 따서 준거나 하나 먹을까말까 했다나? 과자 귀한 그 시골에서도 맛없는 과자는 그냥 버렸다고 했다. 까칠하기는.
그리고 <다크나이트>를 보고 이해못할까봐(실은 이상한 감상으로 나의 감동을 방해할까봐) 안데려갔었고, 그나마 영화를 보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영어를 생동감있게 들을 수 있다는것 정도? 나쁘다는게 아니라 나랑은 매우 다르다는 거다. 이사람은 현실적이고 나는 매우 비현실적이고.
막상 매표소앞에 서니 <맘마미아>가 생각보다 일찍 개봉해서 상영하고 있었는데 꿋꿋하게 <월. E>를 봤다. 영화가 시작됐는데, 그나마 시작하고 한 20분쯤은 아무런 설명이나 대사도 없이 영화가 진행이 되는거다. 절대 이해가 안가는 표정으로 진지하게 집중하는 옆모습을 보니 너무 웃음이 나왔다. 이사람은 아이들 어렸을때도 같이 만화영화보러간적도 거의 없는 사람이다.
"무슨 내용인지 알겠어?"
"아니."
속으로 ㅋㅋㅋ 이러면서 웃다가 아주 간단명료하게 영화에 도움이 될만한 얘기를 해줬다. 소곤소곤.
(미래의 지구야. 쓰레기장이 되어버려서 다들 다른 은하로 이주해갔는데 청소해놓으라고 남겨진 청소로봇중 하나가 700년 동안 고장도 안나고 자기 일을 하다가 탐사로봇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야)
월.E는 정말 예쁜 영화였다. 그리고 슬픈 영화이기도했다. 700년동안 혼자 청소를 하다니. 낮에 혼자 청소한 아줌마입장이다보니, 생각만해도 가슴아프네. -_-;;
기계음을 내기 위해 굉장히 복잡한 녹음 과정을 거쳤다고 들었던 월.E와 이브의 목소리는 진짜 공들인만큼 근사했고,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하는 메세지도 명료했다. 픽사 에니메이션이라 누구나 보기에 거부감이 없고, 그리고 단지 렌즈모양인 월.E의 눈에 나타나는 감정전달도 훌륭했으며 이브의 이모티콘과도 같은 눈웃음 표정들도 좋았다.
그리고 또하나. 운동을 안하고 가상공간에서 살아가며 진화(?) 하는 사람들의 체형변화를 역대 선장들의 사진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데 운동의 필요성을 진지하게 역설하고 있었다. 월.E가 법석을 떠는 통에 가상공간에서 미끄러져 현실세계를 접하게 된 존과 한 여자(이름이 나오든가 아니든가 기억안남)가 느끼는 현실의 불편하고 부족하지만 아름다운 느낌들도 점점 컴퓨터앞에서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전하는 경고의 메세지가 컸다.
나의 룸메이트는 이 영화를 어떻게 봤을지 모르겠는데, 처음엔 골탕먹이고 싶어서 선택한 영화였는데(물론, 난 무척 보고싶었는데 미뤄뒀었지만 이사람은 요즘 가장 잘나가는 다크나이트도 안 본 걸 감안하면), 앞으론 감성을 재성장시키는 차원에서 종종 같이 봐야겠다. 중간에 살짝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맘마미아>볼껄 그랬나봐.."했더니, "그것도 또 보자~" 이런다. 음..쫌 무서워질라 그런다.
어쨌든 내가 하는 모든것에 동참하고자하는 굳은 결의를 읽을 수 있었는데 이제 많은 결정권이 나에게 넘어왔다는걸 강하게 느낀다. 으하하하. 신난다.
- 모처럼 한가한 날, 내가 한 일은..
- 日常茶飯事
- 2008. 8. 26. 18:19
무슨 말이냐면..하루종일 우엉조림 만들었다.-_-
뉴욕시 소재 고등학생인 나의 학생이 아직도 수업을 하고있는지라 나의 방학특강은 끝나지 않았는데,
그래서 오전에도 거의 수업을 했는데, 오늘은 그 아이가 병원엘 가는 날인데다가,
어쩌다 다른애들도 시간이 바껴서 오늘 하루가 통째로 내게 떨어졌다.
이 특별한 날을 어떻게 하면 가장 훌륭하게 보낼것인가 궁리를 하며, 일단 아침에 수영을 한시간 하고왔다.
늦잠자는 큰아이를 깨워 어디든 놀러가자고 해봤지만 아이는 꿋꿋하게 자고..
오늘 일본에서 서울로 온다던 친구가 아침일찍 집을 나서기 전 보낸 쪽지를 발견,
몇시가 비행기시간인지도 모르면서 일단 문자를 두개 보냈다.
[오는날이라 바빠? 아님 오는 날이라 오히려 한가해? 놀러와^^
나, 오늘 한가해~. 와인, 시원하게 냉장시켜놓을까?
공항에서 핸드폰켜면 바로 전화해~]
대강 이런 내용쯤되는 문자를 보내놓고 무작정 기다렸다.
쫌 심심해서 복숭아를 사러 나갔다가 그옆에 있던 양파 한자루랑 우엉을 샀다.
손질해놓은것도 아닌 흙묻은 우엉을.
2000원어치 단위로 판다길래 "주세요" 했는데..나중에 비닐봉지를 보니
우와..굵고 끼다란 우엉이 다섯개나 들어있었다.
저건 쫌 많아 보이는데..이러면서도 그냥 들고왔는데..
껍질벗기고 쪼개고 식초물에 담가놓고, 여기까지가 두시간.흑흑.
본격적인 우엉조림을 한 지 세시간. 엉엉.
정말 많은 우엉조림이 내게 생겼다.
뭐하는 짓이냐고. 누가 우엉조림을 저렇게 많이 먹는다구.
책도 안 읽은 채 다섯시간동안 달랑 우엉조림 한가지라니. 허무하다.
다섯시간이면 반찬을 적어도 다섯가지는 만들었어야하는거 아니냐구.
저 많은 우엉조림을 이제 다 어쩌지.
햄이랑 단무지랑 시금치사다 김밥싸야하나?
그건 너무 일을 벌리는 거쟎아.
문자를 보내놨던 친구는, 공항을 나오자마자 전화를 주었으나 오늘은 못만나고 내일보기로 했다.
내일, 그 친구한테 우엉조림이나 싸줄까? -_-;;
- TV없이 올림픽지내기
- 日常茶飯事
- 2008. 8. 24. 15:46
내가 60년대로 돌아간것같다.
경기에 대한것들을 주로 신문이나 기사, 심지어 (인터넷이긴하지만)문자중계를 통해 듣고 있다. 중요 경기가 있을때면 주변 아파트에서 '우와~'하는 함성을 듣고 부랴부랴 핸드폰을 연결해 영상을 띄웠다. 그러다가 안되겠다싶어지거나 주말저녁이면 나의 룸메이트와 같이 맥주집으로 간다. 우리의 목적은 tv시청이기때문에 초저녁부터 가장 잘보이는 자리에 가서 앉아서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어제는 마침 토요일이었고, 저녁 8시에 잡았던 수업을 일찌감치 낮에 해치워버리고 안주가 별로 맛없어서 그닥 가고싶지는 않았지만 새로 생겨서 가장 선명한 tv를 갖고있는 <유객주>에 갔다. 고민끝에 오코노미야끼를 시켰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않고 아주 맛이 없었다. 대체, 그 흔한 양배추한가지도 충분히 넣지를 않았는가하면, 아무리 일제부침개라고 해도, 부침개한장에 13000원이면 최소한 문어다리 반개쯤은 썰어넣었어야하는거 아니냐구.(투덜투덜)
게다가 야구에 심취해 몰랐는데 내가 금이 간 컵에 있는 맥주를 신나게 마시고 있었다. 맥주잔도 교환, 안주도 소스를 좀 더 뿌리고 가쓰오부시를 더 얹어달라고 요청해서 내스스로 간을 맞춰 먹었다. 이렇게 안주가 맛어 없어서야 이 집 걱정된다는 안주를 곁들여가며. 옆테이블에선 깐풍기를 시킨듯한데, 안주가 나오자 이게 14000원이냐며 갯수를 세고 있더라. 한개당 1000원 넘으니 아껴먹으라며.
야구가 재밌으면서도 시간이 오래걸려서 안주를 하나 더 시킬 수 밖에 없었는데, 경기시청하느라 매우 바쁜 와중에도 메뉴판을 보며 고민하다가 제일 비싼 안주를 시키려는 룸메이트에게 이집에서 그러한 선택은 지나친 모험이라고 알려주며 가장 싼 계란탕을 시켰다. 뭐냐. 계란탕이 아니라 계란국이 나왔다. 제목은 <황태 계란탕>이었는데, 황태는 무슨, 걍~ 북어 계란국 이더라. 이 집 주방장은 계란찜과 계란탕과 계란국의 그 미묘한 농도 차이를 아무래도 모르는것 같다. 아 진짜.
그래도뭐, 야구가 워낙 흥미진진해서 그냥 참아줬다. 평소에 야구경기에 열올리는 팬은 아닌데, 우리 아파트 뒷편에 아마야구 시합이 간간히 열리는 간이야구장을 지나갈때면, 야구 경기있는날 보러올까? 싶은 생각이 잠깐씩 든다. 프로야구만은 못하겠지만 풋풋한 고교야구도 나름 재밌지.
맥주집에서 야구보면서 계획을 하나 세웠다. 2년 뒤 월드컵할때 '테레비젼'^^ 하나 사는걸로. 그때까지 화질은 끝내주면서 전력소모는 최소로 하는 저렴한 테레비젼이 등장하길. 홈씨어터 부분에선 룸메이트랑 합의를 못봤는데..그거야 뭐, 당연히 내맘대로지. ^^
덧.
다이어트는 잠시 중단상태인데, 이게 다 올림픽때문이야. -_-
덧2.
올림픽이 끝나서 참 다행이야..-_-
덧3.
난 대체 야구얘길 하구싶었던거야, 올림픽 얘길 하고 싶었던거야, 아니면 유객주안주를 씹고 싶었던거야..대체 모냐. 요즘 나의 한계. 이유가 뭘까. 음..늙어서? -_-;;
하루종일 수학공식과 계산들로 가득 차 버렸다.
1시부터 10시까지, 중간에 저녁시간 1시간 비우고 4타임 , 8시간 수업.
게다가 이 수업이라는게, 일대일로 마주앉아서 두시간동안 풀로 집중할것을 요하는지라 진이 빠지는데다가,
수업준비 시간까지 합치면 거의 10시간 동안 숫자랑 도형이랑 그래프따위를 봤다는 얘기다.
아..이게 뭔가 싶다가도, 꾹꾹 눌러담는다. 니가 선택한거니까 불평하지 마.
한엄마가 복숭아를 보냈길래 전화를 했더니, 선생님께 잘보이고 싶어서요..호호호~ 한다.
한엄마는 수업비를 부치면서 최상의 감사문구를 담은 문자를 날려주고,
오늘 수업을 끝낸 아이가 방학동안 삼각함수를 가르쳐주셔서 감사했다고 애교가득한 문자를 보내왔다.
아주 작고 소소한 기쁨이 없는건 아니지만,
내 삶은 두시간짜리 알바로 점철되어 있다는 자멸감을 떨치기 쉽지않다.
가만히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삶이란것이 어찌나 사소하고 남루한지.
설마 나만 그런건 아니겠지.
다들 그냥 그렇게 살고 있는거겠지.
-_-
방학이 끝나가고 있어서 기쁘다.
미국고딩 개학은 9월 4일인데, 내 학생 한명은 9월 3일에 비행기를 탄다고한다.
3일날 출발하면 3일 도착, 하루를 벌기때문에 그 날 출발해도 된다고..그전날까지는 수업 가능하단다.
SAT준비하는 영어학원도 마지막주에는 안가니까 매일 수학공부를 하자고 덤빈다.
얘는 참...뭐랄까..열심이다. 착하고 기특한데, 이번 여름은 내가 좀 지치는 기분이다.
다음주 월요일이면 함수부터~ 삼각함수까지 8회 특강해주던 것도 끝난다.
이학생은 어찌나 꼼꼼한지..본인이 모르는걸 확실히 체크해와서 아주 섬세하고 집요하게 질문한다.
얘네 엄만 좋겠단 생각만 들더라.
물론, 성적도 훌륭~.
그.러.니.
이번 방학끝나면 난 무조건 쉴꺼야.
아주아주 가벼운 수업만 두어개하고 빈둥거리고 놀꺼야.
등산복 사놓은거 아까우니까 산에도 좀 가볼까싶은데, 같이 갈 사람이 없다.
혼자는 좀 겁나고 귀찮고.
도서관에 처박혀서 책도 볼꺼야.
아니면 아래층 서재로 커피도구 다 싸들고 내려가서 만화책에 파묻히던가.
아~! 신사동에 있는 북카페 P.532 에도 가서 하루 죽치고 놀다와야지.
남영역에 있는 헌책방에도 꼭 갈꺼야. 몇년을 벼르기만 하고 못가다니. 이런.
아무때나 영화보고 싶을때 영화보고,
어디든 돌아다니며 놀아야지...............라고 굳게 결심하며 나를 세뇌하고 있다....
p.s.
보고싶은 영화 목록.
1. 영웅본색 2. 아임낫 데어 3. 월.E 4.다크나이트(아이맥스)
가고싶은 음식점
1. 이대앞 타코야끼집(대판옥?) 2. 홍대앞 놀이터앞 와플집 3. 팥빙수 엄청나게 맛있게 하는 집(네이버에게 물어봐야지)...신촌 현대백화점 지하 출입구쪽 커피전문점 팥빙수..
설레이는 마음으로 다크 나이트를 보고왔다.
영화는 더할나위없이 좋았고,
히스레저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슬픔에
우리딸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내내 엉엉 울었다.
히스레저의 늙는 모습을 보고싶었는데..
6일 뒤..(오늘은 8월 14일이다) 히스레저 얘기를 하고싶다.
<기사 윌리엄>에서 얼빵하게 웃던 그의 미소, 좌충우돌하던 모습,
사극인지라 마치 로빈훗 같이 보이던 히스레저.
오래전에 본 영화라서 다는 기억나지 않지만 중세 유럽의 시골청년으로 나오던 그가 좋았다.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잭의 낡은 셔츠를 부여잡고 숨죽이며 흐느끼던 그를 기억하고 있다.
<카사노바>로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모습이 뭔가 싫어서 이영화를 안봤었다.
<아임 낫 데어>를 스폰지하우스에서 상영하고 있다. 보러가야할까말까 계속 망설이고 있다.
.....................난..이남자가 이세상에 없는게 너무 아쉽다.........................
북한산.
동호회 친구들이랑 토요일에 북한산에 갈 계획을 짰다. 일본에서 산엘 무진장 열심히 다니던 친구가 일시귀국했기때문에 기념으로 산행을 계획한 것. 산에 거의 다녀본적이 없는 나는 이기회에 등산용 바지랑 티셔츠도 하나 새로 구입하고 장갑이랑 양말까지 샀다. 작년엔가 산 매니아인 사촌 동생한테서 선물받은 17L배낭도 꺼내서 이제서야 택을 떼어내고 그 배낭에 하루 전 날 짐도 꾸렸다. 며칠전부터 북한산엘 무사히(-_-;;) 올라갔다 내려오는 내모습을 상상하며 들떠있었다. 심지어 모자를 찾느라 옷장정리까지 했다. 모자는 못찾아서 그냥 야구모자를 챙겼다. 캡모자뒤쪽에 펄럭이는 치마같은게 달려서 낚시할때 쓸것 같은 모자를 3년전에 선물받은적이 있는데 이것도 이제서야 택을 떼어내고 이렇게저렇게 쓸 궁리를 해보기도 했으나 흔치않은 스타일이라 도로 집어넣고 결국 평범한 야구모자를 선택.
토요일 새벽.
비가 무진장 쏟아졌다. 그래도 산엘 갈꺼라고 생각했다. 무식이 용감이라고 들어봤나. 그런데 7시쯤 문자가 왔다. [산행 취소] 엉엉. 그럼 오늘 놀기로 한 계획은? 이게 궁금한데 새벽부터 물어볼데가 없어 기다리다가 어찌어찌해서 저녁 5시로 약속이 잡혔다. 산엔 비록 못가도 뒤풀이는 한다!!
종로.
광화문에서 지하철을 내려 종각을 향해 걸어가는데 비오는데도 불구하고 우비입고 깃발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뛰어가는 무리들이 있었는데 전대협. 젊다못해 어린 애들이다. 그나이엔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열정으로 피가 끓지. 난 종로에서 친구들을 만나 차를 마신다.
저녁.
자리를 옮겨 맥주를 마신다. 해물떡찜을 먹자고 강력히 주장했으나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포기. 아무 맥주집이나 들어가서 셋트1,2,3,...으로 안주를 시키고 맥주를 마시며, 일본에서 들어온 친구를 중심으로 만난거라서 일본얘기에 독도얘기까지 안주로 삼는다.
밤.
한 친구가 국일관 노래방 얘길했다. 나, 노래방 되게 싫어한다. 노래를 못하는데다가 그러다보니 노래방을 기피하고, 또 그러다보니 아는 노래가 없다. 그래도 국일관 노래방이란델 갔다. 무려 12층이다. 천정이랄까 벽이라고 말해야할까싶은 한쪽이 온통 유리창이다. 빗방울 속에서도 종로시내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이고 MAX 맥주 선전 광고판도 불을 훤하게 밝혀놨다. 처음엔 심드렁하게 앉아있었다. 맥주도 별로여서 취하지도 않았으니 무슨 노래를 하겠나. 그런데.. 밤이 깊어지면서 빗줄기가 굵어졌고 어느 순간부터 아예 유리창을 타고 빗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친구들이 비에 관한 온갖 노래들을 찾아서 예약을 하기 시작했고 우린 합창하듯 비에 관한 노래를 흥얼거렸고, 맥주를 더 마셨고, 시간을 연장했고, 나는 그제서야 서서히 취해가기 시작해서, 여기가 노래방인지 술집인지 헷갈려하며 놀았다.
다음날 아침 9시.
북한산에 가는 줄 알고 일요일로 미룬 수업이 한 개 있었다. 산에도 못갔는데다가, 실컷놀다 들어 온 다음날 아침 9시 수업은..끙..거의 쥐약이다. 그래도 무한한 책임감으로 수업했다. 삼각함수따라 나도 바이오리듬이 최대값 최소값 사이를 오르락 내리락.
- 니네 너무 귀여운 거 아니니?
- 日常茶飯事
- 2008. 7. 14. 21:44
큰애가 만난지 1주년 기념으로 남자아이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장미꽃이라거나 앙증맞은 귀걸이라거나 향수라거나 혹은 예쁜 커플티? 뭐 이런게 정상이 아닐까싶은데..
그 순진무구한 남자애는 자그마치 이런걸 선물했다.
유시민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
요즘 진중권에게 꽂혀서 서재를 뒤져 <미학오디세이>를 제 방 책꽂이에 갖다놓고,
나에게 애교좀 떨어서 <폭력과 상스러움>을 주문해서 다 읽었었다.
'걔네 오빠'에 비해 자신이 너무 무식하다며 이 더위에 저런 무거운 책들을 읽어제꼈는데,
그 수고로움에 대해 뭐라 격려라도 한마디 얻어들었는지 꽤 궁금했건만.
아 어쩜좋아. 저 책. 무려 1주년 기념선물로 진지하게 고민하고 선정한 책일텐데.
얘네, 너무 귀여운거 아냐?
큰애가 어젯밤에 들어와선
"엄마, 오빠가 1주년 기념선물로 뭐해줬는지 알아? 에혀..-_- "
이러면서 저 책을 보여줬는데, 그 앞에서 푸하하하~ 웃지 않으려고 나, 무진장 애썼다. ^^;
- 칠월, 어느 토요일에.
- 日常茶飯事
- 2008. 7. 13. 00:36
잠깐 방심한 사이에 열어놓은 창문으로 비가 잔뜩 들이쳤다. 새로 깔아놓은 마루가 물에 약해서 신경쓰고 있었는데. 별수없이 마른 걸레를 들고 돌아다니며 빗물을 닦기 시작했는데, 그러다가 그만, 미뤄놓은 마루걸레질 모드로 돌입해버렸다. 이러려던 건 아니었는데..-_-
지난 목요일에 1박 2일짜리 제사지내러 충북에 다녀왔고, 오던 날 세타임 연속으로 6시간 수업을 하고 완전 그로기상태였는데. 그래서 청소고 뭐시고 다 눈딱감고 미뤄놨었는데. 그노무 비땜에. 한번 닦기 시작하자 이거야 뭐..프링글스도 아닌데 멈출수가 없었다. 두시간동안 여기저기 닦고 정리하고 치우고. 시간이 아까웠지만 그래도 뽀송뽀송해진 마루바닥에서 약간의 쾌감을 느끼자 내친김에 이번에 별이 목욕까지 오늘로 끝내야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뭐 이런데서 쓰잘데기 없는 오기가 발동하는건지. 등이 아파서 진통제를 먹은게 약효를 발휘한걸까?
시골가서 일만하고오면 등쪽에 담이 들린다. 쉬어줘야하는데..뭐 요즘 상황이..미국에서 고딩들이 방학을 해서 들어와선 여름방학 시즌 특강도 있고하여 오늘도 아침 9시에 가볍게 수업 한 개 하고 어쩌고저쩌다보니 토요일의 반이 지나가버렸다. 뭔가 좀 아쉬웠는데, 오후가 되면서 비가 쏟아진다. 잠깐씩 잦아들면서도 제법 쏟아지고 있다. 토요일에 비가 오니까 기분이 살짝 좋아진다.
장마비랑 어울리는 느낌은 안들지만 <수학의 눈을 찾아라>라는 책을 집어들고 읽기 시작했는데, 전개방식이 <수학귀신>이랑 비슷하고, 표지안쪽에 붙어있는 초딩부터 고딩까지의 수학체계표는 나름 유용할것 같다. 물론, 그걸 직접 만든 애들은 훨씬 더 효과적이겠지만, 그래도 안보는것보담이야 벽에 붙여놓고 심심할때 들여다보면 꽤 도움이 될것같다.
뉴욕에서 온 학생이 하드커버로 된 <CALCULUS>를 한권 턱하니 들고와선(가져온다던 교과서가 이걸 말하는거였다), 그 책을 위한 준비학습을 해달라고해서 나름대로 10-나, 수1, 수2에 이르는 단원에서 목차를 정리해서 두달짜리 커리큘럼을 만들었다. 어차피 시간이 부족해서 여러문제를 다 다루지는 못하겠지만 일단 연결되는 고리들이랑 개념에 대한 설명과 기본 문제풀이등을 해주기로했다.
그러면서 책을 몇권샀는데 그 중 <이야기로 쉽게 배우는 미적분>이 있다. 재밌다. 이 시리즈로 <대수학>이랑 <삼각함수>도 샀다. 세 권 모두 흥미롭다. 예전에 우리도 이런 책을 접할 수 있었다면 내 인생이 지금과는 달라져있을지도 모른다. 난 옛날엔 소설책만 읽었다. 수필이랑 시집도 가끔 섞어주긴했지만.
그때의 독서습관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수학책도 이야기로 되어있으면 좋다. 아니, 뭐가됐든 '스토리'를 가지면 흥미로워지고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다는게 내 견해이기도 하다. 수학개념도 공식만 딸랑 설명하는것보담은 뭔가 길게길게 풀어서 얘기해주었을때 아이들이 더 잘 집중하는걸보면 과히 틀리지않은 생각인듯. 그 길고긴 설명을 위해 이런 책들을 읽는다. 호호. 핑계다. 책읽고 싶어서 읽고, 수업할때 써먹는게 더 맞는 얘기다.
낮에 잠을 잔건 아닌데 빗소리들으며 라디오를 켜놓고 좀 뒹굴거렸더니 그게 휴식이 되어주었나보다. 잠도 오지않고..별수없이 미적분이나 '이야기로 듣고', 대체 '수학의 눈'을 어떻게 찾는지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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