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常茶飯事'에 해당되는 글 125건
- 2012.02.26 '그러던 어느 날 밤' 4
- 2012.02.11 섬 6
- 2012.02.11 향수 2
- 2012.01.30 Life is an attitude..를 다시 생각하며. 2
- 2012.01.16 關係 6
- 2011.12.19 밤낙서 12
- 2011.12.11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2
- 2011.12.05 plan B 4
- 2011.11.29 수학 선생님. 2
- 2011.11.23 흔지 않은 일상 중 하나 2
- 2011.11.19 참 다행이야. 4
- 2011.11.14 가을밤 산책 4
- 2011.11.10 Crystal Singing Bowl 3
- 2011.10.28 책없는 산책 먼저. 2
- 2011.10.27 항상 그렇듯이, 잡담. 4
- 2011.10.21 잃어버린 'Enter'들의 도시
- 2011.10.15 요즘. 4
- 2011.10.06 그녀.
- 2011.10.03 고전읽기의 어려움 2
- 2011.09.28 기대.
- 2011.09.22 바람이 서늘도 하여.. 2
- 2011.09.19 소소한 삶
- 2011.09.18 일요일의 수다.
- 2011.09.18 누구나 알고있는
- 2011.09.16 불면증
- 2011.09.14 구월의 어느날.
- 2011.09.13 버라이어T 한가위
- 2011.09.11 휴식.
- 2011.09.08 가재는 게 편.
- 2011.07.12 항상 제자리에'만' 있다.
- '그러던 어느 날 밤'
- 日常茶飯事
- 2012. 2. 26. 22:54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올것 같다는 기대감이 금빛이도는 베이지색 블라우스를 사게하고, 베이지색 트렌치코트도 사게하고, 요즘 백화점 매장에 눈에 띄게 한종류쯤은 진열되어있는 오렌지색의 부드러운 가죽 가방을 만지작거리게 하고..그리고 오래된 씨디를 한꺼번에 담아 둔 상자도 꺼내게 했다. 오래전에 내가 좋아했던 음악들을 다시 듣고 싶었다고.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은 그곡을 들을때면 자신을 기억해줘야한다는 주문같은 부탁때문에 잊혀지지도 않고 또 그때문에 듣지도 않았다. 뜯지도 않았던 비닐포장을 뜯어내고 음악을 듣다가 곧 그만둔다. 역시 안되겠어..
그리고 뒤적거리다 발견한 뉴욕물고기. Fish, out from water.
대체 어떻게 내 손에 들어온건지 전혀 기억에 없는 씨디 한 장. 음악도 참 좋고, 느낌좋은데.. 연주회에 간 기억도, 들어본 기억도, 심지어 누가 날 생각하며 사면서 싸인을 받아왔을 확률이 가장 큰데 그것조차도 누구에게서 건네 받은건지에 대한 기억이 없다. 제로다, 완전 백지상태.
몇년전에 이 씨디를 내 차안에서 발견했을때도 기억해내기위해 엔간히 노력했으나 실패. 다시금 기억해보기위해 머리를 쥐어짜도 기억나는게 없다.
미안해요..NY물고기님.
검색을 통해 이분의 두번째 씨디를 한 장 주문했다. 아마도 처음 음반을 냈을때 받았을것 같다. 나였든 혹은 내가 아는 누구였든. 가슴뛰게하는 노래들을 들려줬는데 이제야 알아봐서 미안해요. <진실의 숲> 기다리고 있다. 미리듣기를 통해 들어본 노래들은 기대할만하다.
나의 지론으로는 사람이든 책이든 음악이든 인연이 있어야 만나는 법이다. 그런면에서 내가 전혀 알 수 없는 경로로 나에게 와준 노래들이다. 특별하다면 이주 특별한. 이상한 기억력이 만들어 낸 특별함.. 한편으론 울고싶은 심정이기도하다. 이렇게까지 기억나지 않는 내 인생의 한부분을 생각하면.
그.러.나.
그야말로 '그러던 어느 날 밤' 갑자기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기억하기도 한다. 그 날을 기대하며.
덧1.
혹시 이 블로그에 들어오시는 지인 중에..이 씨디를 제게 선물해주신분이 계시면 제 기억력의 한계에 서운타마시고 말씀해주세요...사과의 의미로 밥을 사겠습니다. 커피도 살께요...
덧2.
내가 2집인 <진실의 숲>을 듣고있자 큰애가 나오더니 너무 좋다고..맘에 든다고..누구냐고 묻고는 NY물고기라고 하자, 1집이 귀한 음반인것 같으니 잘보관하자고 한다. 오천장찍은게 다라고 알려준다. 큰애가 좋아한다.. 여러모로 좋습니다..^^
가까이 살면서 꽤 자주 보는 후배들이 있다. 나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오래만나서 친구같은 애들인데 자기들끼리는 더 친하고 가끔 날 불러주는 내가 아끼는 후배들이다. 작년 겨울에 갑자기 넷이서 전주로 여행을 갔다왔고, 그 날 이후 우리는 매년마다 일박이일짜리 여행을 하기로 했다. 어제는 걔네들과 남이섬엘 갔다왔다. 거실창을 통해 본 풍경이라 약간 뿌옇게 보인다.
남이섬은 참 좋았다. 다른 계절엔 아직 가보지 않았지만 겨울엔 남이섬 곳곳에 모닥불을 피워놓는데 운치있고, 강가 별장같은 숙소는 우리들 넷을 단박에 설레이게 했다. 얼어붙은 강물위로 눈이 쌓여있고, 인적은 드물고, 방은 따뜻했다.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산책을 나갔는데 갑자기 눈이 오기 시작했다. 눈쌓인 남이섬을 꼭 보고 싶었던 터라 폭설이 내리길 기대했으나 눈은 마치 남이섬의 소품인양 잠시 산책하는 동안만 햇살속에서 거짓말처럼 흩날렸다. 눈이 오는걸 담고싶었으나 폰카메라로는 눈이 한개도 안보인다.
우리는 한참을 돌아다니며 걷다가 숙소로 돌아와 숯불위에 온갖것을 구워 먹으며 와인을 마시며 수다를 곁들였다. 쌀쌀한 날씨, 숯불의 열기와 취기로 볼들이 빨개졌고 서로의 이야기에 점점 더 유쾌해졌고 웃음 소리는 높아지고 그러는 중 어둠이 정말로 '내.려.앉.았.다.'
밤이라 더 깊어보였을 강물이 쌓인 눈때문에 신비롭게 하얗게 보였고 강건너 팬션의 운치있는 조명이 동화속에 있는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다시 밤 산책을 나가기로 하고 내가 집을 떠날때 필수적으로 챙겨가는 드립용품들을 주섬주섬 꺼내서 각자가 준비해 온 텀블러에 뜨거운 커피를 가득 담아 들고 다니며 마셨다. 별들이 서울보다는 한결 가까이 내려와 있었고, 오리온좌가 바로 머리위에서 지금이 겨울임을 명료하게 느끼게해줬다. 남이섬의 밤은 쌀쌀하고 커피는 향기롭고 뜨겁고 와인의 기운도 한껏 올라가고 현실감이 점점 떨어졌다. 섬에 와 있어서 느낄 수 있는 격리된 기분때문이었을까..
밤이되니 사람들은 거의 돌아가고 곳곳에 피워둔 모닥불은 혼자서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어떤 곳은 잔불만 남은 모닥불을 헤쳐가며 마치 별들이 땅에 그려지는듯한 기분을 느끼며 모닥불마다 헤집으며 장난을 쳤다. 섬에 있다는 기분, 이젠 육지로 나가려면 꼼짝없이 밤을 이곳에서 보내야 한다는 기분은 참 묘했다. 통제당하면서 느끼는 안심되는 기분 같은..이상한..
불끄고 누워서도 오랫동안 얘기들이 넘나들었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새벽에 물안개를 볼 수 있었는데 놓친걸까 생각했으나 강물이 얼지 않았을때나 가능했을거라는 잠정결론을 내렸다. 아침에 눈뜨자 마자 커피를 내리고..체크아웃후에 짐을 맡겨두고 이번엔 섬둘레를 걷기 시작했다. 정말 가장자리로만 돌아서 한시간쯤 걸었다.
식전 커피 외에 다시 체크아웃 직전까지 한잔씩 내린 커피를 담은 텀블러를 한 개씩 들고 천천히 걷고..시간에 쫓겨 덜말린 머리카락들이 얼어붙는 느낌인데도, 뽀드득소리가 나게 쌓인 눈길, 쨍하게 차가운 기온, 뜨겁고 진한 커피, 마음이 통하는 후배들...뭔가로 가득 채워지는 그런 기분으로 돌아왔다.
샤넬 알뤼르만 썼다.
가끔, 아주 가끔씩 샤넬 샹스를 쓰긴 했지만.
화장품 코너에 머무르는 일이 없는데, 시간이 좀 있을땐 향수 코너에서 기웃거리며 시향을 한다.
며칠전, 스무살 초반을 기억나게 하는 향수를 발견했다.
폴 스미스 로즈.
들장미향. 인공적인 느낌을 최대한 배제한 풀잎냄새가 섞인 장미향. 순수한 장미향느낌을 주는.
그리고 또 마음이 가는 향수가 생겼는데 선물받았다. 바디로션까지 같이.
글로우 바이 제이로.
바디로션은 롤리타 렘피카에서 나온게 가장 마음에 들었었는데, 이것도 나쁘지 않다.
새로 받은 향을 손목에 뿌렸는데.. 맘에 든다.
뜻하지않은 선물은 항상 기분을 좋게 해준다.
그건 아마도..
내가 생각지 못한 시간에 누군가가 나를 생각하고 그것을 골랐을 걸 상상했을때의 특별한 느낌때문이랄까.
모든 선물이 그런거겠지만.^^
- Life is an attitude..를 다시 생각하며.
- 日常茶飯事
- 2012. 1. 30. 13:01
어느 순간부터 내가 사람들과 대화하는, 또는 대답하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뭐가됐든 사실대로 명료하게 대답하는 성향을 갖고있는 편이어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오해를 사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그럴때의 나의 태도는 아마도..'그런 식으로 오해하는 사람과는 교류하지 않겠다'는 식이었을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에 대한 아쉬움같은 거 1g 도 없었고.
연말부터 느끼는건데 나도 이제 그 '명료하게 대답하는 습관'을 버려야 할때가 되지 않았나싶다. 직업병일지도 모른다. 정답이 나올때까지, 아이가 이해할때까지 정확하게 설명하는 버릇, 질문엔 반드시 대답하는 버릇같은게. 나이도 나이이거니와 단지 사실대로 대답했을때 어색해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눙치는건 내 성미에 안맞고..어떤 태도로 상황을 타개해나갈지 고민해봐야한다.
요근래 책을 안읽었더니 생각을 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결론이 안나온다. 고갈된 느낌. 독서회 쉰다고 요따구로 살다니. 책 읽어야한다..책.
#1.
그동안 한때나마 책을 열심히 읽었던 내가 지금의 나인지 스스로 의심될만큼 책 안읽고 있다. 배고픈데 밥 안먹는것과는 약간 다른 느낌인데, 노는게 너무 재미져서 배고픈데도 간간이 과자 부스러기나 줏어먹고 밥 안먹는 느낌이랄까..암튼 책은 여전히 손에 잡히질 않는다.
지난 금요일부터 밤잠을 설치기 시작했는데 밤새 불켜놓고 한시간내지 두시간 간격으로 깨어나며 잠을 잤더니 드디어 오늘 아침엔 일어나려하나자 온몸이 뭔가로 두들겨맞은 듯한 상태가 되었다. 삼일째 이 상태다.
자꾸 까먹어서 드디어 자동차검사 마감일이 내일로 다가와버렸다는걸 어젯밤에 문득 기억해내고 오늘 아침에 수업시간을 조정해서 자동차 검사를 받으러갔다. 아침에 도저히 못일어날것 같은 컨디션이었는데 간신히 일어나 커피를 한잔 만들어 차에 싣고 자동차 검사장으로 갔다. 가면서 커피를 마시고 기다리면서 커피를 다 마시자 몸에서 통증이 약간 사라지는게 감지되면서..내게는 커피가 거의 마약 수준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자동차검사때문에 억지로 수업을 한 개 조정했는데, 그 다음 수업하는 애가 수요일로 시간을 바꿔달란다. 얘는 약간 상습범인데 거의 수업시간에 임박해서 내가 노는 날로 수업을 바꿔달라고 하는데..약간 짜증이 났다가 그냥 참기로 했다. 그래..쉬는 시간 생겼다치고 쉬자.. 평소 수업 쉬는걸 좋아하는 내 태도를 아이들도 감지한 탓이다. 그래도 이렇게, 일이 생겨서 미리 수업을 조정하는게 아닌, 시간이 다되어가는데 오기 싫어져서 오분전에 시간을 바꾸는게 반복되는 아이는 수업을 그만하라고 통지하긴한다.
갑자기 확보된 시간에 더 진한 커피를 마시고 이공간에 머무르고있다.
사는건, 끊임없이 뭔가를 고민하고 선택하는 순간들로 점철되어져 하루가 일주일이되고 그 일주일이 모여 한달, 일년이 되고 그렇게 늙어가는건가보다. 이정도 나이면 더이상 고민할 꺼리 없이 일상적인 일들의 반복으로 시간이 채워질 줄 알았건만 삼일씩 잠설쳐가며 고민하고 선택해야 할 부분이 내겐 남아있다. 이건 좋은건지 나쁜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시간이 훨훨 지나가고있다.
지난해가 가고 다시 올해가 벌써 이만큼.
오래도록 알고 지냈으나 더이상의 관계는 없어진 한때 친구들에 대한 미련이 점점 옅어지면서 그까이꺼 언제부터 사람에게 기대하고 살았다고 미련이 남나 싶어 훌훌 털고있는 중이고, 더 오래도록 알고 지냈으나 온갖 트라우마를 함께 가진 친구들이라서 오히려 내 상처가 들쑤셔질까봐 슬금슬금 피하던 진짜 오래된 친구들과 요즘들어 미친듯이 교류하며 지내고 있다.
거의 온종일 실시간으로 존재여부를 확인하는 중.
몰랐는데..난 독립적인 개체라고 생각했는데...얘네들의 이런 끈끈함이 내게 위로를 주고 있다.
큰아이와 연말에 한바탕 부딪힘이 있었는데 어찌보면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끔 방향전환이 됐고, 작은애는 시카고에서 멘토를 하나 만난듯한데 아이 얘기만 들어서는 아직은 잘 모르겠으나 부디 아이가 기대하는 그런 멘토이길 기도하고싶을 지경.
에피소드 하나.
큰애랑 한바탕 한뒤, 난 자고있던 그 새벽에, 열받은 큰아이가 제 동생한데 카톡을 했다고 한다.
[야..니네 엄마가 나 미워해.]
[왜 또 엄마랑 한판 붙었어? 우리가 생각할땐 가끔 엄마의 행동이 황당하겠지만 이렇게 한번 가정을 해봐, 누나. 십몇년뒤에 우리가 애를 키우게됐는데 그때는 시대가 변해서 하루에 여섯끼니를 챙겨줘야하는데 우리 애들이 왜 엄마아빠는 우리에게 다섯끼니밖에 안챙겨주냐고 항의한다고 생각해봐라. 그 황당함이 어떻겠냐..]
작은애는 이제 지가 아빠 다음으로 집안의 가장인 양 나랑 큰애에게 철 좀 들으라는 식으로 슬쩍슬쩍 잔소리를 한다. 짜식..
나한테는 그랬다. 다음날 전화해서는 [ 엄마, 좀 다르게 표현하지 그랬어요..] 흥. 그래도 내가 엄만데..흑.
친구들과의 관계도 변하고 부모자식간의 관계도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내 부모와도 그랬고 자식들과도 그러겠지.
함수와 같다. x에 따라 y가 결정되는 관계. 난 요즘 독립변수가 아니라 완전 종속변수다, 여러모로.
잠이 오지않는다.
책도 안읽히고 생각만 한가득.
운동화를 깜빡잊고 피트니스센터에 갔다.
결국 운동포기, 커피마시고 왔다.
몸이 부은 느낌이 가시질않는다.
땀흘리며 걸었어야하는데 바보같이 운동화를 안챙기다니.
노트북은 수리맡기고 갤탭들고 만지작만지작.
아침이면 지워질낙서.
예전같으면 편지썼을 그런 기분.
낮에 옷장하나를 정리하고 커다란 종이백으로 한가득 옷과 가방을 버렸다. 실은 더 버려도 된다.
며칠전 동창회에 갔다왔는데 당분간 그동창회엔 나가지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왔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쉼표가 필요할때가 있다. 쉬다가 마침표를 찍을수도 있는일인데 그래도 어쩔수없는 관계가 생기기도 한다. 사람간의 관계도 버려야할때가 있다. 가슴아픈일이지만 어쩔수없다..
-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 日常茶飯事
- 2011. 12. 11. 00:23
#관찰.
가만히 본다. 이야기를 듣는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생각해본다. 같이 웃는다. 관심사를 알게된다. 취향을 알게된다. 지향하는 바를 세단어로 말한다. free, romantic, a little bit bourgeois. 공감하며 그 명료함에 감탄한다. 오래된 동창을 새롭게 알아가는 일련의 과정, 흥미롭다. 생각해보니 말을 건네 본 건 처음이다.
그 말은 항상 진리다.
<사람이 온다는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사람의 일생이 오기때문이다.>
#대화.
여름에 만났고 점심시간 정도의 시간만큼 근황을 듣고 별일 없이 살고 있구나 생각하고 헤어졌다. 겨울의 초입에 다시 시간을 내어 맥주를 한 잔 한다.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듯 이런저런 얘기들을 한다. 특히 새롭게 가치관을 자극하는 일들에 대해 고심하며 털어놓고 그것을 들어주고 내 생각을 말해주고 어떤 사항들은 가볍게 무시하길 바라는 마음에, 마음을 건드리는 어떤 것들은 잊으라는 말도 건넨다.
친동생은 아니지만 삼십년동안 그 아이를 내 동생으로 생각하고 살았다. 여전히 듬직하고 소신껏 살려고 노력하고 있었으나 살짝 의기소침해진 모습을 느낀다. 인생은 플랜A 만 있는게 아니란다. 실제로 더 중요한건 플랜 B,C,D...에 담아질 수도 있지. 이제부터라도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위로하고 편들어주며 살자... 항상 네가 행복하길 내가 늘 바라고 있는걸 너는 알고 있을까?
#응시.
마음을 열어 보여주는데 그 마음을 다 담을 수가 없을땐 가만히 지켜보게된다. 어쩔 수가 없다. 내 그릇엔 넘쳐나기때문에.
며칠전 새벽에 잠이 깨서 남편이랑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인사이동의 계절인데 아직도 연락이 없다..이번에도 물건너 가는걸까..라는 얘기가 나왔다. 약간 불안해하는것 같기도하고 정치성이 전혀 없는 자신의 성격에 대해 약간의 자책도 하는거 같길래, 그런 제안을 했다.
[우리, 계획을 세우자. 플랜A와 플랜B를 만드는거야. 플랜A는 일이 잘됐을때 당신이 하고싶은거를 하는거고, 플랜B는 연락이 없을때 우리에게 위로가 될만한 걸로 계획을 짜는거지. 어때?]
그래서 우리는 플랜A 와 플랜B에 대한 계획을 꼼꼼히 짰다. 원하는것을 말하고 상상하는것 만으로도 둘 중 어떤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기분이 나빠지지 않을 것같은 착각이 들게했다. 플랜A는 화려하게, 플랜 B는 세심하고도 위로가 될만하게.
언젠가부터 자주 그런 생각을 했다.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최고의 일을 해내고 많은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고 부러움을 사는 그런 삶을 사는 사람들의 얘기들이 어디서나 부각되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만, 보통의 삶은 최선의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또는 최선의 노력 자체가 그닥 빛을 발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대단하고 찬란한 그런 인생을 원했을지 모르지만 현실은 소소한 삶 그 자체라는 거. 말하자면 인생의 대부분이 플랜B로 점철된 삶이었을지도 모른다는거.
어린 나이엔 플랜B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면 이제는 그게 뭐가 어때서! 라고 스스로에게 진심으로 말할 수 있게 된게 어른이 되어 달라진 점이라고나 할까. 그러니 이제는 내 아이들에게도 진심을 다해 노력했다면, 그러니까 남들보기에 최선을 다한게 아닌 여러가지 개인의 특성과 자질을 고려해서 스스로 생각해볼 때 최선을 다한거라면 그것이 플랜B라 할지라도 충분히 의미있고 그것만으로도 인생은 아름다운거라고 말해줄수 있다.
어쩌면 플랜B에 좀 더 주변을 돌아 볼 수 있는 여유가 담겨질 수 있고, 그래서 사람들의 삶이 하나하나 그 자체로 의미있고 소중하다는 걸 알아갈 수도 있고, 그래서 오히려 조금 더 행복해 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원래 사람들앞에 나서는 걸 병적으로 싫어하는 편인데 제론이 사은회일을 맡는 바람에 나도 낑겨서 좀 도와주게되었는데,
오늘 그 일이 끝났다. 대부분의 일을 제론이 다했고 또 같이 일한 친구들이 좋아서 힘들진 않았는데 신경쓸일이 이것저것 좀 있어서..휴.. 암튼 끝.
졸업 후 처음으로 뵌, 내가 좋아하던 수학선생님께 후식으로 과일을 갖다드리며 인사를 드렸는데, 내 전화번호를 적어가셨다. 예전에 얼마나 열정적으로 우리를 지도하셨는지를 세세히 기억하던 난, 그때 일을 말씀드렸는데, 교장이었을때보다 그때가 더 좋았노라는 듣기 좋은 말씀도 해주셨다. 예술하는 아이들에게 수학 지도하는게 쉽지 않았는데, 모든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기위해서 꼼꼼히 메모해가며 질문하고 문제풀게 하셨다고.
선생님덕분에 그때부터 수학을 좋아하게 됐다고 이제사 말씀 드렸는데 그 말씀을 드리게 되어 참 기뻤다.
얼마전에 지나가다 발견한, 아파트 뒷편에 배드민턴 가르치는곳 전화번호를 메모해뒀었는데 (언젠간 꼭 배우러 갈 생각에), 선생님께서 우리 동네에 자주 오신다고 말씀하시길래 무슨 일로 오시냐고했더니 배드민턴 치러 그곳에 자주 오신다고, 배드민턴을 가르쳐주시겠다고 하셨다. 세월이 지나도 내게 뭔가를 계속하여 가르쳐주실 분이다.
수학 선생님을 다시 뵙게 되어 매우 기쁜 날.
게다가 신경쓰인 일도 마감하게 되어 더욱 기쁜 날.
그런데 너무 신경을 썼더니 잠이 안온다...피곤한데..
- 흔지 않은 일상 중 하나
- 日常茶飯事
- 2011. 11. 23. 21:24
모처럼 수업이 7시에 끝난 날.
위층으로 올라오자마자 피곤이 몰려오길래 잠깐 누웠다가 살짝 잠이 들었는데 그 느낌이 너무 달콤했다.
본격적으로 자겠다는 야무진 결심을 하고 씻고 나서 잠을 청하는데 잠이 안온다.
그래도 꿋꿋하게 불끄고 갤탭을 만지작거리며 잠을 청하고 있다.
오늘은!
반드시!
초저녁부터!
자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항상 생각하던건데,
마음이 보이지 않는다는건 참 다행이야.
내마음이 나에게 보이지 않는것도 다행이고, 남에게 보이지 않는것도 다행이지.
십년전쯤이던가 김장훈의 '혼잣말'이란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아직 내 맘속엔 하루에도 천번씩 만번씩 네가 다녀가......'라는 가사를 듣고는 더 다행이라고 생각했지.
울고싶다는 친구옆에서 내가 더 울어버리고 싶은 심정같은거가 보이지 않는것도,
주체할 수 없는 엉크러진 실타래같은 느낌으로 뭐하나 가닥도 안잡히고 실마리도 안보이고
생각을 정리한다고 하는데도 마구마구 뒤엉켜가는 그런 정돈되지 않은 마음을 들키지않는것도,
언젠가 친구 제론이 말한대로, 아주 작은 갈고리에 걸려 넘어져서, 엎어진김에 엉엉 울고있는 마음이 안보이는것도,
진짜진짜 다행이지.
그리고 더 다행인건, 변덕이 죽끓듯하는 내마음이 내게도 안보여서 스스로 변명의 여지가 있는것도 다행이구.
남의 마음을 대놓고 볼 수는 없다는것도 생각해보니 참 많이 다행이지. 보이면 모른척 할 수도 없을텐데말야.
내가 들여다봤다는걸 상대방이 다시 알게 되는것도 참 난감하지않겠어?
암튼, 마음이 들여다보이지 않는 이정도 차원의 세계에서 살고 있어서 그것도 참 다행이야.
지난주엔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썼는데
그 후유증으로 일요일까지 수업을 세개나 했다. 시험기간도 아니었는데.
일주일동안의 정신없음을 보상하는 차원에서 밤에 산책을 했다.
주로 밤에 걸을때 같이 걷는 동네친구가 한명 있는데
이친구가 미국에 이십여일 다녀온데다 나까지 바쁜 바람에 오랜만에 같이 걸었다.
미국에 있는 아들 만나고 온 얘기도 듣고,
아들이 데려올 여자친구의 피부색에 초연할 수 있는 마음가짐도 있어야한다는 얘기,
우리 나이에 암판정을 받아 깜짝 놀란 지인의 얘기도 하고
하고싶은거 하며살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 만나며 사는게 좋겠다는 얘기랑
건강에 신경을 많이 써야할것 같다는 얘기, 그래서 자주 만나 걷도록하자는 얘기도 하고
테크노마트 스포츠센터가 재개장을 했으니 거기 다시 나가서 운동해야겠다는 얘기,
사는게 좀 쓸쓸하고 재미없어질라고 한다는 얘기 등등
날씨가 제법 쌀쌀했다.
생각해보니 어느새 십일월 중순이다.
나는 다이어리가 거의 손에서 떠나질 않는 편이고 12월부터 다음해 다이어리를 쓰는데
이미 11월이 반이 지나가려는데 아직도 다이어리를 구경도 못했다.
꽤 오래전부터 그해에 새로나온 다이어리를 검토하고 매우 신중하게 하나를 골라서 그 다음해 일년을 함께하는건
내게 한 해가 끝났음을 인지하고 내년을 준비하는 꽤 중요한 의식과도 같은일이 되어버렸다.
올해는 어떤 새로운게 나와줬을지 무척 궁금한데..
부드러운 가죽표지에, 예쁜 색상의, 손에 딱 쥐어지는, 그런 다이어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블로그에 띄엄띄엄 내마음의 흔적을 적어내려간다면,
다이어리에는 매일 매일의 시간단위로, 그날의 수업이랑 약속, 만난 사람들,
갑자기 생각난 메모들, 책읽다가 갑자기 적어놓는 구절들, to do list, wish list 등등의 일년치 내 일상이 들어간다.
다이어리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스마트폰의 플래너로는 왠지 해결이 안된다.
이러고 적어내려가다보니 빨리 다이어리를 사러가야한다는 생각에 조바심까지 난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니, 일상적인 사소한 일들이 이제서야 생각이 나네.
- Crystal Singing Bowl
- 日常茶飯事
- 2011. 11. 10. 00:17
종교를 갖고있지 않아서 신에 대한 믿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살면서 때때로 '신이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경험들을 해왔다. 그걸 달리 어떻게 표현할 방법은 없다. 말그대로 신에게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었으니까. 어제, 우연히, 나로서는 전혀 예상도 못한 신비한 체험을 했다. 이것이 내가 신에게로 가는 첫걸음인가 하는 의심이 들정도로.
점심약속이 있었는데 집에서 만나도 괜찮겠냐는 문자에 그러겠다고했다. 같은 아파트인데 한번도 방문한적은 없었다. 서로. 삼년전이던가, 학생엄마로 만났는데 만나자마자 이 분을 십년전에 만났으면 내 인생이 좀 달라졌을텐데..라는 긍정적인 느낌을 받아, 낯가림이 심해서 한번도 그런 말을 하는 법이 없는 내가 그말을 대놓고 할정도로 호감이 느껴졌었던 분. 나보다 연배도 좀 있으시고 똑똑하고 유머러스하고 무엇보다도 그 아들이 너무 사랑스러운 그런.
한정식집에서 먹는것처럼 많은 나물들로 점심을 차려주셨는데 밥도 맛있었고, 마음도 편했고, 식사 후 singing bowl 체험을 해보라고 하셔서 거부감없이 시작을 했다.
난 명상에 대해 관심을 가져본적이 없어서 완전 일자무식이다. singing bowl 얘기도 처음 들었고 실물도 처음봤다.
올초였나 캘리포니아쪽으로 아이가 가족여행을 가느라 수업을 한참 쉬었었다. 그땐 몰랐는데, 캘리포니아 샤스타에 가서 직접 크리스탈 보울을 사온거라는 얘길 어제 들었다.
그리고....
난 정말이지 지금도 스스로도 믿어지지가 않는데.....처음 보울을 치는 소리에 내가 바로 티벳의 설산에 가있었다. 어떤 봉우리의 망루같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서있었는데 도중엔 주황색 승려복을 입고 타종도 했다. 연주내내 다른곳도 안가고 내내 내가 그곳에만 있는게 너무 이상해서 의식적으로 눈을 뜨고 그 집 천장을 보기도했었으나 곧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곤 했다. 발이 약간 시려웠고 내몸이 여기 있음을 분명히 의식하고 있음과 동시에 내의식과 심지어 몸까지 분명히 그곳에 있었고 지금도 너무 또렷하게 그 장면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는 오후내내 머리는 무겁고 아팠는데도 불구하고 몸은 내 몸 내부를 가득히 민트로 채운것처럼 청량감이 느껴졌다. 이게 대체 뭐지....? 아, 진짜 완전 신기하다. 수업을 끝내고도 머리가 너무 무거워서 밤에 강변을 한참동안 걸었더니 그 현상은 없어졌다.
그리고 오늘은 넘 바빠서 뭔가를 찾아볼 엄두도 못냈는데, 좀전에 이것저것 검색을 해보고는 완전 전율했다.
아무런 사전지식없이 첫 음에 나는 티벳의 설산으로 순간 가버렸고 내내 그곳에만 있었는데..
이런류의 명상을 사운드요가 또는 Nada Yoga 라고 하고 Crystal singing bowl therapy 라고하는데, '크리스탈 보울은 티베트의 영적지혜가 담긴 신비의 명상도구인 티베탄 싱잉보울의 원리에 따라 수정(크리스탈)을 이용하여 과학적으로 음을 조율해서 만든 새로운 형태의 명상보울이다. 이 소린 우주에서 발생한 맨처음소리(근원음)와 에너지를 담고있다' 고 네이버에서 좀전에 비로소 알게됐다.
요즘 걸핏하면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어서 아주 괴로웠는데, 그런 얘기는 그분께 한마디로 한적도 없는데, 이건 불면증에 효과가 있는 사운드 테라피의 일종이기도 했었다. 사운드테라피가 자연의 소리를 녹음한걸로 안정감을 유도한다면 이 크리스탈 보울은 뭐, 스파에나 가야 체험 할 수 있는 최상의 버전이랄까.. 그거말고도 흥미로운 얘기도 많이 들었는데, 나의 전생에 대한것도 있었다. 흠.
이게 대체 뭐지....어떻게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그 소리를 듣자마자 티벳의 설산으로 가버린건지..실제로 갔다온 듯 기억이 선명해서 잊혀지지가 않는다. 두고두고 잘 생각해봐야겠다. 그 순간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지.
- 책없는 산책 먼저.
- 日常茶飯事
- 2011. 10. 28. 11:37
아차산에 가보면 다들 등산복을 입고 오기때문에 나처럼 트레이닝복을 입고 잠깐 산책나가듯 가면 왠지 좀 이상해서 새벽이나 밤에 다니는게 더 좋은데 이젠 신경쓰지않고 아무때나 모자와 선글라스로 위장하고 다니기로했다. 일주일 5회이상 산책하기가 목표인데 실천력은 좀 떨어지나 어쨌든 오늘은 산책을 했다.
아차산 생태공원에 가을이 쬐끔 와있다. 소나무길쪽으로 올라가서 중간쯤에서 내려온다.
회랑의 기둥들, 그 기둥들이 늘어서서 열주를 이루는 모습들을 좋아하는데,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는것도 비슷한 느낌으로 좋다.
나의 산책길.
덧1
11월의 산책길은...조금 더 진한 빨강이 드리워지고,
초록이 단풍든다는게 어떤건지 여실히 보여주며,
할로윈의 여운과 낙엽길을 보여주기도 하는,
그런 나의 산책길. ^^
- 항상 그렇듯이, 잡담.
- 日常茶飯事
- 2011. 10. 27. 13:24
1.
어제는 수업 후 캔디네 집에 놀러가서 수다를 떨다가 간간이 개표결과를 확인하면서 둘이서 매우 흐뭇해했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거의 자정이 다되어 일어났는데 시동을 켜니 라디오에서 성시경이 클로징멘트를 하고 있었다. 순간, 그 유명한 "잘자요~"를 들을 수 있으려나 싶어 귀를 쫑긋 세웠는데, 정말 감미로운 목소리로 "잘자요~"를 해주더라. 와우...이건 뭐..앞으론 꼭 자정전에 라디오를 켜야겠다. 짜식..군대갔다오더니 능글능글해져선 더 맘에 드네.
2.
<꿈을 이룬 사람들의 뇌>의 읽어야 할 부분이 잔뜩 남아있는데 주말에 어디론가 놀러가고싶어 마음이 들뜬다. 금요일저녁부터 토요일까지 나만의 시간이 주어질것 같은데, 캔디는 아마 데이트가 있을것이고...여주에 갈까했는데, 언니는 이사준비땜에 바쁘다하고, 다른 친구들도 다들 주말이니 바쁘겠지. 어쩌다 시간이 주어져서 매우 감격스러운데, 어쩌면 도서관가서 책읽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 강이 보이는 창가자리에서 책읽으면 운치있으니까. 아니면 책한권들고 산책을 가든지. 걷다가 읽다가 걷다가 맛있는거 사먹고 책읽다가 또 걷지 모. '책읽는 산책'쯤 되려나. 그래도 캔디한테 책읽는 산책을 같이 할 생각이 있는지 물어보긴해야겠다.
3.
책읽는 산책을 하게되면 꼭 후기를 써야지~.
4.
지난번에 작은애는 시카고에 있고 , 큰애는 요코하마에 갔을때, 우리만 집에 남게되어 남편이랑 서울시티투어하는 기분으로 둘 다 마치 여행객처럼 대충 입고 편한 신발신고, 삼청동길을 걷다가 북촌칼국수에서 점심먹고, 그 옆의 에릭 케제르에서 한개 3000원짜리 커다란 초코칲쿠키를 하나 사들고, 까페 연두에서 아메리카노를 테이크아웃해서는 정독도서관 정원 벤치에서 느긋하게 얘기하며 오후를 보냈었다. 정독도서관 산책도 하고. 그 초코칲쿠키랑 그 커피 생각난다. 환상의 궁합이던데. '책읽는 산책'도 코스를 고를 수 있네?
5.
나같은 일을 하다보면 마음 상할일이 가끔 있다. 이번주초에도 그랬는데 이런 일은 가뭄에 콩나듯 어쩌다 한번 있어도 내가 왜 이 일을 계속 하고있는가 하는 자괴감에 시달리게 된다. 법륜 스님의 책과 말씀을 통해 내가 많이 온유해졌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건 뭐..이런 사소한일에 맞닥치고보니 전혀 아니었다. 다 그만둬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그 순간에 이성을 챙겨 스스로 무덤 파는 일을 간신히 면할 수 있었다. 그래도 며칠간 마음이 진정이 안되고 속이 상했었다. 어제 친구에게 그런 얘기들을 털어놓으며 어른스러워지는거, 아직도 한참 남았다며 자평을 했었다. 물론 그 일의 원인이 된 사람에 대한 험담도 곁들여서.
그런데 오늘 그 엄마가 인사를 하겠다며 찾아왔다. 그 엄마야 그동안의 내마음의 상태야 전혀 짐작도 못할것이고, 지금 다시 생각해도 무슨 일처리를 저런 순서로 할까 싶은 생각이 비집고 올라왔지만, 나는 최대한 예의바르게 행동하긴했지만 그동안 마음을 잘 못다스렸던 걸 생각하니 부끄럽고 좀 당황스러웠다. 허둥지둥. 마음을 숨기느라 완전 바보같아 보였을거다. 이렇게라도 주절거리고나면 잊을 수 있다. 당장은 일을 그만 둘 생각이 없으니 이 사건은 잊고싶다.
6.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라는 말을 내아이들에 대한 경험치로만 이해했었는데 요즘에 그 말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 잃어버린 'Enter'들의 도시
- 日常茶飯事
- 2011. 10. 21. 10:23
지난 글을 그렇게 자주 읽어보지는 않는편인데
오늘 문득 페이지를 넘기면서 지난 글들을 몇개 읽다가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내 글들의 모든 '엔터'가 사라졌다.
줄 사이의 간격이 없어지자 내가 너무 싫어하는 형태의 답답한 글들이 내 블로그를 온통 차지하고 있다.
수정하는 파트로 들어가서 엔터를 치며 줄간격을 맞추다가 몇개 하고는 포기했다.
스킨의 문제인지, 갤탭으로 접속하여 글을 쓰면 그런 문제가 생기기도 하던데 그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
이적의 단편소설, <잃어버린 우산들의 도시>에서였던가,
사람들이 지하철, 도서관, 카페, 기타등등 여기저기서 잊고 두고 내리는 우산들을 소재로 쓴 글인데,
읽었을때 '맞아맞아, 이럴지도 모르겠다~'며 공감했었다.
내 일의 특성상 <잃어버린 지우개들의 마을>정도의 아류작도 생각할 수 있다.
그나저나, 내 엔터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또 사라질지도 모르는 엔터들 때문에 두번씩 엔터를 치면서 글간격을 넓히며 투덜거리고 있다.
어제는 삼일째 제대로 못잔 후유증이 심각하게 오길래 9시에 일을 마치자마자 비습관성이라는 수면유도제 한 알을 먹고 잠이 오길 기다렸으나 한시간이 지나도록 잠들지않길래 위스키도 한 잔을 마셨다. 그러면서 문득 이게 약물남용의 시작일까...라는 걱정을 30초정도했다. 그리고 불을 켜놓아서 잠이 더 안오나싶어서 불끄고 티비를 조용히 켜놓고 소파에서 잠들었다.
가족들이 귀가할때마다 잠깐씩 깼다가 다시 잠들기를 반복하다가 문득 김치가질러 오라시던 친정엄마 말씀이 기억났으나 요즘같은 몰골로 갈수가없어서 며칠 더 미뤄야겠다고 생각하며 또 잠이들었다. 방법이야 어쨌든 아홉시간 정도를 연속으로 자고났더니 오늘은 낮에 밥도먹고 좀 나아진듯.
집에 들렀다가 내 요즘 상태를 들은 후배의 문자도 와있고..[언니, 내가 주변에 좀 알아보니 불면증에 라벤더차가 좋대요. 라벤더차좀 마셔요.] 부재중통화, 왜전화를 안받냐는 작은애의 문자, 카톡들,,,
점심먹는 남편앞에 초췌한 몰골로 마주 앉아 있었더니
[에구... 종이로 만든 우리 마누라..]이런다.
아 참, 김치가져와야지!!
엄마 생각이 났다.
고등학생때랑 대학후반부에 하도 골골하며 다녔더니 엄마가 한숨섞인 말씀을 하셨었다.
[ 아니, 애가 종이로 만들어 풀로 붙였나, 왜이렇게 션찮아..]
에고, 엄마. 나 요즘도 좀 션찮아.
나도 내가 종이로 만들어졌나 의심하는중이야.
아님 나도 하이킥의 윤유선처럼 이게 다 그때가 오려고 이러는가 싶어질정도로 상태가 안좋다.
흑. 쓰고보니 쫌 더 슬퍼질라그러네.
덧1.
어제 낮에는 한때 나의 소울메이트였다고 (어쩌면 나만 그렇게 생각한) 여겼던 친구를 4년만에 만났다. 4년이 지난줄도 모르다가 문자속에서 문득 깨닫고 한번 봐야겠다는 얘기가 나와 한달전에 약속을 했었다. 요즘같은 컨디션이면 왠만하면 약속을 취소해야하는데, 이 친구는 또미루면 다시 4년이 흘러갈지도 몰라서 아무 말없이 약속장소로 나갔다.
비오는 예술의 전당은 참 운치있었다.
카페 모짜르트의 창가에서 식사를 하는데, 모든게 좋았다.
예전과는 또다르게 솔직하게 자기얘기를 다 하고있는 친구를 보며 겉모습은 그닥 변하질않았는데 세월이 이 친구를 변하게 한건지, 아니면 바쁜 생활속에서도 아들이 대학을 잘가줘서 거기서 오는 여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암튼 좋아보였고, 그래서 기뻤다.
대학에 출강하랴, 가외로 또 일도 많이 하고, 그러면서도 튼튼해서 애들이 엄마를 너무 믿는다고 슬쩍 불평하는 모습마저 건강해보여 좋았다. 여전히 날씬하고 매력적이고 실력있고..
나는 왜 뭔가를 더 공부하지않고 그대로 주저앉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내가 하자, [글을 써...]라는 말을 건네온다. 오랜시간 떨어져 지냈는데, 블로그의 존재도 모르는데, 그동안 사느라고 지쳐서 내가 일기 한 줄 안썼을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그렇게 말해주는 그 조언은 신선했다. 그치만 글을 아무나 쓰나. 그래도 그 친구가 내게 그런말을 건네주자, 지금이라도 어디가서 좀 배우고 뭐라도 시작해볼까 하는 유혹을 (돌아오는 전철안에서 잠깐이나마) 느낀건 사실이다.
돌아올때는 죽을것처럼 피곤했는데 참을 수 있었다.
거의 저녁무렵, 그녀에게서 문자가 온다.
[내일 스케줄이 어때?]
[내일은 일이 많고 오늘저녁은 일찍끝나. 내가 그쪽으로 갈까?]
저녁7시의 강변북로는 많이 막힐거라 예상했었는데 오히려 쌩쌩 달려서 금방 그녀의 집으로 갔다.
마포대교북단에 도착하니 겨우 20분쯤 지나있었다.
정말 편하게 아무 준비도없이, 부담도 없이
단지 얘기가 하고싶어서,
그렇게 만난 그녀와 저녁나절을 함께 보낸다.
서너시간쯤을 함께 있다왔는데 마음이 가벼워졌다.
나는 가까운 사람에게도 마음을 다 열지못하는 그런 사람이었는데..
이 친구를 통해 진정한 친구가 어떤것인지를 이나이에 새로 배워가고있다.
항상 위로받고 어떤 경우에도 나를 응원해줄것 같은, 나를 위해서 같이 기뻐하고 슬퍼해주는,
나로 하여금 그녀에게, 혹은 누군가에게라도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고싶어지게 만드는,
의미있는 생각을 하고자 노력하게 하고,
어떤 일이든 집중해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게 상황정리를 명료하게 해주는,
그러면서도 서로 자유로울 수 있고, 존중해주고싶고 존중받는 느낌을 주는,
그런 친구.
내가 읽고있는 책을 얼른 같이 읽어주고 의견을 나누고 공감하고 소통하고..
마음을 여는 법을 가르쳐주고
열어보인 마음을 다독여주고
따뜻하고 너그러운 시선으로 내얘기에 집중해주고
내 눈을 바라보며 많이 웃어주는 그녀.
내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남자, 방으로 들어가다>를 간신히 다 읽고나자 뒤로 줄 서있던 <처녀들, 자살하다>와 <백년의 고독>과 <너무나 많은 시작>을 줄세워놓은 그 앞으로 <꿈을 이룬 사람들의 뇌>와 <자기혁명>이 끼어들었다.
이십대초반에 영문학도인 친구를 따라 여러 책들을 섭렵했었다. 그 친구덕분에 내 전공과는 무관한 책들을 어지간히도 넘보며 그 시절을 보냈었다. 지금은 영문학도인 딸아이를 따라 읽는데, 이 아이가 민음사의 모던 클래식을 좋아해서 나까지 위에 언급한 저 책들에 관심이 간다. '모던'이란 말이 붙었듯이 1980년대 책들이다. 아마도.
그러나 그사이 나의 독서는 약간 방향을 달리했고 소설책 우선의 읽기에서 관심가는 사람의 '조언'류에 더 우선순위를 두기 시작했다. <자기혁명>은 따로 포스팅을 통해 정리하고싶은 박경철의 신간이다. 어떤 방향으로 삶을 살아나갈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아들아이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인데 겨울방학에 맞춰 보내줄려고 이런저런 책들을 모으고있는데 그 중 한권으로 발탁된 책이다.
컨디션이 안좋아서 연휴를 거의 침대에 꼬매놓은듯이 지냈는데 뒹굴며 읽어도 집중이 잘 될정도의 흡인력이 있는 책이다. 2011년 10월 1일 발행된 책이어서 그야말로 따끈따끈하다.
<꿈을 이룬 사람들의 뇌>는 2009년 책인데 사놓고도 제대로 못읽고 있었다. 내용이 만만치않아서 책들고 도서관에 가야 집중해서 읽을 수 있을것 같다. 다음달 책으로 추천했는데 선택되어져 11월 2일까지 다 읽어야한다.
이러니 30년전에 쓰여진 모던 클래식이나 1982년 노벨상 수상작이라는 <백년의 고독>은 또 뒤로 밀리고..
고전읽기주간 내지는 고전읽기의 계절쯤을 정하고 다 차단해야 고전읽기가 가능해질지도 모르겠다.
<자기혁명>에서 독서에 대한 조언을 10가지 했는데, 그 중 마지막이 '돌아가신 분의 책을 읽어라. 선택의 여지없이 좋은 책이다' 라고 했는데, 돌아가신 분들의 책은 저~ 뒤로 밀리고 있다. 끙.
내일 이동네 모든 애들이 수학시험을 보는 관계로 오늘 10시간 수업했다.
거의 자정직전까지 실은 11시간남짓..
머리도 아프고 요즘 일이 많아 무리했더니 치통도 오고.
어제 친구랑 얘기하다가
딱 하루만 깨지않고 잤으면 좋겠다..아니, 열시간정도라도.
병원가서 수면제 처방받을까? 했더니
약국에 가면 수면유도제를 처방없이 살수있단 얘길해준다.
아..그래?
처음 알았다.
수면제 처방해달라그러면 의사가 되게 짜게 굴면서 반알씩 넣어주거나 그래서
망설이곤했었는데 이제 필요할때 살 수 있다.
그리고 오늘 약국에 갈 일이 있어서 사왔다.
기대하고있다.
자고싶다.
깨지않고 최소 8시간만.
#수면유도제 후기.
수면유도제로는 깊이 잠들지 않는다.
새벽까지도 가수면 상태같이 지금도 내 기억속에 잠들려고 노력하며 자고있는 내모습이 남아있다.
언제나처럼 새벽 6시엔 알람에 맞춰 일어났고
머리는 몽롱해진 상태로 아침준비에 셔츠다림질까지 하던대로 다 하고,
작은 애 전화도 받고 카톡도 확인하고..
그치만 보통은 그러고 일어나면 다시 잘 수 없는데
다시 잠을 청하니 잘 수 있었다.
내가 원하던것은 모든 소음으로부터 해방될정도의 깊은 잠이었지만
문자오면 확인하고, 카톡도 확인하고, 뭔가 결정해야하는 작은애 전화도 다시 받아 얘기도 하고,,
문자 답장도 했는데 이건 약간 실수했다. 수면내시경할때와 같은 상태로 느껴진다.
작은애가 엄마 목소리가 이상하다고 하길래 수면제를 먹고 자는 중이었다고 말하자 그럼 다음에 얘기하자고 할정도의 수면상태. 그리고는 두어시간을 더 잤다. 억지로라도 더 자고 11시에 일어났더니 어쨌든 잠을 잔 느낌이 든다. 효과는 있는셈이다.
예전 언젠가는 약먹은것도 아닌데 자도 또자고싶고 일어나서 밥먹고 책들고있다가 금새 또 잠들고 그런적도 있었는데..
그러고싶다. 요즘은. 딱 며칠만.
- 바람이 서늘도 하여..
- 日常茶飯事
- 2011. 9. 22. 00:33
읽고 싶은 책 몇권을 내 간이 책꽂이로 옮겨놓는다.
큰 아이 방에 들어가 골라왔다.
1.< 남자, 방으로 들어간다>
니콜 크라우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을 쓴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아내가 쓴 책.
책날개에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에 반하여 문학에 빠졌다..고 적혀있다. <백년의 고독>은 우리딸이 많이 좋아하는 책.
나는 아직 못읽었으므로, 이것도 리스트에 올려야겠다.
p.62
그녀가 다시 말을 꺼냈다. "있잖아, 가끔 나는 우리가 그저 한뭉치의 습관들일뿐이라는 느낌이 들어. 우리가 수없이 되풀이 하는 몸짓들, 그건 그저 알아봐줬으면 하는 우리의 바람이야."......."내 말은 그것들이 없으면 우리가 동일시 할 수 없을 거라는 뜻이야. 매 순간 우리 자신을 다시 만들어 내야 할테고."........그는 애나가 무엇을 묻고 있는지 알았다. 습관없이도 누군가를 사랑 할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p.92
"만일 네가 수영복을 입고 베링 해협을 헤엄쳐 건너기 시작한다면..."
그녀가 그를 쳐다보았다.
"나는 외륜선을 타고 따라가면서 응원해 주지."
"고마워요. 그리고 선생님이 다시 한 번 이 나라를 걸어서 가로지르기로 마음먹는다면, 저는 차를 타고 선생님 뒤를 따르죠."
"나를 응원해 줄거니?"
"내내요." 그녀가 대답했다.
p.165
"그녀에게 시간을 줘요. 당신에게도 시간을 주고. 상황이 어쨌든 간에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오. 하지만 사람들이 얼마나 빨리 기운을 되찾는지 보면 놀랍지요. 확실해요. 지금은 믿기 어렵겠지만, 언젠가 당신들 두 사람 다 깨닫고 그것을 실감할거요. 눈을 뜨면, 아마 빛이 어떤 식으로인가 당신들을 비출것이고, 당신들은 일어서서 자신에 대해 '괜찮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녀에게는 더 어려운 일일 거예요."
"아마 그렇겠지요. 하지만 당신이 받고있는 스트레스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돼요. 당신이 떠나기로 결정한 사람이라고 해도, 그게 당신은 슬픔을 느껴서는 안된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누구라도 그럴 거요. 슬프고 혼란스럽고, 그럴 거라고 장담합니다."
2.< 백년의 고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3. <처녀들 자살하다>
제프리 유제니디스.
4. <너무나 많은 시작>
존 맥그리거.
인터넷을 멀리하고 종이책을 집어들기로하다.
요즘 하도 책을 안읽었더니 마음이 사막화되어가는 느낌이..
아침에 일어나거나
세수를 하거나
커피를 만들거나
청소를 하거나
수업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그무엇을 하든지
어찌나 내가 별거아니게 느껴지는지
스산한 바람이라도 창문을 비집고 들어오면
하아~ 한숨이 나고
눈물도 난다.
올가을은 영 심상치가 않다.
다 접고 숨고싶으나 꾹꾹 누르며 참고있다..
1.
옆집 203호랑 잘지내는게 나의 오래된 로망이라는건 내가 누누히 말해서 다들 알지?^^;;
드디어 올 봄에 새로 이사온 203호랑 잘지내게 됐어.
아이 둘을 데리고 우리집에 놀러왔다가 내가 아래층에서 수학 가르친다는걸 알고 갑자기 상담모드로 돌입,
큰애가 국제중 준비하는 중이라고 수업을 하게되고 말았지모야.
큰애는 여자앤데 엄마닮아 애교있고, 작은 애가 초딩 2학년인데 얘가 너무 귀여운거야.
완전 개구장이처럼 웃는 그런 아가.
나한테 질문있다고 하더니, 자기도 여길 와도 되냐고 묻데?
그래서 수학문제를 풀다가 모르는게 있으면 누나가 수업할때 같이 오라고했지.
한달 쯤뒤, 큰애가 웃긴 얘기해주겠다며 그러는거야.
[선생님. 동생이요, 여기 오고싶어서 수학문제를 아무리아무리 많이 풀어도 도저히 모르는게 없어서 올 수 가 없어 속상하대요]
푸하하하..하긴. 초딩 2학년이면 수학문제에서 도무지 모르는게 없을 나이긴 하지.
너무 귀여워서 학생들 간식용으로 준비한 초코렛이랑 과자랑 음료수 등등을 잔뜩 챙겨줬다.
2.
우리집 애들은 엄마한테 웃긴 얘길 해줘서 내가 웃는걸 작은 효도로 생각하는 편인데^^;
그러다보니 웃긴 에피소드는 언제나 나와 공유하는 편이다.
내 눈엔 우리 딸인 큰애가 눈에 넣어도 안아플만큼 눈부시게 이쁜데,
얘는 나가면 이쁘단 말보다는 어려보인단 말을 더 많이 듣는 편이고
작은애는 평범해보이는데 사람들한데 잘생겼단 소릴 종종 듣는가보다.
[내딸이 이렇게 이쁜데 왜 사람들이 쟤한테만 잘생겼다 그러는거지? 사람들 눈이 다 이상한가봐]
이러면서 내가 위로아닌 위로를 했더니 큰 애가 하는 말,
[뭐, 괜찮아요. 항상 듣는 종류의 말이 있는데 그걸로 우린 퉁치기로 했어요.]
[퉁치기로 해? 뭔말인데?]
[사람들이 우릴 보면 닮긴했는지, 남녀사이로는 안보고, 이렇게 말해요. "오빠가 잘생겼네~". 그럼 뭐, 둘 다 이게 기분이 나쁜것도 아니고 좋은 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가 되어버려서..ㅎㅎ]
아우..나는 이제 다 큰 얘네들이 아직도 귀엽고, 웃음코드도 나랑 맞아서 더욱더 사랑스럽다. ^____^
누구나 알고있는 사실 한가지.
행복감을 느끼는데 그다지 많은게 필요한건 아니다.
새벽에 잠이 깨 시계를 볼려고 핸폰을 열었는데, 카톡이 들어와있었다. 3시 44분.
새벽에 카톡을 보내는건 아들일 경우가 많기때문에 일어나서 확인을했더니, 캘리포니아에 사는 친구였다. 대학초년생 딸아이를 기숙사에 보내고 사우나에 갔다가 생각나서 문자한다고..날씨얘기며, 친구가 그립단 얘기며..나의 즉답을 기대하지도 않은, 그냥 친구가 생각나서 안부를 묻고 자기 얘길 마치 메일보내듯 길게 적어서 보내왔다.
멀리 사는 친구가 내 생각을 해주고 이쪽시간 신경쓰느라 다음으로 미루면 마음을 전하는것도 미뤄질까봐 그냥 마음갈 때 전해 온 소식. 새벽날씨는 제법 쌀쌀했는데 내 마음은 따뜻해졌다.
아침엔 전복죽을 해먹었다.
살아있는 전복이라 만지기는 쫌 안좋았지만 죽은 참 맛있었다.
전복죽을 좋아하는 남편은 당연히 만족해하고 후식으로 먹은 포도도 맛있다며 느긋한 일요일 아침 식사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리고 커피.
반자동이랄까 가장 단순한 에스프레소기계지만 얼마전에 산 드롱기의 그라인더가 커피분쇄를 매우 맘에 들게 해주는덕에 우리집의 커피는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아가베시럽을 딱 한스푼 넣은 아메리카노가 남편의 페이버릿.
커피를 한모금마시더니 갑자기 우리집 에스프레소머신이 얼마짜린지 묻는다.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이라고 생각했는지 더 만족한 표정.
내가 만들어준 아침 식사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고맙다 말해주고 비전문가인 내가 만들어준 커피가 그 어느집보다 맛있다 말해주는 남편덕에 내마음이 다시 따뜻해진다.
생각할게 많으면 잠이 오질 않는다.
어제는 간신히 세시간쯤 잤는데 지금도 잘수가 없다.
언제부턴가 문제가 생기면 그 상황을 어떤 방향으로든 정리할때까지 불면증에 시달린다.
불면증이 지속되면 두통이 따라온다. 며칠 잠을 못잤더니 이제는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병원엘 가야할지, 다음주에 예약되어있으니까 그때까지 노력해보고 그때 처방을 받아야할지,
머리가 멍해져서 판단이 잘 안선다.
새벽네시에 잠에서 깨어선 사진을 정리할까를 놓고 잠시 망설였다.
미뤄두고있는 작업에 손을 대면, 고단해져서 잠들 수 있을까 아님 끝낼때까지 잠들 수 없을까.
각설하고.
작은애가 카톡으로 보내준 사진이나 한 장.
얼마전 신문에서 기사보고, 아들은 실제로 볼수 있어서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사진을 보내줬다.
한시적으로 시카고 거리에 전시하고 있다는 마릴린 몬로 동상.
참으로 끝내주는 여자다.
절대로 다시는 기억하고싶지않은 일이 있는데, 작은 사건으로 인해 그 기억의 봉인이 풀려버렸다. 난 너무 우울했고, 내 마음을 읽은것처럼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고 친구는 나를 위해 금쪽같은 휴일오후를 통째로 할애해주었다.
그곳은 커다란 잔에 커피를 가져다주었고, 오래 앉아있자 예쁜데 맛있기까지 한 카나페도 만들어줬고, 친절에 감동한 우리는 다시 주스를 더 시켜 마시며 오후 시간을 길게 그곳에서 보냈다. 친구가 중간에 메모를 했는데, 나에게 류시화의 <구월의 이틀>이 떠오르게했다.
<구월의 이틀>
ㅡ류시화
소나무 숲과 길이 있는 곳
그 곳에 구월이 있다 소나무 숲이
오솔길을 감추고 있는 곳 구름이 나무 한 그루를
감추고 있는 곳 그 곳에 비 내리는
구월의 이틀이 있다
그 구월의 하루를
나는 숲에서 보냈다 비와
높고 낮은 나무들 아래로 새와
저녁이 함께 내리고 나는 숲을 걸어
삶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나뭇잎사귀들은
비에 부풀고 어느 곳으로 구름은
구름과 어울려 흘러갔으며
그리고 또 비가 내렸다
숲을 걸어가면 며칠째 양치류는 자라고
둥근 눈을 한 저 새들은 무엇인가
이 길 끝에 또 다른 길이 있어 한 곳으로 모이고
온 곳으로 되돌아가는
모래의 강물들
멀리까지 손을 뻗어 나는
언덕 하나를 붙잡는다 언덕은
손 안에서 부서져
구름이 된다
구름위에 비를 만드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 있어 그 잎사귀를 흔들어
비를 내리고 높은 탑 위로 올라가 나는 멀리
돌들을 나르는 강물을 본다 그리고 그 너머 먼 곳에도
강이 있어 더욱 많은 돌들을 나르고 그 돌들이
밀려가 내 눈이 가닿지 않는 그 어디에서
한 도시를 이루고 한 나라를 이룬다 해도
소나무 숲과 길이 있는 곳 그 곳에
나의 구월이 있다
구월의 그 이틀이 지난 다음
그 나라에서 날아온 이상한 새들이 내
가슴에 둥지를 튼다고 해도 그 구월의 이틀 다음
새로운 태양이 빛나고 빙하시대와
짐승들이 춤추며 밀려 온다해도 나는
소나무 숲이 감춘 그 오솔길 비 내리는
구월의 이틀을 본다
1.
일은 매년 하던대로 했는데, 할아버지의 지나친 관심에 지쳐버린 큰애가 아빠한테 쫌 어떻게 해줄것을 강력하게 요청했고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애아빠가 그걸 접수하고 할아버지를 아침부터 모시고 나가서 초정리 약수사오기, 약수 사우나에 모시고 가기, 운보선생 작품구경하기 등등을 거쳐 다 저녁때 집으로 들어왔다. 할아버지 원천 차단 프로젝트쯤?
돌아 오는 차안에서,
[아빠의 이번 추석 매니지먼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어..음..뭐..나름 괜찮았어요]
[그래. 내년에도 잘 계획을 세워서 긴시간 나들이를 해볼께. 아빤 고충처리반이야. 하하]
본인의 아버지에 대한 불평을 화내지않고, 설교하지않고, 쿨하게 처리한 남편이 올해의 대인배. 남편의 이런점을 사랑합니다.^^
2.
시부모님이 봄부터 마당한쪽에 닭을 기우기 시작했다.
포스가 장난이 아닌 오골계 장닭한마리랑 암탉이 네마리.
근데 얘네가 참으로 시도때도 없이 운다.
게다가 어느 순간에 암탉들이 꼬꼬댁 꼬꼬꼬꼬...난리도 아니다.
그소리에 시어른이 조카애한테 닭장에 가서 알을 꺼내오라고 시켰다.
알낳으면 저렇게 우는지 처음 알았다.
따끈한 계란을 꺼내다 계란 후라이반찬했는데,
유정란이라 귀한거고 정말 신선해서 맛있을거라고 권하시지만
기껏 낳아논 달걀 훔쳐먹는 기분이 참 거시기했다. -_-;;
3.
남편의 유머가 일취월장하고있다.
돌아오는 길은 지루했다. 라디오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음악을 들었다.
조금뒤에 프로그램 사이에 귀에 익은 찬송가가 차안에 울려퍼졌다.
순간, 기독교방송이었어? 싶은 얼굴로 서로 잠시 눈이 마주쳤다. 할말이 없던 내가
[나, 이노래 알아^^]
라고하자, 남편 曰,
[난 이노래, 가수였어.^^;;]
맞다. 백만년전에 우린 교회를 같이 다닌적이 있던 사이다.
4.
서울에 도착해서 엄마네서 점심겸 저녁을 먹고 집에 와서 퍼져서 쉬고있다가 남편과 좀 걷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우리가 택한 방향은 아차산이나 한강이 아니라 건대방향.
한참을 걷다가 이자까야를 찾는데 마땅찮아서 <라온>이란곳에서 술을 한잔 하기 시작했다. 일종의 명절 뒤풀이인셈이다. 명절날 우리들만의 집으로 돌아와서 술을 한잔 하며 맘을 정리하는게 우리 부부의 오랜 습관이랄까.
소주 두병을 마시고 나와 집으로 가는 줄알았는데 이번엔 Bar에 가서 칵테일 한잔 하잔다.
좋지 모. 내일도 휴일이고. 이번엔 <Seize>.
남편은 항상 블랙러시안, 난 모히토.
모히토는 Woo Bar가 서울시내 최고라지만 여기도 나쁘지않았다.
워커힐 호텔에 가면 데낄라 썬라이즈, W호텔에 가면 모히토를 마신다.
여기 간 지 한참됐네..아들을 유학보냈으니 아껴야한다. 크~.
5.
그러다 거의 자정에 남편이 친구에게 전화를 했는데 신사동에 있던 이친구가 조금뒤 우리가 있는곳에 나타났다.
작년에 '30년만에 만난 중학동창'인 이 친구는 실은 나한테는 일년선배인 그당시 매우 유명했던 학생회장이었다.
뽀얗게 잘생기고 키도 컸던 오빠로 기억한다.
또한번 맞다, 남편은 나의 중학교 1년 선배님이시다.
우와..내가 이선배를
30년도 더 지나서,
자정이 넘은 술집에서,
운동화차림으로 걸으러 나온 쌩얼로,
게다가 남편과 함께 마주앉아 술을 마시다니..이번 추석버라이어티의 정점이다.
어쨌든,
여전히 그나이치곤 잘생긴 마스크에, 좌중을 사로잡는 매너에, 남편과 나를 향해 날리는 적절한 칭찬에 우린, 마셔! 마셔!를 외치며 새벽 두시가 넘은 시간까지 완전 취해버렸다.
내가 비록 추석전엔 만이틀동안 집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전부치고 밥하고 송편만들었지만
이쯤되는 추석 뒷풀이가 있다면 할 만하다.
신선했다. 버라이어티 한가위.^^
어젯밤에 시골에 내려와 집안으로 들어온뒤 만하루가 지났다.
계속 일하고 일했더니 드뎌 음식장만이 끝났다.
송편 사자고 그렇게 시엄마를 꼬셨건만,
쌀을 쬐께 담가서 빻아왔다...라며 내놓으신 송편가루로 다섯명이 매달려서 네시간동안 송편을 빚었다.
뭐 암튼 끝.
방하나를 큰애랑 동서랑 조카둘까지 차지하고 아이폰, 갤탭두개, 베가폰등등을 부여잡고 각자 재밌는것을 찾아서 서로 권하며 즐거워하고 하고있다. 난 스무살짜리 조카에게 <우연일까?> 웹툰을 소개해주고는 심취해있는 아이를보며 흐뭇해하고 있다.^^
탕국좋아하는 아들아이 생각하면 맘이 좀 짠하긴한데,
다행히도 시카고에 다니러 간 내친구 제론이 내일 낮에 아이를 만나 시간을 보내준다고해서 위안이 되고있다.
보고싶다, 아들.
그리고 친구야, 고맙다.^^
나의 작은 아이는 지금 시카고에 있다.
새로운 도전정신으로 아주아주 여러가지를 해보고있는 중.
작은 아이가 홈스테이 하는집주인은 나이가 좀 지긋한 백인여자인데 요리를 아주 맛있게 하고 정성껏 해줘서 아이에게 여러로모 안정감을 주는 사람이고 작은 아이랑 관계도 좋은편이어서 밥말고도 여러가지를 도와주고있다. 위로라든가 격려라든가 이런것으로.
요즘 아들아이에게 힘든일이 몇가지 있었는데, 외국생활에서 오는 어려움과 언어소통의 불편함등등으로 아이가 좀 까칠해져있었다. 오전중에 나랑 전화통화를 하는데, 아이의 목소리에 울화가 묻어나고 있는게 느껴져서, 일단 전화를 끊고 쉬라고 했다.
한시간쯤 뒤에 다시 전화가 왔는데 목소리를 들어보니 평상심을 되찾은게 느껴졌다.
씻고, 물도 마시고, 방정리도 좀 하고, 리나(호스트맘)가 무슨일이냐고 묻길래. 문제가 몇가지있어서 자기가 예민해진것 같다, 좀전에 엄마랑 통화할때도 좀 안좋게 전화를 끊었다,,등등을 말을 했더니 리나가 아이한테 그러더란다.
<내가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그리고 네 상황도 다는 모르지만, 만일 엄마랑 대화중에 너랑 의견이 잘 안맞는게 있었다면..음...내 생각엔...아마도 너의 엄마가 맞을꺼야...> (리나! 고마워용^^)
작은 아이가 밝게 웃으며 리나가 굉장히 조심스럽게 이 말을 했다며 전화를해왔다.
아이랑 그런 대화를 마저 나눴다.
살다보면 내자신의 실수로 일을 그르치기도 하고 그러다보면 스스로에게 화가 나는데, 그 순간에 왜 화가 나는지 이유를 찾기도 쉽지가 않다고..그러니 심호흡을 하며 한박자 쉬어갈 필요가 있다고. 게다가 남들이 나를 화나게도 하는데 보통은 상대방도 작정하고 그러기보다는 실수였을 확률이 크니까 감정이 조절이 안되는 상태로 얘기를 하는건 일을 더 그르치는 법이니까 역시 심호흡이필요하다고. 아이는 요즘의 자기자신에게 짜증이 난 상태인데 그걸 어쩔줄 몰라하는게 눈에 선했다.
사람이면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는거니까, 실수에 따른 책임은 묵묵히 감수를 하되, 자신의 실수도 스스로 용서할줄 알아야하고, 그냥 지금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서 그 일을 처리하면 되는거라고. 엄마에게 가장 중요한건 네가 건강한거랑 매순간 하고싶은일을 최선을 다해 하는거라고 말해줬다.
타국에서 온갖 상황을 해결해나가며 자기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아이가 몇달 사이에 부쩍 큰게 느껴진다. 보고싶네..
- 항상 제자리에'만' 있다.
- 日常茶飯事
- 2011. 7. 12. 23:36
요즘들어 자주 드는 생각들이,
내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뭔가 생각하고 기획하면 곧 실행에 옮기는데
난 그저 제자리에만 있다.
똑같은 일을 십수년째.
겉모양새는 프리랜서로 시간조정이 가능해보이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하루는 단지 오후에 일을 시작하는 직장인의 모습과 다름없다.
하루 6시간정도 이어지는 수업.
방학이면 8시간 내지 9시간까지도 계속되고
일주일에 어쩌다 하루가 비면 나혼자 하루를 다 쓰기엔 뭔가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나의 수업 비는 날엔 이런저런 일정들이 잡힌다.
그런식으로 일주일이 가고, 한달이 가고, 세월이 가고...
일을 그만두지도 못하니
새로운 것에 눈을 돌려보지도 못한다.
아.
새롭기엔 나이가 너무 많나?
어찌나 똑같은 일상의 반복인지..장마비만큼이나 지루한 내 인생에 대해 투덜거려본다.
덧 투덜1.
비가와서 야외운동도 못하는데 테크노마트는 어쩌다 흔들려가지곤 휘트니스센터는 아직도 재개장을 못해서 운동하러도 못가고 있는데, 하긴 오라고해도 거길 가야할지 고민되긴한다.
난 그 시간에 거기서 운동을 하고있진 않았지만, 진짜 사람들이 운동하느라 뛰어서 건물이 수직으로 흔들렸다는 말을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원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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